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스토리] 시애틀 거주 한인 ‘유죄인정’ 신출귀몰 사기행각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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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하청회사사칭 21만달러…
조명하청회사사칭 22만달러…
도용신용카드20만달러

‘누가 이런 사기꾼을 모르시나요?

메인타인명의의 신용카드가 무려 30여개, 소셜시큐리티넘버는 4개에 나이는 물론 본명도 알기 힘든 60대 한인남성이 타인회사에 입금될 돈 70여만달러를 가로채고 일부를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빼돌린 혐의에 대해 이달 초 유죄를 시인했다. 이 남성은 시애틀에서 체포됐지만 사기혐의를 저지른 곳은 텍사스로, 타인회사의 이름과 비슷한 이름의 은행계좌를 만든 뒤 거래처에 돈을 입금하라는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 텍사스서부연방법원에서 이메일사기, 돈세탁등의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64세 케넨티 김씨. 김 씨는 지난해 9월 5일 텍사스서부연방검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정작 9월 12일 체포된 곳은 워싱턴주 시애틀이었다, 김 씨에 대한 기소장과 유죄인정합의서 등에는 피고인의 이름이 케넨티 김, 또는 김명 또는 김환 이라고 기재돼 있어 김 씨가 범상치 않은 사람임을 암시하고 있다. 김 씨의 사기행각은 신출귀몰할 정도로 지금까지 접할 수 없었던 이메일을 통한 신종 사기수법이라는 점에서 연방검찰도 기절할 정도의 대담한 행각이였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연방검찰은 김 씨의 나이가 64세라고 밝혔으나, 57세라는 설도 있는 등 나이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연방검찰조차 본명을 파악하기 힘든 이 남성은 타인명의의 신용카드를 무려 36개, 소셜시큐리티넘버(SSN)는 4개를 사용했고, 신용카드신청 등에 사용한 주소는 11개에 달했다. 또 김 씨의 부동산중개라이센스는 이미 박탈된 상태로 드러나는 등, 신분도용사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다.

▲ 연방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8년 6월 29일 솔리드브릿지건설로 부터 워싱턴소재 하청업체를 사칭, 21만여달러 수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 연방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8년 6월 29일 솔리드브릿지건설로 부터 워싱턴소재 하청업체를 사칭, 21만여달러 수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53만달러 갈취, 도용신용카드 20만달러 사기

연방검찰 기소장과 유죄인정합의서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18년 6월께 텍사스주 파인허스트소재 솔리드브릿지건설의 하청회사인 챈스컨트랙팅유한회사의 이메일을 도용, 솔리드브릿지건설에 이메일을 보내 ‘워싱턴주 유니버시티플레이스의 6602, 63스트릿’으로 공사대금을 송금하라고 요구했고, 솔리드브릿지측은 사기 이메일임을 모른 채 6월 25일 21만312달러의 수표를 워싱턴주로 보냈다. 이 주소는 다름 아닌 김 씨의 주소였다.

김 씨는 수표를 받은 뒤 6월 29일 미리 챈스컨트랙팅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워싱턴주 타코마소재 콜럼비아뱅크에 입금시켰고, 7월 2일 4500달러, 7월 11일 1만달러를 각각 인출하고 7월 11일 19만달러를 유니뱅크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범죄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니뱅크로 이체한 다음날인 7월 12일 6만달러와 4만달러등 두 차례에 걸쳐 10만달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야본가 다라미니에게 송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야본가 다라미니가 김 씨의 공범인 셈이다.

김씨는 2019년 1월 8일에는 동일한 수법을 사용, 텍사스주의 일렉트로룩스메이저 어플라이언스로 부터 33만3208달러를 키뱅크의 계좌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렉트로룩스는 자신의 거래처중 하나로 생각하고 거액을 송금했지만, 키뱅크 계좌는 김 씨의 공범이 지난 2017년 12월 개설한 계좌였다. 검찰은 공범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으며 공범은 기소되지 않았다고 밝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씨와 공범자는 돈이 입금된 다음날인 1월 9일 기뱅크를 방문, 22만달러를 인출했으며, 이때 인출자 명의는 김 씨가 사용하는 다른 이름인 김명이라고 기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같은 날 현금인출기를 통해서도 1만달러를 인출했다. 김 씨는 이중 22만달러를 웰스파고은행에 ‘김명H’라는 이름으로 계설된 계좌에 입금한 뒤, 다음날인 1월 10일 이중 5만달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아본가 다라미니에게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 김씨는 지난 6월 2일 유죄인정합의서에서 74만5천달러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하기로 했으며, 오는 8월 19일 선고공판에서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 김씨는 지난 6월 2일 유죄인정합의서에서 74만5천달러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하기로 했으며, 오는 8월 19일 선고공판에서 최대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인개설할 때마다 여러개 이름 사용

김씨는 또 1월 18일 웰스파고은행에서 17만달러와 3만8천달러, 6천달러등을 인출한 뒤 1월 22일 키뱅크에 개설한 계좌에 17만달러를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키뱅크의 계좌명의는 ‘구구팔팔투자개발유한회사[KUGU PALPAL]’로 1월 16일 김씨가 워싱턴주에 설립했고, 1월 18일 개설된 계좌였다. 김 씨는 또 1월 23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도 ‘9988 투자개발유한회사’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뒤 이번에는 키뱅크계좌에서 17만2700달러를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송금했다. 즉 일렉트로룩스에서 훔친 돈은 키뱅크에서 웰스파고, 다시 키뱅크의 다른 계좌로 입금됐다가 뱅크오브아메리카로 송금되는 등 3단계나 돈세탁을 거쳤다. 그리고 결국 1월 30일 뱅크오브아메리카게좌에서 16만달러가 송금된 종착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아본가 다라미니에게 송금된 돈만 31만달러로, 김 씨가 두 회사에서 부당하게 갈취한 54만달러의 약 60%에 달하는 돈이다.

본보확인결과 구구팔팔 회사는 ‘김씨가 99세까지 88하게 살겠다’라는 취지로 설립한 회사로 워싱턴주 레이크우드의 8811 사우스타코마웨이 208가 주소지였으며, 유죄인정합의 다음날인 6월 3일 청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법인을 개설할 때 김씨가 사용한 이름은 ‘명 케네티 김’으로 검찰기소장에 기재된 ‘환 케네티 김’과 달라, 김 씨가 사용한 여러 개의 다른 이름중 하나로 추정된다.

김씨의 범죄행각은 솔리드브릿지 건설상대 사기에서 21만달러를 입금 받았던 워싱턴주 타코마소재 콜럼비아뱅크가 김씨가 돈을 모두 인출해 간지 닷새만인 7월 16일 이를 ‘의심스런 거래’라고 판단하고, 유니뱅크측에 통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구구팔팔투자유한회사 법인내역 - 김명 케네티씨가 2019년 1월 16일 설립했으며, 유죄를 인정한 다음날인 지난 6월 3일 청산됐다.

▲ 구구팔팔투자유한회사 법인내역 – 김명 케네티씨가 2019년 1월 16일 설립했으며, 유죄를 인정한 다음날인 지난 6월 3일 청산됐다.

콜럼비아뱅크는 유니뱅크측에 연락, 7월 11일 송금된 돈의 동결을 요구하면서, 사법당국에도 이를 신고,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은 콜럼비아뱅크가 이 거래가 사기임을 인식하게 됐는 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솔리드브릿지가 하청회사에 대금수령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기임을 눈치 채고 은행에 통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비교적 일찍 김 씨의 사기행각을 알았지만, 그로부터 약 5개월 뒤 저질러진 두 번째 범죄를 막지 못한 것이다.

케네디, 케네티, 케넨티등 끝없는 가명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김 씨가 케넨티, 케닌티, 케네티, 케네디등의 이름을 사용했으며, 사기대상인 회사와 비슷한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고의로 스펠링을 한자씩 누락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만약 회사이름이 인베스트라면 스펠링중 ‘N’을 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이 믿도록 최대한 비슷한 이름으로 만드는 등 고도의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12일 텍사스남부연방검찰의 협조요청을 받은 워싱턴서부연방검찰에 체포됐으며 현재 보석 없이 계속 구금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9일로 확정됐으며 징역 20년, 벌금 50만달러에 처해질 수 있다. 이미 김 씨는 유죄인정합의서에서 74만5540달러의 추징금을 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추징금이 75만달러에 달한다는 것은 김 씨가 두 회사에서 54만달러를 갈취한 것 외에도 신용카드도용 등 다른 범죄로 2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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