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한국서 LA로 가는데 왜, 뉴욕으로 입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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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시애틀‧디트로이트 국제공항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3대 공항
■ 세컨더리룸 입국심사조사 받은 유경험 한인들 해당공항 기피일환
■ 범법사실 전력자들과 의심 가는 입국자들 걸러내 장기간별도조사
■ 미국공항 세컨더리룸 조사는 미국입국자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

지난 9월 17일, 한국의 유명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업체 관계자 A씨가 한국 국적기를 이용,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A씨의 최종 도착지는 로스앤젤레스(LA).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곧장 LA로 향하지 않고 뉴욕을 경유지로 선택했다. 이해하기 힘든 비행일정이었다. A씨는 동부의 뉴욕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서부의 LA로 향했다. A 씨는 인천공항→뉴욕→LA의 일정을 통해 무려 20시간 가량을 비행기 안에서 보냈다. 국내선 환승을 위해 대기한 시간까지 합치면 그는 한국에서 LA를 가기위해 24시간 넘게 공항과 하늘에서 지낸 것이다. A씨는 LA에 호화저택을 소유하고 있어 미국에 올 때마다 LA에 머물며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9월 28일에도 LA ‘서울 인터내셔널 파크(Seoul International Park)’에서 열린 나무심기 행사에 참석했다.

그렇다면 미국 생활권이 LA인 그가 왜 뜬금없이 뉴욕 JFK공항을 경유지로 선택했을까. 본지는 이점이 너무 이상해 A씨의 주변 인물과 공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에 나섰다. 취재결과 A씨에게는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과거 LA 국제공항(코드명 LAX)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다 입국 심사관에게 적발돼 따로 불려가 장시간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서 말하는 입국 심사관이란 국토안보부 소속 ‘CBP 오피서(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Officer: 세관 및 국경 보호 담당관)’를 말한다. A씨의 조사기록은 LA 공항 CBP 컴퓨터에 고스란히 보관돼 있으며 그가 LA를 통해 미국에 입국 할 때마다 ‘세컨더리룸(Secondary Room)’에서 따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무슨 문제로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美 입국자들이 두려워하는 ‘세컨더리룸’

세컨더리룸 조사란 ‘CBP 오피서’가 다른 여행객들처럼 입국 심사대에서 심사하지 않고 ‘입국 의심자’를 별도의 사무실로 데리고 가 정밀 조사를 하는 행위이다. 승객의 소지품까지 몽땅 털어내는 이 조사는 통상 1시간에서 5시간까지 걸린다. 조사관의 질문도 경찰 조사를 능가할 정도로 집요해 조사대상자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이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입국 의심자는 출발지(한국 등)로 되돌려 보내지거나 체포되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 국제공항 세컨더리룸 조사는 입국자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세컨더리룸 조사 이유는 다양하다. ▲편도 항공권 소지자 ▲미국 입국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 ▲미화 1만 달러 이상 소지자 ▲영주권 분실 등의 입국서류 미비자 ▲미국내 거처가 불분명한 젊은 여성들(성매매 의심) ▲미국에서 불법 체류한 전력이 있는 사람 ▲미국에서 형사 및 세금관련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 ▲유학서류 미비자 ▲여권에 미국의 적성국인 소말리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의 스탬프가 찍혀 있는 경우 등 세컨더리룸 조사 이유는 입국 심사관에 따라 매우 광범위하다.

의심사항이 한 번의 조사로 해소되면 세컨더리룸 조사는 당일 한 차례에 종료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2∼3회 미국 입국 때마다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불법체류 전력이 있는 입국자는 미국에서 시민권을 받을 때까지 평생 입국 때마다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아야 한다. 세컨더리룸 조사는 매우 고통스럽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올 초 시애틀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하다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B씨(영주권자)는 본지에 이렇게 말했다. “입국 심사대에서 CBP 오피서가 내 영주권 분실을 문제 삼았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영주권을 분실해 재발급신청(I-90)을 해 놓고 주한미국대사관 측으로부터 탑승허가증(I-131A)을 받은 상태였다. 따라서 세컨더리룸 조사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조사실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당시 조사실에는 한국 여성을 포함 중남미, 아시아인 입국자 7∼8명과 중동과 영국인 남성 각각 한명이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살벌했다.

공항 세컨더리룸 조사 ‘한인 많다’

입국 심사관들은 조사 예정자들을 마치 범죄 용의자 대하 듯 했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꺼야만 했다. 나는 다행히 모든 것이 쉽게 증명 돼 1시간 만에 무사히 조사실을 빠져 나왔다. 내가 조사를 마칠 때까지 조사실을 나간 다른 입국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미국에는 입국 심사가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국제공항이 세 곳 있다. 서부의 LA와 시애틀 공항, 중부의 디트로이트 공항이 바로 그곳이다. 이들 공항에서 한 번이라도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입국자들은 다시는 이들 공항을 통해 입국하기를 꺼린다. 특히 세컨더리룸 조사 유경험 한국인 유학생, 영주권자, 관광객들이 경유지로 선호하는 공항은 한국 국적기가 직항 노선을 갖고 있는 뉴욕, 애틀랜타, 보스턴, 댈러스, 워싱턴DC 등 중동부 지역이다.

예전에는 시카고 오헤어(O’Hare)공항도 경유지로 선호했으나 최근에는 이 공항 역시 미국심사를 강화해 세컨더리룸 조사에 대한 공포감을 한국인들이 떨쳐 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인들이 영어에 자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엉뚱한 대답을 하다 세컨더리룸 조사를 자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CBP 입국 심사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질문이 있다. ▲미국에 얼마나 머물 것인지? ▲어디서 머물 것인지? ▲ 왜 왔는지? ▲돈은 얼마 가지고 있는지? ▲한국에서 직업이 뭔지? ▲ 미국에 아는 사람이나 만날 사람이 있는지? ▲어디를 갈 건지? ▲언제 돌아갈 건지? ▲직업이 무엇인지? ▲신고할 물건이 있는지? 정도는 대부분 물어본다. 이 때 조금이라도 대답을 어설프게 하면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분하에 세컨더리룸으로 끌려가서 심층적인 입국 심사를 받거나 입국이 거절되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LA공항, 입국거부사례 가장 많아

이에 대해 뉴욕 JFK 공항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영어로 대답 잘 할 자신이 없으면 통역을 요청하면 된다. 미국 내 주요 공항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상주 직원 또는 통역사가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에 맞춰서 입국심사대에 나가 있다. 영어를 못하면 입국심사대 근처에서 대기 중인 항공사 직원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미국에 오면 항공사 직원들이 입국심사대 근처에서 입국심사에 곤란을 겪는 승객들을 도와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영어를 못하면 국적기 타는 것을 권한다” 자신의 경험담을 밝힌 이 관계자는 “입국심사관이 ‘미국에 여행 왔느냐’고 물었을 때 영어로 ‘No(아니다)’라고 대답한 사람에게 10분 후 똑 같은 질문을 하자 ‘Yes(맞다)’라고 대답한 한국인 입국자를 본 적이 있다”며 “결국 이 입국자는 세컨더리룸으로 끌려가서 2시간 이상 조사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입국 심사관을 보자마자 ‘No English(영어 못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속 편하다”면서 “그러면 입국심사관이 전화로 통역관이나 항공사 직원을 부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공항 관계자들에 따르면 언제 한국으로 돌아갈지 몰라 편도 항공권을 끊고 미국에 오는 입국자들도 세컨더리룸 조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따라서 나중에 귀국 항공권 예약일을 바꾸더라도 왕복 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5년 전 유학생 신분으로 LA공항에서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C씨(34‧서울 서초구 거주)는 “이후 미국에 갈 때마다 단 한번도 LA공항을 통해 입국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C씨는 “비자 문제로 세컨더리룸에 붙잡혀 있던 4시간이 내겐 너무 큰 악몽이었다”며 “이후 LA를 갈 때면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휴스턴 등 각기 다른 공항을 경유해 간다”고 덧붙였다. 또 C 씨는 “한 번 세컨더리룸에서 자존심 상한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는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길 것”이라면서 “따라서 미국방문 시에는 입국심사관에게 ‘껀수’ 잡히지 않게 서류나 마음의 준비를 철저히 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CBP폼 제출하면 조사 피할 수도

몇년 전 뉴욕 JFK 공항에서 세컨더리룸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영주권자 김모(46‧뉴저지 거주)씨는 “처음에는 이유도 모른 채 세컨더리룸에 가서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나중에 알고 보니 범죄 수배자가 나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이었다”면서 “세컨더리룸에서 조사 받을 당시의 기억은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입국심사관이 화장실까지 따라와 감시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며 “당시 내 가족은 나 때문에 공항 대합실에서 꼬박 3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의사회실천시민연합의 크리스 강 사무국장은 “만약 미국 입국시 세컨더리룸에 가서 부당한 대우나 인격모독, 인종차별 등을 당했다면 가만있지 말고 CBP 홈페이지(https://help.cbp.gov/s/complaints?language=en_US)에 가서 항의서(컴플레인)를 작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국장은 “같은 사유로 매번 미국 입국 때 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세컨더리룸에서 조사 받는 한인들은 국토안보부 홈페이지(https://www.dhs.gov/dhs-trip)에 들어가서 폼(Form)을 작성해 제출하면 더 이상 조사를 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뉴스메이커의 허락을 받아 전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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