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우린 이런 총영사를 원해요

이 뉴스를 공유하기
총영사

▲이기철 총영사가(왼쪽)가 「효도대잔치」에서 참석자들과 어울리고 있다.

20세기 최고 미국의 국민 시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는 로버트 프로스트는 “외교관이란 여자 생일은 기억하지만 여자 나이는 결코 기억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재밌는 말을 했다.
이기철 신임 LA 총영사가 지난달 21일 부임한지 10일로 20일째를 맞고 있다.
‘외교관은 총 없이 싸우는 군인’이라는 말처럼 이 총영사는 주말도 없이 부지런히 코리아타운은 물론, 관할 지역을 매일 누비고 다닌다. 처음 LA부임해서 첫 번째 맞는 주말에 그는 혼자 차를 몰고 동포들의 비즈니스가 많은 코리아타운 웨스턴 가를 무작정 달리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한글로 크게 쓰여진 교회 사인을 보고 반가워 들어가니 ‘동양선교교회’였다고 한다. 떡집도 가보고 잡화상도 들어가 보았다고 한다.
본보는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이기철 총영사의 부임 소식을 들은 우리 동포들은 과연 총영사에 대하여 어떤 기대와 감정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선조들의 독립운동 유산을 전하는 단체의 장을 맞고 있는 H모 회장은 “신문을 보니 총영사님이 한인회 등 여러 단체들을 방문하는 것을 보았다”며 “우리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라고 묻는다. 기자는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하기는 했나요’라고 했더니, H회장은 “우리가 편지를 쓰면 총영사님이 정말 보실가요?”라고 다시 물어왔다. 기자는 ‘우는 아기가 떡을 받는 법’이라고 했다.

타운의 사회복지 단체에서 활동하는 원로 L씨는 “지난동안 많은 총영사들이 LA를 거쳐 갔다”면서 “총영사들은 동포단체 행사에서 축사 등 인사를 하는데 거의 매번 총영사들은 자신의 축사나 인사를 끝내고는 바로 자리를 뜬다”면서 “물론 공직자로서 바쁜 일상이지만 적어도 단체 행사에 왔으면 그 단체 행사를 끝까지 함께 한다면 실제로 상호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고, 그 단체도 자신들 의 활동을 더 충실하게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말한 L씨는 “내가 기억하기로는 최근에  LA공관장을 지낸 S총영사가 그나마 단체 행사 참석에서 끝까지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며 “인사만 하고 떠날 것이면 차라리 참석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타운의 젖줄’인 다운타운 봉제공장에서 매니저 일을 하는 K씨(여)는 “할 수만 있다면 총영사님이 이곳에서 힘들게 재봉틀을 돌리는 한인 여성들도 만난다면 좋겠다”면서 “신문을 보면 총영사님이 한인회다 평통 등을 가시는데…그 한인회는 우리들의 문제를 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K씨는 “새로 총영사님이 부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있지만, 우리와는 아주 먼 동네 이야기처럼 들린다”면서 “이번 달이 가정의 달이니 높은 분들이 양로병원이나 노인 아파트 등에도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동포를 감싸는 공관’
타운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J씨는 “매번 총영사님들이 부임하면 ‘동포를생각하는 공관장’ ‘동포를 보호하는 공관’이라고 강조하는데 나중  본국으로 돌아갈 때를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면서 “한 가지라도 야무지게 하는 총영사를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비록 택시기사를 하지만, 총영사님이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버스나 지하철 등도 타보고 이민사회의 서민 생활을 보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네바다주 리노에 있는 한인회의 K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런 시골에 있는 한인회에서 총영사님을 초청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기자는 ‘초청의사를 밝혔나요’라고 되물었다. “아니요”라는 답변이었다. 다시 기자가 ‘초청도 안 해보고 기대를 하면 안 되지요. 그곳 동포들도 총영사를 만날 수 있어야지요’라고 말해주었다.
한편 총영사관 직원들은 자신들의 수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한 행정 직원은 “해당 영사님으로부터 갑자기 일거리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아마도 총영사님이 닦달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소속이 아닌 타 부처에서 파견된 영사들 중 한 관계자는 “대사님 (공관내부 에서는 이기철 총영사가 직급이 대사이기에 ‘대사’로 부른다)이 만나는 동포 단체 인사들의 이야기를 너무 경청하시는 관계로 어떤 때는 담당 영사들이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담당 영사들의 입장을 먼저 청취한 다음 객관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 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기철 총영사는 총영사관 홈페이지에 인사말을 통해  미주독립운동사에 전통을 지닌 LA가  의미 있고 중요한 지역을 관할하는 총영사로서 동포 사회와 소통하며 동포들이 느낄 수 있는 총영사관을 만들 것을 약속하면서 다음 네 가지 목표를 소개했다.
첫째, 문턱 낮은 총영사관이 되고자 앞으로는 고민 없이 찾아오실 수 있는 문턱 낮은 총영사관을 만들겠다. 둘째는 실질적인 동포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총영사관이 되겠다. 셋째, 한국을 알리는 총영사관이 되겠다. 넷째, 동포사회와 함께 가는 총영사관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런 일들이 동포사회와 총영사관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1-2년 후에는 점차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인이며 곧바른 자세로 권력에 아부하지 않았던 외교관이었던 이동진 전 나이지리아 대사는 “공직이란 어느 것이나 반드시 끝날 때가 있다. 그것도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매우 빨리 끝나고 떠날 때의 아쉬움과 미련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라는 글을 썼다. 후배 외교관들이 귀담아야하는 글로 생각 한다.
참신한 이미지로 우리 앞에 다가온 이기철 총영사가 동포사회를 향해 내민 손을 우리 서로 먼저 잡아 “천사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표방한 LA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민족답게 ‘LA코리아타운 의 기적’을 창출해보고자 하는 꿈을 꾸어보자.

(성진 기자)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