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86] 한동훈의 검은 초상화1 ‘승자의 저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 윤석열 아바타에 처가는 말종 검사 집안…비리와 성추행 혐의
◼ 장인 영향력으로 검사 되자마자 특수수사 부서 배치되며 꽃길
◼ 김건희 호위무사, 검사 시절 김건희와 주고받은 카톡 수천 건
◼ 검사 법무부장관 이어 집권당대표도…내친김에 대권까지 넘봐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이 임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이준석, 김기현 두 전임 대표를 낙마시키고 자신의 아바타나 다름없는 여당 대표로 앉히는 수순이다. 그만큼 내년 총선이 절박하단 말인데 심지어 여당에서는 한 장관을 임진왜란 영웅 이순신으로까지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 장관이 정치권에 나오는 순간 그는 혹독한 검증에 시달리며 몰락할 가능성이 크고, 그의 등판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조종을 울리는 것과 다름없다. 한 장관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검사로서는 최고의 특권을 누린 사람이다. 사적으로는 검사장이었던 장인의 도움으로 검찰 내에서 승승장구했고, 이 때문에 발을 들인 특수수사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았다는 것을 비춰지지만 사실 수십 년을 최고의 권력을 누렸던 인물이다. 선배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는 수 백 건의 카톡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날 정도로 가까우며, 이미 등판 전부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몰카 공작’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과연 그런 그가 이순신에 비견될 정도로 나라를 구한 인물로까지 비유될 수 있을까? 오히려 검사에서 곧바로 법무부 장관 이것도 모자라 집권당 대표까지 가는 희대의 코미디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한동훈 장관은 1973년 4월 9일 한명수(작고)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두 살 위인 누나가 있으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충북 청주에 살다 이후 서울 서초구로 이사했다. 초·중·고 내내 전교에서 최우수 성적을 내며 반장을 도맡아 했다. 압구정동 현대고를 졸업한 그는 1992년 서울법대 진학 후 학보사, 오케스트라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부인인 진은정 미국 뉴욕 주 변호사(현재 김앤장 근무)는 고등학교·대학교 1년 후배로 동문회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했다. 장인이 바로 뉴월코프 주가조작 사건 연루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진형구 전 검사장이다.

검사비리온상 ‘진형구’가 장인

한동훈은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 1998년 사법연수원을 제27기로 수료하고 강릉에서 공군법무관을 거쳐 2001년 서울지방검찰청에 첫 발령을 받았다. 그가 처음으로 일하게 된 부서는 신설 부서인 형사9부였다. 2002년 8월 이인규 부장검사(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가 부장으로 취임하면서 형사9부는 본격적으로 기업인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고, 2003년 SK 최태원 회장 등 기업인들을 구속하면서 ‘드림팀’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 장관이 임관과 동시에 형사 9부에 배치된 것은 전격적으로 검사장이었던 장인의 힘이다. 서울대 법대라는 후광도 있었지만, 장인의 영향력이 지대했고 이로 인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일하게 됐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렇게 시작될 수 있다. 한 장관은 이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주로 활약하며 경제수사통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한 장관이 든든한 빽이 됐던 처가는 검사 집안이지만 불명예스러운 일에 엮었던 이력의 문제 집안이다. 그의 장인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며 처남은 진동균 전 검사다. 문제는 이들이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뉴월코프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인 점이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조 모 씨는 재판에서 자신이 횡령한 것으로 기소된 돈의 일부를 진형구 전 검사장이 가져다 썼다고 주장했으며, 이후 진형구 전 검사장 아내 소유 아파트에 가압류까지 걸었다. 진형구 전 검사장은 조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회사의 이사와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한동훈의 처남이자 진형구 전 검사장의 아들인 진동균 전 검사는 주가조작범이 소유한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수천만 원의 차익을 보기도 했다.

진 전 검사장은 지난 1999년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으로 해임, 구속이 되면서 이미 비리에 얽혀 있던 인물이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은 진형구 전 검사장이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다가 털어놓은 발언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 전 해 있었던 한국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검찰이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는 발언이었다. IMF 사태 직후 쏟아지던 공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만을 일축하고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강성이었던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진형구 전 검사장은 해직과 함께 구속을 당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진 전 검사장이 20대 주가조작범 조 씨가 벌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은 그로부터 8년 뒤인 2007년의 일이다. 조 씨는 자신이 처음으로 인수한 ‘뉴월코프’의 자금을 이용해 ‘아이에스하이텍’을 인수했고, 아이에스하이텍 자금으로는 덱트론을 인수했다. 이 세 회사에서 조 씨가 횡령한 돈은 수십억 원에 이르는데, 조 씨는 횡령한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임의로 사용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엮는데 道가 튼 조선 제일 檢?

특히 그 중 3억 원을 쓴 사람으로 진형구를 지목했다. 조 씨가 지목한 사람은 모두 4명인데, 그 중 2명은 조 씨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인물들이고 나머지 1명은 조 씨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다. 조 씨가 지목한 나머지 3명이 모두 사건 관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진형구 전 검사장을 지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도 진형구라는 이름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공소장에 아예 적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 전 검사장이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은 조 씨 관련 회사 여러 군데에 등기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가조작범 조 씨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진형구 전 검사장의 가족은 또 있다.

바로 진형구의 아들이자 한동훈의 처남인 진동균 전 검사다. 진동균 전 검사는 지난 2015년 서울 남부지검에 재직하던 중 만취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사직서를 냈다. 검찰은 징계나 수사하지도 않은 채 그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아버지는 전 검사장, 매형은 잘 나가는 한동훈 검사인 ‘검찰 귀족집안’의 자제라서 봐준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진동균은 이후 CJ 상무로 재취업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된다. 2018년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에 의해 진동균 전 검사 문제가 공론화되자 검찰도 더 이상 뭉갤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은 그제야 진동균을 수사해 기소했다. 징역 10개월 형을 받은 진동균 전 검사는 2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검찰의 자의적 기소가 또 한 번 드러난 순간이다. 임은정 검사는 사건을 은폐한 검찰 간부들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모두 불기소 처리했다. 한 장관의 자녀들 역시 여러 문제로 인해 학교에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데 이 문제는 차후에 <선데이저널>이 공개할 예정이다.

어쨌든 한 장관이 오늘날 꽃길을 걷게 된 데에는 처가의 영향력을 절대 무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내부의 목소리다.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은 앞서 거론된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대선 비자금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후 ▲2006년 현대자동차 그룹 비리 사건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사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 등을 함께 하며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검찰총장에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젊은 법무장관이며 윤석열 정부의 최연소 장관이 됐다. 역대 최연소 법무장관은 만 46세였던 강금실 전 장관이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런 인연 때문에 그가 여당 대표가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은 김건희 여사의 호위무사 역할이다. 이는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이 몰카(몰래카메라·불법촬영)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김 여사를 옹호하며 윤 대통령 호위무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장관인 그의 발언은 김 여사 관련 수사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또한 한 장관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수사 상황 생중계라는 독소조항이 있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독소조항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12조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12조는 이렇게 돼 있다.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는 특별검사보는 수사대상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한 장관이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12조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특검 수사팀의 수사팀장이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017년 2월28일 ‘최순실 특검’ 마지막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은 특검법 제12조의 대국민보고 규정에 따라 출범 일부터 지금까지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정례 브리핑을 실시해왔다”며 “브리핑을 통해 수사과정을 국민에게 매일 보고함으로써 수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