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74] 김건희 논문 본 대학교수들 “이건 후안무치한 도둑질”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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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페이지에 불과한 석사 논문, 2년 째 ‘심사 중’ 해명만
■ 일반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검증하면 나흘 밖에 안 걸려
■ 논문표절 영부인, 활발한 대외활동하면서 사탕발린 소리
■ 선거 때는 대국민사과 고개 숙이더니…선거 후엔 모르쇠

지난 5월 <선데이저널>은 <숙명여대가 김건희 논문 표절 결론 못 내는 진짜 이유>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둘러싼 숙대 내부의 난맥상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숙대 내부 교수협의회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전하며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의 참담한 현실을 고발했다. 보도 후 숙대 내에서는 본지 기사를 학생들이 돌려보며 학교 측의 대응에 항의했고, 이에 학교에서는 교수협의회 내부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간 경위를 확인하는 등 적지않은 파장이 있었다고 한다. 본지 추가 취재에 따르면 김 여사의 논문을 본 교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논문의 모든 페이지에서 표절 문장이 발견됐다고 한다. 몇몇 사람 글을 훔쳐서 짜깁기 한 것이고 남의 글을 도둑질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숙대는 58페이지에 불과한 대학원생 논문을 2년째 표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이번 한국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 문제에 연관된 대학들은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것은 물론이고, 본국 국정감사를 앞두고 해외로 줄행랑을 치는 등 교육자로서 낯부끄러운 행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이 문제에 관련된 학교는 숙명여대와 국민대, 한경대 등인데 이 대학의 총장이나 이사장들이 하나 같이 최근 국정감사에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학계에서 논문 표절을 그야말로 도둑질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것을 도둑질해서 학위를 딴 사람이 영부인으로 있는 정부가 공정을 부르짖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이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표절을 표절이라고 부르지도 못한 나라가 됐나’라는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남의 논문 도둑질해 짜깁기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논문 표절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숙명여대는 현재 20개월이 넘도록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통상 사립대의 연구부정행위 검증 기간이 채 5개월도 안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시간이 소요됐음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셈이다. 숙대는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아직 진행 중이다. 숙대는 지난 2022년 2월 김 여사 석사논문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 표절심사를 위해 예비조사위를 꾸렸다. 김 여사의 논문 심사 기간은 평균 검증 기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긴 편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연구부정행위 검증기간은 사립대학은 137.7일, 국공립대학은 147.2일이었다. 통상 5개월이 걸리지 않는 셈이다. 교육위는 심사 지연을 따지기 위해 오는 11일 열리는 교육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장윤금 숙대 총장 등을 채택했지만, 장 총장은 개인적인 일정을 들어 청문회에 불참했다. 김 여사의 석사 논문 분량은 58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58페이지에 불과한 그것도 석사 논문을 1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유추가 가능하다. 이미 지난해 8월 숙대 교수들과 민주동문회가 해당 논문을 분석한 결과 표절률은 48.1%에서 최대 54.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김건희 씨의 58쪽 논문을 검증하는데 나흘 걸렸다고 한다. 학회 검증이면 한두 달, 대학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라면 4~5개월이면 충분한데 숙대는 2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김 여사의 논문을 본 교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논문의 모든 페이지에서 표절문장이 발견됐다고 한다. 몇몇 사람 글을 훔쳐서 짜깁기한 것이고 남의 글을 도둑질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김 여사의 논문에 대해서 수차례 보도한 바 있는데, 특히 숙대 논문이 취소될 경우 국민대 박사 논문도 자동으로 취소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조국 전장관의 딸 조민 씨의 사례로 비견된다. 숙대 측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석사 학위가 취소되면 국민대 박사 학위도 자동으로 취소되고, 대학 비정규 교수 이력도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다. 50% 이상의 표절률을 보이는 논문에 대해 검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학술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도둑 논문 하나가 미치는 파장

누가 봐도 표절이 분명한 논문을,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려하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총장과 교무처장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윤리위원회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원스럽게 결론을 낼 수도 없는 것이 본국 대학의 재정여건상 정부 지원이 끊기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대학이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해서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총장 등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비난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선데이저널> 취재 결과 연초에 열린 교수협의회에서는 숙대 일부 교수들이 총장에게 ‘학자로서의 양심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여 묻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숙대 총장이 책임을 교무처장에게 떠넘기고, 교무처장은 이를 논문심사 주체인 윤리위원회로 넘겨버렸다고 한다. 윤리위원회의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사실상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영부인의 석사 논문을 문제없이 만들어 주려다 보니 대한민국 지성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김 여사의 도둑질 의혹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려다 보니 이번 본국의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아사리 판’이 됐다. 박사학위 수여 학교인 국민대학교의 이사장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로 볼 수 없다고 본 국민대의 최종 결론과 관련해 질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글로벌 캠퍼스 설립 등으로 해외 체류 중이라며 출석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석연치 않은 장기 출장을 핑계로 국감 출석을 거부한 국민대 이사장은 2년 연속 국회 질의를 거부했다.

국민대 논문에는 그 유명한 member yuji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한글로 표기된 ‘멤버 유지’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소리나는 그대로 옮겨서 ‘member Yuji’라는 희대의 해프닝이 벌어진 논문을 비롯해 박사학위 논문 등 4편에 대한 표절 여부를 검증했던 국민대는 지난해 8월 연구부정행위는 없었다고 최종 결론냈다. 이에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김 여사 논문이 점집 홈페이지까지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며 “표절 집합체”라고 반발했다. 검증단은 국민대에 재조사 결과 철회와 재조사위 최종보고서 공개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에도 후속 대응을 요구했지만 대학과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김 여사 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실린 논문 표절 의혹에 관여 및 연루됐다는 한경대 설모 교수는 학기 중에 돌연 해외로 장기 출장을 떠났고, 대학도 이를 승인했다.

이런 여자가 대한민국 영부인

지난 대선 전 허위경력, 논문표절 논란 등이 확산되자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김건희 여사는 올해 들어 더 적극적으로 일정을 소화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 여사가 연루됐던 의혹들이 줄줄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후 공개 행보의 폭이 보다 과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내부정보 이용 혐의’, ‘대학 강사 허위 경력 의혹’ ‘코바나컨텐츠 대가성 협찬 의혹’ ‘허위경력 해명 거짓말 의혹’ 등은 모두 무혐의 처분받았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0일 기준 올해 김 여사 단독 공개 일정(해외 순방 일정, 배우자 프로그램 일정은 제외)만 총 48건이다. 1주에 1건씩 소화한 꼴이다. ‘문화’, ‘동물 보호’, ‘환경’, ‘마음 건강’ 등 4가지 키워드가 중심이다. ‘환경’과 관련해 김 여사는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쓰레기 줍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제주 서귀포시 광치기해변, 7월 강릉 경포 해변, 지난 3월 경상북도 포항시 기계면 기계천을 찾아 새마을회 관계자, 대학생 동아리 회원 등과 해변 정화활동을 펼쳤다. 지난 6월에는 고려대를 찾아 대학생들과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바이바이 플라스틱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일상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거나,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특정 메시지에 대해 지속해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역대 영부인 행보와 비춰 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정을 살피며 각종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에 김 여사가 대신하면서 일정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용한 내조와 제 2부속실 폐지’ 공언이 사실상 폐기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대통령실이 별다른 사과나 입장을 내놓지 않아 김 여사의 적극적인 행보가 빛을 보지 못하고 상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논문표절 등의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김건희 리스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확산되고 있다. 아마도 김 여사는 총선을 앞두고서는 또 다시 공개 활동을 잠시 자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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