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당선자 정권 인수 한 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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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로 대선승리 한달째를 맞았다.
오바마 당선인이 대선승리 이후 보낸 4주일은 차기 행정부의 원만한 출범을 위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전 세계 시장을 향해 “경제위기를 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기간이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때문인 듯 오바마 당선인의 인선작업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속도감있게 진행된 게 특징이다.
당선 직후에는 “미국의 대통령은 한 명”이라며 가급적 현직의 조지 부시 대통령을 배려하는 입장을 보였던 오바마 당선인은 경제위기가 계속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교안보팀에 앞서 경제팀 인선결과를 먼저 발표하는 등 `경제살리기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외교.안보이슈와 관련, 오바마는 북한과 이란으로 핵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북핵문제를 비중있게 다뤄나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체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신속한 의사결정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으며, 이에 맞춰 오바마 인수위의 정권인수 작업도 `순항’하고 있다.


속전속결식 인선 단행


오바마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1분도 허비할 틈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경제팀 인선발표에 신경을 썼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 연속 시카고 인수위 사무실에 나타나 인선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지명을 받은 각료, 참모후보들이 대통령 좌우로 도열해 얼굴알리기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오바마는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재무장관에,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대통령 직속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임명,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연 닷새째 상승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시장의 반응도 좋았다.
외교안보팀 인선은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한 것이 백미였다.
링컨식 포용정치를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바마의 힐러리 선택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힐러리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실용외교를 추구하겠다는 셈법도 가미된 용인술로 보인다.
`부시맨’으로 여겨져온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고, 중립적 색채의 제임스 존스 전 나토사령관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하는 등 외교안보팀은 `중립코드’에 맞춰진게 특징이다.
국토안보부장관에 여성인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 법무장관에 흑인출신의 에릭 홀더 전 법무부 부장관, 상무장관에 히스패닉계 정치대부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지명하는 등 성별, 인종별 다양성을 추구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흑인출신 첫 대통령에 취임하는 오바마의 성장배경과 정치적 지향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초선 상원의원 출신으로 인맥과 경륜이 부족한 편인 오바마로서는 경험, 능력을 겸비한 각료로부터 `지혜’를 빌리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스타군단으로 채워진 경제, 외교안보팀이 불협화음없이 순항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또 이른바 `클린턴 사단’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위기 처방전 제시


현재 미국이 처한 경제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을 닮았다면 처방전 역시 `뉴딜정책’에 비견되는 `뉴 뉴딜 정책’이 오바마노믹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오바마가 이런 관점에서 경제회생의 최대 역점과제로 제시한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오바마는 당선후 가진 라디오 연설을 통해 향후 3년내 25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을 천명했다.
경기부양책은 도로와 교량 재건설 등 사회 인프라 구축에 공공지출을 확대하는 한편 대체 에너지와 연비 개선 자동차 개발에 대한 간접지원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양책의 총 규모는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았으나 언론들은 5천억-7천억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오바마는 경제위기가 초장부터 정권출범의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일찌감치 경제팀을 구성, 사실상 가동에 들어가는 순발력을 보였다.


북핵문제


오바마는 지난 1일 외교안보팀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무장관이 다뤄야할 외교안보 이슈를 나열하면서 `북한과 이란으로의 핵무기 확산 방지’를 첫번째로 거론했다.
오바마는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항구적 평화 추구문제와 국제기구 강화 문제에 앞서 북핵문제를 언급했던 것.
이는 이라크,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뭄바이 테러 문제처럼 다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북핵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 관계자도 이와 관련, “북핵문제가 오바마 정부에서 이라크나 파키스탄 등의 문제에 밀려 후순위로 처질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며 “북핵문제는 동북아 지역내 최대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바바라 월터스
이런 가운데 오바마의 대선승리 이후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앞다퉈 북핵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와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초당적 인사들로 구성된 미 의회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및 테러방지위원회’, 미국진보센터(CAP) 등은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면서 대북 특사파견 등의 제언을 하고 있다.


인간적 풍모


오바마는 대선승리 후 두 차례의 TV 인터뷰를 가졌다. 특히 ABC방송의 바버라 월터스와 가진 회견에서 오바마는 세상과 유리되지 않고 대중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대통령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겪는 일에서 격리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겪고 있는 `고난의 맥박’ 위에 나의 손가락을 계속 얹어놓고 싶다”고 언급한 대목은 어찌보면 백악관 `구중궁궐’에 갇히게 될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대변한 말이다.
또한 그는 “내가 갖고 있는 걱정거리 중 하나는 경제가 너무 취약해져 있다는 사실”이라며 “여러가지 일로 밤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거물급 스타군단으로 구성된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팀이 성공하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정책결정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에서 지적했다.
타임은 `오바마의 새로운 세계질서’란 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 그리고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거물급 중진들로 구성된 외교안보팀이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부시 행정부 초기 외교안보팀의 실수를 되풀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타임은 오바마 당선인이 외교안보팀 인선발표 당시 “나는 강한 개성과 확고한 소신을 강력하게 신뢰하는 사람이기에 이같이 인선을 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지만 개성이 강한 인물들은 논쟁만 거듭하며 팀워크를 깨뜨려 실패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사례를 들었다.
즉 부시 행정부 1기 외교안보팀의 경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거물들이 포진했지만 상호 관계가 원만치 못해 `궁정음모’가 난무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라이스 보좌관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불참했고, 파월 장관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외국 지도자들조차도 이를 알 정도였고, 딕 체니 부통령은 스스로 권력핵심 역할을 했다.
외교협회(CFR)의 안보전문가인 스테판 비들은 “당시 능력있고 경험많은 거물들이 포진했지만 결과는 완전 실패였다”면서 “그 이유는 부시 대통령이 참모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참모들간 불화도 제대로 해소시키기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그러면서 힐러리는 대선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인의 숙적이었고, 게이츠 국방과 존스 보좌관 내정자는 존 매케인 행정부에 더 적합한 인물들인데다 세 사람 모두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당선인과 완전히 입장이 달랐다는 점 등으로 볼 때 부시 행정부 처럼 논란의 소지는 충분히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게이츠 국방장관은 오바마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건 `취임후 16개월내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공약을 비판했지만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정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갈등의 소지는 줄었고,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는 점에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난의 시대에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예산 마련은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힐러리의 경우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진 명사이지만 오바마의 `이너서클’에 포함돼 있어야만 국제무대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냉혹한 권력과 국제무대의 생리를 간파하고 대통령 직접 면담권 및 국무부 인사권 보장을 요구했다.
오바마 외교안보팀내에서 역할이 주목되는 사람은 존스 보좌관이지만 그도 선거당시 활약한 자문팀 멤버는 아니었고, 거물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라이스 보좌관같은 신세가 되기를 원치않아 처음에는 보좌관직을 고사했었다.
물론 존스 보좌관은 클린턴 행정부때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이 그의 정치적 능력을 높이사 선임 군사보좌관으로 발탁할 정도였고, 힐러리가 상원 군사위에서 활동할때 안면을 익혔던 사이이며, 게이츠 국방도 그를 존경하고 있는 점은 팀워크 형성에 긍정적 요소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도 스타군단내의 미묘한 관계 속에서 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장막 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체니 부통령의 경지에까지는 못미칠 것이란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오바마를 8번째 대통령으로 모실 정도로 역대 정권에서 요직을 계속 맡아온 게이츠 국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치적 감각을 바탕으로 “외교안보팀내에 분명히 이견과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그것은 대통령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답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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