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문재인정권] 차기 검찰총장 임명 문재인의 운명이 걸렸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검찰 황태자 이성윤 임명 성공하지 못하면…

‘文퇴임후 안전핀 보장 어려워’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전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 임명하는 총장은 대통령 임기 마지막 총장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했던 임채진 총장에게 뒷통수를 맞아 비극적 결말에 이르렀다는 전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번 인사를 잘못했을 경우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정권이 그 어느 정권보다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미 윤석열이라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채진, 윤석열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1차적 목표이고, 검찰개혁을 안정적으로 끌어가면서 대선을 앞두고 정권에 악재가 되는 수사를 통제하는 ‘소방수’ 역할도 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총장을 세우는 것이 2번째 목표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부부의 경희대 동문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총장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그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수사무마 의혹으로 기소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검장을 밀어붙이면 제 2의 조국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인물을 세우자니 퇴임 후 안전이 걱정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문재인차기 검찰총장 임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어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임기 말 검찰총장을 잘못 임명했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를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현 여권에서는 이런 적임자로 진작부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점찍고 차기 총장으로 밀어왔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미 이 지검장을 중앙지검장에 앉혔을 때부터 그를 차기 총장에 올려놓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비서관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이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고검 검사로 좌천돼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검사장급으로 승진해 대검찰청 형사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본지가 몇 차례 썼듯이 그는 대통령 부부의 경희대 동문이나 대통령의 법학과 후배라는 개인적 인연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특히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신망을 한 몸에 받는다는 말이 파다했다. 그래서 그는 현 정권의 검찰 내 황태자란 별명까지 얻었다. 이 지검장은 이런 문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하면서는 정권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민감한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부 들어 잘 관리된 커리어와 정권의 신뢰 등 제반 여건을 모두 따져 봐도 그가 차기 총장이 되는 데 장애물은 없어 보였다. 윤석열 전 총장이 지난달 4일 전격 사퇴한 직후에도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무리 없이 차기 총장에 낙점될 것으로 보는 예상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올 초 불거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서 이 지검장의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되고 급기야 지금은 수원지검 수사팀에 의해 기소가 임박한 상황에 놓이면서 여권의 차기 총장 인선 구도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 이성윤의 기소 여부

당초 이번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연기된 것도 이 지검장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이 변수노무현로 떠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원지검에서 4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모두 불응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첩을 주장했다. 검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으나 공수처는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다시 수원지검으로 넘겼다. 해당 사건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형사 3부(부장 이정섭)는 결국 지난달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의견을 대검찰청에 올리고 ‘OK’ 사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전해진다.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4차례나 출석 요구에 거부한 데다 이미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불구속기소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 지검장에 대해서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각종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바탕으로 이미 기소 방침을 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검에서 고심을 거듭한다고 해도 이 지검장 기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설사 이 지검장 기소 여부에 대한 최종 검토를 하고 있는 조남관 대검 차장(검찰총장 권한대행)이 기소를 승인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하더라도 검찰청법상 피의자 기소 권한은 일선 검사장에게 부여돼 있기 때문에 수원지검 수사팀이 법대로 이 지검장 기소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이자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질 경우 검찰 조직 전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역대급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이 같은 조직 혼란을 염려하며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두고 오랜 시간 동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차기 총장 인선 절차 도중 유력한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는 행위 자체가 자칫 대통령에 대한 인사권 도전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내부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조 권한대행 자신부터가 주요 총장 후보자 중 하나로 꼽히는 데다 이 지검장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얽힌 관계까지 겹치며 고뇌가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승자박 대통령의 선택은?

이러나 저러나 이 지검장 기소가 불가피하다면 공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첫 번째 경우의 수는 문 대통령이 이 지검장 카드를 접고 다른 후보자에게 차기총장을 맡기는 것이다. 경쟁 후보자로 거론돼 온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 현직에서는 조 차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이 지검장이 기소되는 경우 기소된 검찰 고위 간부를 검찰의 수장으로 앉히는 무리수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검찰이 이 지검장을 기소하고, 문 대통령은 기소된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에 지명하는 ‘강 대 강’ 충돌 시나리오다.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국가 법집행을 총괄하는 검찰총장이 본인의 형사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되는 상황이 된다. 기소되면 총장을 할 수 없다는 법은 없지만 실정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는 사람이 검찰총장이 된 전례가 없는 데다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조직을 지휘한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문 대통령으로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성윤그렇지 않아도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교체까지 추진하는 마당인데 결정적 흠결이 있는 총장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정동력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 몰락의 시발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경우에도 후폭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를 놓고 ‘임명권자에 대한 인사권 침해’라며 격분했고, 끝내 검찰을 사실상 해체 위기로 몰고 가기도 했다. 이 경우에는 대통령에 대한 확실한 안전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기 총장이 임명되면 최소 2년의 임기는 보장받는다.

이성윤 지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내년 대선이 끝나도 1년 넘게 임기가 지속된단 얘기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총장도 옷을 벗는 것이 관례였다지만, 총장이 버티면 법적으로 쫓아낼 방법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윤 전 총장을 몰아내듯 강수를 두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역시 새로운 정권에게는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성윤 지검장은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데다, 사람들과의 개인적 만남을 가급적 피하는 편이어서 개인적 약점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찍어내기 친정부 검사들의 딜레마

이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그의 약한 조직 장악력이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된다해도 검찰 조직을 통솔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합세해 정권 수사를 벌이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립시키고, 이른바 ‘윤석김학의열 사단’으로 불리던 윤 총장 측근들은 수사 라인 밖으로 대거 축출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그의 ‘친정부 이력’으로 인해 이미 검찰을 이끌 권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차장 검사들이 이 지검장에게 단체로 몰려가 사퇴를 건의하는 등 서울중앙지검에선 전례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채널A사건 수사팀은 이 지검장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미루자 지검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사전 동의 없이 전자 결재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흠결에도 부처 장관들을 임명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집을 봤을 때 이 지검장의 임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심재철 남부지검장의 임명이라는 제 3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지검장과 함께 검찰 내 대표 ‘친정권 검사’로 꼽히는 심 지검장 역시 검찰 내 신망을 잃어 검찰 조직을 장악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심 지검장은 작년 윤 총장 징계 국면에서 윤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를 법무부에 제보하고, 윤 총장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법무부 검사징계위의 위원으로도 참여하는 등 ‘윤석열 찍어내기’ 1인 5역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심 지검장의 연수원 기수(27기)는 윤 총장(23기)에 비해 4기수 밑이라,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경우 선배 기수인 이 지검장(23기)마저 사퇴할 가능성이 높아 인사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