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확인> MB, 소망교회 왜 떠났는지 알고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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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망교회를 최근 떠난 사실을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확인했다. 소망교회는 이 전 대통령이 한 때 장로까지 지난 교회로, 그는 지난 정부 집권 초 소망교회 출신 인사들을 대거 공직에 등용시켜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대) 정부라는 신조어까지 낳은 바 있다.
소망교회 핵심 교역자 및 성도들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 몇 차례 이 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했으나 지난 5월경부터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강만수 전 장관 등 지난 정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도왔던 핵심측근들은 여전히 이 교회를 출석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전히 이 교회의 명예장로이면서 교회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을 정도로 교회에 대한 애착이 각별했던 그가 어떤 이유로 이 교회를 떠난 것일까. 교회 내에서는 이와 관련해 담임목사와 전 목사간 헤게모니 다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교회 내의 싸늘한 시선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소망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내막을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평민으로 돌아와 첫 모앙교회 출석시 교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복판에 위치한 소망교회. 장로교 소속인 이 교회는 강남뿐만 아니라 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교회 중 하나다. 이 교회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강남 대형교회답게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본국의 내노라하는 각계 인사들이 출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수 십 년 간 이 교회에 출석하며 성가대 단장과 장로까지도 역임했다. 그가 소망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잘 알려졌다. 특히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 종교편향 발언을 수차례 해 큰 물의를 빚을 정도로 나름 신앙심이 깊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4년 서울시장 시절 한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내용의 봉헌사를 낭독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던 것. 그는 2004년 5월 30일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청년‧학생 연합기도회’에 참석, ‘서울을 하나님께 드리는 봉헌사’를 낭독했다.
봉헌사에서 이 시장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서울의 교회와 기독인들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영적 파수꾼임을 선포한다”며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 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모 인터넷 언론과 기독교 TV 등을 통해 알려지자 각 포털 사이트와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개인자격이 아니라 서울특별시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런 선언을 한 것은 공직자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이 교회 출신 인사들을 대거 공직에 중용했다. 소망교회는 당시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소건회(소망교회 건설인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이 존재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인수위원장에 이 교회 출신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을 앉힌 것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등을 앉혔다. 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의 권력 주변에 있던 이상득 전 의원과 정몽준 의원, 이종구·권철현 전 의원 등을 중용했다. 그러면서 고소영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고, 집권 초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데 큰 몫을 했다.


알력다툼이 원인?


교회와 관련한 각종 비판이 있었지만 소망교회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2010년 4월 부활절에는 소망교회를 직접 찾아 예배를 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경호팀에는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예배 참석에 반대했으나 이 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를 말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퇴임 후 첫 일요일에도 소망교회를 찾아 예배를 봤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예배를 보고 교인들과 잠시 환담을 나눈 뒤 ‘논현동 사저’로 돌아왔다. 교회 측은 ‘’이명박 장로님, 김윤옥 권사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어 이 전 대통령 내외를 환영했다. 하지만 그를 환영했던 분위기도 잠시, 교회 내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반기는 목소리를 점차 작아졌고 그도 결국 이 교회를 떠났다.













 ▲  좌-소망교회 원로목사 곽선희, 우-소망교회 담임목사 김지철. 두 목사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MB는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소망교회를 떠났다.

이 전 대통령이 교회를 떠난 이유에 대해 직접적인 이유를 밝힌 적은 없지만 교회 내에서는 그가 최근 몇 년 간 소망교회에서 계속되어 온 전 목사와 현 담임목사 간 갈등의 영향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몇 년 간 소망교회는 크고 작은 소송만 40여건에 달했다.
2011년에는 교회 부목사가 담임목사실에서 김지철 담임목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사건 당일 오전 8시 40분경 부목사인 조 모 씨와 전 부목사인 최 모 씨는 담임목사실로 찾아와 사목활동 배정표에서 제외됐다는 이유로 김 목사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최 씨는 부목사직에서 해임된 뒤 지난해 7월 부목사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소망교회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고, 조 씨도 1월 1일자로 교구배정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이날 폭행으로 김 목사는 왼쪽 눈주위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조 씨 등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폭력사태를 둘러싼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소망교회는 이날 2부 예배부터 5부 예배까지 1부 예배의 녹화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08년에는 장로가 집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3년 김지철 목사가 부임한 이후 소망교회는 김 목사의 교회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줄곧 내홍을 겪어왔는데 급기야 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가 반대파 집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2008년 12월 소망교회 장로 윤 아무개 씨는 김 목사에게 불손하게 대하고 항의했다는 이유로 같은 교회 집사를 폭행, 갈비뼈 4개를 부러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거론된 혐의들은 교회 성직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살인미수 및 폭행 등이었고, 이를 시작으로 신도들 간의 명예훼손 등 줄소송이 진행됐다. 또 2010년 9월에는 김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와 반대하는 장로 간의 폭행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의 기저에는 김지철 목사와 곽선희 전 담임목사 간 헤게모니 다툼이 자리잡고 있었다. 소망교회는 지난 10년 간 설립자 곽선희 원로목사가 물러나고 김지철 목사가 부임한 후 소망교회 장로들 간에는 심각한 파벌싸움이 벌어졌었다. 소망교회는 2008년 9차례의 당회의가 모두 파행 운영되는 등 내분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이는 급기야 기독교계에 오명으로 남을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됐다. 2009년 3월 반대파 장로 21명은 김 목사를 횡령혐의로 고소했고, 다음 달에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추가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03년 10월에 취임한 김 목사가 당초 사례비로 7200만 원을 받기로 했는데 당회 결의도 없이 1억 3400만 원을 받았고, 매년 1억 4200만 원으로 올려 받는 등 지난 3년간 약 3억 원 이상의 헌금을 횡령했다는 주장이었다. 다툼의 원인에는 곽선희 원로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목사는 1977년 소망교회를 맡아 신자 5만명의 대형교회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지난 2003년 그의 아들 곽요셉 목사가 시무하는 예수소망교회에 130여억원을 지원한 것과 관련, 변칙 세습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 정부 인사들과 등 돌렸나


두 세력 간 다툼은 최근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는 했으나 교회 내에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은 곽선희 원로목사 측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김지철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에도 꾸준히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곽 목사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이 교회를 다닌 기간 중 대부분은 곽 목사가 시무하던 때다. 그를 장로에 앉힌 것 역시 곽선희 목사다. 곽 목사는 2007년 대선 당시에도 보수 기독교 인사들을 결집해 이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소망교회 한 관계자는 “현재 담임목사와 곽선희 원로목사가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곽 목사와 가까운 이 전 대통령이 소망교회를 다니기가 난감하지 않겠느냐”며 “직접적으로 말은 안 하지만 그런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곽 목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교회 내에서도 그에 대한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강만수 전 장관 등 MB정부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소망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전 정부 측근들 간 사이가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한 때 대한민국 정부의 한 축이 되었던 소망교회와 그 빌미를 제공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원히 등을 돌렸다는 것은 현재 이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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