삼성그룹 쇄신안 진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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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지난 22일(한국시간)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건희 회장은 22일 삼성 본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직접 나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전략기획실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차명계좌를 통해 보유해오던 자신의 돈을 모두 공익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본국 재계에서는 이러한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다소 파격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 X – 파일 사건이 터졌을 때도 8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사회에 헌납하고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바꾸는 등의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지만 최근의 사태가 온 만큼 이번 쇄신안도 ‘눈 가리고 아웅’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다. 특히 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도 여전히 진행 중인만큼 ‘이 회장 일가를 위한 삼성그룹’이란 비판은 앞으로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삼성그룹의 이번 쇄신안은 예상을 다소 뛰어넘은 파격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22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 문화재단 이사장 등 삼성과 관련한 일체의 직에서 사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라희씨도 리움 미술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회장은 “각사의 독자적인 경영역량이 확보됐고, 사회적으로 그룹 경영체제에 대한 일부 이견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전략기획실을 해체한다”며 이에 따라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잔무처리가 끝난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고,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은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겠다”고 밝혔다.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도 사임키로 했으며, 금융사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특히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은행업 진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다소 파격이라 평가받는 이번 쇄신안이 삼성을 ‘이 회장 일가를 위한 그룹이 아닌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해줄 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특히 순환출자로 이어지는 이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여전한 만큼 과연 이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실제로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다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나 재계 호사가들은 이 회장이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막후에서 그룹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2005년 X-파일 사건이 터져 한국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을 때도 삼성그룹은 쇄신안을 발표하며 반성하는 자세를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가 다시 일어난만큼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쇄신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회장 일가의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의 온당한 이행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이 자신이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삼성 이 회장의 사과는 변명만 있지 과거 불법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서 “무엇보다도 김용철 변호사의 공익제보 이후 삼성이 ‘차명계좌는 없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해왔던 거짓해명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이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략기획실의 폐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의 얽히고설킨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승계는 진행 중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여부다. 기자회견에서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은 “이 전무는 삼성전자의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를 사임한 후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개척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 등이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재용 전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력 쌓기를 계속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재용 전무의 직책 등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정해진 것은 없고 5월 중에 삼성전자에서 인사를 할 예정인데 그때 결정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회장께서 이재용 전무가 경영 수업 중에 있고 아직 승계 문제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승계할 경우 회사나 이 전무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의 말을 살펴보면 여전히 이재용 전무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다는 전제하에 그룹 전략을 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전무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나 다른 임원들과는 달리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특히 그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헐값에 넘겨받아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범법 행위가 분명히 드러났는데도 이와 관련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번 삼성의 경영 쇄신안에서도 전략기획실을 전격 폐지하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해 공익 출자하기로 하고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5를 4~5년 내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특검 이후 여론의 반발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이재용 전무의 부당 이득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이학수 부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다”고 밝힌 것도 주목된다. 이재용 전무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에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약 20조 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이 회장이 퇴진을 선언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의식하고 있고 그 중심에 이재용 전무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은행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삼성생명의 계열 분리나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가 여전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두 축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요건 완화 등 재벌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도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했지만 그 지분과 매각 자금이 어디로 옮겨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물밑으로 가라앉기는 했지만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이 전무가 CCO직 사임 후 삼성전자의 해외 지역 총괄 대표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열악한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은 후, 국내로 복귀해 경영권을 승계받는 수순을 거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李회장, 유익한 곳 쓴다는 차명재산 얼마?












삼성이 22일 발표한 경영쇄신안에서 언급된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관련 차명계좌 재산’은 현재 가격으로 2조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 재산에는 전현직 경영진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16%(2조3000억 추정)는 제외된다.
차명으로 보유하던 재산은 일단 이 회장 실명재산으로 변경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 재산 중 조세포탈 관련 세금과 벌금을 내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는 유익한 곳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 측은 “세금과 벌금을 낸 뒤 얼마의 재산이 남을 지 아직 알 수 없다”며 “얼마가 남든 그 재산은 이 회장 개인이나 가족들을 위해 쓰지 않겠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현직 임원을 통해 보유했던 삼성생명 차명 지분 16%는 조세포탈과 관계없어 이 회장 명의로 실명전환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이건희 회장 일가 지분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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