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미션’성공으로 미국이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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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깜작 방북’이 북한에 억류돼 있던 두 미국인 여기자와의 동반 귀국해 LA근교 버뱅크 공항에 5일 이른 아침 도착으로 마무리되자, 미국의 중요언론들과 세계 언론들은 5일과 6일 내내 ‘클린턴 방북미션’ 스토리로 장식했다.
신문과 TV그리고 인터넷에는 클린턴 방북 과정에서 보여준 다양한 사진들과 동영상이 판을 쳤다. 두 기자의 버뱅크 도착 장면은 CNN 등이 현장 생중계로 전세계에 보내졌다. 클린턴의“화려한 북한 나들이”에 감탄한 미국의 언론들은 이제“과연 클린턴이 김정일에게 무엇을 주었는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혹시나 기자 석방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었는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클린턴 방북을 최대 호재로 삼아 김정일 위원장의 건재를 세계에 알리는데 전력을 다했다.“오바마 대통령의메시지를 받았다”“미국정부가 공식사과했다”등등을 늘러놓고 있다.   
한편 클린턴의 북한 협상은 미국이 결코 전부를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 파워의 작용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클린턴이 북한에서 김정일과 만나고 있는 동안, 그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아프리카 케냐에서“내 남편 멋지다”면서 찬사를 늘어 놓았다고 한다.
한편 이번 클린턴의 방북 미션으로 한국 MB정권의 대북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데이빗 김 객원기자)



AP통신은 오바마 정부가 ‘클린턴 방북’이라는 카드를 통해 김정일의 체면을 세워줬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상 그래왔듯이 북한은 지난 몇달간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자신을 벼랑에서 구해 줄 외부의 손길을 기다려 왔다”면서 “이번 일은 북핵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아태문제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 부소장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북-미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누구도 이번 일(미국인 여기자 석방)을 북-미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안과 분리해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들을 석방한 건 지난 몇 달간 지속된 미 국무부-유엔 북한대표부간 협상의 산물이지만,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떠들썩한 이슈로 키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해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정부 부담


반면 로이터 통신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북한에 100일 넘게 억류돼 있던 두 미국인 여기자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핵 제거를 목표로 하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 문제가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에 동일한 접근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곧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한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중국, 러시아의 대북 제재 조치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역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결국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문제를 협상 카드로 이용해 미국의 고위급 인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는 데 성공했다면서, 클린턴의 방북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책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4일 직접 순안공항에 나가 클린턴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북-미가 그동안 여기자 문제는 물론,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비밀리에 협의해 왔다는 항간의 루머를 사실로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결국 북핵문제와 여기자 문제를 분리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북미 훈풍 올까


한편 영국 BBC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은 북한이 여기자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에 관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일만을 계기로 북한이 그간의 태도를 바꿀 지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신중한 관점을 유지했다.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아내인 힐러리를 돕기 위해 당시 오바마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선거공세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두 사람 사이엔 앙금이 적지않게 존재하리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적 명망과 활동력을 갖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외교무대에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조커’와도 같은 존재라는 점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 목표 실현을 도울 수 있는 능력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이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으며, 이러한 믿음을 통해 이번 방북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4일 전했다.
선거 이후 두 사람의 대립과 앙금을 부각시키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 대선의 마무리 과정에서 이미 두 사람은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위기도 있었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지명과 인준 과정에서 오바마의 정권인수팀이 국무장관 직무 수행의 공정성 담보를 이유로 그의 해외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실사를 벌이면서 양측간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으나 이로 인한 갈등은 해소된 상황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의존을 보인 것은 현실적 필요에서도 기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 부문에서 클린턴 사단의 도움 없이 공화당의 공세에 맞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외교를 평가하는 잣대는 일상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여기자 석방을 넘어 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의 실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대북 유화책은 일단 북한의 기세를 올려주는 측면이 있으나 그로 인한 북한 내부의 예기치 못할 변화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만약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성과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 성과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3자 모두가 향유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


북한에 억류중인 여기자 석방교섭을 위해 방북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과 가진 회동 결과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5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전 브리핑을 받았으며, (방북 결과를) 브리핑할 것”이라면서 “어느 시점엔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느 시점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곳의 국가안보팀과도 (방북 결과를)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 결과를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에 전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자 석방 교섭을 위한 방북 길에 만찬을 포함해 3시간이 넘게 김정일과의 만남을 가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김정일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자 2명이 북한에서 풀려나 미국으로 오던 도중 특별기에 탑승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방된 미국의 여기자 2명은 5일 오전 5시50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로스앤젤레스 부근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3월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돼 북한에 억류된 로라 링(32) 기자와 유나 리(36) 기자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특별기 편으로 밥호프 공항에 내렸다
북한 법원에 의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던 이들은 억류 140일만에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의 감격을 누렸다.



감격의 재회


여기자들을 태운 특별기는 이날 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후 가족들과 취재진이 대기중이던 격납고로 이동했고, 유나 리와 로라 링의 순서로 트랩에서 내려 대기중이던 가족들과 포옹했다.
유나 리는 남편 마이클 살다테, 네살 난 딸 하나와 뜨거운 눈물의 상봉을 했고, 로라 링도 남편 레인 클레이튼과 언니 리사 링과 감격적인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박수를 받으며 비행기에서 내려와 미리 나와 있던여기자들이 소속된 커런트 TV의 공동설립자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던 기간은 저희들의 삶에서 가장 힘들고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면서 “사면을 허용해 준 북한 정부에 매우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북한의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 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수행팀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최고로 멋진 팀(supercool team)”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30시간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 억류된 죄수들이었고, 매 순간마다 노동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모처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난 순간 어둡고 긴 악몽 같았던 시간이 끝났음을 알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여기자 가족들과 커런트TV 직원들 대표해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헌신적인 석방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여기자들이 무사히 도착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여기자들이 가족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가족들뿐만 아니라 미국민들 전체의 기쁨”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여기자들을 석방시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탁월한 인도주의적인 노력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사과안했다”


여기자들의 석방 주역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으며 다만 성명을 통해 두 기자의 그동안의 처지를 ‘긴 시련’으로 지칭하면서 “지금 고향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상봉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단히 기쁘다”면서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았으며,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방북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추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이날 케냐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여기자 2명을 석방한 것과 핵 협상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특히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기자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기자 2명의 불법입국과 적대행위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여기자 억류문제라는 별개의 이슈로 생각해 왔다”면서 “북한과의 향후 관계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그는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도발적 행동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도 있고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대화 재개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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