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보내며] 이민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웠던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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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기회로!’ 2023년 힘찬 출발 다짐했건만
◼ 한인사회의 고민은 계속된 경기침체에 치안불안
◼ 타운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 전례 없는 경제위기…이스라엘전쟁 등 복합위기

미증유의 펜데믹 재난 3년이 지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초에 코로나 비상사태를 공식적으로 해제했고,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들도 속속 엔데믹을 발표했으며, 지난 5월 11일, 한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코로나 엔데믹(해제)를 선언했다. 코비드 발생 3년 여만에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되찾게 됐다. 세계각국은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계절성 독감과 같은 수준으로 낮추거나, 마스크 의무 조치를 해제하며 엔데믹(코로나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코로나는 세계인들과 한인들의 걱정거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소 주목받지 않았 던 문제들이 엔데믹 이후 부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제위기가 다가온다는 우려속에 2023년은 불확실성 미래전망을 나타내면서 저물어 가고 있다. 미주의 한인들은 이민사 최대 수난인 4·29 폭동을 겪으면서도 한국인의 유전자는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으로 극복해 왔다. 이러한 능력이 아무도 없는 미국 땅에 이민 와 새 보금자리를 틀고 코리안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힘일 것이다. 2023년을보내고 2024년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한국인의 긍지와 개척정신으로 험난한 위기를 극복해보자. <성진 취재부 기자>

현재 전 세계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2개의 전쟁과 국제 정치적 위기, 식량과 에너지 위기 등 복합적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미주 한인사회도 이러한 복합적 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축적됐던 사회구조적 문제들까지 부각되고 있어 경제와 사회, 국제 이슈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떼강도, 홈리스 ‘치안 부재 위기’

한인사회가 경제 전망 인식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꾸고 사회 구조적인 우려를 줄이기 위해, 현재의 경기 침체 난국을 타개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과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2023년은 미주한인이민 120주년과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난 기념의 한 해로 시작됐다. LA를 포함 미주한인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영역에서 한인이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조명했으며, 한국과 미국이 공고한 ‘한미동맹’의 정신으로 “같이 갑시다!”를 다시 한번 외쳤다. LA를 포함한 남가주 각 한인단체와 공관, 은행들이 지난 1월 3일 신년 하례식과 시무식을 갖고 2023년 새해 첫 업무에 돌입하면서 2023년 한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속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함께 어려움을 타계해 나가자며 힘찬 출발을 다짐했었다.

한편 한인 금융권은 2023년도 경기 침체 등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내실을 다지며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인사회는 지난 5월 펜더믹이 해제 됐어도 타운 곳곳의 치안 상태가 몹시 우려 할만한 환경이라 불안이 계속되고 있었다. 코리아타운 시니어센터에서 수강을 하는 많은 노인층들은 타운의 가장 큰 문제를 “치안 상태”라며 “해가 지면 아예 외부 출입은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한인은 LA한인타운 치안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한인사회 분위기는 열에 아홉은 “한인타운 치안 우려”이다. 최근 떼강도들이 상가를 비롯해 가정집이나 차고까지 침입하는가 하면, 크고 작은 강절도 사건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한인들은 LA한인타운의 치안이 심히 우려되며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10명 중 9명 이상은 한인타운에서 ‘최근 들어 도둑이나 강도가 극성을 부리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치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모두 171명이 설문 조사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91. 81%에 해당하는 157명이 그같은 내용의 보기를 반면 ‘한인타운의 치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강절도나 폭행 사건은 항상 있었다’는 보기를 택한 사람은 14명으로 이는 전체 응답자의 8.19%에 그쳤다. 팬데믹 종식으로 인한 각종 지원 중단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생활고, 여기에 더해 치안 시스템까지 약화하면서 떼강도를 비롯한 강절도가 더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홈리스 문제는 코리아타운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의 하나로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두려움 없이 장사하고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시 정부에서 더 신경썼으면 하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총격으로 시작해 총격으로 끝나

총격사건의 공포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지난 설 연휴 중 LA 동부의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의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중국 출신 이민자로 알려진 남성 휴 캔 트랜(72)이 대용량 탄창을 장착한 반자동 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벌여, 총 1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쳤다는 뉴스에 크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총격 사건이 잦은 미국에서도 트랜 같은 고령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노인이 노인들을 살해한 이 사건에 미국 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지난 3월에는 가디나 지역 한인 대형 교회에서 전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50대 한인 목회자가 부인과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해 한인사회는 아연실색했다. 이처럼 한인사회에서는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거나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등 가족간 살인사건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LA한인타운에서 50대 처제를 살해한 후 권총 자살을 시도한 60대 형부가 병원에서 사망했으며, 또 2018년 9월에는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의 50대 한인 가장 김모씨가 집에서 일가족 모두에게 총을 쏴 40대 아내와 10대 아들 등 2명을 살해하고 딸 2명에게는 중상을 입힌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텍사스주 달라스 인근의 한 주택에서 40대 한인 교수 이모씨가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총을 쏴 자살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20대 아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부친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사회의 자살도 큰 문제로 부각된 한해였다. 특히 청소년 자살율은 한인이 가장 많다는 통계도 나올 정도였다. 우울증 등 한인 자살이 월 2건 꼴이라는 통계도 발표됐다. 20대~50대가 주로인 자살의 원인은 다양해, 정신건강 상담이 절실할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도 평소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 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전문기관에 도움을 받을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금 한인식당은 대물림 과도기

LA코리아타운은 LA대도시에서도 아주 특이한 타운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2평방 마일의 좁은 지역에 최대 업종은 식당을 포함한 요식업종으로 약 700여개 식당, 카페,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이 자리잡고 있다. UCLA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 한인들과 라티노들만도 약 1만 여명이 일을하고 있다는 것이다. LA카운티 전체 요식업 노동 인구 30만에 비해면 높은 수치이다. 오늘날 주류사회에서는 ‘한류’와 함께 LA코리아타운이 “밤문화의 꽃”으로 LA에서 다양한 식당과 카페, 노래방과 나이트 클럽이 많기로 유명하고 24시간 운영되는 식당이나 업체들이 밀집한 곳 중 하나로 인기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잊어버리고 있지만 3년전에는 LA와 오렌지카운티 등 가주 전역에서 요식업소의 실내 영업이 전면 금지되면서 한인 요식업계에서 실외영업을 위한 패티오 설치 붐이 일고 있었다.

당시 봉쇄령에서 식당들의 투고와 배달과 함께 실외 영업은 허가되면서 한인 식당들이 야외 패티오 설치를 통한 영업을 통해 매출 증대와 활로 모색에 나섰던 것이다. 한편 LA코리아타운 식당들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세대교체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외식 전문지 ‘이터 LA’(EaterLA)는 최근 여러 한인타운 식당들이 자녀 세대로 대물림하는 현상을 전하면서 현시점을 미래 한인 식당가의 존폐를 가를 중요한 과도기로 평가했다. 한식당 ‘소반’은 2세 데보라 박씨가 어머니 제니퍼 박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딸 박씨는 커버 시티의 유명 식당인 ‘파스타 시스터즈’에서 부총지배인을 맡는 등 다른 레스토랑에서 수년간 일하다가 수년 전 어머니를 돕기 위해 소반으로 왔다. 박씨는 어머니가 지난 10년간 쌓아온 소반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하지만 전통을 고수하는 것과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로 인해 식당이 가진 원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되기도 한다”며 “일주일에 몇 번씩 장터에 가거나 특별메뉴를 추가하고 싶지만, 어머니를 설득해야 한다.

거의 100% 식당을 내가 운영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어머니에게 있다”고 말했다. 한식당 ‘고바우’ 역시 부모님에게 이어받은 딸 제니스 백씨가 2대째 운영 중이다. 패션을 전공한 백씨는 남편 크리스 김씨와 결혼하면서 식당의 운영권을 넘겨받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결정에는 부모가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부모님이 일궈오신 식당을 인수하지 않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오래 운영하고 싶다”면서도 “현재 41년 만에 폐업한 ‘동일장’과 같이 타운의 오랜 식당들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이 최근 한식당들의 모습은 2세대 한식당 업주들이 흔히 겪는 갈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오르는 물가와 식당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도 전통 한식당의 본질을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은 2세 업주들이 겪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1세대들의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저렴한 가격과 후한 인심에 익숙한 나이 든 한인 손님들과 변화하기 쉬운 젊은 손님까지, 양측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부담감이 2세대 자녀 업주들에게 달려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막일을 해도… 대학을 나와도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한인타운에서 화려한 클럽과 트렌디한 식당들이 줄줄이 문을 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찌개, 전골, 국밥이 설 곳을 잃는다면 이는 곧 코리아 타운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한인타운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코리아타운 드리밍(Koreatown Dreaming)’의 사진작가 임마누엘 한씨는 “한국에서 한 가게가 문을 닫으면 같은 공간에서 다음날이나 다음달에 또 다른 가게가 금방 문을 연다. 한인타운 식당들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씨는 “언론 보도로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한식당에는 지속력이 있다”며 “(세대 교체는) 한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식당들에게 진화의 기회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도 들이 그렇게 한국적이지는 않겠지만, 한식당들이 근본적으로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UCLA 노동센터는 최근 코리아타운내 젊은 층의 임금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가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오히려 실질적인 삶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UCLA 보고서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연령으로 구성된 젊은이들이 저임금을 받고 일하며 이 가운데 60%는 생활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임금의 기준은 시급 18달러였다. 이 보고 서는 LA시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16달러 90센트 임에도 이보다 높은 최저 임금을 받지만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타운내 대다수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20~30대 근로자들은 최저 임금이거나 18달러에서 20달러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팁은 제외)

이런 상황에서 UCLA 보고서는 시간당 18달러의 임금을 받는 젊은 층들은 생활이 불가능하고, 건강의 위험을 무릅쓰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보고서라는 지적이다. 한인타운의 한 사무실에서 월급을 받는 A씨는 “시간 당 18달러면 월 3600달러라는 얘긴데 나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한 뒤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지, 우리 회사가 나에 대한 대우를 형편없이 하는 건지 갑자기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살면 건강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낮은 월급으로 생계를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는 보고서는 나의 삶을 충분히 되돌아 보게 하고 있다”며 우울해 했다. 20대 후반인 A씨는 UCLA를 졸업하고, 한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인사회 원로인사들 타계소식

다가오는 2024년 새해는 올해보다 좀더 나은 환경을 의해 저물어가는 한 해를 유종의 미로 바꾸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해외 최초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세계한상대회)를 오렌지카운티 한인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미주한인사회가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미주 한인의 위상을 높혔다. 한편 올해 한인사회도 커뮤니티를 위해 헌신한 원로들을 포함 활동가들의 사망으로 슬픔에 젖었다. 그중에는 인권변호사 민병수 변호사, 한인사회 원로 이민휘 전미주총연 회장, 영생장로 교회 김혜성 목사. 전월남참전 용사회 김명현(이냐시오) 회장, 미주3·1여성동지회 이명희 고문, ‘청실홍실’ 가수 송민도, ‘향수’ 성악가 박인수, 세계청소년 선도교육재단 권영철 이사장, 정성남 전 OC한인회장, 김명환 예비역 장군(육사 5기), 전 SD해병전우회 박재복 회장, 유명 셰프 전학진 씨, 유스타파운데이션의 박상균 대표 등이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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