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70주년 1] 기념 행사 문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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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 학계인사 4명 초청 세미나에 청중 고작 27명
■ 한미청소년들의 전통 성년례와 다짐 행사도 무덤덤
■ 닉슨도서관소장 한미동맹 관련자료 첫 공개도 무색
■ 주최측 홍보와 역량미비로 변죽만 울리고 실적미비

올해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화두는 ‘한미동맹 관련 70주년’과 ‘미주이민 1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기념행사를 위해 미주내 LA총영사관을 포함해 각 지역 총영사관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 특성에 따른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했고, 앞으로도 계속 기념행사가 오는 10월 1일 한미동맹 체결 기념일을 전후로도 예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진행된 기념행사들은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과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의 역량 부족과 홍보 미비로 한미동맹 7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한미사회에 전하는데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앞으로 예정된 기념행사들을 위해 해당 공관들은 구호보다 실제로 한미동맹의 가치적 유산 전달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성진 취재부 기자>

LA총영사관(총영사 김영완)과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닉슨재단(이사장 Jim Byron)과 공동 주최로 지난 6월 20일 닉슨대통령도서관(The Richard Nixon Library & Museum)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문화행사 및 세미나(Bridging the Past, Present, and Future: 70 Years of the ROK-U.S. Alliance)를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故 위트컴 장군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 한미 청소년들의 전통 성년례와 다짐, 그리고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이어졌다면서 특히 이번 행사에는 6명의 한국전 참전 용사(Leo Grizzaffi, Manuel Adame, Roman Moraroles, Robert Clark, Robert Adams, Ben Espinoza)와 가족들이 참석하였으며, 각계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여 한미동맹 70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고 전했다. 특히, 55명의 한미 청소년들이 한복을 입고, 한국의 전통 성년식을 체험하며, 참전 용사들 앞에서 한미동맹과 성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맹세하면서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한미관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지난 70년간 한미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돌아볼 수 있는 행사로 구성되어 참석자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보다 더 이해하고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엉성한 기획…취지와 엇박자

하지만 LA총영사관과 LA한국문화원이 지난 6월 20일 닉슨도서관에서 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고 밝힌 것과 “각계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하여 한미동맹 70년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고 전한 것과 “참석자들이 한미동맹에 대해 보다 더 이해하고 미래를 함께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한 것은 사실과 크게 달랐다. 이는 현장 취재기자의 분석이다. 이날 LA총영사관과 LA한국문화원이 닉슨재단과 함께 오전 10시 30분 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기념행사(점심시간 1시간 30분 제외)의 줄거리는 4개 파트였다. 개회식, 평화의 사도 메달 수여식, 한국 전통 성년례 및 난타 공연 그리고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미래’ 주제의 세미나였다. 이날의 행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미동맹의 과거, 현재, 미래’(Bridging the Past, Present, and Future: 70 Years of the ROK-U.S. Alliance) 주제의 세미나와 문화 행사인 한국 전통 성년례 및 난타 공연이었다.

이날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문화행사 및 세미나”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진행된 행사의 비중은 ‘한미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는 세미나로 4명의 학계 전문 교수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것인데 세미나에 청중이 고작 27명이 참석해 모처럼 기획한 행사가 크게 퇴색되고 말았다. 이날 세미나는 조셉 전 UC 어바인 교수(Joseph Jeon-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의 사회로 위스컨신대 매디슨 캠퍼스 역사학자인 데이빗 필즈(David Fields-Center for East Asian Studies,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진 박 로욜라 메리마운트 교수(Gene Park-Loyola Marymount University), 이호철 인천대 명예교수(Hochul Lee-Incheon University)등이 발표자로 나와 한미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Bridging the Past, Present, and Future: 70 Years of the ROK-U.S. Alliance)를 다각도 로 조명했다.

이날 점심을 끝내고 오후 1시 30분 닉슨 도서관 대강당에서 4명의 교수 들 중 첫번째 발제자는 위스컨신대 매디슨 캠퍼스 역사학자인 데이빗 필즈 교수(Prof. David Fields)로 한미동맹의 주창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깊게 연구한 학자이다. 필즈 교수가 발제를 시작할 때 객석에는 참전용사 2명을 포함 미국인 9명과 나머지 한인으로 취재기자 5명을 합하여 불과 40여명 정도였다. 그 중에는 주최자인 김영완 총영사, 정상원 문화원장 등과 준비요원 등이다. 실제로 행사 준비와 관련없이 외부에서 온 참석자는 30명도 안되었다. 두번째 발제자 진 박 로욜라 메리마운트 교수(Prof. Gene Park)의 발표가 끝난 시간은 세미나가 시작 된지 60분이 지난 때였다. 당시 객석에서 발표를 듣는 사람수는 불과 27명이었다.

주제 발표 교수 지붕보고 강연

이날 세미나에서 학자들의 발표 내용은 한미동맹의 탄생과 변천과정 그리고 동맹의 혜택 등 많은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들을 알려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승만과 한미동맹의 당위성도 강조 되었다.이승만의 재평가가 제기되는 시점에서 이날의 세미나도 이목을 집중할 만 했다. 미국 학계에서 이승만 연구로 정평이 있는 필즈 교수는 첫번째 발제자로 나와 이승만의 정치인생에는 집권 연장 등 결점도 있었지만, 그의 조국을 위해 희생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개혁을 옹호한 점 등은 긍정적 면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독립운동을 위한 집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달성, 농지개혁 등은 한국인들이 이승만을 존경할 수 있는 이유들 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필즈 교수는 한때 미국은 이승만을 제거시키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이유 중에는 그를 지지하는 미국 친구들이 여론을 이끌 정도였다고 일화도 소개했다. 필즈 교수는 이승만은 6·25 전쟁이 통일이 아닌 휴전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극력 반대했다. 이에 미국은 ‘에버레디’라는 작전을 통해 그의 제거를 구상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했다. 필즈 교수는 미국은 2차 대전을 치루면서 상하이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승만은 자신의 수석 고문이었던 미국인 로버트 올리버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그는 “공산주의란 마치 전염병인 콜레라와도 같아서 박멸해야 하는 것이지, 어르고 달래며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38도 이북에 공산주의를 남겨 놓고선 진정한 통일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았던 정치인이다고 평가했다.

이날 로욜라 메리 마운트대 국제정치학 진 박 교수는 한미동맹에 대한 양국 국민의 지지 도가 높다고 평가하면서 상호신뢰 바탕이 동맹의 결실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대 국제 정치 학과 이호철 명예교수는 미중경쟁 등 급변하는 국제정치 환경 아래 한미관계 현황과 전망에 관해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오전에 진행된 55명의 한미 청소년들이 한복을 입고,한국의 전통 성년식을 체험하며, 참전 용사들 앞에서 한미동맹과 성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맹세하는 프로그램은 차라리 아름다운 우리의 국악예술을 공연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현장의 소리도 나왔다.

‘그 많은 청소년들은 왜 동원?’

한 참석자는 “50여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입고 나온 한복은 자칫 한복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정도”라면서 “거의 한시간에 걸친 사회자의 전통 성년식 프로그램 진행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면서 “그 많은 청소년들은 왜 동원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참석자는 “이날 난타공연은 우리의 소리가 아니라 시끄러운 음악이 었다”고 혹평하면서 “차라리 아름다운 판소리 공연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행사 가운데 닉슨 재단이 보유한 귀중한 한미 관계 자료들이 일반인들에게 최초로 공개되어 기념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LA총영사관이나 LA한국문화원 측의 홍보 미숙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지나가 버렸다. 이날 공개된 자료는 한미동맹 70년 역사의 출발점이었던 1953년 당시 닉슨 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미관계의 미래에 관해 언급한 성명서와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 순방 일정, 이승만 대통령이 전후 한국 경제재건을 위해 작성한 이른바 ‘리 플랜(Rhee Plan)’ 등 3종류다.

닉슨 부통령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특사로 한국전쟁 정전 직후인 그해 11월 이승만 대통 령이 미국과 협의 없이는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닉슨은 한국 방문 당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공산주의에 용감하게 맞선 한국인들의 용기를 치하하는 한편 전후 재건을 위한 양국의 공동 노력은 두 나라 사이에 친선과 존중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방 문서 및 기록보관소 소속으로 닉슨 기념 도서관 및 박물관에서 근무 중인 김이권 전시전문가는 “도서관이 갖고 있는 한미관계 관련 자료 중에서 70년 전인 1953년도 자료를 찾아 일반인들에게는 처음으로 공개하게 됐다”며 “6‧25 한국전쟁 정전 이후 전개됐던 한미 관계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이권씨는 “닉슨 도서관에는 이외에도 한미관계를 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많다” 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더 큰 규모의 전시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닉슨 도서관 측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협력으로 한미 동맹의 기틀이 이뤄진 1953년 하반기 한국 정부와 백악관 사이에 오간 문서 3건과 닉슨 부통령 한국방문 사진 11장 등 역사적인 자료를 전시했다. 이날 닉슨 도서관 지하 1층 서고에서 이승만 계획(1953년 12월 10일), 닉슨 부통령 한국 방문 연설 및 일정표(1953년 11월 12~13일)의 원본도 공개했다.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따르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군 철수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행정부를 설득해 같은 해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한미동맹)을 체결한다. 그후 한 달 뒤 이 대통령은 전후 재건을 위해 미국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문서(약 12장)를 백악관에 보냈다. “이승만 계획”(THE RHEE PLAN)이라는 제목의 문서 표지에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토대 아래 대한민국을 재건한다’고 명시됐다.

이 대통령은 한국 재건의 목적, 재건지원금 상환계획, 정부 자산 관리, 미국 기업체의 한국 투자 혜택 등을 문서 목차별로 자세히 설명했다. 이와 관련 NARA 사서인 도리사 마티나는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외교 관련 일은 닉슨 부통 령에게 맡겼다”며 “현재 닉슨 도서관은 한국과 관련된 문서 등 자료를 72박스(박스당 문서 2000 장) 이상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닉슨 재단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행사 이후 3주 동안 해당 문서 복사본 전시 및 닉슨 부통령 한국방문 사진전을 진행했다. 이번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행사를 LA총영사관과 LA한국문화원과 공동 주최한 닉슨재단이 행사를 가진 닉슨 대통령 도서관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철저하게 문서화 된 도서관 중 하나이다. 이곳 닉슨 도서관 자료 집에는 약 4천 6백만 페이지의 문서, “백악관 테이프”로 알려진 3천 7백 시간의 대통령 대화 녹음, 4천 개의 방송 비디오, 거의 4천 5백 개의 오디오 녹음, 30만 개의 스틸 사진, 2백만 피트의 필름, 그리고 42개 이상의 파일이 들어있다,
닉슨 도서관은 한미동맹의 역사적 자료가 깃든 장소라는 점에서 이곳에서 행한 기념행사가 소임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은 일이다. 무엇보다 이 도서관의 설립 목적은 후세들에게 교육으로 위한 역사적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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