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장, 취임하자마자 대공수사권 폐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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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조사만하고 강제수사·압수수색은 경찰로 이관한다고?

‘간첩수사도 못하는 국정원 존재가치 있나’

박지원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된 박지원 원장이 취임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추진하고 있는 주력사업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본국시간으로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개혁 전략회의에서 “국정원은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정치개입 금지와 대공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공수사권을 차질없이 이관하고 안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보침해 관련 업무체계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공수사권 이관은 국정원이 담당하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정보수집 권한만 국정원에 남겨두는 방안이다. 하지만 여권이 권력기관 개혁을 이유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없애고 간첩 혐의자에 대한 조사권만 부여할 경우 사실상 대공수사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커 우려스럽다. 특히 간첩으로 의심되는 혐의자들에 대한 국정원이 정보만 수집하고 중점적으로 조사하지 못할 경우 현장과의 괴리가 발생해 간첩들이 얼마든지 이를 빠져나갈 수 있단 주장이 나온다. 가뜩이나 북한과 사이에서 돈을 전달한 인물이자 친북인사로 꼽히는 박지원 원장이 국정원장이 될 때부터 이런 우려가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취임 후 첫 번 째로 추진하는 작업이 대공수사권 폐지란 점에서 결국 북한만 이롭게 하는 일이란 지적이 나온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정부·여당이 국정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간첩 조사권은 국정원에 남겨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하지만 강제 수사권 없는 조사권만 국정원에 남긴 것은 사실상 대공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이 조사권만 갖게 되면 간첩 혐의자에 대한 감청·금융정보 조회 등 개인 정보 수집만 가능하고 압수·체포·구금 등 수사권은 경찰이 행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국정원은 대북·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서 오직 국민과 국가 안위에만 역량을 집중하도록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차질 없이 이관하고, 안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보 침해 관련 업무 체계를 재편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업무에서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고 국내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 개편과 관련해선 경찰청 산하 경찰 수사 컨트롤 타워로 신설될 국가수사본부 내에 안보수사국이 설치된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에 대비한 조치다. 국가수사본부장은 임기제로 외부 전문가에게도 개방한다.

북한 간첩들에게 유리한 개혁방안

조사만 하고 수사는 경찰 등에 넘길 경우 조사 기간 간 괴리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남한에서 암약하는 북한 간첩에게만 유리한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공수사의 기본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이다. 국정원이나 경찰의 대공수사 활동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비밀로 분류되어 있어 보안 유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특히 국정원은 대공수사국 내에서도 ‘차단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고 있어 과(課)와 팀 단위에서조차 상대 팀이 어떠한 간첩수사 공작을 전개하는지 모를 정도다.

경찰의 경우에도 대공수사 공작에 대한 보안성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국정원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경찰서 단위에서는 정보보안과로 통합 운영되는 경우, 보안 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경찰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경찰의 보안 유지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8년 4월에 나온 경찰 정보활동 직무 범위, 조직체계, 법적 수권규정, 통제시스템 등 전반에 대한 개선 내용에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 방안도 담겨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업무에서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고 국내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업무에서 대공 수사권을 삭제하고 국내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혁 방안에 따르면 주요 정보 활동 개혁 방안으로는 경찰청 정보국의 기능을 ‘치안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서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 기능으로 재편하도록 했다. ‘치안정보’란 개념은 불확정성이 크고 광범위한 정보 수집·축적·분석·활용 등의 근거가 되었던 만큼, ‘공공안녕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및 대응’ 개념으로 대체하도록 하였다. 이어 정보인력을 축소하고 비공식 ‘분실’로 불리고 있는 정보경찰의 독립청사 사무실은 본관 청사로 이전할 것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대공수사는 특수훈련과 신분세탁 등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잠입한 간첩을 검거하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친 정보수집·감청·정보원 포섭·미행·암호해독 등 일반 범죄수사와는 차원이 다른 전문성과 보안성을 요구한다. 이에 반해 경찰은 공개 수사기관이다. 주로 범죄 발생 후 범인 검거와 같은 사후처리를 담당한다. 사전 첩보 입수와 이에 따른 은밀한 추적 활동이 필요한 대공수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한 민생치안을 주된 임무로 하여 업무영역이 광범위할 뿐 아니라 조직 내 인사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져 장기간 내사와 공작이 필수적인 대공수사 활동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입사 후 퇴직할 때까지 대공수사 업무만을 지속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전문성과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간첩이 북한과 해외, 국내를 오가며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어 북한을 포함한 해외정보 수집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필요한 해외 네트워크와 대북정보망이 없는 상태로 단서 포착이 불가능하다.

이미 국제적 정보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내놓을 경우 기존의 해외 정보기관과의 협력도 훨씬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앙정보국(CIA) 등 주요 정보기관들과의 업무 협력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정보활동과 방첩(防諜)은 떼놓을 수 없는 유기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무력화 위한 밑그림 의혹

경찰은 해외조직이 없어 해외 정보망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수사·정보 활동 자체가 금지돼 있다. 요즘 간첩은 휴전선 대신 제3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해외정보망이 없으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의 대공사건 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60년간 정보와 인력을 축적해온 국정원에서 수사권을 떼 경찰에 넘기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정원보다 경찰의 대공 수사가 정치권 압력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간부들은 국정원에 비해 외부 접촉이 잦은 편이다. 국정원과 경찰 간에 갈등이 빚어질 소지도 크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지 않고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밀어붙인다면 국정원의 무력화를 초래하고 국가의 안보 대처 능력도 반감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이나 현 정권이 공안이나 안보 문제 등에 있어서 보완책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간첩수사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경찰혁신위원회와 인원감소 등으로 경찰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검거 실적이 최근 2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15명이었다. 2016년(60명), 2017년(45명) 검거 실적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반(反)국가 단체를 찬양하거나 찬양하는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위반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적성이 확인됐더라도 법원이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져 위험성이 없다”며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 왔지만 그동안 찬양·고무 혐의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해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적단체 구성·가입, 잠입·탈출 등 더 무거운 혐의를 확인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우려가 현실로’ 간첩들의 세상

국정원의 이 같은 기능 약화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취임했을 때부터 우려되던 일이다. 박 원장은 청문회 과정과 그동안 본지에서도 20년 가까이 다뤘지만 대표적 친북인사다. 그가 친북인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그가 국정원장에 취임하고 있던 첫 인사에서그는 2차장이 전담하던 대북 업무를 1차장 소관의 해외 업무와 통합했다. 게다가 기획조정실장에 박선원 현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가 기용됐다. 박 실장은 반미학생운동조직인 연세대 ‘삼민투’위원장이었고,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의 배후였을 정도로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됐다.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시절 발생한 자주파·동맹파 충돌 때 자주파로 분류됐다. 2006년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 사퇴를 몰고 온 일심회 간첩단 사건 수사 때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에 출석해 “관련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일심회 수사가 흐지부지돼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인사들이 국정원의 주요요직은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주도해서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간첩들의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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