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승자없는 총선…‘박근혜 심판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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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십상시의 오만이‘참패’불러…조기 레임덕 본격화

역풍 맞은 朴의 탐욕정치

박근혜본국에서 벌어진 4·13 총선은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과반은 고사하고 탈당한 무소속 후보를 합친다고 해도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의석수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야권분열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맞먹는 의석수를 기록했고, 국민의 당은 40석에 가까운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더민주는 호남에서 참패를 거둠으로써 지역기반을 잃었고,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그런 면에서 어느 당도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승자는 없되, 분명한 패자는 남은 선거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 ‘배신의 정치’ 등의 표현을 써가며 국회 심판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특히 야권분열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참패한 데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인식돼 온 영남권에서 야당과 무소속의 약진을 허용한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권이후 3년동안 내내 보여준 박대통령의 불통과 아집 정치와 십상시를 비롯해 밤의 그림자로 불리는 정윤회와의 관계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은 더 이상 그녀에게 희망이 없다고 판단, 결국 4.14총선의 대참패로 이어진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공천과정에서 보여줬던 ‘친박-진박’ 분열이나 옥쇄파동이라는 희대의 막장 드라마는 국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불러오는 본격적 계기가 됐다. 이는 철저하게 박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비서진들의 탐욕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단순히 몇 석 수준이 아니라 여당 전체를 좌지우지 하려다 오히려 여소야대를 만드는 역풍을 맞았다.

<선데이저널>은 2015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2016 총선 시나리오에 대해 몇 차례 보도했다. 당시 본지가 다각적으로 취재한 시나리오는 이랬다. 일단 대구와 경북 그리고 강남 등 새누리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에 대거 친박인사들을 공천을 줘, 적어도 친박계의원들을 30~40석 이상 확보하는 전략을 짰다. 이는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퇴임 후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최소 의석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었다.

김무성귀 막은 여왕의 비극

이런 시나리오가 제대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김무성 대표가 잡고 있는 당권을 가져오거나 최소한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의 둘째 사위 이상균 씨의 마약 복용 파문이 일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질 때처럼 오래된 소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본지도 몇 차례 특종 보도를 했지만, 상균 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캐면 캘수록 나왔다. 특히 이 사건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 내 친이계도 숨을 죽였다. 결과적으로 김 대표는 힘이 빠졌고, 최경환 부총리 등이 그 틈을 치고 들어왔다.

이후 있던 공천과정에서 청와대는 더 큰 탐욕을 부렸다. 당초 30~40석의 친박 후보들을 생각했던 박 대통령은 이른바 진박 후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통해 이들을 꽂아 넣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이 탈당했고, 김무성 대표가 막판에 옥쇄파동을 일으켰다. 이런 막장 드라마는 그야말로 지지층 이탈을 대거 유발했고, 국민의 당이라는 다소 기괴한 정당을 탄생시켰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탐욕은 역풍을 맞았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진박 후보들이 탈락했고, 본선에서는 일부 대구 지역 인사들을 빼놓고는 낙선의 쓴맛을 봐야 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쳐, 새누리당은 그야말로 과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는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본인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십상시 들의 책임이다. 청박 대통령과 비서진들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및 친박 최고위원들을 내세워 새누리당 공천을 좌지우지 했다. 대표적인 것이 유승민 의원의 공천과정이다.

유 의원이 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화근이 되어 박 대통령은 그를 사실상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리고 원유철이라는 아바타를 내세웠다. 이한구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 유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고 그가 당을 나가기만 기다리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실상 청와대에서 공천을 주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맘대로 할 수 없어서였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사실상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공천하다가 결국 지지자들을 잃었다.

▲ 박대통령 눈밖에 나 끝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 출마로 당선된 유승민의원은 복당을 선언하며 새누리당의 전면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 박대통령 눈밖에 나 끝내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 출마로 당선된 유승민의원은 복당을 선언하며 새누리당의 전면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독선 아집 국정운영 심판

이는 박근혜 정권에도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국회선진화법까지 손 댈 수 있는 180석 달성도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던 터였다. 투표일 하루 전까지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회 심판론’을 제기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도 탄식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받게 됐다.

청와대는 우선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와대는 공천개입설에 강하게 손을 내젓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의 영향력을 기정사실화해왔다는 점에서 비박계는 비판의 화살을 청와대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대구와 부산, 충북, 전북, 경기 등에서 벌인 창조경제 행보와 선거 전날 목소리를 높인 투표 독려 및 ‘국회 심판론’도 무위로 그쳤다. 특히 청와대 입장에서 뼈 아픈 것은 남은 2년에 대한 기대보다는 박근혜정부 3년에 대한 심판에 더 많은 국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란 평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선과 아집’으로 점철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뚜렷해 임기 말 국정운영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이 가속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야권 후보들이 일부 당선되고 여당의 전통적 텃밭인 ‘낙동강 벨트’에도 야풍(野風)이 거셌던 점은 상당히 큰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총선 결과와 맞물려 돌아갈 내년 대선 구도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여권 후보 선출에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와대가 밀었던 오세훈 후보나 안대희 후보 등이 모두 탈락하면서 청와대는 내년 대선 후보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러브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과반 달성 실패에 따라 무소속으로 당선된 비박계 인사들의 복당 가능성도 높아졌다. 친박계는 “탈당 인사들의 복당은 절대 안된다”는 방침이지만 쪼그라든 세력 때문에 복당 불가피론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여당 내 비박계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것으로 보여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을 떨어트리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남 자민련 안철수 케스팅 보드

김무성 대표가 받을 타격 역시 적지 않다. 새누리당 대선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던 김 대표는 표심 향방을 가를 수도권을 집중 공략했지만 총선 무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대선 주자 저력이 반감됐다. 공천 파동 등으로 불거진 여당·정권에 대한 피로감을 수도권 유권자들이 냉정히 표심으로 드러내며 지금까지 쌓아온 추동력에 제동이 걸렸다. 이는 본지가 보도했던 둘째 사위의 마약 파동 등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여기에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에게 책임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 김 대표가 내세운 ‘상향식 공천’으로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았고, 살생부 논란과 ‘옥새 파동’ 등 잇따른 공천 잡음이 민심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호남을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야권 내 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호남을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야권 내 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과거 약속한 대로 총선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권 주자의 길을 갈 것으로 분석된다. 당내 입지가 축소된 비박계 한계를 극복하고 친박계와의 혈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여당과 맞먹는 의석수를 기록한 더민주의 선전은 일단 문재인 전 대표 대권 가도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호남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는 그의 최종 야권 후보 낙점 가능성에 결정적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호남을 확실한 지지 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야권 내 후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 의원 등 구악 이미지가 강한 주변 인사들과 ‘호남 자민련’으로 설명되는 지역적 한계는 안 대표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호남을 확보한 안 대표와 여전히 전국적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또다시 피 말리는 야권 대선주자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문 전 대표는 향후 당직 등 공식 직함을 맡지 않은 채 호남 민심 확보와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호남 지역의 범친노 인사를 당권 주자로 내세우며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매섭고 혹독한 사정한파 불어 닥칠 듯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 정책위의장, 당연직 최고위원 등 주요 당직을 맡겨 중도층 외연 확장 작업을 지속할 공산이 높다. 안 대표는 향후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층 외연 확장에서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중도 보수 성향 인사들을 추가 영입하는 데도 공을 들일 전망이지만 뿌리가 없는 김종인 대표의 입지가 선거가 끝나고 나서 과연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미지수다. 그리고 청와대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적어도 국회개원 전 매섭고 혹독한 사정바람과 함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유야 어찌됐던 이번 4.13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정치의 종지부를 확실히 찍을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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