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지금 ‘낙서 천국’ 이쯤되면 낙서 아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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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전국 낙서 제거비용 만 연간 120억달러 상회
◼ LA 시 정부도 연간 낙서 관련 제거비 1천만달러
◼ 오랜 역사의 낙서로 몸살 앓는 지구촌 ‘전쟁선포’
◼ 바티칸 낙서, 한국인 등 낙서꾼들의 전시장 방불

낙서라고 하면 흔히 우리들은 공중화장실 내에 쓰여진 그 재밌는(?) 요상스럽고 해괴한 글귀가 연상된다. 낙서의 역사는 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자바 원인이 먹은 민물조개의 껍데기 위에 W형태를 반복적으로 그은 것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이 가장 오래된 낙서의 원조라고 했다. 오늘날 특히 현대의 에어로졸 스프레이 등을 사용한 낙서를 그래 피티(graffiti, 길거리 벽화)라고 부른다. 이중 ‘태거’(Tagger)라고 불리는 소위 “거리 예술가”들이 갱들과 마치 경쟁을 벌이면서 ‘거리 낙서’(?)를 하는 바람에 지금 LA는 노숙자 문제와 함께 낙서와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LA다운타운 스테플 스타디움 건너편에 위치한 한 고층빌딩 낙서로 뒤덮였다. 지난 달 LA다운타운에 중국의 한 개발업체가 2015년 말부터 착공했다가 자금난으로 거의 1년 가깝게 중단된 10억 달러 규모의 27층짜리 럭셔리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인 ‘오션와이드 플라자’ 건물 전체를 한 유명사진작가가 여러 명의 태거들을 동원해 빌딩으로 무단침입해 27층 전체에 낙서를 하다가 경찰로부터 티켓을 발부받기도 했으며 개발업체에 시정명령서를 보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아 LA시가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개발사에 낙서를 지우라는 것 이외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아 LA시정부가 골머리를 앓고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우리 사회에서 책이나 벽, 화장실, 심지어 천장에까지 우리 주변에서 낙서가 미치지 않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LA 코리아타운 길을 거닐다 보면 낙서는 한마디로 단순히 꼴치꺼리 뿐 아니라 상가나 건물주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낙서를 건물주들이 지우면 며칠 후 또 다시 똑같은 낙서들이 벽을 더럽히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타운 8가와 옥스포드 애비뉴 코너 쇼핑몰의 세라노 애비뉴 쪽 건물 벽은 2주전에 새로 낙서 제거를 했는데 다시 낙서로 뒤덮였다. 2주 전에 칠한 페인트 자국이 선명한 데 또 다시 낙서로 인해 더럽혀진 것이다. 소핑몰 길 건너 한인 식당 ‘해마루’는 벽 건물 낙서를 제거하고 새로 벽을 수리하려고 새로 방패 막을 쳤는데, 그 방패막에도 어김없이 낙서로 더럽혀졌다. 이 같은 낙서꾼들은 길거리에 있는 여러가지 설치물에도 조금만 자리가 나면 낙서를 했다.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등장

본보 기자가 둘러 본 타운 내에서 상가 유리창에도, 신문 간파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일반 주택 입구 문이나, 가로수나 땅 바닥에도 낙서를 한 행위를 볼 수 있었다. 이들 낙서꾼들은 새로 페인트를 칠하면 그곳에 달려가 낙서하고, 새로 또 페인트하면 또 낙서하고… 한마디로 낙서로 얼룩진 상가 외벽. 수차례 새로 페인트 칠을 반복하는 바람에 LA는 지금 ‘낙서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낙서는 아무 곳에 자신이 내키는대로 무작위로 글을 남기거나 마치 추상화 모양의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가리킨다. 간단한 스크래치 표현에서부터 정교한 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포함될 수 있다. 원래 공공장소에 빼곡이 쓰여진 낙서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낙서는 우리에게 해서는 안 되는 ‘금기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LA에서는 낙서는 갱단들이 자기들의 영역을 나타내기 위해 해괴한 문자와 숫자 모양으로 용의자들에 의해 주로 낙서가 이뤄진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시민들에게는 별것 아닌 낙서로 보일지 몰라도 낙서와 범죄는 서로 밀착되어 있다며, 이 같은 낙서는 갱들 사이에서는 라이벌 간의 전쟁을 알리거나 유발하는 갱들의 암호나 표식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골칫거리 낙서가 이제는 길거리 예술의 한 분야로서, 인간 내면을 비추는 심리적 거울로서, 새로운 문화산업의 마케팅으로써 활약하는 그래피티(Graffiti)라고 주장하는 예술인도 많아지고 있다. 골칫거리 낙서,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매년 낙서를 제거와 청소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12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환경미화국은 낙서 저감 및 청소 비용으로 연간 7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LA관할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은 도시 고속도로를 따라 낙서를 청소하는데 270만 달러를 지출했다.(1990년도 통계). 제거된 낙서의 양은 7,622,234제곱 피트였다. 또 한편 LA시는 낙서 제거를 위해 연간 270만 달러를 지출(1990년 수치)하고 있으며, 메트로 버스 RTD(Rapid Transit District)는 2,795대의 버스에 낙서 없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연간 1천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한편 LA 카운티의 낙서 제거 비용으로 연간 3,000만 달러(2007년, Caltrans가 지출한 비용)로 LA 강의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MTA의 ‘폭탄̓은 유역에 대한 환경적 위험으로 인해 제거하는 데 370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샌퍼난도 터널의 감시 카메라 설치에도 3만 661달러, 낙서 제거에 3만 6,000달러를 지출했다. 미연방 정부 차원에서 낙서와 관련된 제거 비용은 매우 다양하며 150~18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 낙서를 청소하는 데만 무려 연간 120억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세기 중반,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소외된 젊은이들이 갱(gang)에 가입하여 자신들의 구역을 표시하기 시작하면서 각 갱 그룹의 이름을 일컫는 태그(tag), 그래피티를 남기는 개인을 지칭하는 태거(tagger)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갱들의 영역표시 ‘낙서와의 전쟁’

이 때부터 그래피티는 공공시설물 파괴와 갱 표시라는 부정적 측면에서 일반인들에게 외면 당했고, 빌딩 소유주 및 소규모 자영업자들과 도시 행정부는 태거들 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당국은 특별반을 구성하여 그래피티가 남겨진 공공장소를 청소하고, 갱 소속 태거들은 청소된 벽을 골라 다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고양이와 쥐 식의 싸움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마침내 지역사회에서 특정 공간을 프리 월(Free Walls), 그래피티 월(Graffiti Walls), 그래피티 존(Graffiti Zones) 등 누구나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는 곳으로 선정하여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태거들은 차츰 다른 돌파구를 찾아 떠나거나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성향을 띤 합법적인 예술가로 탄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최근 10~20년 사이에는 그래피티 아트가 예술의 한 형태로 급부상했고, 아티스트들은 각 도시를 돌면서 스트릿 축제나 파티에서 작품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아티스트보다는 태거임을 강조하는 부류들은 아직도 닉네임을 사용하여 자신의 작품에 짧은 흔적을 남김으로써 언더그라운드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고 한다. 또한, 과거 갱 위주 그래피티가 전적으로 에어로설 스프레이 페인트에 의존했던데 비해, 최근 미술계의 진보적인 일부로부터 인정받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모자이크 타일, 스텐실, 스틱커, 윗페이스팅 등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개발하여 매번 새로운 스타일과 영역을 시도하고 있다.

아일랜드, 독일, 네델란드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나라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래피티 아트를 ‘공공 예술’(Public Art)로 구분하여 미술의 한 장르로까지 간주해 왔으며, 미국에서도 로스앤젤레스, 뉴욕, 필라델피아 등의 대도시에서는 그래피티가 도시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맥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그래피티 벽화가 다수 모여 있는 지역은 다운타운, USC 근처, 사우스 센트럴, 실버레이크, 패사디나, 이스트 LA(특히 보일하이츠 지역), 할리웃 및 웨스트 할리웃, 롱비치, 베니스 등. 특정 지역 및 벽화가 위치한 자세한 주소는 www.publicartinla.com/LA_ murals/ 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 예술인’(Public Artists) 주장도

이같은 낙서 피해는 LA뿐만 아니다. 2023년 6월 27일 캘리포니아 출신 남성 관광객이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의 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씨익 웃었다. 해당 관광객이 이름을 새기는 모습은 영상으로 찍혀서 레딧에 퍼졌고,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해당 관광객의 행동이 “반달리즘”이며,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티칸에서 낙서하다가 걸려 입국 금지 당한 일본인의 이야기도 있고, 2014년 연말에는 프라하 에서 오밤중에 스프레이로 문화재인 프라하 국립극장 벽에 낙서를 하다 발각된 일본인이 경찰의 테이저건을 맞고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Daum 카페(https://m.cafe.d)에 가면 ‘바티칸 지붕 벽면에 낙서한 한국인 명단’이란 제목의 이미지 들에서 바티칸 성당에서 낙서한 한국인 이름들이 보이는 이미지들이 보인다. <닥터훈의 로마여행기>에는 “라파엘로의 방인 서명의 방에 가는 길에 보인 그림에서 낙서가 발견되었다. 신기해서 보고 있었는 데 독일군이 바티칸을 점령했을 때 새겨 놓은 낙서라고 한다. 복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 조차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기하면서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인 낙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의 경우, 2013년 5월 이집트 아랍 공화국 룩소르 유적에선 중국인 10대 꼬마가 무려 3천여 년전 부조물에 “띵진하오 왔다가 간다”라는 낙서를 새겼다.

이집트 당국은 몰랐다가 되려 중국 인터넷에서 이걸 퍼올린 그 띵진하오라는 15살 소년 덕분에 중국 방송이 대서특필하고 나서야 분노했으며 해당 부모는 사과했지만 이로 인하여 이집트 당국은 중국인 여행자 특별주의보를 내렸다. 2013년 9월엔 10미터가 넘는 불상의 4m까지 올라가 낙서를 하던 경우도 중국에서 드러났다. 이에 세계 관광지에서 중국인 낙서가 속속히 드러나자 2013년 10월 중국 정부는 낙서하다가 걸리면 엄청난 벌금 및 처벌로 응징하겠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2015년 9월, 베이징 고궁박물관에 있는 300년이 넘는 구리 항아리에 칼로 연인 이름을 쓰고 하트를 친 낙서를 기어코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낙서에 대하여 겨우 200위안(미화 약 30 달러)밖에 벌금을 내는 처벌이 약하다는 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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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지우기는 어떻게 요청하나요?’

LA시, 낙서 제거 서비스 거주자에게 무료 제공

LA시는 지역사회 미화국(OCB)에서 낙서 제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낙서 제거 요청은 OCB를 통해 계약된 지역사회 기반 단체 또는 다른 기관에 의뢰한다. 작업은 표면의 유형에 따라 페인트, 화학 용제 또는 샌드블라스팅/워터블라스팅을 사용하여 수행한다. 모든 서비스는 LA시 거주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웹페이지: http://www.laocb.org) 한편 LA카운티 비통합 지역 및 홍수 조절 수로에서 낙서를 신고하려면 주민들은 낙서 핫라인 800 675-4357(HELP)로 전화할 수 있다. 핫라인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며 실시간 상담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낙서(그래피티)는 w.lacounty.gov/go/graffiti에서 온라인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또한 iPhone을 사용하는 주민은 Apple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iPhone 애플리케이션 The Works를 사용하여 낙서를 신고할 수 있다.

iPhone 사용자는 The Works를 통해 지도를 클릭 하여 그래피티를 신고할 수 있다. The Works는 자동으로 위치를 캡처하고 서비스 요청을 적절한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파괴적인 낙서를 제거하면 집이나 건물의 외관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이 바로 낙서 제거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낙서 제거 비용은 일반적으로 면적, 낙서 그림, 표면 재질에 따라 평방 피트당 1~3달러 정도이다. 낙서 제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다. 공원 및 레크리에이션, Caltrans,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 메트로링크, 미국 우체국, 남부 캘리포니아 에디슨 및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 88개 도시. http://dpw.lacounty.gov/general/graffiti.cfm. 온라인 신고: http://dpw.lacounty.gov/itd/dispatch/publicgraffiti/index.cfm?action=report 그래피티 핫라인-800-675-HELP(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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