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68] 윤석열, BBK조작범들 대거 영입한 이유 ‘실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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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이 모두 BBK 면죄부 준 관련자들
■ 이상인 상임위원은 윤석열과 BBK 특검에서 근무 ‘친분 깊어’
■ 이동관후보, BBK 사건 보도했던 MBC PD 퇴출 지시 당사자
■ BBK특검 김홍일 권익위원장 임명에 보수단체들 고발 잇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이동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허나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막가파식 인사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만약 이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16번째 사례가 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후보자를 15차례 임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임명은 다른 인사들은 임명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야당의 반대도 어느 후보자보다 심하고, 이 후보자처럼 각종 의혹에 휘말린 후보도 없었다. 특히 본국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인 자녀 학폭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대통령은 임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이 후보자 임명이 현 정권에서 대단히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언론재단, KBS, MBC 등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 있는 언론 관련 단체나 언론에 대대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권이 사정기관을 장악한 만큼 언론장악이 내년 총선에서 여론을 통제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권을 꿰는 코드는 MB이며 더 핵심적으로는 BBK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을 둘러싼 흑막을 들여다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 2022년 대선을 한 주 앞두고 본지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육성 파일을 보면 BBK 사건에 대한 그의 소회가 잘 들어가 있다. 이명박을 일컬어 “김경준에게 네다바이 당했던 어리숙한 인물”로 거침없이 말할 정도로 그는 BBK 사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인사다. 현 정권에 친이계 인사들이 많은 것은 윤 대통령 인사코드를 가만히 살펴보면 BBK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MB총애 받던 尹의 보은 인사

특수통수사로 잔뼈가 굵었던 윤 대통령은 MB정권 초기부터 잘나가던 검사다. 2013년 초 시작된 BBK 특검에 파견돼 MB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했으나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그 후 대검 중수 2과장, 중수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석열이 면죄부를 주고 MB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는 말이 지금까지 검찰 내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이번에는 MB를 때려잡고 20년형을 구형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다시 문재인 대통령 눈에 들었다. 그야말로 같은 사건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치검사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즉 이 면죄부를 줬던 BBK 사건이 조작 수사였음을 뒤늦게 자백한 것이다. 그런 BBK의 경험이 강렬했던지 윤 대통령은 당시 관련자들을 지금 국정 곳곳에 배치하며 사정기관과 언론 장악에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이동관 후보자에 앞서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이상인 변호사다. 대통령실은 지난 5월 3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김창룡 전 상임위원(대통령 추천)의 후임으로 이상인 변호사를 인선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사법연수원 17기 수료 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08년에는 BBK 특별검사팀에 소속돼, 특검보로 수사에 참여했다. 특검팀에 파견검사로 근무했던 윤석열 대통령과도 직간접적인 인연이 있다. 당시 BBK 특검팀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라고 결론냈다. 특검팀은 주식회사 다스 지분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당선인이라는 의혹도 근거 없다고 밝혔다. 면죄부 수사, 부실수사 논란 이후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KBS 이사로 선임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후일 MB에게는 실형이 선고돼 철장에 갇히게 된다.

이동관 ‘엮는데 달인, 조작의 달인’

이동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에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을 보면 국정원이 MBC 간부들을 사찰하고, ‘좌편향’ 언론인과 프로그램 등을 퇴출하는 공작을 벌인 사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국정원은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퇴출해야 할 간부 명단을 작성하고, “노조와 야권에 빌붙은 국장급 간부 교체”, “일선 기자와 피디(PD)도 정치투쟁, ‘편파방송’ 전력자에 대한 문책인사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인적쇄신’의 목표는 “김재철 친정체제 확립”을 통한 방송 장악이었다. 김재철은 2010년 2월부터 3년간 MBC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방송 장악의 ‘마름’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큰집(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여가며 엠비시 좌파 대청소”(2010년,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발언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시 리스트에는 “2007년 대선 때 시사 프로를 통한 BBK 왜곡보도 지시”, “친노조 성향으로 대통령 라디오 연설 공공연하게 반대” 등의 퇴출 사유가 언급돼 있었다. ‘피디수첩’과 ‘시선집중’ 등을 ‘좌편향’ 프로그램으로 지목하고, 담당 피디는 물론 진행자, 외부 출연자까지 교체하라고도 했다. ‘피디수첩’의 경우, “광우병 허위보도” 등을 문제 삼았다. 문건에 제시된 방송 장악 시나리오는 거의 그대로 실행에 옮겨졌다. 그런데 이 문건의 작성자는 바로 이동관 특보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국정원이 2009년 12월 24일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는 ‘12·18 홍보수석 요청자료’라고 적혀 있다.

맨 끝에는 ‘배포: 홍보수석’이라고 적시돼 있다.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바로 이동관 후보자다. 이 문건은 “좌편향 피디와 진행자들이 4대강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그 대책으로 경영진의 주의 환기, 좌편향 진행자 퇴출, 건전단체·보수언론 주도로 편파보도 문제제기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가 국정원에 ‘좌파 대청소’ 방안 마련을 사실상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국정원이 2010년 1월 13일 작성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도 ‘1·7 홍보수석실 요청사항’, ‘배포: 민정수석, 홍보수석’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문건에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방송사가 꾸린 선거기획단에 “좌편향 기자들이 침투해 과열·혼탁 선거가 우려”된다며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 좌편향 제작진 배제”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돼 있다. 최근에는 2017년 국정원 불법 사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2010년 국정원이 작성한 ‘엠비시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에 대해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엠비시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김홍일 유인촌 이동관 전면배치

이 모든 일이 ‘방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진행됐다. 지금도 여권과 보수단체들은 ‘방송 정상화’를 부르짖는다. 정권에 불리한 보도에 ‘가짜뉴스’ 낙인찍기, 라디오 패널 ‘좌편향’ 공격, 수신료 분리징수를 통한 공영방송 겁박,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한국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등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일들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이 되면 언론 자유를 확실히 보장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취임 이후에도 틈만 나면 ‘자유’를 외쳤다. 그래놓고는 언론 자유를 무참히 훼손한 인물을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려 한다.

더욱이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 자신의 휘하에 있던 수사팀이 ‘방송 장악 문건’ 작성 지시자로 지목한 조직의 책임자였다. 유체이탈도 이런 유체이탈이 없다. 최근 언론장악에는 BBK 특검이었던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그는 최근 권익위원장에 새로 임명됐는데, 보수단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방송 관련 사안들을 권익위에 고발하고 있다. 퇴진을 앞둔 KBS 경영진이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제2노조)와 체결하는 ‘고용안정협약’은 배임 및 부패 행위에 해당한다는 신고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것. 권익위는 신고 내용을 검토한 뒤 현장조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는데 결국 권익위는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한 KBS 경영진을 고발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 분명하다.

김 위원장은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 도곡동 땅 실소유, 투자자문사 BBK 조가조작 관여 등 의혹을 수사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윤 대통령은 2009년부터 2년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할 때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 2과장으로 초기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네거티브 대응을 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때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탤런트 유인촌까지 문화특보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인 언론탄압이 시작됐다. 이동관-유인촌-김홍일부터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이상인 변호사 등 BBK 올드보이들끼리 재기를 꿈꾸며 내년 총선에서 어떤 방식으로라던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여론을 통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드디어 혹독한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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