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전에 송환되면
김경준처럼 이용 당할 것
세월호 참사 유병언 전 세모회장의 차남 유혁기씨가 한국정부 송환요청으로 미국정부에 체포된 지 약 1년 만에 연방법원이 한국송환대상자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 송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연방법원은 지난 2일 송환대상결정 및 확인서를 통해 한국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가 유 씨가 송환대상자임을 충분히 입증했다며, 연방검찰은 이 명령을 국무부에 송달, 송환절차를 밟으라고 명령했다, 또 유 씨가 주장한 공소시효만료 문제는 국무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며, 이와 관계없이 송환대상자로 결정했다. 송환재판은 항소가 불가능하지만 유 씨는 인신보호청원이라는 최후의 수단으로 맞설 것이 확실시되며 이 경우 약 1년 정도 송환이 더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해 7월 22일 연방검찰에 전격 체포돼 약 1년째 보석 없이 구금돼 있는 유병언 전 세모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 지난해 2월 27일 한국정부가 정식 송환요청을 한지 약 5개월 만에 체포됐던 유 씨에게 연방법원이 지난 2일 횡령 등 7개의 송환대상범죄를 저지른 것이 입증됐다며 한미사법공조 협정상 한국으로 송환돼야 하는 송환대상자라는 결정을 내렸다.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제출된 증거가 한미사법공조협정상 유 씨를 기소하기에 충분하다. 법원은 연방국무부가 한국의 적절한 사법기관에 유 씨를 인도할 때까지, 뉴욕남부연방법원 집행관은 계속 유 씨를 구금하라.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이 증명서와 보장서, 그리고 지난 2021년 3월 3일 추방재판 속기록 및 증거로 받아들여진 모든 문서를 연방 국무부에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법원 ‘명령서 국무부전달 송환절차 밟으라’명령
연방법원은 또 ‘유 씨는 증거가 부족하고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했으나, 당 법원은 송환할 증거는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며, 공소시효만료 문제는 당 법정이 결정할 권한이 부족하며 연방 국무부가 다룰 문제’라고 밝힘으로써 공소시효 문제와 관계없이 사법공조상의 송환대상임이 입증됐음을 명백히 했다. 연방법원은 무려 80페이지에 달하는 송환대상자 결정문에서 그간의 재판일정과 7가지 횡령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연방법원은 유 씨가 천해지, 아해, 온나라쇼핑 등 3개사의 상표권과 관련한 횡령, 세모, 모레알디자인, 천해지등 3개사의 경영자문을 가장한 횡령, 아버지인 유병언회장의 사진 전시회등과 관련한 사진판매 강요 등 7가지 혐의에 대해 한국정부의 주장 및 증거, 유 씨 측의 반박, 재판부의 판단 등의 순서로 꼼꼼하게 설명했다. 연방법원은 유 씨가 약 289억 원, 미화 2830만 달러 상당의 횡령범죄를 저질렀음은 명백하며, 이는 한미사법공조협정상 송환요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유 씨는 체포직후 유명 형사변호사인 폴 시트먼 변호사를 선임한데 이어, 성추행혐의를 받은 스트라우스 칸 IMF총재를 변호, 무죄를 받아낸 숀 패트릭 나운톤 변호사를 추가 선임, 호화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했다. 유 씨가 재판과정에서 횡령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등 2가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특히 사법공조협정상 공소시효는 송환요청을 받은 국가의 법에 따르며, 한국법상 공소시효는 횡령액에 따라 최대 15년이지만 미국법상 횡령죄공소시효는 5년으로 2019년 3월 만료됐으므로 송환요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정부가 2008년부터 2014년 3월까지 범죄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주장함으로 범죄행위 종료일로 부터 5년은 2019년 3월로, 송환요청 이전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씨는 ‘한국정부는 지난 2014년 5월 8일 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영장 발부로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주장하지만, 한국형사법상 체포영장 발부로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으며, 영장발부 이후에도 공소시효는 진행된다’고 밝혔다. 유 씨 측은 이 부분과 관련,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교수는 ‘체포영장 발부나 구속영장 발부는 한국형사소송법이나 기타 형사특별법상 공소시효 정지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수 없으며, 이는 대법원 판례나 학계의 일치된 견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 씨 측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재판부는 이 부분은 국무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며, 법적으로 유 씨는 한국으로 송환돼야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청원 않고 송환동의서 제출 땐 즉시 송환
뉴욕남부연방법원이 내린 명령은 송환대상자 증명 및 보장서[CE-RTIFICATATION OF EXTRADITA-BILITY AND ORDER OF CO-MMITMENT]로, 일반적으로 송환재판에서 송환요청국가가 범죄용의자에 대한 송환을 요구, 관련증거제시 등을 통해 혐의가 입증되고 관련법규에 부합했을 때 내리는 송환명령이다. 연방법무부가 발간한 송환재판 가이드라인에도 법원은 송환재판 뒤 최종적으로 바로 이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돼 있다. 연방법원이 유 씨의 한국 송환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문제는 과연 언제 송환되느냐 하는 것이다. 송환재판은 기본적으로 항소가 불가능하다. 송환은 최종적으로 연방 국무부가 결정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원의 송환결정은 최종판단으로 간주되지 않고, 따라서 항소가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항소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피의자는 누구든 불법구금에 항의하는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할 수 있다. 송환재판에 항소가 불가능하지만 인신보호청원을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상 재심요구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즉 유 씨에게 마지막 남은 방법은 모든 형사피의자의 최후수단이며, 지연효과의 만병통치약 격인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인신보호청원은 송환결정을 내린 연방지방법원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순회항소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 법원이 첫째, 송환결정을 내린 판사가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둘째는 송환대상자의 혐의가 사법공조협정상 송환대상 범죄인지, 셋째, 송환대상자의 행위가 유죄에 해당한다는 합리적 이유와 증거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일단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 무조건 이를 검토해야 하므로, 이를 받아들이든지, 기각하든지 간에, 재판일정을 고려하면 심리에 약 1년이 걸릴 수 있다. 유 씨 측은 이 같은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할 것이 확실시된다. 유 씨 측은 송환대상결정직후 ‘연방판사가 매우 길고 생각을 많이 한 결정문을 발부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송환대상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함으로써 항소의사를 분명히 했다. 항소는 불가능하지만 항소효과를 내는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또 하나, 유 씨 측은 ‘공소시효만료문제는 당 법정이 판단할 권한이 부족하고 국무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는 법원 판단에 대해, 이 부분을 더욱 명확히 해달라는 요청[MOTION TO CLARIFY]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요청을 할 경우에도 최종 송환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세월호 분노자극 표몰이 나설 수도
유 씨의 한국 송환이라는 큰 줄기가 확정됐음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최종송환까지는 최소 1년 정도가 더 걸리게 된다는 점에서 한국검찰의 늦장행정이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다. 한국정부, 즉 인천지검은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인 같은 해 5월 8일 유병언 전회장의 장녀 유섬나 씨와 차남 유혁기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5월 16일 경찰청은 인터폴에 이들에 대한 적색수배를 내렸다. 특히 유혁기 씨의 미국거주 주소 등 소재는 사실상 세월호 침몰 당일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대응은 너무나 늦었다. 한국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한지 약 6년이 지난 2020년 2월에야 유 씨에 대한 송환을 요청했고, 6년 2개월여 만에 체포가 이뤄졌다. 사실상 약 6년간 한국정부의 누군가가 유혁기 씨를 비호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말 체포 뒤 도주의 우려로 인해 보석이 기각돼 계속 수감돼 있는 유씨, 유 씨의 한국 송환은 내년 3월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이슈가 될 수 있고, 누군가 다시 한번 세월호 문제로 표심에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집권여당은 하루라도 빨리 유 씨를 한국으로 데려와야 다시 한번 세월호 문제를 대통령 선거 핫이슈로 만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유 씨가 인신보호청원을 하면 최소 1년이 걸려 선거전 송환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묘수가 있다. 만약 유 씨가 송환동의서에 서명하면 송환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송환에 강력히 저항하는 유 씨가 송환동의서에 서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만약 동의하면 대선판을 흔들 수도 있다. 유 씨 송환문제가 대선정국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부상할 수도 있으며 만약 내년 3월 한국 대선 전에 송환이 이뤄진다면 2011년 대선직전 한국으로 송환된 이명박 BBK의 김경준 꼴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