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난(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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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지난 2일 한국국회 본회의는 소리 소문 없이 특별법 하나를 통과시켰습니다. <대통령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입니다. 이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 또는 그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경호실이 5년 범위 내에서 경호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부부는 퇴임 후 10년 동안만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받습니다. 이명박 노무현 대통령 부부는 혜택대상이고, 2003년 2월 24일 퇴임한 김대중 대통령 부부는 해당이 되지 않지요.
 이 특별법은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위해 만들어져, 일명 <이희호법>으로 불립니다. 국정원 파동 탓에 일반엔 특별법 국회통과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수층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위해 국가예산을 낭비하는 대표적 위인설법(爲人設法) 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퇴임 10년이 넘는 전직 대통령 부부는 누구나 고령 등을 이유로 경호연장을 요청할 길이 열렸습니다. 국민 혈세가, 별로 존경받지 못하는 전직 대통령 부부들의 노후 안락을 위해 이렇게 낭비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은 납득하지 않을 겁니다.
이희호 여사는 올해 나이 만 91세의 고령입니다. 그 나이에 무슨 대외활동이 필요하다고 특별법 까지 만들어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받으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엔 지금 한 달에 100달러- 10만원도 안되는 기초 노령연금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65세 이상 빈곤층 노인이 390만명이나 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퇴임 대통령의 연금으로 이미 ’특별국민‘ 대접을 받으며 ’우아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분이,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를 계속 받고 싶다며 내 세운 이유가 “10년 동안 같이 지낸 경호원들과 헤어지기 싫어서…”였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굶주려 죽어가는 2500만 북한주민을 위한 <북한 인권법> 제정을 끝내 외면한 정당입니다. “북한 인권법 저지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 전 원내 대변인 박지원이, 이번 이희호 특별법 제정에 앞장 서 또 하나의 ‘보람’을 찾았습니다. 이희호 한사람의 인권이, 북한주민 2500만의 인권보다 더 막중했던 걸까요.


이희호 특별법과 전두환 특별법


이희호 특별법에 앞서 국회는 <전두환 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법의 취지와 성격은 다르지만,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이 자기네 이름이 들어간 별칭 특별법에 따라 한사람은 ‘특별 대접’을, 다른 한사람은 ‘특별 푸대접’을 받게 된 건, 한국정치의 후진성이 드러난 또 하나의 단면입니다.
전두환은 지금 치매치료를 받고 있다지요. 그러고 보니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고 ‘헛소리’를 한 건, 인지기능 저하로 최근 일은 잊어버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전형적 병리 증세 같습니다. 전두환의 치매는 12.12 군사반란과 광주 학살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내면의 심리 기제(機制)가 작용한 심인성(心因性) 병변일지 모릅니다. 그의 진솔한 참회와 함께 16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받아 내려면, 무엇보다 치매치료부터 빨리 해, 심각하게 훼손된  정신 행동증상 부터 치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두환과 함께 군사반란과 광주학살의 공동정범 중의 하나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금 미납 추징금 230억원을 놓고, 동생 노재우, 그리고 전 사돈 신명수(신동방 그룹 회장)와 추잡하고 남사스런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태우는 육사 때 전두환 보다 훨씬 똑똑했다는데, ‘나쁜 잔머리“ 굴리는 데는 전두환이 노태우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전두환은 기업인들로부터 ’퍽치기‘ 해 빼앗은 돈을 모두 ”배신 때릴 염려 없는“ 직계 피붙이인 아들  딸에게 준데 비해, 노태우는 어벙스럽게도 ”권력의 끈이 떨어지는 순간 안면 몰수 할“ 동생과 사돈한테 맡겼습니다. ’정황상‘ 노태우 비자금을 맡아 챙겼을 게 뻔 한 동생과 사돈은 ”내 돈을 내가 왜 내놓느냐“고 오리발을 내밀고, 노태우 부인 김옥숙은 ”시동생 돈은 우리 돈이니 빼앗아 추징금으로 가져가 달라“고 정부에 고자질을 하고 있습니다. 집 구석 돌아가는 꼴이 갈수록 가관입니다.
노태우는 소뇌 위축증이라는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도 전두환 치매와 비슷하게 기억력과 언어 장애, 운동장애, 신경과 근육 마비등으로 심하면 시력까지 잃고 서서히 죽음에 이르게 되는 병이라네요. 한국 근대사에 가장 고통스런 암흑의 한 시대를 연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올해 여든 세 살 입니다. 덧없는 세상욕심 훌훌 털어 버리고, 죽장망혜(竹杖芒鞋) 차림으로 먼 길 떠날 채비를 할 나이입니다. 참회는 커녕, 쓰지도 못하고 가져가지도 못할 더러운 돈 다발 잔뜩 움켜쥐고 지옥의 묵시록(默示錄)을 쓰고 있는 전두환과 노태우-. 이들과 한 시대를 같은 하늘 아래서 함께 한 우리 모두가 차라리 죄인이라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문재인의 뻥과 꽝…왜일까?


한국의 여름 장마가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켜놓는 TV 뉴스는 온통 한국의 물난리 소식으로 넘쳐납니다. 이민 오기 전 우리가 한국 살 때 보다 요즘 여름 장마는 훨씬 기간이 길어졌고, 피해규모도 커졌고, 피해내용도 그악스러워졌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여름장마 피해는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날 것 같아 걱정입니다..
‘물난리‘가 끝나면 뉴스는 곧바로 ‘NLL 난리’로 이어집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과 노무현을 대표선수(?)로 내세워, 너 죽고 나 죽기 식 NLL 백병전(白兵戰)을 반년 가까이 벌여 왔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NLL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당장의 살림살이 걱정과 장마 걱정만도 ‘왕짜증’입니다. 헌데 정치 한다는 위인들은 허구헌날 민생과는 관계없는 NLL이 어떻고,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에서 무슨 ‘역적모의’가 있었고, 국정원 댓글이 얼마나 싸가지 없는가 하는, ‘영양가 없는’ 문제들을 놓고 저희끼리 쌈박질을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퇴임 후 국가기록원에 보냈다는 노무현 김정일 회의록은 1주일 동안이나 뒤졌지만 ‘회의록 실종’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헌정사에 일찍이 없던 국가 사초(史草) 파기 사태입니다. 대통령 기록관을 뒤져 ‘노무현의 무혐의’를 확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던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의 꼴이 누구보다 우습게 됐습니다.
문재인이 국가기록원 파일을 뒤지자고 큰 소리 칠 때, 민주당은 참여정부 2인자이며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이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줄 알고 흔쾌히 따랐습니다. 헌데 모든 게  뻥이고 꽝이었습니다. 야당은 아직도 딴소리를 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화록을 파기 은닉하고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사실로 밝혀지면 고인이 된 노 대통령은 10년 징역의 중죄인이 됩니다. 자료를 없애는데 관여한 측근들 역시 엄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여름 태풍만 난리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이 이런저런 일로, 여기저기서 난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조용한 ‘전직’은 현직 때 업적이 ‘별로’라는 김영삼 대통령 뿐입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떼거지로 난(亂)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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