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로스쿨 진실공방전 “누구의 말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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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기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멤버 타블로(한국명 이선웅/대니얼 리)의 학력위조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명문대 혹은 고학력자를 지향하는 한인들의 그릇된 풍토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학력논쟁이 벌어지기 일쑤인 상황에서 고학력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기 마련인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LA 한인타운에도 정체불명의 유령 대학과 대학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학생들을 현혹하고 있는 상태다. 몇몇 학교들의 경우 변변한 캠퍼스조차 없는 상태에서 학위를 남발하고 있어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수업을 위주로 하는 사이버 대학교와 대학원들이 무분별하게 설립돼 이중 일부 학교들의 경우 교육기관 본연의 순기능을 뒷전으로 한 채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사회문제화될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LA 한인타운에 본교를 두고 있는 한 사이버 로스쿨 재학생들과 학교, 총장 간의 심각한 이전투구가 벌어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별취재팀>
 
예로부터 한민족은 교육을 중시해 학벌과 학연이 사회생활에서 큰 연결고리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고질적 학업 지상주의가 이른바 ‘사이버 학교’라는 공간에서 크게 변질되고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이버 대학교는 도입 초기 새로운 학위취득의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일부 학교들이 편법을 동원해 한의학, 체육학, 신학, 심지어 법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학위를 남발하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는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한인타운에도 한의학 대학, 체육대학, 신학대학, 로스쿨 등 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맞춤형 사이버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일명 ‘동네 학위’를 사고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물론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대학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속성 3개월 혹은 4개월 반을 만들어내 마구잡이로 학위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몇몇 대학들은 속성 과정을 앞세워 등록금도 일반 학교의 1/3에서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분쟁에 휩싸인 사이버 로스쿨


















한인타운 윌셔가에 본교를 두고 있는 한 사이버 로스쿨.

최근 재학생과 학교, 그리고 총장간의 알력다툼이 크게 벌어지면서 학교설립 1년 만에 큰 위기에 휩싸였다.

분쟁이 벌어진 학교는 지난해 설립된 ‘인터내셔널 퍼시픽 로스쿨(IPSL/총장 하워드 리)’로 최근 재학생들이 현 총장의 직위남용과 일부 만행에 대해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Cal State Bar)에 직접 고발하는 등 내우외환에 빠져든 것이다.

IPSL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변호사협회로부터 승인 받은 4년제 법과 대학원으로 사이버 온라인 강좌 수강으로 법학 박사학위와 변호사 자격을 동시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학교다.

특히 온라인 강의의 경우 24시간 언제든지 수강이 가능하다는 점과 1학년 과정의 경우 영어, 한국어 강의가 완비돼 있어 영어실력이 부족한 한인들을 위한 맞춤형 사이버 로스쿨임을 강조해 국내외 유수한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이 학교의 학생회 측은 학교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IPSL이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사이버 수업 운영체계의 수많은 허점이 노출되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 그 불만의 골자다.

사실 사이버 학교 특성상 개별적으로 사이트에 접속하는 재학생들인 관계로 소위 말하는 ‘동문’의 관계를 맺기가 쉽지 않음에도 IPSL의 운영체계가 잦은 허점을 드러내자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학생회를 조직해 학교 측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IPSL 학생회 측은 현재 상부기관인 State Bar에 학교의 부당한 운영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State Bar 측도 보고내용을 검토한 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학교 측에 하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IPSL 측은 “학생들의 지나친 리포트로 인해 오히려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스테이트 바의 조사과정을 심하게 거치는 등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IPSL 하워드 리 총장과의 인터뷰



– 학생회가 조직돼 IPSL의 부당한 학교운영에 대해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등 하소연을 호소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가?

“모든 것이 날조된 내용으로 날 음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학생 두서너 명이 모여 학생회를 조직했다고 하는데 배후에 누군가가 조종을 하는 것 같다. 결국 유사한 학교를 새롭게 설립하려고 준비된 자작극이다. 너무 억울하다”


– 일부 학생들은 총장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물품을 빼앗기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명해 달라.

“모두 거짓이다. 오히려 지난 수개월째 이 문제로 시달림을 당한 피해자는 나라고 보면 된다. 일부 학생들과 교수진에 의해 지난 1년 여간 준비한 자료들을 해킹 당하는 등 물질적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나 또한 검찰에 이들을 명예훼손과 절도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 학생들은 총장의 변호사 이력 등 학력위조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정확한 답변을 해 달라.

“솔직히 나는 변호사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법대 설립자일 뿐이지 교수로서 강의를 한 적도 없고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법학대학을 설립함에 있어 변호사 자격의 유무는 의무사항도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법대 설립자로서 IPSL을 창립한 것이다”


이처럼 현재 재학생들과 학교 측의 정면충돌이 발생한 원인은 다름 아닌 교과과정에 대한 양측의 이견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IPSL 재학생인 A씨는 “동영상으로 이뤄진 수업이 처음에는 교과과정대로 편성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영상 강좌가 부실해지면서 마지막 12번째 달의 경우에는 아예 교과내용이 빠진 것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학생 B씨는 “사이버 수업이라고는 하나 교수진이 너무 자주 바뀌는 등 수업의 자연스런 연장성이 떨어져 크게 애를 먹었다”며 “또한 처음 학교 광고에는 한국어 보충수업 강좌가 약속돼 있었는데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운영 자체가 중지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현재 학생들의 주장은 IPSL 측이 학교모집 과정에서 수많은 광고를 통해 25명의 전문교수진을 보유했다고 홍보했으나 실상은 이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수진이 자주 교체되면서 수업과정이 중구난방 식으로 뒤엉킨 것도 불만을 키운 주된 사례로 지적했다.

반면 IPSL 측은 “현재 18명의 교수진이 성실히 강의를 맡고 있다. 유독 한인 학생들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새 학기 개강에 애로를 겪었다”며 “아예 한인학생은 현재 2명에 불과할 정도로 모두 떠난 상태라 차라리 홀가분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

현재 IPSL의 분쟁사태는 최근 1학년 학생들의 교과과정 마무리를 앞두고 벌어진 양측간의 치열한 감정싸움으로 해석된다.

이는 사이버 로스쿨 특성상 반드시 1학년 과정을 이수해야 캘리포니아 변호사 협회에서 실시하는 베이비 바(Baby bar)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는데, 마지막 학업 이수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인학생들과의 마찰이 심화된 것이다.

IPSL 한인 학생회 측은 “이미 사이버 로스쿨에 입학한 재학생들로서는 1학년 수료과정에 대한 학점이라도 인정을 받아야지 베이비 바 테스트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고 기다렸다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학생회 측은 “IPSL 하워드 리 총장이 다수의 학생들에게 2학년 과정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1학년 과정 이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추가로 제기했다.

이처럼 IPSL의 재학생들과 학교 측의 분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학생들과 학교를 설립한 하워드 리 총장 간의 대결구도로까지 논쟁이 점화된 상태다.

한인 학생회 측은 IPSL 하워드 리 총장의 학력위조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로 그가 수많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력을 과대 포장했다고 폭로했다.

몇몇 언론의 기사를 종합해보면 하워드 리 총장은 서울고, 서울법대를 졸업해 한국과 미국에서 변호사, 판사생활을 30년 이상 역임한 것으로 인터뷰했다.

또한 그는 UCLA-위티어 법대에서 교수직을 맡았었다고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학생회 측의 조사결과 모든 이력이 날조됐으며 그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학생들을 철저하게 속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취재팀은 가주변호사협회 웹사이트(www.calbar.ca.gov)를 비롯해 미국 변호사협회, 한국 변호사협회 등을 통해 하워드 리(Howard H Lee)라는 영문명과 이해명이라는 한국이름으로 이력을 조회해 본 결과 그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IPSL의 한 재학생은 최근 하워드 리 총장에게 본인의 외장형 하드를 빼앗기는 등 물질적 피해를 입어 인근 경찰에 이를 신고한 상태다.

또한 한 재학생은 학교 측과의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IPSL의 한 재학생은 지난달 30일 LAPD에 하워드 리 총장에게 외장형 하드를 빼앗긴 것에
대해 리포트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2010 Sundayjournal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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