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책을 읽는 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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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있게 한 사람들, 그러나 오늘이 잊은 사람들”

2017년 정유년 새해에는 책을 많이 읽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책을 통하면 우리는 모든 세상을 갖게 된다. 과거에서 오늘을 함께 그리고 내일까지도 예측해 볼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된다. 최근 한국의 머니투데이는 올해의 책 선정을 각계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에 출간된 책 중 재미있게 즐겁게 읽었고,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만한 책들을 인문사회학과 과학 분야에서 한 권씩 선정했다. 특히 이번 선정된 도서에는 미국에서 살다 간 영웅 김영옥 대령에 관한 책도 선정됐다. 미국에서 주문은 global.interpark.com나 adus.aladin.co.kr로 하면 편리하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영웅-김영옥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영웅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
한우성(전 미주 한국일보 기자) 지음. 북스토리 펴냄 / 추천: 동네북, 들풀(직장인)

참다운 지도자에 목말라 있는 참담한 풍경. 리더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위인이 있다. 감히 나는 이분을 ‘현대판 이순신 장군’이라 칭하고 싶다. 한번 책장을 넘기면 중간에 덮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김영옥 대령은 인종차별이 극에 달하던 2차 세계대전 때 유색인종으로 드물게 장교후보생 과정을 거쳐 소위로 임관했다. 재미일본인으로만 구성된 부대의 소대장으로 유럽 이탈리아 전선과 프랑스 전선을 누비며 엄청난 전공을 세웠다.
다른 부대가 패배하여 후퇴하던 전투를 반전시키는 가 하면 피사와 로마 해방 전투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일본인 부대원들로부터는 국적을 초월한 존경의 의미로 ‘사무라이 김’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6.25 때는 미군 최초의 동양인 대대장으로서 1.4 후퇴 이후 중부전선을 60km 북상시키는 주역이 되어 불패의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고지 전투 스타일을 보면 미군 교재에도 없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놀고 있는 상급부대 포병부대와 탱크의 지원 활용하기, 개점휴업 중인 대구경 대공포를 빌려다가 직사화기로 고지전에 투입하기, 적진을 가로지르는 야간행군을 통해 다음날 전투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한 번도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전투 천재다.
이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참군인의 모습과 전역 후의 인권운동가의 모습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빈민과 어린이, 여성 인권을 위해서 평생 헌신했다.
아직도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지난 2011년 5월 30일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 (Memorial day)를 맞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명을 선정했는데 그중 13번째에 고(故) 김영옥 대령이 포함됐다. 많은 사람이 한번쯤은 읽어보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한국사를-지켜라오늘을 있게 한 사람들, ‘한국사를 지켜라 1: 독립운동가로 산다는 것’
김형민 지음. 푸른역사 펴냄 / 추천: 배소라(출판 컨설턴트)

오늘을 있게 한 사람들, 그러나 오늘이 잊은 사람들-우리의 독립운동가들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 7월 22일에 개봉된 영화 ‘암살’은 한 달도 채 못 돼 관람객 천만 명을 돌파하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오락영화나 블록버스터도 아닌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대중 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영화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투쟁했고 목숨을 바쳤던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다.
일제강점기 역사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의열단, 신흥 무관학교, 상해 임시정부도 등장한다.
하지만, 임시정부를 제외한 나머지 조직의 구성원들과 역사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 독립운동사에는 수많은 공을 세우고도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던 ‘김원봉’처럼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인물이 있다.
저자는 그들의 백 분의 일, 천분의 일만이라도 들춰보고 싶은 심정에서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도산 안창호가 “그녀 같은 사람 열 명만 있어도 조선은 독립됐다”고 했던 김마리아, 식산은행에 폭탄을 던지고 동양척식 주식회사에 총알 세례를 퍼부은 후 죽어가면서 “2천만 동포들아. 분투하라. 쉬지 말라”고 외치던 나석주, 1923년 경성을 뒤흔든 10일의 주인공 김상옥, 의병으로 전사한 남편의 뒤를 이어 ‘독립운동가들의 어머니’로서 독립군 수발에 나섰던 남자현, 광주학생운동의 숨겨진 봉우리, 장재성 등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일제 식민정부를 혼비백산하게 한 그들의 활약과 재판정에서조차 당당하게 독립을 외쳤던 그들의 패기에 통쾌함을 느끼지만, 그들이 마주쳐야 했던 잔혹한 운명은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토록 힘겨운 세월을 보내며 평생 독립운동을 한 보상이 불명예와 죽음뿐이란 말인가.” 오늘을 있게 했으나 오늘이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역사다.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고통에 반대하며’
프리모 레비 지음. 심하은•채세진 옮김. 북인더갭 펴냄 / 추천:동네북, 좀비비추(시인)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의 현실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일들. 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사람이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에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정표를 잃고 거리에서 헤매고 있다.
삶에 대한 현주소를 잃어버렸다고나 할까. 어디로 가야 고통 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면 그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프리모 레비의 ‘고통에 반대하며’는 그런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작가 프리모 레비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활하게 된다. 책은 수용소 시절 이전의 기억들을 끄집어냈다. ‘우리 집’으로 시작해 유년의 기억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뿔을-가지고-살-권리마음이 살아있는 삶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레드스톤 펴냄 / 추천:이인선(주부)

‘열 편의 마음 수업’이란 부제를 달고 나온 ‘뿔을 가지고 살 권리’. 제목부터 솔깃하다. ‘ 마음 비우기’를 권고하는 여느 책들과는 좀 다르다. 정신요법 전문가가 쓴 책이라 임상사례를 접할 수 있다. 현재 이즈미야 클리닉 원장인 그는 ‘마음을 여는 대화’, ‘약에 의지하지 않아도 우울을 치료한다’등의 저서를 냈다.
저자 본인도 ‘ 내 멋대로 사는 용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다. 그는 보장받은 의사 일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유학을 떠난 적이 있다.
일부 동료는 ‘ 무책임하고 자기 멋대로’라고 질책했지만, 프랑스인 친구는 ‘멈춰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다니 매우 훌륭한 일!’ 이라며 칭찬했다. 책의 시발점은 바로 자신의 귀한 자질 (뿔)을 죽인 채 갑갑하게 살아가는 일본의 정신 풍토를 돌아다보며 시작됐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우며 성장했지만, 인간의 행동을 이성적 사고로 제어하면 내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가 된다.

예술이 지향하는 좋은 삶을 위한 길에 서다 -‘심미주의 선언’
문광훈 지음. 김영사 펴냄 / 추천: 한다빈(공학박사)

‘심미주의 선언’은 다소 철학적이고 저자의 사유가 주를 이루는 내용이어서 그런지 읽기가 쉽지 않다. 저자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어떤 한 외로운 정신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무모한 사투와도 같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한편으로 그만큼 저자의 깊고 치열한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심미적 경험은 공적 광장에서 공적 행복으로 나아가는 개인적 자아의 자기갱신적 변형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이 활동은 곧 윤리적이다. 이때 중심은 반성력, 즉 자기를 돌이켜 살펴보는 능력이다.” 이 내용은 책의 전체적인 방향을 이끄는 중심이다.
이러한 개념은 동양 철학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수신(修身)이나 극기(克己)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다소 딱딱하기도 하지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다. 미켈란젤로, 죠르죠네, 실바토르 로사, 앙소르, 라파엘로 산치오 등의 그림이 그렇다. 세세한 부분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저자의 오랜 성찰의 결과물일 것이다.

지루한 일상을 함께 하는 것도 사랑의 과정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은행나무 펴냄 / 추천: 김혜주(화가)

선택 없이 주어짐으로 삶을 시작한다. 주어진 삶에서 사랑과 결혼은 상호 선택으로 이뤄지는 매우 중대한 일이다. 사랑만치 농축된 배움을 가질 기회의 교육장은 흔치 않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라비라는 남자와 커스틴이라는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흔한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 흔할 수 없는 각자의 소중함과 치열함이 있다.
결혼생활 1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알랭 드 보통은 소설의 라비를 빌어 서술한다. 가졌던 환상을 포기할 때에서야 마침내 사랑하는 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 어떤 것도 완벽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낭만적 사랑이란 조건부의 거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감정의 동요와 매력으로 끌리고 사랑앓이, 고백과 교제로 이어진다. 오래 함께 살아가기로 한 커플의 ‘사랑’에 인생의 다른 요소들이 새어 들어오는 모습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기술을 섭렵해두는 것이 마땅하다. 평범한 인생을 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불안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좌절해 남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 용기, 세상이 부주의하게 입힌 상처를 감지하더라도 너무 분노하지 않을 용기, 미치지 않고 어떻게든 적당히 인내하며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 저자는 이것은 진정한 용기이고, 그 무엇보다 더욱 영웅적인 행위라고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맛의-천재-이태리-음식이탈리아 음식의 역사? 아니, 식탁 위의 인문학 – ‘맛의 천재’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 / 추천: 김정수(시인)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기록한 ‘맛의 천재’는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이탈리아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자세히 알려준다. 이탈리아 역사 저널리스트인 저자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많은 책과 그림을 꼼꼼하게 살피고 집요한 취재를 통해 과거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생생 하게 들려준다.
로마인들은 채식주의자다. 빵이나 죽의 형태로 곡식을 주로 취했고 육류는 생선과 극소량의 고기만 먹었다.
로마인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요리는 공기가 잘 통하는 항아리에 넣고 키우던 다람쥐 요리였다. 포크 문화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었다.
단테의 고향인 피렌체, 교황파에 속하는 가문에서 포크와 나이프는 접시 오른쪽에, 황제파에 속하는 가문에서는 접시 위에 비스듬히 놓는 식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보티첼리와 ‘산드로와 레오나르도의 세 마리 두꺼비’라는 식당을 동업해 요리사로 일했다는 일화는 식탁의 화젯거리로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이탈리아 음식의 역사책이지만 ‘식탁 위의 인문학’이라고 할 만큼 문학, 미술, 영화, 광고 등 온갖 장르의 문화 콘텐츠와 일화가 등장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이탈리아의 음식은 유럽 음식의 역사로 이어진다.

슈베르트의-겨울나그네보스트리지와 겨울나그네가 혼연일체가 되다 –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이언 보스트리지 지음, 장호연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 추천: 고혜련(교수)

1820년대 비더마이어 비엔나를 배경으로 하는 24곡의 연가곡 모음집 ‘겨울나그네’는 뮐러의 시에 슈베르트가 음악을 입힌 것이다.
이 책은 이언 보스트리지가 겨울나그네 연가곡을 30년 동안 부르고 자료를 정리한 후 2년에 걸쳐 집필한 결과물이다. 보스트리지는 1990년 역사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성악가다.
저자는 책에서 음악적 구조 안의 반복되는 패턴 혹은 화성학에 관한 얘기보다는 슈베르트가 추구했던 연주자와 가수가 혼연일체가 되는 ‘슈베르티아데’(살롱 음악) 형식을 소개하며, 그의 음악을 듣는이(청중)에게 “어떻게 연주하고 어떻게 들어야 할까?”를 설명한다.
보스트리지는 자신이 겨울나그네를 연주하는 동안에 청중도 그와 함께 노래하고 느껴야 한다고 봤다.
그 순간이야말로 청중이 그와 함께 내면을 드러내는 시간이라는 것. 즉 연주자가 작품과 혼연일체가 되어 연주하는 동안 자신의 주관적 자아가 음악 속에서 완전히 녹아 자신을 지우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주가 청중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청중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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