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미주한인 이민사 최초 민선시장 당선 강석희 어바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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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저널>이 미 주류정치계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지도자들을 소개해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도모하고자 특별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과거 연방의회에 한국계 의원이 활동한 바 있었고 행정부에도 장관급 고위직에 한국계가 등용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연방의회에는 한인계 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
주류정치사회에 한국계를 진출시키는 것은 단순히 고국의 이름을 알리거나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한국에 뿌리를 둔 동포들의 생활수준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스스로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내 한인사회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본지는 현재 미국에서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계 유명 인사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어바인(Irvine) 시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안전한 교육도시로 살기 좋은 곳 중 하나로 인식된다. 미 언론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다루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시가 바로 어바인 시다.
이곳 어바인의 수장인 시장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한국계 강석희(Sukhee Kang) 시장은 백인이 절대 다수인 이곳에서 그들 손으로 선거를 통해 뽑힌 민선시장이다. 미주한인 이민역사 1세기 동안 미국 지방자치도시에서 민선시장으로 선출된 1세 한인은 강 시장이 최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강 시장이 부자 도시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어바인 시 최고 행정관에 오르기까지 겪은 성공담은 그야말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평범한 이민자가 꿈과 희망을 품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큰 성공을 맛볼 수 있다는 본보기인 셈이다.
강 시장은 2004년 어바인 시의원 선거에 처음 도전해 당선됐으며 4년 후인 지난해 11월 민선시장 선거에 나서 당당히 꿈을 이루었다. 미 주류정치 도전을 위한 1단계를 성공적으로 밟은 것이다. 그는 미국 내 주류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2단계 프로젝트를 착착 실현시켜가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달 21일 한인 타운 내 M-Park 극장에서 강석희 시장이 쓴 ‘유리창문 그 너머’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지인들과 동포들을 초대해 조촐한 만남의 장을 갖고 싶다는 강 시장 뜻에 따라 극장 한 곳을 축하 파티장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강 시장을 후원해온 많은 한인들은 이날 그를 찾아와 성공적으로 어바인 시를 이끌어가는 그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강 시장도 답사를 통해 “나와의 인연을 맺은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결코 잊지 앉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모두 고마운 여러분들이 나를 후원했기 때문이다”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강 시장은 첫 후원회 조직 당시 정치헌금을 보내준 이들을 포함해 자신에게 조그마한 성의라도 보인 동포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그들과의 소중한 인연이 자신의 삶의 일부분임을 강조했다. 
그가 펴낸 ‘유리창문 그 너머’에는 강 시장이 어떻게 오늘의 성공을 일구었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기록돼 있다. 과거 개성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보성고교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동창생인 부인을 만나 결혼과 함께 미국에 이민한 강 시장.
맞벌이 부부로 생활하다 ‘4.29 폭동’으로 새로운 자각을 받아 한인사회에 봉사하면서 미국 주류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그의 삶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 같다.
책에는 처음 미국에 건너온 젊은 세대나 미국 땅에서 자라나는 한인 2세들에게 좋은 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물론 일반인도 미국생활에 필요한 지침서로 활용할 수 있다.
1977년 이민해 미국 회사에서만 근무해 한인사회와 다소 소원하게 지내던 강 시장에게 지난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폭동은 그의 마음속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워 준 계기가 됐다. ‘나도 한인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 해야겠다’ ‘한인 타운이 불탄 것은 우리의정치력이 약하기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그를 움직인 동기가 된 것이다.



약속 꼭 지키는 정치인


성공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다. 강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킴으로서 존경을 얻게 되고 신뢰를 받는다.
강 시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숙명에 대해 피하려 하지 않고 이를 자신의 역량으로 도전하는 끈질긴 신념을 지닌 사람이다. 이런 노력에 대해 그는 “내 몸 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스승’인 래리 에이그런 전 어바인 시장으로부터 2003년 처음 어바인 시의원으로 출마하라는 권고를 받으며 정치일선에 나서게 됐다. 처음 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가장 먼저 주어진 과제는 ‘10만 달러의 정치자금 모금’과 ‘1만 가구에 달하는 유권자를 발로 뛰어 모두 만나는 것’이었다.
당시 강 시장은 이 같은 제안을 한 에이그런 전 시장에게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또 한인사회의 후원을 믿었다. 성실한 자세에 한인사회는 두 번의 후원회에서 무려 7만 달러를 모아주었다.
이 같은 폭발적인 모금성과에 현지 후원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정치 신인에게 7만 달러의 후원금을 몰아주는 것은 이례적인 까닭이다.
‘발바리 캠페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강 시장의 가가호호 유권자 방문은 기대 이상의 선물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유권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강 시장이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목적도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도전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용기도 지니게 됐다. 2004년 시의원 선거에 처음 나섰을 때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유권자 집을 방문하던 중 강석희 당시 시의원 후보는 어떤 집에서 70세쯤 되는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땀을 흘리는 강 후보가 안쓰러웟는지 “물이나 한 잔 마시고 가라”면서 집안으로 안내했다. 강 후보가 ‘내 이름은 수키 캥’이라고 소개했다. 그 노인은 “이 지역에서 30년을 살았는데 내 집을 찾아 온 후보는 당신이 처음”이라며 “당신에게 꼭 표를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강 후보는 “그때 분명한 한 표를 확보한다는 것이 그렇게 흥분되는 일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힘이 불끈 솟았다”고 회상했다. 강 시장의 ‘발바리 캠페인’은 결과적으로 그가 시민과 유권자들이 직접 소통하는 가장 성실한 약속의 시작이었으며, 한편으로는 가장 강력한 선거 전략이 됐다.
아무나 발로 뛸 수는 없다. 캘리포니아의 여름철은 폭염이 계속된다. 강 시장은 “발로 뛰기 시작해 2주가 지나니 피로가 물밀듯 밀려오고 정신까지 혼미해지는 듯 했다. 포기해 버릴까. 이런저런 핑계도 생각났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1만 가구 방문을 노력하겠다고 약속 했는데 실제로는 모두 2만 가구를 발로 뛰었다. 초인적인 활동이었다. 한국인의 끈질긴 집념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강석희 어바인 시장 취임식 광경


미국도시를 변화시키다


미국인들은 강석희 시장을 “수키 캥”이라고 부른다. 그의 이름 영문 표기가 ‘Sukhee Kang’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수키 캥”을 시장으로 만든 래리 에이그런 전 어바인 시장은 미국인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미국에서 결혼을 하고 20대 초반에 한국에 이민가 한국어도 잘하고 전자제품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승진도 한 다음, 한국 시의원들과 교류하고 정치활동에 뛰어들어 한국 도시의 시의원도 되고 다시 4년 후 시장에까지 당선되는 장면을 그려보라. 이런 성취가 과연 20대 미국인이 한국으로 이민가 한국 땅에서 지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은 그저 상상 속의 장면이 아니라 수키와 그의 부인 조앤이 미국 이민 여정에서 실제로 보여준 오늘날의 현실이다.”
에이그린 전 시장은 최근 강 시장이 펴낸 “유리천장 그 너머”라는 책 속에서 ‘이렇게 훌륭한 학생이’라는 제목으로 “내 친구 ‘수키 캥’의 개인적, 정치적 여정은 그대로 미국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우리는 ‘수키 캥 시장이 어바인 시를 이끄는 것을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친환경정책이 차세대 화두(키워드)다. 지금 어바인 시는 미국 최대의 도시공원인 ‘그레이트 파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2배 정도 규모로 완공되면 미국의 최대 도시공원이 된다.
여기에는 놀이시설, 20개의 축구장, 10여개의 야구장과 함께 골프장도 만들어지고, 식물원, 거대한 인공호수 등과 함께 1만 명 좌석의 야외 공연장, 다문화센터, 역사박물관 등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미국 내 도시 프로젝트를 통틀어 어바인 시가 추진하는 ‘그레이트 파크 프로젝트’는 규모와 시설면에서 최고이며 최대이다. 강 시장 자신도 “이 프로젝트는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 한 대역사이자 나 개인과 어바인 시의 미래 청사진이 모두 담겨 있다”며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차기 시장 선거에 꼭 재선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특별하게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은 이 도시공원 안에 ‘한국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계획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어바인 시가 추진하는 대역사에 ‘한국문화센터’가 들어선다면 “세계속의 한국”이 상징적인 의미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정치인의 본보기로 강석희 시장의 발걸음을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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