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서울發 리포트] 40명 핵심 친문리스트 파문 방아쇠 당긴 2022년 대선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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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실패…그대로 답습하는 문재인

문재인본지는 지난 8월 16일자에서 ‘문재인 정권 궁중암투 민낯, 징크스인가, 살생부인가?’란 보도를 통해 여권 내 일어나고 있는 물밑 권력암투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붙었던 당내 인사들이 하나 둘 정치적 위기를 맞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이 본지 보도 내용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여권 내부에서는 이른바 ‘친문 리스트’란 이름의 정체불명 명단까지 돌면서 권력투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진박감별’이 논란이 됐던 모양새와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있었던 일들을 모조리 적폐로 치부하고 있지만, 정작 현 정부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더욱 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주 보도했던 친문 방송인들의 방송장악 논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투쟁은 본격적인 정권 중반으로 들어서는 내년이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친문세력이 뭉치는 것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정권 내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2018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내년 1월이면 본격적인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다. 집권 초반 밀어붙였던 정책이 결실을 맺을 때이기도 하지만, 슬슬 정권 재창출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갈 시기다. 게다가 2020년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여야 모두 당내 권력투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이 현재 내홍을 겪고 있는 것도 결국 2020년 총선 공천을 앞둔 내부 계파 다툼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2020년 총선 뿐만 아니라 정권재창출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권재창출은 결국 차기 주자를 누구로 내세우느냐와 연관이 있다. 이미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맞붙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렇다면 과연 차기 대선 주자로 누가 부상할까.

결국 한국의 정치제도에선 대통령의 복심이 가장 중요하고,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세력들이 누구 아래 뭉치느냐가 두 번째로 중요하다. 최근에는 민주당 내부에서 이른바 친문 리스트까지 작성되어 돌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약 40명의 여권 인사들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진 리스트에는 친문세력 중에서도 가장 핵심 인사들의 이름과 경력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 이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결국 2020년에 있을 총선 공천과 연관이 있다. 2020년 총선 공천을 위해서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어느 정도 당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권력 핵심부에서는 이미 작업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2022년 대선 레이스 이미 시작

이미 권력 핵심부나 정권 지지계층 사이에서는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2022년 대선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도 시작됐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본지도 보도했듯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낙마도 그런 시각에서 해석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화력이 집중되고 있다.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형 강제입원, 철거민 폭행, 검사 사칭 등 현재 이 지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이번 지방선거를 전후해서 처음 나온 것들이 아니다.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 측 인사들이 떠들고 다니던 내용들이었다.

임종석
당시 문재인 캠프 내부 인사들이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몇몇 의혹들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 선거였던 만큼 당내 경선이 더 뜨거웠고, 그중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후보 간 싸움은 여야 후보 간 싸움보다 더 치열했다. 특히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이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을 친여 성향 팟캐스트를 통해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약점이 많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갈 경우 이 후보를 방어하다 전체 선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해당 팟캐스트는 아예 이재명 후보 검증 방송을 연속으로 내보내며 ‘현미경 검증’을 시도했고, 결국 후보 간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이 후보가 경찰서 문턱을 넘나들게 된 하나의 단초가 됐다.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가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 후보가 결정이 되고 본선이 치러지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이 후보는 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드루킹 사건에 휘말렸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대조적이었다. 당의 중진들이 경남으로 내려가 김 후보를 도울 때, 이 후보를 돕는 당내 의원은 많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보다 김 후보의 지역 상황이 더 좋지 않았고, 지방선거 이후 있을 전당대회에서 친문표를 의식한 탓도 있었다”면서 “그렇다 하더라도 이 후보를 지나치게 홀대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요즘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민주당 지지자들의 다툼은 끝난 것일까. 과거처럼 극한 대립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지사는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본인이 당대표 선거와 아무런 연관이 없었지만, 당대표 후보에 출마한 김진표 후보가 그를 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김진표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이 지사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이슈들이 증폭돼 당과 대통령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괴롭지만 이 시점에서 본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김진표 후보가 ‘친문’ 지지층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선수를 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지사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친문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8년 초부터 이재명 지사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팟캐스트는 요즘도 이 지사와 관련된 주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재명 지사나 부인 김혜경씨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마다 이를 방송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최근에는 경기동부연합까지 도마에 올렸다. 경기동부연합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단체다. 이 팟캐스트에서는 경기동부연합이 사실은 대학 캠퍼스 간 연합 단체의 성격보다는 성남이란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 역시 성남이 고향은 아니지만 성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해서 자라왔다고 언급했다. 방송의 대부분은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분석이지만, 방송을 듣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성남시장 출신인 이재명 지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많았던 경기동부연합이란 프레임 안에 이 지사를 넣으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내 반(反)이재명 세력은 최근 ‘혜경궁닷컴’이란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임종석에 위기감 느낀 친문들의 반란

그런데 현 여권 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논란은 어딘가 익숙한 측면이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른바 진박감별 논란이 벌어졌던 시기도 총선을 앞두고서였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그 이후 친박에선 최경환 전 의원 등이 진박감별사를 자처하며 ‘진박 감별’이 시작됐고, 이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입지 약화로 이어졌다. 친박 패권주의에 내몰린 결과였다. 그나마 진박으로 꼽혔던 의원들조차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등을 돌린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는 친박이 아니다’라고 한 의원들도 있었다. 이런 볼썽 사나운 모습들이 결국 한나라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민주당 역시 한나라당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재명핵심 친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임종석 실장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왕실장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문세력이 방심하고 있다가는 차기 주자 자리를 임 실장에게 넘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임 실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본지는 물론이고, 본국 언론에서 공격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왕실장으로서의 영향력을 내뿜고 있다. 임 실장은 지난 11월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오찬을 겸한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UAE는 임 실장과 관계가 깊은 국가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불거졌던 이른바 ‘UAE 원전 의혹’으로 한국과 UAE 관계가 악화되자 임 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전격 방문(2017년 12월)했기 때문이다.

당시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공격할 거리를 찾기 위해 2009년 MB의 주도로 한국형 원전을 수주한 UAE와의 관계를 ‘뒷조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실을 안 UAE 왕세제가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면서 격렬히 반발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이 달려갔다는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과 UAE의 관계는 다소 서먹했던 게 사실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월 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양국 사이의 국방과 방산(防産) 분야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했다. 잠시 잡음이 일었던 양국 간 군사 및 원전 분야 협력이 다시금 제 궤도에 올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임 실장이 중심이 돼 양국 간의 갈등을 봉합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만큼 그가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지만, 임 실장은 여전히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에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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