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제이첸 후보의 야비한 네거티브 공격과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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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왜 저래?… 뭐, 영어 통역을 붙여야 한다고…”

아무리 선거판 이지만
지켜야할 선을 넘었다

■ 상대편 후보의 네거티브 캠패인에 유권자들 ‘분개’
■ 미국 공직자 선거에서 패배를 모르는 정치인 모델
■ 역대 공화당 출신 대통령에게 한국문제 조언 의원
■ 민주당 소속 제이 첸 후보의 악의적 인종차별발언

▲ 미셸 박 스틸 의원

미국은 50개주에서 각종 선거가 거의 매년 실시할 정도로 선거의 나라이다. 한 예로 연방하원은 임기가 2년이라 선거가 끝나자 마자 다시 다음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미국에는 선거운동에 거의 제약이나 규제가 거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표현의 자유’ 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거짓말도 표현의 자유’라는 얼토당토한 주장도 내미는 정치인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똑똑한 유권자들은 이런 행위를 잘도 심판하지만 애매모호한 유권 자들은 사기 선전이나 네거티브 캠페인에 잘도 넘어간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안에 대한 인종 증오 차별 범죄로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캠페인을 하는데, 대만계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가 아시안 계인 한국계 미셀 박 스틸 연방하원 의원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언어 폭력을 휘둘러 한인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다.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일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인 사례는 요즘 너무나 일반화 되어 있지 만, 그 시초로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것은 1964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린든 B. 존슨 대통령 팀이 최초로 상대 공화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2008년 대선 기간에 역시 민주당의 오바마 쪽은 약 77% 네거티브, 경쟁자였던 공화당 존 매케인 쪽은 약 56%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많은 네거티브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2010년 중간선거 기간에는 TV 정치광고의 54%가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대결이 아니라 말장난인 셈이다. 후원자들 상대로 모금한 돈으로 거짓 선전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시민권리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에 하는 어떠한 표현과 집회에도 규제가 따르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다보니 매우 비도덕 적이고 비윤리적인 네거티브 캠페인까지 설치게 되어 이를 시정하려는 움직임이 제기되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에서 막히곤 한다. 때로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미국 대법 원은 과거 몇몇 소송 건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개인의 명예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얄팍한 정치인들은 갖가지 모략을 짜내어 상대방 후보를 음모(?)하면서 어떻 든 선거에 이기려고만 한다. 그러나 자칫 자기 발등을 찍히기도 한다. 지난 2006년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 앨런은 상대 후보의 인도계 자원봉사자 출신 후보를 원숭이라고 비하 한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면서 낙선의 결정적 원인이 된 것이 한 예다. 오는 11월 연방하원 선거에서 재선을 목표한 한국계 이민 1세 공화당의 미셀 박 스틸(66)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민주당 소속 대만계 2세 제이 첸(44) 후보는 지난 7일 오렌지카운티 파운틴 밸리 소재 B’nai Tzedek 유대교 회당에서 벌인 선거 유세에서 미셀 박 스틸 의원의 영어 발음과 억양을 두고 아주 비열하게 조롱했다.

이에 지난 13일 폭스뉴스(Fox News)가 캘리포니아주 45지구 미셸 박 스틸 연방하원의원이 대만계 경쟁 후보에게 조롱을 당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크게 부각되었고 이 뉴스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의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까지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첸 후보는 “최근 그(박 의원)가 또 타운홀 미팅을 했다. 그런데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말한 것을 고쳐서 이해해야 한다”며 미셀 박 스틸 의원을 조롱했다. 이어 “스틸 의원 말을 정확하게 이해 하려면 통역을 부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그녀가 더 많이 말할수록 우리에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웃었다.미셀 박 스틸 의원의 영어 발음을 못 알아 들어 통역을 부처야 하는가? 라고 비하 발언을 한 민주당의 제이 첸 후보는 과연 미셀 박 스틸 의원의 경력이나 전력을 안다면 도저히 그런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아시안 정치인의 비뚤어진 비하발언

무엇보다 미셸 박 스틸 의원은 지금껏 미국 공직선거에 도전해 한번도 실패를 하지 않은 “무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정치인이다. 그녀의 공직선거 승리에는 한인계 유권자나 후원자들의 후원도 크지만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 대부분이 백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지난 2006년 가주 조세 형평국위원 선거에서 대부분의 백인 유권자 60.5%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해 당시로서는 가주 최고위 한인 선출직 공무원으로 한인들의 큰 자랑 거리였다.

▲ 미셸 스틸 의원에게 막말을 한 제이 첸 후보

당시 조세형평국은 4명의 선출직 위원이 운영하고 있는데 3,400만 캘리포니아 인구를 감안할 때 조세 형평국 위원 한 명은 850만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을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미셀 박 스틸은 이런 공직 임기 4년의 이 조세형평국 위원을 두번이나 성공적으로 지냈다는 것은 그녀의 지도력과 능력을 유권자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유세를 펼칠 때, 이번에 첸 후보가 비하한 것 처럼 “통역없이 그녀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면 과연 유권자의 65%가 지지 했을가? 지금까지 알려진 미셀 스틸위원의 이력만 봐도 그가 미국 주류 정치계에서 얼마나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글로벌 포털사이트 ‘Yahoo’의 백과사전은 미셀 박 스틸을 ‘미주 한인사회에서 최고위직에 오른 한인 여성’으로 기록했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리더십 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미셀 박 스틸 의원은 ‘야망’과 ‘기회’라는 두 단어를 신념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30년 동안 한인사회 각계를 누비며 열성적인 봉사활동을 벌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영어가 부족한 동포들을 위해 무료 통역을 자청하기도 했으며 구직이 어려운 여성동포들을 위한 취업안내에도 힘썼다. 또 부당한 차별로 고통당한 한인들의 사연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부칠 만큼 인간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런 그녀의 선행은 소리 소문 없이 동포사회에 퍼져 나갔다. 남몰래 청소년, 노인 단체에 적잖은 기부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 주류사회 가출 어린이들을 돕는 옵션스 하우스(Options House)와 흑인 어린이들의 과외활동을 돕는 형제 자매연맹(Coal-ition of Brothers and Sisters Unlimited)등 청소년 단체를 위한 자원봉사 활동도 그 일부다. 그의 이력에는 백악관 아‧태 자문위원, 가주통상위원회 커미셔너, LA카운티 아동가족위원회 커미셔너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공항국, 소방국 커미셔너, 현재 전국 아‧태 노인센터, 한미 공화당협회 이사 등등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이후 OC카운티 수퍼바이저에도 당당히 당선되어 재선까지 성공적으로 지내고 연방하원에 까지 승승장구하여,미국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그녀를 “떠오르는 여성 공화당 의원”이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공화당이 기대하는 여성 정치인

미셀 박 스틸 의원은 독립지사였던 아버지와 수필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국에 이민하여 페퍼다인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 지난 1975년 부모와 함께 18세의 나이로 미국에 온 그녀는 원래 현모양처가 꿈이었다. 그의 남편 숀 스틸(Shawn Steel)변호사는 캘리포니아주 공화당협회 의장 등을 역임한 유명 정치 인이다.

미셀 박 스틸 의원이 미국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바로 올해 30주년이 되는 LA 4‧29폭동이었다. “LA 폭동이 일어난 후 남편 친구들인 주상하원의원들이 집에 와서는 한인들이 총을 갖고 나와 싸운다며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한인들은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며 이는 한인들 잘못이 아니라 훔쳐가는 사람이나 불지르는 사람이 나쁜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다음날 이 정치인들이 언론에 나와 그녀가 얘기한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아, 나도 이렇게 영향력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집 안에서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좀 더 도와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때마침 1993년 LA시장 선거에 당시 공화당의 리차드 리오단 후보가 출마했을 때 남편과 함께 선거운동을 도왔다. 결국 리오단이 시장에 당선된 후 LA소방국 커미셔너로 임명 받아 정치계에 발을 디디게 됐다. 나중 그녀가 조세형평국 위원에 출마하게 된 동기는 그녀가 학교다닐 때 어머니가 옷가게를 하다가 폐업하고 샌드위치 가게를 하였는데 조세형평국에서 세금을 덜냈다며 벌금 통지를 보내와 이에 부조리한 면을 보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해 도전했던 것이다. 한인들 30% 이상이 소규모 사업 체들을 운영하기에 지난날 어머니가 당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에서 도전했다. 그녀는 조세형평국 위원에 출마 후 선거자금을 모아 야 했고 하루에 20번 이상 선거 연설을 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현재 그녀의 명성은 이미 공화당 정계에서는 널리 알려졌다. 최근 역대 공화당 대통령들은 처음 당선 되면 한국 문제에 대해서 미셀 박 스틸과 한번쯤은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시 되고 있다. 그녀는 특히 부시 정권 당시 연방정부와 한인사회와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부시 대통령 재임시절 연방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친분이 두터운 그의 제의로 한인타운을 찾아 동포사회의 발전상을 직접 보고 느끼곤 했다. 한 예로 지난 2004년 6월에는 톰 릿지 국토안보부 장관이 한인타운을 공식 방문 했다. 국토안보부 장관자리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미국정부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서 중 하나이다. 당시 릿지 장관은 코리아타운 옥스포드 팔래스 호텔에서 한인 커뮤니티 대표 50여명을 포함, 타아시안 커뮤니티 관계자 100여명과 만나 아시안 커뮤니티 관련 이슈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박, 한국어, 영어, 일본어에 능통한 정치인

미셀 박 스틸 의원은 자신을 모욕한 제이 첸 후보를 즉각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녀는 “미국에 살며 숱한 인종차별을 겪었지만, 결코 나의 아메리칸 드림을 꺾지는 못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내 영어 발음에 대한 첸 후보의 차별적 언사는 모든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이다. 강력히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스틸 의원 선거 캠프도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캠프 대변인은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다. 우리 사회에서 첸 후보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절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첸 후보는 중국 공산당 공자학원을 우리 교육 시스템에 도입한 인물로 줄곧 비난을 받았다. 이번 비하 발언과 함께 공자학원 지지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미공화당 지도부도 분노를 드러냈다.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첸 후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맥카시 대표는 “민주당은 제이 첸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철회하지 않는다면 첸 후보 말에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박 의원과 함께 한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연방하원에 입성한 캘리포니아주 39지구 영 김(공화, 60) 의원도 첸 후보를 저격했다. 김 의원은 “첸 후보 발언이 증오심 가득하고 인종차별 적이며,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통역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정책 논쟁은 민주주의를 강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성장환경에 관한 개인적인 비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미셀 박 스틸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올해 4선에 도전하는 캘리포니아주 68지구 최석호(공화, 78) 주하원의원 은 “아시아계가 같은 아시아계 현역 의원을 상대로 한 모욕적인 인종차별 발언 이라는 점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못 박았다. 최 의원은 “첸 후보가 자기 부모도 겪었을 만한 억양 문제를 가지고 비하 발언을 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그를 퇴출해야 한다”고 현지언론에 밝혔다. 캘리포니아 67지구 하원에 출마한 유수연 ABC통합교육구 교육 위원장(공화, 54)은 박 의원의 공적을 치하하며 “첸 후보가 그의 영어 실력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특히 첸 후보와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LA한인타운 전체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주 34지구 연방 하원의원에 재도전한 한국계 데이비드 김(민주, 37)은 “그(첸 후보)의 행동은 끔찍하다“고 지적 했다. 일각에선 유세 당시 청중이 아시아계나 라틴계였다면 첸 후보가 그런 발언을 하지 못했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그런 면에서 첸 후보의 발언은 더 비겁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을 지적했다. 또 첸 후보가 출마한 캘리포니아주 45지구에 아시아계 유권자가 40%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첸 의원 발언이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서울에서 태어난 미셸 박 스틸 의원은 14세 때 일본으로 갔다가 1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퍼다인대학교를 거쳐 USC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주류언론에 따르면 첸 후보는 2010년 LA 카운티의 한 통합교육구 교육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관할 교육구에 이른바 ‘공자학원’을 도입했다. 표면적으론 국제중국어교육재단을 표방했으나 실제론 중국공산당 자금 지원을 받는 대외선전 도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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