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악의 경기 침체…침몰하는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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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길고 깊은 침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내년 3월~5월경 상업용 부동산 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경제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6.7%에 달했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비농업부문 고용은 53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는 34년 이내 가장 빠른 위축 속도다. 하지만 이는 시간제 인력 고용이 크게 늘면서 실업률의 추가 증가를 막은 결과다. 고용시장의 실상은 겉으론 드러난 모습보다 더욱 안 좋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미국인의 수는 지난달 732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 역시 1955년 이후 최대다.
노동부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누적 실업자수가 19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시장 악화는 내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용경색으로 미국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용 절감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기업 입장에서 가장 손쉽고 확실한 비용 절감 방법은 감원이다. 정부 지원에 목을 맨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뿐 아니라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 등 금융사들도 모두 내년 대대적인 추가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에게 감원은 현 시점에선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서바이벌 모드’에 들어갔다”며 “현금을 지키기 위해 인건비 지출과 투자를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어 늦어도 내년 초 상업용 부동산 대란이 올 것이란 전망도 나와 부동산 시장이 경악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이미 지난 6월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최근 은행들이 지나치게 상업용 부동산 대출 회수를 급감, 90일 연체 대출이 표면화되면서 ‘커머셜 대출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3사는 시한폭탄 ‘언제 떠질지 모르는 핵’


월가는 그간의 구조 조정과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 노력에 힘입어 최악의 시기는 넘겼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월가의 감원은 내년에도 이어지겠지만 그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3사의 최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상황이 조금 나은 포드를 제외한 GM과 크라이슬러는 이미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 2개 회사는 정부의 긴급 대출이 없을 경우, 내년 초 유동성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GM과 크라이슬러가 정부와의 사전 협의에 의한 합의 파산을 신청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민주당 등 의회가 150억~170억 달러 긴급 지원에 합의하면서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은 급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규모는 GM과 크라이슬러를 정상화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빅3는 앞서 의회에 340억 달러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추가 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빅3가 무너질 경우, 후폭풍은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파장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증시 급락 중···금융 시장 신뢰 바닥


실질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들과 작년 12월 이후 매월 감소하고 있는 일자리 등을 토대로 볼 때, 이미 1년째 미국 경제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GDP의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뿐만 아니라 고용과 산업생산, 판매 등 4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친숙해진 ‘침체’를 공식화하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공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침체라는 현상만으로는 이날 시장의 반응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RBS그린위치캐피탈의 스테판 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미 12개월째 지속된 침체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면서 “4분기에 더 심각한 지표들을 보게 될 것이고 내년 1분기에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가장 최근 침체는 2001년 3월~11월까지 9개월간 지속됐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장기 침체 기록은 16개월로, 1973년 12월~75년 3월까지와 1981년 8월~82년 11월 두 차례였다.
OECD는 미국의 실업률이 올해 4분기 6.5%에서 내년 4분기 7.5%까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도 -0.9%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도 내년 1분기까지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노버트 오어 기업설문조사위원장은 “현재의 침체 상황이 기간에서 볼 때 대공황에 비견할 만하다”며 “당초 고유가로 인한 ‘얕은 침체’로 생각했지만 금융섹터의 붕괴로 인해 현 상황은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최악···재벌도 금융위기로 휘청


미국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높아가는 금융위기의 파도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최대 주주인 위락시설 운영업체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TRMP)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TRMP는 지급 기한인 다음달 1일까지 5310만 달러(약772억원)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대신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고 채권자들과 앞으로의 채무 상환 계획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2015년이 만기인 총 12억5000만 달러짜리 선순위 채권에 대한 것으로 이율은 연8.5%다.
만약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TRMP는 채권 만기를 앞당기려는 채권자들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자금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TRMP는 경영난으로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도 했으며,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이달 초 TRMP가 외부로부터의 자금 동원 능력을 거의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그 과정에서 TRMP의 경영권을 내놓았다. 시카고에 건설 중인 92층짜리 ‘트럼프 타워’를 둘러싼 법정 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타워의 건축주 트럼프 인터내셔널 앤드 호텔(TIHT)의 대표 채권자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28일 트럼프를 상대로 TIHT에 보증한 4000만 달러의 채무를 대신 이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뉴욕주(州) 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지난 11월 10일 트럼프측이 도이체방크 등 채권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상환 기한 연장 청구소송에 뒤이은 것이다. 트럼프측은 채권 금융기관에 이번 금융위기가 자연재해와 같은 불가항력적 사건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환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금융기관들은 보증을 선 트럼프 개인에게 상환을 요구한다는 ‘강경 대응’에 나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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