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라는 인종과 여성이라는 성별로 부당하게 차별당해’
‘백인남성부사장, 동성애자 커밍아웃 뒤 왕따 시키다 해고’
동반상생해도 모자를 판국에
‘흑인-동성애자’ 이유로 해고
삼성물산, 아모레퍼시픽등 글로벌대기업들이 미국에서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자차별 등의 혐의로 줄줄이 피소됐다. 명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흑인여성은 14년 상당의 경력으로 삼성물산에 채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속상관들로 부터 흑인이라는 이유로 악수조차 기피당하는 수모를 겪다 불법해고 됐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에 근무하던 백인남성 부사장은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가 왕따를 당한 뒤 차별적인 직장문화의 시정을 요구하다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들의 직장 내 차별이 사실이라면 무한 경쟁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 스스로 약점과 한계를 떠안고 출발하는 셈이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예일대 학사, 유펜 로스쿨 법학박사, 유펜 와튼스쿨 경영학석사. 이정도의 학력이라면 미국 내 상위 1%에 속할 정도의 특A급 인재다. 미국 대기업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애쓸 정도의 학벌임에도, 흑인 여성이라는 점이 핸디캡이 되는 것일까? 이 같은 학력의 주인공인 나키마 벤자민이라는 흑인여성이 지난 5월 14일 뉴욕남부연방 법원에 삼성물산을 상대로 고용차별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흑인이라는 인종과 여성이라는 성별로 차별을 당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것이다.
벤자민은 소송장에서 ‘미디어, 패션, 소비자용품등의 신사업개발 분야에서 14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물산 면접을 본 뒤 패션분야 총책임자인 한모씨가 지난 2018년 7월 30일 나를 신사업개발팀 매니저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벤자민은 ‘채용결정을 한 사람은 한모 부사장이지만, 직속상사는 한부사장의 부하 직원이자 신사업 및 비지니스개발팀 이사인 최모씨였으며, 직속상사인 최이사가 내가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점을 싫어하고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나에게 왜 삼성에서 일하기 원하느냐고 물으며 내 옆에는 온통 여성들 뿐이다. 여성들이 왜 이렇게 많으냐고 불만을 터트렸고, 최이사의 부하인 이모씨는 나와 악수를 하는 것 조차 거부하며 모욕을 줬다’고 강조했다. 또 최 이사 등이 매주 열리는 CEO와의 미팅은 물론,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패션회의 등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상적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주장했다.
‘흑인여성이네’ 왕따 시키다 법정행
더 큰 문제는 지난 2020년 2월 벤자민을 채용한 한모부사장이 승진해서 한국으로 돌아간 뒤 발생했다. 최이사가 패션담당 책임자로 승진, 한부사장의 업무를 이어받으면서 압박이 심해졌고, 한 달도 채 안 돼 갈등이 폭발했다. 한부사장이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문제가 생긴 것이다. 벤자민은 ‘2020년 3월 중순 삼성물산 아시아지사에서 일하던 김모씨가 내게 이메일을 보내와 신사업개발팀 매니저로 일하게 됐으며 직급은 시니어프로패셔널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벤자민과 똑같은 직책, 똑같은 직급이었다. 벤자민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고, 불과 2주도 안된 3월 30일 50% 감원정책에 따라 해고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몇 주 뒤 벤자민은 삼성의 에이전트로 응시했지만, 최 부사장에 의해 거부됐다.
벤자민은 ‘더욱 기가 찬 것은 50% 감원에 따른 해고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해고된 사람은 나와 리셉셔니스트 단 2명으로 밝혀졌고, 리셉셔니스트도 감원이 아니라 코로나19 에 따른 사무실 폐쇄로 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맡았던 직책인 신사업개발팀 매니저 자리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발령받은 김모씨로 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벤자민은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했으며, 물질적 –정신적 피해액이 2백만 달러, 징벌적 배상액이 3백만 달러 등 5백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아직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남성위주의 직장문화에 인종차별까지 존재한다면, 그것도 이사 등 간부진이 그 같은 논란을 부를 행동을 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신사업개발팀 매니저로 채용하고도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에서 배제했다면, 제대로 업무가 돌아갔을 리가 없다. 차라리 채용하지 않았다면 몰라도 채용을 하고도 그 직책에 맞는 업무를 맡기지 않는다면, 차별논란은 물론, 회사 측으로는 스스로 손해를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같은 대글로벌기업이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인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상황인 셈이다.
한국 파견 임원들 노골적 차별 모욕감
삼성물산이 인종차별 – 성차별 논란이라면 세계적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은 동성애자 차별로 피소됐다. 부사장 직급의 백인 남성을 커밍아웃한 게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이 ‘왕따를 시킨 뒤 불법 해고했다’는 것이다. 20여년 간 미국화장품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폴 코너스가 지난 6월 4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고용차별소송을 제기했다. 폴 코너스는 소송장에서 ‘지난해 11월 12일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고용차별사실을 신고, 지난 3월 9일 소송자격을 획득했으며 이날로 부터 90일 이내에 적법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폴 코너스는 소송장에서 ‘지난 2018년 9월 7일 아모레퍼시픽의 인력업체인 인스페리티와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이날부터 인스페리티로 부터 임금을 받았다’며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디비젼 부사장으로서 4개 브랜드 관리를 담당했고, 업무평가에서 우수평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백인남성이며 아모레퍼시픽 내에서 게이, 즉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몇 안 되는 직원 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회의에서 배제되고, 보고서도 상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간부들이 경영진에게 거짓사실 등 부당한 보고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폴 코너스는 ‘한국에서 미국에 파견된 간부직원인 김모 부사장과 심모 부사장이 노골적으로 나를 차별하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등 적대적 근무환경을 조성했다. 또 영어가 능통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한국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부사장은 채용직후 ‘스트레이트냐’는 등 동성애자인지를 묻기도 했고, 여성동성애자 직원에게는 여성이 남성처럼 옷을 입는다는 등의 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폴 코너스는 인사담당자인 홍모씨에게 2019년 10월 9일과 12월 5일, 2020년 1월 14일등 3번에 걸쳐 차별적, 적대적 직장문화의 시정을 요구했다. 또 2020년 1월 15일에는 이메일로 홍 씨에게 이를 항의했지만, 김모 부사장과 심모 부사장 등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으며, 바로 이 같은 항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개방적인 직장의 조직문화 필요
2020년 6월 나모씨가 새로 사장에 취임한 뒤 누군가 나 사장에게 ‘폴 코너스가 임금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사직하려한다’는 거짓보고를 했고, 7월 2일 나 사장은 직접 폴 코너스를 만나 사직하는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 뒤 김모부사장과 심모부사장에게 동조, 자신을 왕따 시켰다’고 주장했다. 폴 코너스는 7월 5일 인사담당자 홍 씨에게 나사장의 면담은 일방적인 취조라고 항의했고 그 직후 아모레의 가장 중요한 거래처인 ‘울타 뷰티’ 관련 업무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됐다고 밝혔다.
7월 28일 인사담당자에게 아모레 퍼시픽 회사차원에서 고용차별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인사담당자는 인스페리티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 뒤 지난해 8월 11일 변호사를 고용, 문제를 제기하려 하자 이튿날인 8월 12일 인력감축으로 해고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해고에 따른 물질적 피해 및 정신적 피해 50만 달러에 징벌적 배상 등을 포함, 5백만 달러이상의 배상을 요구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아직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서 원고 주장을 100%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기업이며, 특히 화장품업체임을 감안하면 동성애자등에 좀 더 개방적인 직장의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