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총력취재] 옵티머스펀드 핵심인물 ‘이혁진’ 해외도피…어떻게 가능 ‘의혹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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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22일 베트남 국빈방문 순방…경제사절단 일원으로

文이 베트남으로 간 날,
이혁진도 베트남으로 갔다

베트남

<선데이저널>이 두 주에 걸쳐 보도한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본국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본지가 처음으로 보도한 문재인 대통령의 전 금융특보 이혁진 옵티머스 자산운용 전 대표와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로 이름을 올린 청와대 이진아 행정관 남편 윤석호 변호사(구속)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현 정권 실세의 비호를 받고 해외로 출국한 의혹에 대해 지난 주 본지가 처음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한 후속보도들이 본국 언론을 통해 하나 둘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의혹의 배경에는 횡령, 배임 혐의로 수사 받던 인물이 어떻게 해외로 출국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도피로 기소중지 중인 그에 대해 본국 사법기관들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본지 취재 결과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차 출국한 2018년 3월 22일 하루 전후로 이 전 대표 역시 베트남으로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권 비호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은 현 정부가 이 전 대표를 비호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의 주범인 이혁진 전 대표와 문재인 정부 실세들 간의 커넥션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혁진지난 두 주 연속 <선데이저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이혁진 전 대표와 정권실세와의 유착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 전 대표의 과거 이력은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해외에 도피한 사실 자체도 본지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다음은 지난 주 본지가 보도했던 내용의 일부분이다.

<이혁진 전 대표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씨는 H 대학 동문 출신이자 문재인 정권 실세  L씨의 딸이 시카고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모든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씨의 배후에 L씨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횡령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그가 어떻게 해외로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 보도 이후 중앙일보는 본지가 제기한 의혹을 그대로 따라서 보도했다. 단 본지가 밝히지 않은 정권 실세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했을 뿐이다.

다음은 중앙일보 7월 6일자 기사 중 일부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 경영진에 대한 강제구인에 나선 가운데, 옵티머스 자산운용 설립자인 이혁진(53) 전 대표가 2018년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18년 초 총 5개 사건(서울중앙지검 1건, 수원지검 4건)에 연루된 피의자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사건별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2건, 상해 1건, 성범죄 1건, 조세포탈 1건 등이다. 그런데 이 전 대표는 수사를 받던 중인 2018년 3월 갑자기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입국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한양대 경제학과 출신인 이 전 대표는 대학 동문 라인을 중심으로 금융계는 물론 정계에서도 인맥을 확장한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 전 대표에 이어 대표이사를 맡은 김재현 현 대표도 한양대 법대 89학번이다. 옵티머스 이사로 이번 사태 관련 서류 위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윤모 변호사도 한양대 법대 98학번이다. 윤 변호사의 부인은 최근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전 대표는 한양대 86학번 동기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6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 재단의 이사를 맡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미 본지가 보도한 내용을 ‘단독’ 타이틀까지 붙여 보도했다.

▲ 이혁진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김어준 씨 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려놨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원순 시장과 같이 찍은 사진들을 게재해 자신의 정치적 파워를 과시했다.

▲ 이혁진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임종석, 김어준 씨 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려놨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원순 시장과 같이 찍은 사진들을 게재해 자신의 정치적 파워를 과시했다.

임종석 이름이 거론되는 까닭

어쨌든 본지 보도 이후 이 전 대표의 행방과 그의 이력에 본국 언론의 취재력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본지는 이 전 대표가 출국한 2018년 3월, 그가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갔고, 베트남 출국에 즈음해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일 하루를 전후해 베트남으로 간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70억대 횡령과 조세 포탈, 상해, 성범죄 혐의 등 사건 5개에 연루된 피의자로 수사 받던 중 2018년 3월 돌연 해외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 대표를 비호하는 정권 실세들의 도움으로 대통령 순방에 묻혀서 도피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그가 해외도피 후 검찰이 미국에 범죄인인도 요청을 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신병확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 그의 범죄를 비호하거나 눈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혁진 전 대표가 공교롭게 같은 시기 베트남에 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2018년 3월 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 역시 여러 함축적 의미를 가진다. 본지는 2018년 3월 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즈음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현지에서 한 역할을 주목한 바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이혁진 전 대표도 베트남에 있던 것으로 드러나 자칫 ‘문정권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임 전 실장의 네트워크는 단순한 대학 동문 이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연결고리로 다시 한 번 강하게 묶여 있다. 경문협은 2004년 남북 교류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대 이사장(2005~2007년)을 맡은 뒤 최근까지도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임 전 비서실장(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부이사장)·우상호(등기이사) 의원과 같은 시기에 경문협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이 전 대표는 CJ자산운용의 임원이었던 2006년 3월 정기총회에서 경문협 상임이사로 선출됐다.

▲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씨(왼쪽)와 송모씨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씨(왼쪽)와 송모씨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 전 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서울 서초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문재인 대선캠프에선 금융정책특보를 맡았다. 이 전 대표는 전처의 목을 조르고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상태였는데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 전 대표의 인맥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넘어 여권 전체에 뻗쳐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김어준 씨 등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려놨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찍은 사진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진아 전 행정관 남편은 구속

본지가 이 전 대표와 더불어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한 인물은 모두 한양대 출신인 점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번 의혹의 핵심에 있는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는 1970년생으로 한양대 법대 89학번이다. 한양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동문회의 상임 이사로도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종합금융, ING 등을 거쳐 2006년부터 해외 농장 업체인 에코프라임이라는 회사의 대표로 재직하다가 2017년 6월 옵티머스운용에 합류했다. 김 대표를 옵티머스운용으로 영입한 인물이 바로 옵티머스운용의 설립자이자 전직 최대주주 겸 대표였던 이혁진씨였다. 청와대 이진아 전 행정관의 남편인 윤석호 변호사 역시 한양대 출신이다. 그는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내변호사이자 이사로 일했다. 그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각종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지난 8일 구속됐다.

▲ 이진아 변호사

▲ 이진아 변호사

또한 지난 주 본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한 청와대 이진아 전 행정관의 남편 윤석호 변호사 역시 한양대 98학번이었다.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자금이 투입된 상당수 회사들의 감사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윤 변호사의 아내 이진아 변호사 역시 그 중 한 코스닥 상장사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특히 아내 이 변호사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당무감사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당무감사원장이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이 변호사는 2016년 민주당 의원들의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여직원 감금 재판 변호인이었는데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공동 변호인이었다.

 이 변호사는 2018년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심판위원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들어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고문변호사, 국정원 법률고문,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도 맡았다. 작년 10월부터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다 지난 달 옵티머스 사태가 터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표를 냈다. 이혁진 전 대표가 각종 불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그가 각종 검찰 수사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민정비서관실에 일했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인맥동원 정관계에 금품 로비 정황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이 사건은 일단 중앙지검 조사부에 배당되어 있다. 중앙지검은 친문 검찰 인사인 이성윤 검사장이 수장으로 있기 때문에 사건을 반부패부가 아닌 조사부에 배당해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리의혹이 불거진 만큼 윤 총장이 적극적인 수사지휘에 나설 수 있다. 이럴 경우 윤 총장은 여권이 연루된 권력형비리에 대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지휘하기에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것을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검찰의 수사력은 펀드 자금의 종착지를 찾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옵티머스 펀드의 판매 잔액은 5,000억여원인데 줄줄이 환매가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펀드 자금은 조폭 출신인 이동열 씨가 대표를 맡은 여러 개 법인을 거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사기를 넘어서 정관계 인사에게 자금이 흘러갔거나 정관계가 옵티머스 ‘뒷배’ 역할을 했는지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옵티머스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화려한 자문단을 둔 이력이 있다. 이 전 부총리와 채 전 총장은 지난해 말 자문을 그만뒀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소규모 운용사가 이 같은 자문단을 섭외한 데에는 상당한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군다나 최근 김 대표가 윤 이사를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들먹이며 회유·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날 윤 이사의 변호인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가 평소 “범행에 가담하지 않으면 정관계 인맥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했으며, 최근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관계 인맥으로 2~3년 정도만 형을 살면 나올 수 있게 할 테니 다 안고 가라”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의 구속으로 옵티머스 투자사기와 관련한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파문은 일파만파로 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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