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번지는<식량대란>‘8억만명이 기아에 허덕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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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폭염 가뭄 등 기후까지 위기 상황

‘이미 곡물 바닥… 지구촌 아비규환’

■ 26개국 식료품·비료 수출 제한식량 위기 증폭
■ WTO “우크라이나 식량 필요 금수는 상황 악화”
■ 우크라이나 수확한 밀 수출 길 막혀 ‘식량 대란’
■ 아시아 주식 쌀이 ‘식량 대란’ 다음 차례가 경고

세계 재난 가운데‘식량 전쟁’이 가장 무서운 전쟁이라고 한다. 인간이 굶게 되면 무슨 짓인들 못하랴 는 말이 있다. 식량은 우선 곡물 생산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곡물을 필요한 지역에 제공되어야 한다. 세계 3, 4위 곡물 수출국이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 세계 곡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월 곡물 수출량은 전쟁 전 600만t에서 현재 100만t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세계 식량공급이 더 악화할 우려가 나타나는데 인도 등 26개국이 식료품과 비료 등의 수출 제한으로 식량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 UN은 식량 위기를 당장에 해결하지 못하면 전세계 8억 만여명이 굶주림에 처해‘식량 전쟁’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이나 한국도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판이다. <특별취재반>

‘식량 대란’이 벌어지기 전 나타나는 현상에 ‘사재기’현상이 있다. 식료품 중에는 장기간 보관 할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어 ‘사재기’에도 한계가 있다. ‘식량 대란’이 아직까지 미국에는 불어 닥치지 않고 있으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지구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흑해 항구가 봉쇄되면서 세계 곡창 지대인 이들 지역의 수출이 차단돼 세계 식량 대란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전까지 우크라 이나는 세계 4위의 밀, 옥수수 수출국이었다.

▲ 우쿠라이나 전쟁으로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개월이 지나면서 여기에 폭염과 가뭄 등의 기후까지 위기 상황에서, 곡물 생산국들의 식량 보호주의 회귀 등으로 밀과 옥수수 등 식량 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다음 차례는 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CNBC방송 지난 12일 보도에 따르면 밀 등 곡물부터 식용유, 고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식품 가격이 최근 몇 달 동안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공급량 감소를 비롯해 지난해 이미 상승 한 비료 및 에너지 가격이 식량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밀·귀리·설탕 등), 인도(밀), 인도네시아 (야자유) 등의 공급 차질과 수출 제한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밀 가격을 상승시켰다. 두 국가 모두 밀 주요 수출국으로 전세계 적으로 21%에 해당하는 막대한 량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농업과 곡물 수출에 차질이 빚어 졌다. 밀 가격은 1년 전보다 50% 이상 급등했다. 지난 6일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수출 터미널 중 하나를 파괴한 뒤 하루에만 4% 가격이 올랐다. 업계에선 아시아에서 주식으로 사용되는 쌀이 그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쌀은 아시아에서 주식으로 사용되는 데다 밀과 비료 가격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엔 식량농업 기구(FAO)가 6월 둘째주 발표한 5월 식량가격 지수에 따르면 국제 쌀값은 이미 5개월 연속 상승 해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 투자은행 노무라의 소날 바르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밀 가격 상승은 대체재인 쌀 수요 증가로 이어져 기존 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쌀 가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마 이코노미스트는 “보호무역주의는 다양한 이유로 글로벌 물가 압력을 악화한다. 사료와 비료 가격이 이미 상승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은 운송비를 증가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일부 국가들로부터 더 많은 보호무역주의를 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태국과 베트남은 쌀 수출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4개의 수출업체는 6월 첫 2주 동안 인도에서 더 많은 쌀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세계적 으로 쌀 재고가 풍부하고 올해 여름 인도의 쌀 수확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직은 위험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글로벌 식량 위기로 밀과 설탕 수출을 금지했지만, 현재까지 쌀 수출량을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최근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은 전 세계 쌀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은 5위, 태국은 6위다. 주요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도 강화되고 있다. 전쟁이 불러온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맞서 여러 국가는 인플레에 따른 국민 분노를 달래고 국내 공급 확대를 위해 식품 수출 제한에 나섰다.

국제 쌀값 5개월 상승 최고치

▲ 스페인에서 곡물가 파동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인도 대외무역 총국은 지난 13일 자국 식량안보를 확보하고, 이웃 국가와 다른 취약국의 수요를 고려한다며 밀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인도의 이런 결정은 세계 각국의 밀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 을 미칠 전망이다. 인도가 주요 밀 수출국이 아닌데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막히는 등 세계 식량공급이 이미 위기 상황이어서 파급력이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한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세계무역기구)사무총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각국의 백신·의료장비 등 수출 제한 조치로 이미 금이 간 자유무역 기조 가 농산물 수출 제한으로 더욱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각국이 상품의 원활한 이동을 막으면 결국 물가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 5월 26일 막을 내린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 러시아가 봉쇄한 우크라이나 식량 재고를 이동 시킬 수 있는 안전한 통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세계 식량 위기가 오는 2024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의 영향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6월 달 농업 수확이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 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쟁점은 우크라이나 곡물을 대피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 작업이 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포럼에서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봉쇄를 풀지 않으면 우크라 이나 곡물이 썩어갈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다른 작물을 심지 않을 것이며 이는 다년간의 식량 위기를 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료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거대 비료기업인이라도 우려를 표했다. 스베인 토레 홀스더 CEO는 “과거 2007~2008년 식품 가격 인상의 절반은 정책 조치 때문이었고 수출 금지는 상황을 증폭시켰다”며 “우리는 당시 사회적 불안과 불안정으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식품 가격이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고 우려했고, 아힘 슈타이너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사무총장도 개발도상국들이 식량 위기, 연료 위기, 금융 위기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농산물 수출 제한에 나서는 국가들이 속출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식품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5월 25일 보도를 통해 거의 모든 대륙에서 밀, 옥수수, 식용유, 대두, 설탕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국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DC 소재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올해 들어 26개국이 식품이나 비료에 대해 전면 수출 금지 또는 특별 인허가 절차 신설 등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이는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극심했던 2008년 한 해 동안의 33개국에 버금가는 숫자이며, 이 중 23개국이 올해에도 수출규제에 나서고 있다.

식량 보호주의가 ‘식량대란’ 부추겨

글로벌 식료품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승 추이를 이어왔으나 올해 들어 국제 곡물 시장 가격 변동성이 심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이 가장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소맥), 옥수수 등 주요 전략작물뿐만 아니라 수수, 해바라기씨, 채유, 콩류 등의 주요 수출국이며, 국제 곡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러시아의 2015~2019년 연평균 기준 밀 생산량은 7300만t 수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지만, 밀 수출 규모는 3173만t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러시아의 주요 밀 수출국은 미국 (2590만t), 캐나다 (2352만t), 프랑스 (2001만t), 우크라이나 (1759만t) 순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밀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5%에 달한다. 옥수수의 경우 연간 생산 규모는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이지만 수출물량으로 볼 때는 우크라이나가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연간 2201만t을 수출한다. 이는 세계 옥수수 시장의 12.9%에 해당한다. 그리고 농산물 외에도 러시아는 비료 수출을 2022년 2월 4일부로 사실상 금지했는데 규모로 따지면 세계 질소비료 시장의 10%, 칼륨비료 시장의 18.7%, 그리고 인산비료 시장의 8.6%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가 전쟁으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고 자국 밀, 귀리, 수수 등 전략작물의 수출규제 를 시행하면서 이는 국제 곡물 시장 가격 변동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UN은 2022년 연간 밀 예상 생산량을 당초 7억 9000만t에서 7억8400만t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겨울 밀 생산량이 최소 20% 급감할 것을 고려한 수치다.

식료품 수급 수출 금지 ‘대란’ 가속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가격을 나타내는 식량가격지수(FFPI)는 지난 4월 158.5로 작년 동기(122.1)보다 30% 뛰어올랐다. 육류 가격은 17%, 밀 등 곡물 가격은 34%, 식물성 기름은 46%나 급등했다. 수출 금지를 단행한 국가 중 한 곳인 인도는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설탕 수출도 제한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내 식량 보호 차원에서 6년 만에 설탕 수출을 연간 1000만t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브라질 (3900만t) 다음으로 설탕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0월 까지 3118만t을 생산해 약 700만t을 방글라데시,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두바이 등지로 수출 했다. 인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10만t의 설탕을 수출해 앞으로 290만 톤가량만 수출이 가능하다. 다만 인도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가는 물량은 특정 관세 규정에 따라 규제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는 지난 5월 23일 전쟁 여파에 따른 자국 내 닭고기 가격 급등을 이유로 6월부터 월 360만 마리의 닭고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식용유 수출국인 인도네 시아는 지난달 자국 내 식용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팜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가 25일 만에 재개했고,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다. 레바논은 아이스크림과 맥주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과거의 경험상 이런 식품 수출 제한은 국제 식품 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출 제한으로 각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물가를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농민들이 국내외에서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작물로 바꿔 재배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기 때문에 이런 효과가 오래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장크트갈렌대학의 사이먼 이브넷 교수는 수출 제한에 나선 정부가 근본적인 개선 없이 사정이 나아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지만, 매우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수출 제한 전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품 수출 제한은 일시적인 조치라고 밝혔고 실제 아르헨티나와 몰도바, 헝가리는 수출 제한 조치를 풀었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은 수출 제한으로 인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에 유엔은 13일 세계무역기구(WTO) 정상들에게 인도주의 차원에서 식량 수출을 규제하지 않도록 촉구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대표는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직면할 우려가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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