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한국금융감독원③] 금융감독원 전산시스템 사적사용 미연방법원에 소송장 제출 ‘위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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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직원, 행동강령과 파생상품투자금지 위반 등이 쟁점
■ ‘공적자산 사적사용 명백 인사관리규정 징계대상행위’명시
■ 미 증권위 ‘가상화폐 트론은 미등록-미승인 주식’매매제한
■ 금감원컴퓨터로 작성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잣대 될 듯’

금융감독원 컴퓨터와 프린터 등 금감원 전산시스템에서 출력된 가상화폐사기 소송장이 연방법원에 제출, 금감원 직원의 기강해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은 금감원이 자체제정 한‘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과 ‘인사관리규정’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일단 공적 자산이 사적으로 사용됐다는 데는 다툼의 여지가 없으며, 지난해 제정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취업규칙이나 서약서 위반, 명예손상 등 자체 징계사유에 해당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디. 또 하나, 금감원은 인사관리규정을 통해 ‘직원들의 국내외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매매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공적 자산의 사적사용 외에도 이 규정 위반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다른 기관들과는 달리 공적자산 사적사용에 대한 규제를 행동강령 등에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컴퓨터 사적사용은 취업규칙 위반

금융감독원은 인사관리규정,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제정, 이를 위반한 직원들을 징계하고 있기 때문에 금감원 컴퓨터를 통해 가상화폐사기 소송장을 출력,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행동은 이들 규정을 위반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999년 1월 1일 제정, 지난 2022년11월 30일 개정한 인사관리규정은 제2절에 징계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절 제41조 징계대상에서 ‘부정한 행위를 한 자, 고의 또는 중과실로 업무상 장애 또는 분쟁을 야기시키거나 감독원에 손실을 초래한 자, 취업규칙 또는 서약서에 위반한 자, 원내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감독원의 명예를 손상한 자 등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소송의 원고인 홍경미 씨가 금감원직원이라면, 금감원프린터로 이를 인쇄했으므로 금감원 재산의 사적사용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금감원이 감찰을 통해 진상을 확인, 제41조 규정 징계대상행위 중 감독원에 손실 초래, 취업규칙이나 서약서 위반, 원내질서 문란, 명예손상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인사관리규정에 첨부된 징계기준에 따르면 ‘감독원의 정관 또는 내규 등을 위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비위정도에 따라 최소 견책에서 최대 면직에 처할 수 있다. 면직은 직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하는 것을 말하며, 정직은 직원신분을 유지하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 기간 중에도 기본급여의 80%를 받게 된다. 사실상 일을 하지 않으면서 80%의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 감봉은 1개월에서 1년 미만동안 일정액의 급여가 삭감되고, 6개월간 승급 및 승호가 실시되지 않는다, 가장 징계 수위가 낮은 견책은 3개월간 승급 및 승호를 실시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승진 및 호봉승급일수에서 3개월을 제외하는 것으로, 그 기간만큼 승진과 월급상향조정이 늦어진다.

또 올해 1월 25일 개정된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중 별표2,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거래기준[제13조 관련]은 4항에 매매거래가 제한되는 금융투자상품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내외 장내파생상품, 국내외 장외파생상품, 비상장주식 및 비상장주식 관련 회사채, 그 외 행동강령책임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별도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상품’등의 매매거래를 제한한다. 홍 씨는 소송장에서 2017년부터 가상화폐 트론을 소유했다고 주장했으며, 트론은 국내외 장외파산상품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연방증권 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 트론을 제소한 것도 장외 미등록 금융상품을 불법으로 판매했기 때문이며 홍 씨 자신도 소송장에서 증권거래위원회 제소주장을 원용한다고 밝힘으로써 장외불법상품을 매매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규정 6항에는 ‘감독원의 명예나 위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등 인터넷에서 트론 피해자들은 하루 이자 3%를 약속한 다단계 사기로 인해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 외 뉴질랜드,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트론가상화폐 다단계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연방증권거래위원회도 불법사기로 트론 등을 고발했음을 감안하면, 홍 씨의 트론 투자가 금융감독원 명예나 위신을 훼손했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즉, 홍 씨의 행위는 금감원 손실초래 또는 취업규칙 또는 서약서 위반, 명예실추등과 금감원직원 매매제한 상품매매 등의 금융감독원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여부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금감원, 공공기관인가 민간기업인가

이 문제는 금감원 공적자산이 사적 용도에 사용됐다는 논란 외에도 금감원이 제대로 보안 지침을 마련했는지, 또 이를 시행했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이 보안의 지침으로 삼는 것이 국가정보원의 지침이다. 이른바 ‘국가정보보안기본지침’은 국가정보원이 매년 작성, 배포하는 것으로 가장 최근 지침은 올해 1월 31일자 지침이다. 이 지침은 정보부처와 공공기관등에 적용되며, 금감원 역시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공직유관 단체로서 이 지침을 토대로 엄격한 보안규정을 시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규정 제 55조 로그기록유지 조항에 따르면 각 기관의 장은 정보시스템의 효율적 통제와 관리 및 사고 때 추적을 위해 로그기록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속했는지, 또 로그온과 로그오프, 자료의 열람과 출력시간 등의 로그기록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는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실시 중인 가장 기본적인 정보유출방지방법이다.

따라서 금감원이 금융그룹 감독실 산하 컴퓨터나 프린터, 또는 홍경미 씨 소송장에 인쇄된 일련번호를 추적하면 이 소송장이 언제 누가 어떤 컴퓨터를 통해 인쇄했는지, 또 해당 파일에 언제 누가 얼마동안 접속했는지 등을 확인하면 인쇄여부는 물론 이 문서가 금감원 컴퓨터로 작성됐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작성된 뒤 금감원 컴퓨터로 옮겨져서 금감원 프린터로 출력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포렌식이다, 즉각 디지털포렌식을 실시해야 하며, 이미 로그기록 등이 정확하게 보관돼 있다면 언제라도 들여다보면 금방 사실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 특히 제79조는 비인가기기통제조항으로, 개인소유 정보통신기기 등을 소속기관으로 무단 반입,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이 기기를 기관의 내부망 및 인터넷망과 정보시스템 등에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도 내부문건 유출금지는 물론 악성바이러스 등의 침투를 막기 위해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만약 외부에서 작성돼 저장장치 또는 정보통신기기 등을 통해 금감원으로 반입돼 단순출력만 됐다고 하더라도 규정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 2021년 5월 18일 제정돼 1년 뒤인 지난해 5월 19일 발효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도 이 행위의 적법성을 밝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제13조에 ‘공공기관 물품 등의 사적사용 및 수익금지’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공직자는 공공기관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물품, 차량, 선박, 항공기, 건물, 토지, 시설 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 수익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 수익케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컴퓨터나 프린터 등은 공공기관이 소유한 물품에 해당된다고 봐야하며, 이를 개인의 소송장 작성 및 인쇄 등에 사용했다면 사적사용에 해당될 수 있다.

로그기록 획인해 작성 경위 밝혀야

물론 금융감독원은 공공기관에 해당되지 않으며, 다행스럽게 홍 씨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만약 금감원이 올해 초 공공기관지적을 받았다면 이 법의 위반여부가 쟁점이 됐을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이 법 시행에 앞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업무 편람’이라는 책자를 발간-배포했다. 국민권익위는 업무편람에서 ‘공공기관물품 등의 사적사용–수익금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공공기관 물품 등을 본래의 제공목적을 벗어나 개인적 편의나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질의 응답식 으로 7개의 사례를 제시하고 이 사례가 이 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권익위는 ‘문, 사무실에서 사적인 용도로 전화기, 팩스기 등을 사용[예: 국제전화]하는 경우도 공용물의 사적사용에 해당하는지?’ 라는 경우를 사정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권익위는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일상적이고 과다하지 않은]수준의 복사기, 컴퓨터, 전화기, 프린터 등의 사용은 허용될 수 있으나, 사적인 목적의 국제전화 등 과다한 사용은 이해충돌방지법 제13조 위반이 될 수 있음’이라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수준의 사용은 허용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고, 거꾸로 말하면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수준이 아니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적이고 통상적이라면 일하다가 급하게 집에다 연락을 하는 정도의 긴급한 사항으로 여겨진다. 직원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미국법원에 제출할 소송장을 공적 자산인 업무용 컴퓨터로 작성 또는 저장-출력하는 행위를 일상적인 행위로 볼 수 있을까? 권익위는 정부공공기관에서 그 같은 행위가 발생한다면 이 법 13조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이는 법원의 판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법적인 구속력은 없는 권익위의 업무편람이지만, 행정부 차원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많은 공직유관단체 등을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도 자신들의 자산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법 초안이 2020년 마련될 때부터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초안에 수록된 공직자산의 사적이용금지 조항을 사실상 그대로 발췌, 비슷한 내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개정된 금감원 인사관리규정, 올해 1월 개정된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에는 이같은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손실초래, 취업규칙 또는 서약서 위반, 원내 질서 문란, 명예손상’등의 징계조항이 금감원 자산의 사적 사용을 막는 규정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조항은 매우 광범위하다. 따라서 금감원도 다른 기관처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조항을 참조, 인사관리규정과 행동강령 등에 이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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