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49]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몬 ‘검사 이인규’ 실체 특수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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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복 벗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중소기업 측에 빨대 꽂고 돈 벌어
■ 중소기업 전문홈쇼핑 대표이사와 2000만원 골프채 주고 받아 논란
■ 패소가 뻔한 소송을 고의로 소송으로 밀고가 거액의 수임료 받기도
■ 홈앤쇼핑 고문 변호사로 일하면서 ‘바른’에 25억 수임료 가져다 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이인규 변호사(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대중 앞에 섰다. 그는 최근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란 책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비화를 비롯해 검사 시절 각종 수사 관련 일화들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특히 그가 밝힌 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비화의 파장이 컸다. 이 변호사는 이 책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사의 진실을 알면서도 회고록 <운명>에서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고,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이 받은 이른바 ‘논두렁 시계’는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작품이라고도 주장했다. 문제는 이 변호사가 자신의 책에서 주장한 것처럼 강직한 삶을 살고, 두 전직 대통령을 비난할 만한 윤리적 자격을 갖췄냐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 그는 검사복을 벗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하면서 중소기업이 만든 TV홈쇼핑 업체인 ‘홈앤쇼핑’의 사외 이사로 일하면서, 업체 사장에게 빨대를 꽂고 고가의 골프채를 받고, 패소가 뻔한 소송을 만들어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 등 사실상 법조브로커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 그런 그가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나타나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이 검찰 정권의 슬픈 자화상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인규 변호사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서 이 변호사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이인규 선배는 브로커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 드러는 각종 행동은 그가 법조브로커나 다름이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게 검사들의 끈끈한 유착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말하지만 뒤로는 금권과 유착해 돈을 빨아먹는 거머리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결혼식에 수많은 대기업 대관 직원들이 와서 수백미터 줄을 서서 축의금을 낸 일화는 지금도 검찰 내에서 유명한 일화다. 김 여사의 집에 삼성이 전세권을 설정하고, 김 여사가 코바나콘텐츠 운영하던 시절에 삼성그룹의 도움으로 희귀한 미술전을 연 것 역시 검사 윤석열의 힘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다른 특수통인 최재경 민정수석 역시 도곡동 삼성물산 건물에 아내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특혜를 받은 것 역시 검찰 사람들은 익히 아는 일화다. 최근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인규 변호사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 경동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그는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자리까지 올라갔다.

전형적 법조 브로커

회고록에서 SK 최태원 회장 구속(2002년)부터 대선자금 수사(2003년)를 거쳐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2009년)까지 ‘힘센 나쁜 놈’을 처단한 자신의 업적을 깨알같이 자랑했다. 정홍원‧우병우‧홍만표‧한동훈‧박영수 등 함께 활약한 ‘훌륭한 검사’는 실명을 밝혔다. 검찰을 완전 정의로우며 오류라곤 없는 조직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과연 이인규라는 사람이 그렇게 완전무결하며 흠결이 없고 도덕적으로 윤리적인 사람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는 검사를 그만두고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로 일했다. 그가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를 도운 인사가 바로 이 변호사의 경동고 동문인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이사였다. 두 사람은 부부끼리 해외 골프여행을 함께 다니는 등 평소에도 회사 사람들이 널리 알 정도로 가깝게 지냈으며, 이 변호사의 기사가 강 대표이사의 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선데이저널>에 “강남훈 대표이사와 이인규 변호사가 2000만 원 짜리 골프채를 주고받고, 강 대표이사가 이 사실을 회사에 널리 떠들고 다닐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이 가깝게 지내는 건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 되지만 문제는 이것이 업무적으로 엮였을 때다. 강 전 대표이사는 이 변호사를 홈앤쇼핑 고문변호사로 썼고, 사외이사로도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의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 자문위원, 관련 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 이사로 이 변호사를 임명했다. 네 개 자리로만 앉아서 버는 돈이 월 1000만원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증언이다. 뿐만 아니라 채용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2017년 10월 16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강 전 대표와의 질의를 통해 강 전 대표와 이인규 변호사 간 인사청탁 등 부당행위가 오갔음을 확인했다. 당시 이 변호사의 처조카 김모씨가 홈앤쇼핑에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고 이에 대해 강 전 대표는 “인사청탁은 아니지만 이 변호사 소개로 들어온 것은 맞다”고 답해 문제를 일부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변호사가 사실상 법조브로커나 다름없는 행동을 강 전 대표와 모의했다는 점이다. 당시 홈앤쇼핑은 콜센터와 계약해지를 했는데, 회사 내에서는 계약해지가 불법임이 명백하다는 법무팀의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강 전 대표이사를 계약해지를 강행했고, 심지어 소송전으로 끌고 갔다. 당연히 소송에서 홈앤쇼핑이 패했지만, 노난 것은 변호를 맞은 이 변호사 측이었다. 이처럼 강 전 대표이사 체제의 홈앤쇼핑은 이 변호사 소속 로펌에게 계속해서 소송을 밀어줬고, 그래서 가져간 돈이 25억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들이 판로를 개척하고자 만든 회사였는데 이 변호사가 여기에 빨대를 꽂고 거액을 빨아먹은 것이다. 사실상 중소기업인들의 피를 빨아먹은 셈이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7년 정부가 검찰 과거사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하자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2009년부터 근무했던 바른을 갑작스럽게 그만뒀다. 후에 유학을 떠났다고 했지만 그가 문재인 정부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했단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윤석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책을 집필하더니 결국 이번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공개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14년 만에 회고록을 낸 이유에 대해 “지난달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도 모두 완성됐다. 이제는 국민에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혼자 정의의 화신인 척

이인규 변호사는 이 책에서 문재인과 노무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모두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무능하고 무책임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사의 진실을 알면서도 회고록 <운명>에서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고,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억측과 허위사실이 퍼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책을 썼다고 이 전 부장은 밝혔다. 이 전 부장은 문 전 대통령이 저서 <운명>에서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한 점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을 두고 “(당시) 검찰 수사 기록을 보지도 못했고, 검찰을 접촉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의견서 한 장 낸 적이 없는데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변호인으로서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을 찾아와 솔직한 검찰의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는 변호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그동안 왜 도망 다녔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렇게 얘기할 사람이 그동안 왜 도망 다녔느냐”며 “‘검찰 공화국’이 도래하니 복귀한 건가. 그 사람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유시민 작가 역시 “그의 주장이 사실 공방을 할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예컨대 박연차와 면담하면서 노 대통령이 했다고 그가 주장하는 말들은 지어낸 것이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이루어진 짧은 면담은 영상녹화실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었다. 자신과 문재인 대통령의 증언 중에 어느 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인규 씨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가 지금 시점에서 책을 내고 이와 같은 주장을 한 것은 결국 검찰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인 윤석열 대통령을 믿고 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는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서 이 변호사와 관련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이인규 선배는 브로커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 드러난 각종 행동은 그가 법조브로커나 다름이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게 검사들의 끈끈한 유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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