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 386년만에 첫 흑인 여성 총장, 클로딘 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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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선구적 역할할 것”

미국 독립보다 먼저 세워진 대학이라고 자랑하는 세계 최고 명문 대학으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Harvard University)에서 최초로 흑인 여성 총장이 탄생했다. 하버드대는 클로딘 게이(52, Claudine Gay) 문리학부 학장이 제30대 총장으로 선출됐다고 15일 발표했다. 1636년 세워진 하버드대에서 흑인이 총장에 오른 건 처음이다. 게이 학장은 또 하버드대 386년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

게이 학장은 이날 당선 연설에서 “하버드대는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고 극복해 온 역사가 있다”며 “이 특별한 힘을 등에 업고 현재 직면한 과제에 과감하고 용감한, 또 선구적인 대처를 해 나가겠다” 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우린 사회, 정치, 경제, 기술적으로 놀랍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순간 속에 살고 있다”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또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험이 쏟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게이 총장 임기는 내년 7월 시작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아이비 리그 소속 대학이다. 영국 케임 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한 존 하버드에 의해 1636년에 세워져 38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 명문 대학 중 하나이자 전 세계 수재들의 집결지로 손꼽힌다.

2022년 현재 기준 전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 억만장자, 국제기구 수장 및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해낸 대학이고,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 국가의 정계, 법조계, 재계, 문화계, 언론계, 학계 등의 최고 위치에 포진되어 있는 압도적인 동문 인맥을 자랑한다. 또한 전 세계 대학교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네임 밸류나 대학 브랜드 평판이 가장 높으며 재단의 기금이 가장 많은 대학이기도 하다. 신임 게이 총장은 1970년 뉴욕의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뉴욕에서 지내다 미 육군 공병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에 돌아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8년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 학위 논문으로 대학으로부터 정치학 분야 최고 논문상 Toppan Prize을 받았다. 게이 학장은 2000년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부터 하버드대 행정학 및 아프리카인·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흑인 등 소수 인종의 선출직 진출이 정부에 대한 국민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또 빈곤층에 대한 주택 등 거주 지원 정책이 이들의 정치 참여로 이어지는지 등을 주로 연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2015년 하버드대 사회과학 학장직, 3년 뒤 하버드대에서 가장 큰 규모인 문리학부 학장직에 올랐다. 하버드대는 “학생들의 교육 접근과 기회를 확대하고, 민족과 빈곤, 이주 문제 등 분야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오려 노력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지역사회 건강과 학업 연속성 유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게이 학장은 캘리포니아 공공정책 연구소와 스탠퍼드대 행동과학 고등연구센터,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연구소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소수 인종 전문 논문상도 수상

하버드대 학장 추천위원회 위원장 페니 프리츠커 전 미 상무부 장관은 그에 대해 “빼어난 직업적 성취들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성품과 분야를 넘나드는 호기심, 다른 사람의 기회를 위한 헌신 등 개인적 자질이 훨씬 인상적이다”라며 “모든 학생에게 깊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매체들은 이번 임명이 하버드대의 아시아계 미국인 입학 차별에 대한 연방대법원 소송 최종 판결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을 짚으면서 “하버드대가 첫 흑인 총장을 뽑아 인종차별 의혹을 불식하려 한다”고도 해석하고 있다.

2020년 8월 현재까지 하바드 출신으로 8명의 미국 대통령, 현재 생존하는 188명의 억만장자, 161명의 노벨상 수상자, 18명의 필즈상 수상자, 14명의 튜링상 수상자, 5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 10명의 아카데미상 수상자, 48명의 퓰리처상 수상자, 108명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금메달 46개), 375명의 로즈 장학생, 그리고 255명의 마셜 장학생을 배출하였다. 하버드 대학교는 미국 건국 전에 세워진 9개의 콜로니얼 칼리지 중 하나로, 신대륙 최초의 고등 교육기관이자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의미의 사립대학이다. 매사추세츠에 17,000명의 청교도가 살게 되자 성직자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매사추세츠 식민지 일반의회(the Great and General Court of the Massachusetts Bay Colony)에 의해 1636년 New College(당시 철자법으로는 Newe College)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당시 설립을 주도한 매사추세츠 지도층이 대부분 당시 청교도 신학의 중심지였던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엠마누엘 컬리지 출신이었으므로 엠마누엘 컬리지를 참고해 조직되었다. 설립을 주도한 이들 중 한 명이자 엠마누엘 컬리지 출신의 청교도 성직자인 존 하버드 목사가 1638년에 유산(776 파운드 스털링의 돈과 책 400권)을 본교에 기증하자 1639년 현재 본교의 학부 이름인 하버드 칼리지(Harvard College)로 개명되었다. 사립대학법인으로서 하버드 대학교의 재단은 1650년 인가되었다. 하버드의 뒤를 이어 1693년 윌리엄&메리 대학교(버지니아), 1701년 예일 대학교 (코네티컷), 1746년 프린스턴 대학교(뉴저지)등 신대륙에도 여러 대학들이 설립되고 인가받기 시작한다.

종교대학에서 세계적 종합대학으로

1764년에는 대학 본부가 불타서 존 하버드의 책들도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실된다. 1775년에는 독립군이 하버드 교정에 주둔하며, 1776년에는 8명의 하버드 졸업생이 미국 독립 선언서에 서명한다. 1782년 의학전문대학원이 세워짐에 따라 드디어 종합대학인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된다. 1816년에는 신학대학이, 1817년에는 로스쿨이, 1839년에는 천문대가 세워지면서 대학은 성장을 거듭하였다. 초기의 하버드 대학교는 개신교(특히 나중에 회중교회의 전신이 되는 청교도) 성직자를 길러내는 종교대학이었다. 하지만 17, 18세기를 거치며 세속화되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상류층을 위한 종합대학으로 변모했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 재단의 재산은 406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대학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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