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한국 축구 ‘영광의 상처’] 물거품 된 64년의 우승 염원 ‘천당에서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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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 ‘아시안컵을 월드컵 인기로 끌어올렸다가 추락사’
◼ 8강까지 한국팀은 ‘지옥에서 기적을 만드는 축구팀’으로
◼ 4강에서 랭킹 23위 한국이 87위 요르단에게 0대2 완패
◼ 감독의 전술 무력, 선수단은 무기력, 응원단만 소리 냈다

세계적 축구팬들은 올림픽 축구보다 월드컵(World Cup) 축구에 미친다. 그 다음 축구 본고장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를 포함한 유럽 리그전을 좋아한다. 그 다음 전통의 남미 축구 경기를 본다. 아시안컵(Asian Cup)은 자기들 ‘동네축구’ 정도로도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이번에 카다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에서 한국팀이 ‘특유의 팀 투지력으로 기적을 만들고 있다’라며 “축구를 즐기는 모든 팬들에게 보고 싶은 경기를 보여주는 팀”이라고 찬사를 받던 한국팀은 64년 만에 우승컵에 부풀었다. 외신들도, 도박사들도 오는 10일 설날 결승전에 한국팀의 우승을 점첬다. 세계적인 축구팬들에게 아시안컵을 보게 만들었고 월드컵 세계적 팬들에게 아시안컵을 새로운 인기로 끌어 올린 중심에 있던 한국팀(FIFA 23위)이 6일 벌어진 4강 전에서 예상외의 순위가 한참 아래인 요르단(87위)에게 0대 2라는 기록으로 참패를 당해 지금까지 명성을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떻게 이런 참변이 있을 수 있을까?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6일 오전 7시(LA시간) 저 멀리 중동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 컵 4강전인 한국 대 요르단 경기를 시청하던 많은 동포들은 처음엔 느긋했다. 이번 4강 경기 상대가 FIFA순위 87위로 한국의 23위보다 한참 떨어진 요르단이었고, 과거 한국이 한번도 진 적이 없었으며, 대부분의 외신들도 한국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전을 지켜본 많은 동포들은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시작 전 휴식 시간에 서로들 카톡을 주고 받으며 ‘한국팀이 이상하다’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란 문자들이 오고 갔다. 전화로도 ‘저 우리 감독 빨리 갈아야 한다’는 소리도 많았다고 한다.

평소 축구광인 한 동포 여성 K씨는 한국팀의 경기가 너무나 다르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속상한 것 말하려면 다 쓸 수가 없습니다. 감독은 개념없이 작전을 안 세운건지… 미드필더와 수비들이 체력이 떨어져 볼이 오면 시간 끌다 패스하면 상대 선수가 받게 되거나 달려와 패스하는 중간에 가로 채거나 또는 뒤에서만 골을 돌리거나 하는 무기력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손흥민도 지쳤는지 볼을 끌기만 하더라고요. 하여튼 상대 골문 앞까지 가기도 힘들었지만 간다해도 넘어지고들 했습니다. 우리가 골 문까지 가면 상대 선수들 우루루 몰려와 에워싸는데… 상대는 우리 진영으로 신나게 몰고 와요. 우리는 두 세 명이 따를가 말까 했습니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도 공잡을 찬스가 없었어요. 오늘은 손흥민에게도 불만이에요. 골 문까지 가면 꼭 반칙을 하니 답답했습니다. 우리팀 수비가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상대 골문에 다달으면 발을 걸어 넘어지고 그 볼을 뺏어 상대가 우리 골문에 달려오면 막지를 잘못하고 선수들도 내려 오질 못하고 있어요. 패스도 상대가 받는 경우가 많았고, 중간에 요르단 선수가 채 갈 정도였습니다. 일일이 다 말할 수가 없네요. 화딱지가 납니다.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일반 팬이 관전한 평가가 이 정도이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전 7시(LA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2-0으로 패했다.

64년 만에 대회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요르단에게 일격을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손흥민 캡틴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요르단은 이날 전반 초반부터 막판까지 한국을 내내 몰아붙였다. 한국은 좀처럼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도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 공세를 퍼부은 요르단이 후반 8분 선제 골을 넣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보여준 ‘좀비 축구’는 없었다. 선제골 실점 후 더욱 위축됐다. 2실점이 다행일 정도였다. 이날 조현우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허용할 뻔했다. 요르단의 결정적인 슈팅을 여러차례 막아냈다. 조현우는 선방 다섯차례를 기록했고 페널티박스 내 선방은 4번이나 있었다.

전반 무실점도 조현우의 선방 덕에 가능했다. 전반 4분 알라시단이 한국 진영에서 황인범의 볼을 빼앗아 바로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조현우가 몸을 날려 쳐냈다. 이어 한국은 계속 요르단의 공세에 시달렸다. 전반 18분 역습 상황에서 알라와브데가 아크서클 부근에서 슛을 때렸지만 조현우가 또 막아냈다. 요르단은 계속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고 조현우가 계속 막아냈다.

전반 26분 한국의 전방 압박을 허문 요르단의 공격 기회에서 알나이마트가 슛을 때렸고 또 조현우 골키퍼의 펀칭에 걸렸다. 전반 막판에는 실점과 다를바 없는 위기를 조현우 선방 덕에 넘겼다. 알나이마트가 한국 수비 3명 사이를 현란한 개인기로 뚫고 골문 앞에서 바로 슛을 때렸지만 조현우가 머리로 막아냈다.

이날 조현우가 막아준 게 몇 개였을까. 한국은 경기내내 단 한번의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패했다. 경기 후 한국의 유효슛은 놀랍게도 0개였다. 이날의 경기에 대해 현지에서 나도는 이야기로는 한국팀이 ‘0대 2’로 패한 것도 다행이다. 만약 명 골키퍼 조현우가 없었으면 최소 0-4 참패했을 것이다. 한국은, 분명 요르단과 경기를 벌였는데 브라질과 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한국은, 분명 요르단이였는데 브라질과 하는 줄 알았다”

한국의 이번 4강전 참패는, 16강전-8강전을 치루어 오면서 이례적으로 전세계 외신들이나 팬들로부터 역사에 없는 찬사들을 받았기에 더욱 아프다. 바로 6일 전까지 한국팀이 받았던 그 영광의 순간들을 다시 조명해 본다. “우리는 월드 클래스 손흥민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팀의 불굴의 투지력에 열광하는 팬들이 4강에 가는 한국팀에게 보낸 글이었다. 지난 2일 코리아타운의 많은 동포들, 특히 중년들과 청소년들은 물론 노인층, 심지어 할머니들도 신나 있었다. 코리아타운 플라자에 장을 보러 나온 한 할머니는 마켓에서 만난 친지에게 “오늘 축구 보았어? 난 아직도 떨려…”라며 말했다. 중동 카다르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팀의 불굴의 투지력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 4강 진출에 “역사상 최대 강팀”이라며 세계가 놀랐다.

특히 미국의 CBS방송을 포함한 세계적 외신들은 전에는 볼 수 없는 대한민국 축구에 연신 놀라고 있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0-1로 뒤지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조규성 (미트 윌란)의 동점 헤더 골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조현우(울산)가 2차례 나 선방을 펼쳐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도 한국은 호주에 0-1로 끌려가다가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이 얻어 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울버햄튼)이 득점,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연장 전반 에 터진 손흥민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외신들은 한국의 준결승행을 이끈 손흥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란 통신사 샤흐반드 뉴스에이전시의 호세인 가헤르 기자는 손흥민은 정말 환상적인 선수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인 손흥민이 모든 경기 결과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8강 경기 직후 여러 외신들은 영화 같은 ‘한국과 호주전’의 주연은 단연 손흥민이었다고 추켜세웠다. 그가 보여준 영웅적 활약을 하나 하나 짚으면서 ‘슈퍼 손’(Super Son)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아시안컵 조직위 사이트에서는 “손흥민의 프리 킥은 세계적 센세이션널한 골”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보다 극적인 승리는 없다. 우린 대체 몇 번의 기적을 보는가?”라며 “손흥민이 연장전에서 환상적 프리킥 골을 터뜨려 호주에 패할 뻔한 한국을 아시안컵 준결승으로 이끌 었다”고 전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손흥민은 엑스트라 타임의 승리자”이라고 했으며, AFP통신은 손흥민의 움직임을 조명한 뒤 “손흥민의 마술이 한국을 준결승에 올려놨다”는 제목을 달았다.

“어딜 가나 한국축구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는데…”

중동 최대 통신사인 알자리아 통신은 “무자비한 대한민국이 두 경기 연속 놀라운 반전을 안겼다” “한국의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강인함을 보여주었다” 고 극찬했다. 이번 대회 미국 중계를 담당한 CBS방송은 “한국은 또 한번 막판 영웅적 활약으로 호주를 꺽고 아시안컵 준결승 진출” “대한민국은 후반전 막판이 되면 가장 강력한 팀으로 변한다”고 치켜 세웠다. 프랑스 피가로지는 “또다시 기적 같은 대한민국이었다. 이강인 선수(생제르맹)는 16강전에서 바늘구멍을 뚤었다”면서 “승부차기에서 보여준 용기와 투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가 한국보다 2일 동안 더 많이 쉬어 체력적으로 유리한 고지에서 먼저 득점하자 한국은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손흥민도 조용하게 만들었는데, 뒤늦게 득점하는 습관을 지닌 팀이 되었다.

한국팀의 정신력 투지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의 ’아스’는 한국은 “아시아의 갈락티코”이다라고 했다. 이 ‘갈락티코’는 호나우드, 지단, 베컴, 피구 들이 속한 스페인 최고 팀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군단인 ‘별들의 군단’이라 는 이름이다. 스페인의 마르카는 “손흥민은 자신이 아시아의 최고 선수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요르단과의 경기도 승리할 것”이라고 했으며, 멕시코의 마스인포르마시온은 ”손흥민이 대한민국 을 살려냈다” 고 보도했고, 독일의 스포트버저는”분데스리카 출신 손흥민이 ‘꿈의 골’이 들어갔다”며 극찬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응원단이 칭찬의 대상이 되었다. 카타르 방송국 알카스TV가 지난 3일 호주전을 마치고 관중석을 청소 중인 한국 응원단 영상을 공식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알카스 TV는 3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호주전이 끝난 뒤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관중석을 한국 응원단이 치우고 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한국인들은 미리 준비한 대용량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니며 객석에 남아있는 쓰레기를 담았다. 해당 게시물에는 “대단한 문화입니다” “멋진 매너”라는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한편 4강전에서 한국의 패배는 준비가 잘 된 요르단이 준비가 안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는 평가다. 몇몇 스타플레이어의 기량과 태극전사의 투혼에 의존해 힘겹게 4강에 오른 ‘좀비 축구’는 결국 패했다. 한국은 패스미스를 연발하며 상대에 역습을 헌납한 끝에 공수 양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완패했다. ‘역대 최강의 세대’라는 호평을 받으며 우승을 목표로 나섰던 클린스만호의 여정은 한 수 아래 상대팀을 만나서도 경기내내 위기를 겪는 내용을 보여주며 실망감만 남긴 채 끝났다.

한국은 역대 전적 3승 3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요르단에게 져 설날밤 64년 만의 우승 도전 기회도 놓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능력에 대한 거센 비난이 예상된다.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은 경기를 마친 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가디언은 “FIFA랭킹 87위의 요르단이 그들보다 64단계도 위에서 아시아 전체에서도 3위의 한국을 상대로 승리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요르단의 압박과 유동적인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답을 갖고 있지 않다”며 “독일인은 터치라인에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그저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채 무너지는 모습만 보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국 참패의 원인은 잘 분석하고, 이제 월드컵에서의 ‘재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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