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토리]김홍곤 뉴질랜드 전 참사관 성추행 ‘조사 거부에’ 한국-뉴질랜드 외교분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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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지 고용 뉴질랜드 남성 직원 3차례 성추행 혐의자’

‘한국정부가 비호하고 있다’

한국 고위 외교관의 뉴질랜드 근무중 발생한 ‘성범죄 혐의’를 두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 간에 정상통화에서 논의가 되는 바람에, 한국이 또 한번 “성범죄의 나라”라는 망신살을 당했다. 보통 정상간의 국제통화에서 “성범죄”를 두고 논의는 매우 이례적인 사항인데 뉴질랜드 여성 총리가 작심하고 ‘한국 고위 외교관의 성범죄’를 들고 나왔다. 일부에서는 최근 한국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미투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최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혐의’와 함께 자살 사건 등으로 국내외로 파장이 일자, 뉴질랜드가 한국의 아픈 정곡(?)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래 외교적 문제는 일차적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해결을 해야 하는데 뉴질랜드 정부는 이를 건너 뛰어 정상간 통화에서 제기한 것이다. 강경화 외무 장관으로 부터는 초장부터 협조를 받지 못했기에 외교관을 임명하는 문 대통령에게 책임을 따진 격이 되었다. 한국 외교의 또 한번 추락이고 “한국은 성범죄의 나라”라는 추문을 뒤집어 쓰게 됐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문제가 된 김홍곤 필리핀 총영사에게 귀국 명령을 내렸다. <성 진 취재부 기자>

▲뉴질랜드 현지 매체에서 보도한 한국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기사 제목과 사진.

▲뉴질랜드 현지 매체에서 보도한 한국외교관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기사 제목과 사진.

한국과 뉴질랜드 간 정상 통화에서 “성범죄”건이 논의됐다는 뉴스는 어쩌면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국 뉴질랜드에서 이 소식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청와대가 밝힌 것 이다. 더 이상한 것은 국내 대부분 뉴스에서 성추문 혐의와 관련된 기사에서 문제된 “외교관을 A씨”라고 지칭했으며 이 외교관이 “현재 동남아의 중요국의 총영사로 근무중”이라고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뉴질랜드 현지 언론들은 이미 지난 2월과 4월에 문제의 외교관은 “김홍곤(Hongkon Kim)”으로 실명으로 보도했으며 “현재 필리핀에서 총영사로 근무중”이라며 인물 사진까지 크게 보도하는 바람에 외신들은 모두 실명 보도로 나갔다. 더 큰 문제는 뉴질랜드 측은 정상간 통화 이후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1일 현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뉴질랜드에서 성추행 혐의를 받는 한국 외교관은 뉴질랜드에 들어와서 (경찰) 조사를 받으라”고 하는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문제의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로 와서 정정당당하게 책임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떳떳하면 조사 받으라’ 아던 총리 항의

특히 뉴질랜드 현지 방송 매체인 뉴스허브(News hub)는 지난 7월 25일자 특집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에서 한국 총영사로 재직 중인 김홍곤씨가 2017년 주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할 당시 현지 고용 뉴질랜드 남성 직원을 3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현재 뉴질랜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현지 경찰은 김씨가 근무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난 뒤에 정식 고소를 접수했고, 작년 수사에 착수해 올해 2월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작년 9월 뉴질랜드 외교통상부가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뉴질랜드 수사 당국의 대사관 현장 조사와 CCTV 접근 등을 거부했다고 뉴스 허브는 전했다.

그리고 이 매체는 “뉴질랜드는 한국전쟁의 참전국가로 함께 싸웠고 희생도 했으며,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기 도 하다. 특히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해 뉴질랜드 총리는 한국 대사도 만났다“(Korea is a key trading partner and ally which Kiwis have fought and died to defend. Only this month, Jacinda Ardern met with the South Korean Ambassador to mark 70 years since the start of the Korean War)라면서 양국의 우호 관계를 부각시키기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사자 김 총영사는 물론, 뉴질랜드 한국 대사관 그리고 한국의 외교부까지 뉴질랜드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성범죄 혐의 외교관을 부당하게 비호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해 한국정부가 김 총영사를 감싸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특히 이 뉴스 허브 방송은 문제의 김씨가 “뉴질랜드에서 8000㎞ 떨어진 곳(필리핀)에서 권력과 영예로움이 있는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이렇게 심각한 혐의를 가진 외교관에 대한 수사 협조 거부는 뉴질랜드 시민을 위한 정의 실현에 대한 거부”라는 전문가 반응도 소개했다. 그리고 이 매체는 당사자인 김씨가 ‘성희롱 혐의’에 대해서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게이나 변태가 아니라면 나보다 힘이 센 백인을 어떻게 성희롱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말하자면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 성범죄 외교관 부당하게 비호”

뉴질랜드의 또 다른 매체인 스타프(Stuff)는 지난 7월 29일자에서 “뉴질랜드 총리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성범죄 사건’을 제기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했지만 전후 맥락으로 보아 정상간 통화에서 어떤 형태로

▲ 한국외교관 성추문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로 제기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 한국외교관 성추문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로 제기한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

든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도했다. 그 전망대로 아던 총리가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성범죄’ 건을 지난 달인 7월 28일 제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뉴질랜드 외무부가 30일 자국민을 성추행한 혐의의 한국 외교관에 대한 뉴질랜드 경찰 수사에 한국 정부가 비협조적이라고 밝히며 “실망스럽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국이 자국 외교관의 성범죄 논란과 관련해 우방국에 공개적으로 ‘실망스럽다’는 불만을 들은 것은 전례가 없다. 한국 외교부가 직원의 비위 의혹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쉬쉬하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뉴질랜드 외무부는 이날 언론 질의에서 “한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데에 실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들과 국내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한국 외교관 김씨는 2017년 뉴질랜드 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현지 채용한 뉴질랜드 백인 남성을 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김씨가 2017년 11월쯤 대사관 사무실 컴퓨터를 고치라고 부르더니 뒤편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squeeze)고 주장했다. 얼마 뒤 김씨는 대사관이 있는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피해자의 사타구니 부위와 허리 벨트 부분을 움켜쥐었다고 피해자는 현지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대사관 측에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해 상관인 김씨와 같은 건물에서 계속 근무했고, 그 해 12월 다시 한번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뉴질랜드 경찰은 그해 12월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김씨는 조사를 받지 않고 이듬해 초 귀임했다.

뉴질랜드 구속영장 집행, 한국정부 거부

이후 김씨는 외교부 자체 조사를 거쳐 감봉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외교부는 김씨가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툭툭 치는 정도로 접촉했다면서도 “동성 간 접촉이었기 때문에 성적 의도는 없었다”고 한 해명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그해 초 김씨를 필리핀의 총영사로 임명했다. 한국 외교부가 지난 3년간 비공개했던 이 사건은 지난 4월 뉴질랜드 언론이 보도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법원이 지난 2월 김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해 집행 협조 요청을 했지만, 한국 외교부가 ‘외교관의 특권 및 면제’등을 이유로 거부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국내외 언론 지적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외신은 외교부의 대응에 대해 “한국 외교부에 문화적 문제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단지 몇몇 ‘나쁜 계란(bad eggs·못된 사람들)’의 사례일 뿐일까”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지난 7월 25일 특집 보도를 통해 뉴질랜드가 6·25전쟁에 참전할 정도로 우방인데도 한국 정부는 뉴질랜드 인의 성범죄 피해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강하게 비판 했다. 사흘 뒤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7월 28일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아던 총리가 이번 사건을 언급하고, 문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확인해 처리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진작에 한국 외교부 강경화 장관이 해야할 말을 문 대통령이 대신한 꼴이었다. 그래서 한국 외교부외교부가 거듭된 뉴질랜드 측의 문제 제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이 이렇게 커진 데는 한국 외교부가 이번 성추행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다. 뉴질랜드는 2005년 동성애 커플에게도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2013년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다. 국내법도 성범죄는 성별과 무관한 ‘사람’간 행위로 본다. 한국 외교부는 뒤늦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뉴질랜드 측에 협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뉴질랜드와 소통하고 있다. 외교관에 대한 특권 면제 등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국에서 범죄인 인도요청이 오면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 뒤늦게 뉴질랜드 측에 협조

이와 관련,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이 ‘해당 외교관에 대해 면책 특권을 포기시키고 뉴질랜드 현지에서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한 언론은 전직 외교부 차관이 “외교관의 면책 특권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 공관 직무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제공된 것”이라면서 “성범죄 회피용으로 면책 특권이 악용되면 오히려 한국의 외교적 이미지가 훼손되고 양국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차장은 “통상 북한 외교관들이 해외에서 밀수입하다 걸렸을 때 ‘면책 특권’을 운운한다”면서 “외교부가 이번 사건을 그냥 넘기려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조사해 기강을 바로잡아야 해외 공관원의 성범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외무부는 비슷한 사례의 외교관 성범죄 사건인 말레이시아 외교관의 예를 들면서 한국도 이에 따를 것을 종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말레이시아 정부는 뉴질랜드에서 성범죄 혐의로 조사받던 중 귀국해 외교 갈등 을 초래한 자국 외교관을 뉴질랜드로 송환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뉴질랜드 웰링턴 주재 말레이시아 고등판무관실의 무관 보좌관인 무함마드 리잘만 빈 이스마일(38)을 주재국에서 일으킨 성범죄 사건 조사에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 결정이 이스마일에게 자신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의 범죄 혐의 조사에 협력할 기회를 줄 것”이라며 “뉴질랜드 정부의 사법체계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스마일이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 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스마일 송환 방침을 아니파 아만 외교장관이 머리 매컬리 뉴질랜드 외교 장관에게 전달 했다며 정부는 필요할 경우 이스마엘에게 법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마일은 지난 2014년 5월 초 뉴질랜드 근무중에 20대 여성을 집으로 뒤쫓아가 성폭행하고 물건을 훔친 혐의 등으로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돼 법정에도 출두했으나 외교관 면책특권을 이용해 풀려난 뒤 귀국했다. 그러나 매컬리 뉴질랜드 외교장관이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압박하고 말레이시아가 이에 반발하는 등 양국 사이에 갈등이 빚어 졌었다.

‘대한민국은 성범죄자 천국’ 질타

문재인 정부 출범후 외교부 수장으로 발탁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과거 한국 외교관들의 성범죄 사건들을 의식해 취임 일성으로 ‘성 비위 사건 무관용 원칙’ 천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명을 발동했지만 오히려 그 후 외교부 성 비위가 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휘 방침이 제대로 가동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뉴질랜드와 소통하고 있다. 외교관에 대한 특권 면제 등을 거론하면서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국에서 범죄인 인도요청이 오면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이번엔 외교관의 성범죄까지 현 정부에 들어 계속되는 미투 사건, 국민들의 질타와 분노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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