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진영에 모여드는‘웬갖’ 잡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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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역발상은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되는 생각을 하는 것, 또는 그런 생각”이라는 뜻입니다. 몇해전 한국에서는 이 역발상 이론이 주로 경영, 마케팅, 신제품 개발, 인사 등의 분야에서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던때가 있었습니다. ‘세계를 움직인 ceo들의 발상과 역발상’같은 관련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렸지요. 역발상은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누구도 주목하지않은 변방의 정치인 노무현은 역발상 정치로 대통령이 됐고, 바로 그 역발상 정치 때문에 아이러니칼하게도 실패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한국의 12월대선에 역발상 이론을 대입해 분석 전망을 해보면 어떤 경우의 순열조합이 만들어질까요? 판이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재미있어지고, 미로를 헤매듯 관전법이 난해해집니다. 야권후보인 안철수와 문재인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 누가되든 박근혜를 이깁니다. 이건 ‘발상’입니다. 헌데 야권후보가 누구로 단일화돼도 박근혜가 이긴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건 역발상입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가 모두 나와 3자대결이되면 반드시 박근혜가 이긴다고 모두가 믿습니다. 이건 ‘발상’입니다. 그런데 3자대결이돼도 박근혜는 진다는  전망도 만만챦습니다. 바로 역발상적인 제3의 선거이론입니다.

요즘 박근혜는 뭘해도 안되고 문재인은 뭘해도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12월 대선을 두 달여 남겨놓은 현재, 여당과 제일야당의 대선캠프는 이렇게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지난주 구민주당 동교동계 거물인 한광옥을 영입해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기려 했습니다. 그의 영입은 영호남의 화해라는 통합적 상징성외에 박근혜의 최대 취약지인 호남 유권자들을 향한 구애의 몸짓이기도 했습니다. 헌데 캠프에서 난리가 났지요. 감옥까지 다녀온 부패 퇴물정치인이 웬말이냐고 캠프가 들썩이더니, 안대희 정치개혁위원장은  ‘항의사퇴’ 위협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문재인 날고 박근혜 기고


그 무렵 문재인 진영은 구동교동계의 ‘부패 퇴물’ 정치인들을 패거리로 모셔왔습니다. 박근혜의 한광옥 채 가기에 맞불을 놓은거지요. 모조리 선대위 고문단에 위촉된 이들 동교동계 거물급은 권노갑 김옥두 김상현 이용희 정대철 등입니다. 전원 7-80대의 퇴역(혹은 퇴물)정치인이고,  모두가 교도소 동창들입니다. 이들의 ‘낡음’이나 부패전력, 정치적 효용성 따위를 시비거는 사람은 문재인 캠프엔 없습니다. 문재인 진영은, 박근혜를 이겨 새누리당 정권을 끝장낼 수만 있다면, 선대위에 염라대왕이라도 모셔올 수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정권 재탈환에 대한 결기, 의지, 절실함, 치열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적전분열과 집안싸움에 하루도 편할 날이없는 새누리당은 이들에겐 쨉이 안됩니다. 
엊그제 문재인 캠프는 권노갑을 위시한 총26명의 고문단을 발표했습니다. 작가 공지영을 비롯한 37명의 멘토단도 떴습니다. 선대위원장과 부위원장, 각특위 위원장과 부위원장 , 무슨무슨 위원들을 모두 합하면 일개 대대병력쯤 됩니다.  남산에서 돌을 던지면 요즘은 김서방 대신 민주당 선거감투 쓴 ‘문서방’이 먼저 맞을 판입니다. 자기희생 없이, 저마다 기득권을 지키려 각개약진하는 새누리당의 ‘웰빙 아바타’들로는, 문재인진영의 이 충성스럽고 용맹무쌍한  ’친노 연합군‘을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남산서 돌던지면 문서방 맞는다?


작가 공지영은 50만에 가까운 팔로워를 몰고 다니는 파워 트위터리안입니다. 문화 예술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노동 환경 외교 안보등 모든 분야의 현안에 대해, 주로 진보좌파적 시각에서, 보수정권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트윗을 날리는 ‘전업 트윗꾼’입니다. 일종의 ‘문화 권력’인 그는 잘못된 트윗을 쓰다 사이버 공간에  비난 글이 뜨면 “내가 신문기자냐?  어떻게 모두 사실확인을 하고 글을 쓰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치는 대단한 오지랖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장선거때 박원순 후보 멘토단을 이끌었던 공지영이 이번엔 문재인 멘토단에 핵심멤버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엊그제 발표된 문재인 멘토단은 37명중 31명이 시인 소설가 평론가등 문학계 인사입니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등 이념성향이 강한 진보좌파 인사가 많고, 그밖의 문인들도 문단에선 거의 존재감이 없는 정치지향적인 인물들이지요. 문재인은 이런 멘토단을 앞으로 2차,3차.4차로 계속 위촉해 발표하겠답니다. 수백명의 문재인 멘토단이 12월 대선판을 헤집을 모양입니다.

멘토단이라는 네이밍이 수상쩍습니다. 멘토는 존경하며 따르는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문재인은 과연 이름조차 생소하고 그들의 시나 소설 한편 읽은적이 없을 것 같은 이 멘토단의 귀하신 몸들을, 정말 존경하며 따르고싶어 멘토로 모신걸까요? 사실은 거꾸로 그들이 문재인을 따르며 돕다가 잘하면 한자리 얻으려 멘토되기를 자청한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멘토단이라는 네이밍은 틀렸고, ‘멘티단’이 맞습니다. 멘티는 멘토의 상대개념으로, 존경을 받는 주체가 아니라 주는 주체입니다. 그냥 문재인 후원회라고하면 되는데, 그런 아나로그식의 촌스런 이름을 멋지게 디지털식으로 바꾸다 보니까, 멘토와 멘티의 주체가 엇바뀌어진 것 같습니다.


지지율 1위 안철수, 당선가능성은 꼴찌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가 같은날(10월5-6일)  같은 조사를 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자대결에서 한겨레는 박근혜가 안철수한테  42대 52, 무려 10%차로 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조사는 박근혜 52대 안철수 47로, 박이 추석을 고비로 다시 승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와 문재인의 구도에선 더 해괴한 일이 벌어져, 한겨레는 박 46 대 문 49로 문이 앞섰지만, 중앙의 조사에선 박 52 대 문45로 박근혜의 오차범위밖 대승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여론조사는 조사주체가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수도 있습니다.

역발상 정치-바로 정치의 역발상적 기능이 신통력을 발휘하는 토양은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앞서 예를든 한겨레 조사에서 박근혜는 안철수에게는 물론 양자대결에서 문재인한테도 졌습니다. 박근혜 진영으로서는 절망적인 상황이지요.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박근혜는 당선가능성에서 47 대 21 대 20으로 문재인과 안철수에 크게 앞섰습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는 당선 가능성이 꼴찌고, 지지율 꼴찌인 박근혜는 당선 가능성이 1등입니다. 안철수의 당선가능성을 낮게보는건 그가 야권후보 단일화 담판이나 경선에서 제1야당의 프리미엄과 막강한 조직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은 중도하차 할것이라는 예상이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가 박근혜를 잡는 절대절명의 도깨비방망이는 결코 아니라는 역발상엔, 다음과 같은 계산법도 한몫 합니다. 박근혜가 문재인과 붙으면  안철수를 지지하던 무당파중에서 무려 12%가 문재인대신 박근혜한테로 갑니다. 역으로 박근혜와 안철수가 맞붙을 때도 민주당 지지자의 11%는 안철수를 버리고 박근혜쪽으로 갑니다. <중앙일보 조사> 
문재인과 안철수가 단일화하면 진쪽의 열성지지자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질겁니다. 문의 지지자들은 안을, 안의 지지자들은 문을, 박근혜보다 더 증오하게될지 모릅니다. 97년 대선때 같은 보수후보인 이회창과 이인제 후보,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은, 진보후보인 김대중 후보보다 자기들끼리를 더 미워하고 배척했습니다. 지지후보를 잃은쪽 유권자의 20-30%만 투표를 안하고 기권을해도 박근혜한테는 꽃놀이패가 쥐어지는 셈입니다.

12월 대선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진검승부로 결판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그 집안 돌아가는 꼴이 요즘 말씀이 아닙니다. 웬갖 잡새 날아들며, 속편 ‘임을 위한 행진곡’ 맹렬히 불어제끼는 문재인 캠프의 기세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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