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2023년 체육비전보고회 7억4천만 원 입찰 없이 계약
◼ 수의계약 ‘대표자 이정희’…법인등기부보니 최진수도 대표이사
◼ 최진수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총동문회장 출신으로 CF계 거물
◼ 동국대에 막강한 영향력…‘광고-영화계 등 영상세계 막강인물’
◼ 체육회 ‘2023년 인건비등 부족’ 이유로 은행에서 30억 원 빚
◼ 이사 회의록, 은행 빚 심의 때 일언반구 반대 없이 ‘원안의결’
◼ 2024년 새해벽두이사회, 느닷없이 기관경비 1.7배 증액 가결
◼ 퇴임 두 달 이기흥 체육회 ‘수의계약’ 의혹…철저히 수사해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023년 2월 7억 4천만 원 계약업체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는 대한체육회가 공개한 이정희 씨 외에 동국대 연극영화과 대부로 알려진 ‘CF업계의 거물’최진수 씨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업체로 확인됐다. 최씨는 CF 및 영화감독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최근에는 이벤트업계에서도 입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2023년 4700억 원의 혈세를 지원받았음에도 예산이 모자란다며 30억 원 은행 대출을 받았고, 이를 심의하는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단 1명도 이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원안을 가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24년 벽두에는 차입금 상환액 30억 원, 직원인건비 등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갑자기 기관운영비를 1.7배나 증액했고,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사들은 일언반구 입도 뻥끗하지 않는 등 거수기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한체육회는 이 30억 원이 유동성 장기부채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공시를 통해 단기 차입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같은 사실이 국회에서 문제될 것을 우려, 지난 2023년 및 2024년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서 30억 원 차입 및 상환문제는 단 한 줄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기흥 회장은 8년간 체육회에서 3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면서 상당액의 혈세로 ‘자기장사’에 치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하고 전반적인 신속한 수사가 시급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2023년 2월 체육비전보고회 직전, 7억 3600만원 상당을 지불하고, 고용한 행사용역업체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는 대한체육회 수의계약현황 보고서에는 대표자가 이정희 씨로 기재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이정희-최진수 씨가 공동대표자로 확인됐다. 본보는 지난 1442호에서 대한체육회 수의계약현황보고서를 확인, 대표자를 이정희 씨로 보도했으나 법인등기부등본확인결과 수의계약현황보고서에 대표자로 기재된 이정희 씨 외에 최진수 씨도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정희 씨는 2020년 3월 31일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같은 날 대표이사에 중임됐고, 다시 2023년 3월 31일 사내이사에 중임됐고 또 같은 날 대표이사에 중임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 수의계약현황보고서
또 최진수 씨는 2020년 3월 31일 사내이사에 중임됐고, 같은 날 대표이사에 역시 중임됐으며, 지난 2023년 3월 31일 사내이사에 중임됨과 동시에 같은 날 다시 대표이사에 중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이정희 씨와 최진수 씨가 각각 같은 날 사내이사, 대표이사를 동시에 맡는 등 공동 사내이사, 공동 대표이사로 드러났고 현재도 대표이사로 재임 중이다. 법인등기부등본에 의거,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가 2023년 2월 3일 ‘체육비전보고회 행사용역대행’ 명목으로 대한체육회에서 7억 3600만원 계약을 따냈을 때 대표자는 이정희 및 최진수 2명이었으나 대한체육회는 수의계약현황보고서에 이정희 1명 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공개한 수의계약현황 중 2019년 1월 1일부터 2024년 9월 30일까지, 5년 9개월간 수의계약을 살펴본 결과, 수의계약 대상법인의 대표자가 2명인 경우에는 2명을 모두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최근 공개한 수의계약현황인 2024년 치를 보면, 주식회사 행복큐산업, 주식회사 앤케이이엔지, 주식회사 제이피앤지, 마루엔조경주식회사, 트랙맨코리아유한회사, 주식회사 신한공조, 주식회사 위즈씨앤씨, 주식회사 로지씨앤씨, 주식회사 아이앤티시스템 등 대표자명에 최소 2명 내지 3명이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대표자가 1명 이상일 때는 대표자들의 이름을 모두 공개한 것이다. 이는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모두 동일하게 대표자가 2명 이상 기재된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대표자가 2명이상인 경우 2명 이상을 기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는 지난 2017년 1월 11일 설립돼 CF와 동영상 등에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았고, 특히 대한체육회와 불교계, 전자랜드 등의 클라이언트롤 확보, ‘라이징스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으며, 대한체육회의 2023년 체육비전보고회라는 초대형이벤트 용역대행을 맡음으로서, CF와 동영상제작에서 이벤트대행업체로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무시할 수 없는 업체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이 업체의 한국표준 산업분류업종코드가 ‘J59113’으로, 이는 ‘광고,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이라고 밝혔다. 광고 영화 등의 제작업체가 대한체육회로부터 이벤트업체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회사 대표이사로 확인된 최진수 씨는 CF계의 ‘마이다스손’으로 불릴 정도로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며, 한때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했던 인물로 확인됐다. 영화계와 CF계에서 전설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며, 특히 동국대 연극영화과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F등 마케팅업계의 거물로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최대표가 대한체육회와 불교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구글 등에서 ‘최진수’를 검색해보면 동국대 연극영화과 총동문회장, 동국대 연극학부 총동문회장으로 활동한 기사가 쏟아진다. 지난 2014년 9월 17일 최진수 동국대 연극영화과 총동문회장, 동국대 연극학부 총동문회장이 이덕화 씨 등 동국대 출신 연예인 18명을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총동문회장으로서 대학총장, 부총장 등과 자리를 나란히 했던 것이다. 최 대표는 2017년 초까지 총동문회장으로 활동했으며, 동국 80년사 등에 학교를 빛낸 영화감독으로 소개돼 있다.
최진수와 이기흥 회장은 어떤 관계
또 광고계에서는 최대표가 ‘광고회사 프로듀서에서 광고감독으로, 광고감독에서 다시 영화감독으로, 그리고 다시 광고감독으로 돌아와 광고회사 대표로 활동하는 등 영상의 영토를 종횡무진 누빈 인물’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023년 2월 3일 ‘체육 비전보고회 행사용역대행’을 동국대 연극영화과 대부이자, CF및 영화감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최대표의 회사에 맡긴 것이며, 이는 마케팅달인을 적절하게 잘 선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검색결과 시즌파이브마케팅컴퍼니는 2022년 이벤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며, 이벤트업계 중견인력을 스카우트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즌파이브는 <2023체육비전보고회> 외에도 2020년 8월 3일 <지도자대상 인권특별교육 교육영상제작>수의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액은 1천만 원이며, 이때도 대표자명은 이정희로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때도 이 법인의 대표이사는 이정희, 최진수 2명이었지만, 대한체육회는 수의계약현황 공개 때 이정희만 기재한 것이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2023 체육비전보고회> 7억 3천여만 원 수의계약 등을 체결했던 2023년 예산이 부족하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예비비등이 없으므로, 사전 정해진 예산한도 내에서 살림을 꾸려야 한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또 긴급한 예산투입이 필요한 사업이 있다며, 차입을 강행한 것이다.
2023년 대한체육회에 지급된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는 4689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주장이다. 이 돈도 모지란다고 은행에서 빚을 낸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2023년 운영자금이 부족하다며 빌린 돈은 30억 원으로 확인됐고, 2024년 말 이를 갚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2024년 결산보고서 등이 제출되지 않아 정확한 상환여부는 알 수 없다. 특히 대한체육회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30억 원 차입과 관련, 일언반구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이를 통과시켰고,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장기차입금인 이 돈을 단기차입금으로 계상하는 등 회계규정에 어긋난 엉터리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입수한 2023년 5월 4일자 제21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이사들은 이날 서울 올림픽파크텔 1층 올림피아홀에서 이사회를 열었으며, 이 이사회에는 재적이사 44명중 절반을 조금 넘는 29명이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이기흥 회장을 비롯해 축구협회 장기집권 논란을 빗고 있는 정몽규회장 등 대한체육회 부회장 5명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록에는 출석이사가 29명이라고 기재돼 있지만, 출석자 명단에는 회장 1명, 부회장 5명, 이사 27명이 참석했다며, 모두 33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출석이사가 29명, 출석이사의 이름은 33명으로 엇갈리게 기재된 것으로, 같은 문서에서도 참석자수가 일치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게 틀렸는지 등을 알 수 없지만 상이한 것은 틀림이 없다.
누군가 출석하지 않았는데 출석한 것으로 조작했거나, 누군가 출석했는데 머리수를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잘못 샜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느 쪽이 맞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 9번 ‘자체자금차입계획’이 논의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자금차입규모는 30억 원이며, 자금차입의 성격은 필수 경상경비 및 목적사업 추진 자금으로 돼 있다. 체육회는 ‘2023년도 연간 재정총량으로 보면, 전년 이월금을 포함해 수입이 지출보다 많지만, 체육회 주요수입원인 후원사 후원금 세입시기가 12월에 집중되므로, 8월부터 11월까지 하반기 부족분 및 2024년 1분기 필수경상경비 및 목적사업 지출규모를 고려해 차입규모를 30억 원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기금예산대비 직원인건비 부족분 및 기관운영비로 10억 원, 평창동계훈련센터 운영비 등 20억을 합해서 3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육비전보고회 비용은 바로 이 기관운영비에 포함된다.
5천억 주무르면서 30억을 차입 ‘왜’
대한체육회는 자금차입방법은 제1금융권중 체육회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수협을 대상으로 제안 설명을 한 뒤 최저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선택할 것을 검토 중이며, 금리뿐 아니라, 기간과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고려, 최적의 차입조건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차입금은 2023년 12월까지는 이자만 상환하고, 2024년까지 전액을 상환하며, 이자가 약 2억 925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24년 12월까지 30억 원 전액상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2023년 지출보다 수입이 많지만, 후원금이 12월에 많이 걷히게 되므로, 2023년 하반기에 인건비와 평창동계훈련센터 운영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육회가 밝혔듯 후원사 후원금이 12월에 많이 걷히는 것은 비단 2023년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매해 똑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2022년에 이미 2023년 예산운영계획을 세우고도, 가장 기본적인 경비인 인건비 줄 돈이 없어서 은행돈을 빌린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다. 이처럼 당초 계획과 달리 월급조차 못줄 정도로 금고가 텅 비었다면 감사를 했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이다. 평창동계훈련센터 운영비 2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평창동계훈련센터가 2023년 4월에 준공된다는 것은 대한체육회가 아닌 일반국민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런데 2023년 예산을 세울 때 이 훈련센터의 운영비 조차 계상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회의록에 따르면 이처럼 심각한 문제에 대해 참석자 주요발언은 ‘없음’, 논의결론은 ‘원안의결’로 기재돼 있다.
감사를 해도 시원찮을 사안에 대해, 이사들은 단 한마디 발언조차 없었고, 원안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지난 2017년 이기흥 회장 취임이후 유일한 은행차입이라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사들은 어떠한 발언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심의사항은 모두 9건이었다. 놀라운 것은 9건 모두, 참석자 주요발언은 ‘없음’이었고, 논의결론은 9건 모두 ‘원안의결’이었다. 이날 이사회는 오전 11시에 시작돼 12시 3분에 끝났다, 1시간 3분이 걸린 셈이다. 보고사항이 9건, 심의사항이 9건이었다. 회의록에 적힌 사안을 그대로 설명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릴 일이다. 이사들은 9건 안건 모두에 대해 입도 뻥긋 하지 않았고, 이기흥 회장에 제시한 안건을 무조건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사정이 이러니 사실상 이사들이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셈이다.
본보가 입수한 2024년 2월 6일자 제28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은 ‘용케도’ 출석이사와 참석자명단의 게재된 사람의 수가 일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재적이사 49명중 32명이 출석했다고 기재했다. 참석자 명단을 보면 이기흥회장과 부회장 3명, 이사 29명의 이름이 게재돼 있다, 참석자명단에 게재된 이름은 모두 32명, 용케도 출석이사의 수 32명과 일치했다. 2023년 5월 4일자 제21차 이사회 회의록에는 출석이사는 29명인데, 참석자명단에 게재된 이름은 32명이었다. 그래도 28차 이사회 회의록은 참석자 숫자는 일치시킨 것이다. 이날 안건은 보고사항 13건, 심의사항 11건이었다. 차입금 30억 원과 관련된 항목은, 심의사항 중 8번째 항목 ‘2024년 자체예산 세부사업계획’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자체예산이 당초 90억 원 편성됐지만, 이를 155억 원으로 65억 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산집행계획 세운지 불과 두세 달 만에, 자체예산집행액을 70%정도, 즉 1.7배나 늘려버린 것이다. 이처럼 주먹구구 예산편성은 매년 반복되던 연례행사였던 셈이다.
문화체육부도 모르는 은행 차입금
그렇다면 두세 달 동안 갑자기 큰돈이 들어갈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까. 체육회는 회의록에 변경사유를 적고 있다. 이 변경사유가 그동안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자. 변경사유 첫째는 차입금 상환액 30억 원이다. 이 30억 원은 이미 지난해 5월 21차 이사회에서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하다며 차입한 것이며, 이때 이미 2024년 12월까지 모두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그런데 이 차입금 상환액을 예산에 잡지 않은 셈이 된다. 왜 이렇게 했을까, 체육회 임원이나 담당직원이 이돈 갚는 것을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다. 예산편성단계에서 차입금 상환액을 계상하지 못했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즉 문화체육부 등에서 이를 모르게 하기 위해 차입금상환액은 당초 예산에 편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두 번째 사유는 대한민국체육인대회 15억 원, 체육인대회는 2023년 12월 행사용역 입찰공고를 제시하는 등 2023년 하반기에 계획된 사업이다. 이 입찰에서 시즌파이브마케팅과 코틴기획이 맞붙어서 ‘코틴기획’이 이를 따냈었다.
세 번째 사유는 평창동계훈련센터 운영 10억 원, 가만 보니 어디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2023년 21차이사회에서 30억 차입금의 명분으로 평창동계훈련센터 운영비 20억 원 부족을 내세웠었다. 그 전 해에 이 돈이 없다고 은행에서 돈까지 빌린 체육회가, 그 다음해에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급하게 돈을 마련한다며 자체예산을 늘린 것이다.
이외에 태릉선수촌 운영비 3억 2천만 원, 파리올림픽선수단 격려금 5.2억 원, 사내근로복지 기금 1.6억 원 등 65억 원을 당초보다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돈은 사무처 및 선수촌 운영 등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이유들을 살펴보면 ‘사전에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항목’을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2024년 예산승인을 받은 뒤, 추후 1.7배나 갑자기 증액한 것이다.
갑자기 자체예산을 크게 늘리겠다는 이 안건에 대해서도 참석자 주요발언은 ‘없음’이다. 이사들이 갑작스런 예산증액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던 것이다. 또 논의결론은 ‘원안접수’라고 기재돼 있다. 그런데 원안접수는 무엇을 말하는가. 원안이 가결됐다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정확히 알 수 없다. 21차 이사회 때만해도 ‘논의결론’에 대해서는 ‘원안의결’이라고 기재했었다. 회의록 기록자가 아무 토론이 없는 것도 무안하고, 모든 건마다 원안의결이라고 적어야 하는 현실이 무안해서 이번에는 ‘원안접수’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원안접수는 원안가결이 아니다. 따라서 원안접수라고 기재된 안건은 원안가결된 것이 아니므로, 실제적 효력에 있어서는 부결에 해당한다. 이 회의록에 원안접수라고 기재된 모든 심의안건은 부결된 것이다.
또 회의록 기록자가 원안이 가결되지 않았음을 명백히 알리고 싶지만, 보복 등을 우려, 차마 ‘원안부결’이라고 적시하지는 못하고, ‘원안접수’라고 기재, 부결됐음을 알리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기흥체육회에서도 내부의 문제를 분명히 기록해 두고자 노력한 직원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2023년 차입금 30억 원은 회계장부에는 어떻게 기재됐을까. 본보가 입수한 2024년 1월 29일자 2023년 감사보고서 확인결과, 차입금 30억 원에 대한 내용은 23페이지, 주석 8번 차입금항목에 기재돼 있었다. 차입종류는 공공운전일반자금대출, 차입처는 KEB하나은행, 연이자는 4.606%, 최종만기일은 2024년 12월 31일, 상환조건은 만기일 일시상환이며, 차입금은 당기에 30억 원, 전기에는 한 푼도 없다고 밝혔다. 즉, 2023년 이전에는 대한체육회는 차입금이 단 한 푼도 없었으며, 2023년 30억대출은 공공운전일반자금대출로 2024년 말 한꺼번에 모두 상환하는 것이다.
단기차입금만 30억 원으로 공시기재
또 이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에는 ‘유동성장기부채’가 30억 원이며, 공익사업목적의 부채라고 밝혔다. 전기, 즉 2022년에는 유동성장기부채가 한 푼도 없었다. 이전에는 빚이 한푼 도 없었던 것이며, 2023년의 부채는 ‘장기부채’라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공공기관의 경영상황을 알리는 ‘알리오’ 경영공시에는 감사보고서와 상이한 내용을 버젓이 공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체육회는 ‘장단기차입금내역’공시에서 장기차입금은 단 한 푼도 없고, 단기차입금만 30억 원이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단기차입금의 2023년 기초 잔액은 0원, 2023년 기말잔액은 30억 원으로, 2023년 1월 1일에는 빚이 없었고, 2023년 중간이 30억원 빚이 생겼으며, 연말까지도 3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또 변동사유는 자체회계 운영자금, 주요차입형태는 금융기관차입이며 자기자본대비비율이 4.16%, 차입금의존도가 3.13%라고 밝혔다.
이 경영공시를 검색한 것은 지난 1월 25일이며, 대한체육회 경영공시 대부분이 2024년 3분기 말 기준이었다. 여기서 눈에 뛰는 부분은 대한체육회가 이 돈을 단기 차입금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는 이 돈이 장기부채로 명시돼 있다. 즉 감사보고서에는 장기부채로 분류된 반면, 장단기차입금내역에는 단기차입금으로 기재한 것이다. 회계기준상 차입기간이 1년 이상이면 장기, 1년 미만이면 단기로 구분한다. 감사보고서와 경영공시에서 30억 차입금에 대한 기재가 명백히 상반되는 것이다. 특히 삼덕회계법인은 지난 2024년 1월 29일 2023년 치 감사보고서에서 모든 것이 적정하게 작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차입금 30억 원은 ‘유동성 장기부채’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삼덕회계법인은 이기흥 회장 취임다음해인 2017년부터 대한체육회 외부감사를 많은 뒤 지난해까지, 즉 내리 8년간 체육회 외부감사를 맡아 ‘유착의혹’을 낳고 있다.
외부감사는 재무건전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같은 회계법인이 내리 8년을 맡은 것은 외부감사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또 본보가 지난 2023년 10월 24일자로 대한체육회가 국회에 보고한 국정감사용 업무현황보고서를 입수, 검토한 결과, 2023년 30억 원 차입금에 대한 내용이 일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빚이 한 푼도 없다가 몇 년 만에 처음 빚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중요한 일이 일체 보도되지 않은 것이다. 또 2024년 10월 22일자로 작성, 국회에 보고한 국정감사용 업무현황보고서에도 ‘2023년 차입한 30억 원을 2024년 12월 31일 일시 전액 상환할 예정’이지만, 일체 이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대한민국정부가 대한체육회에 지원한 혈세는 2019년 3280억 원, 2020년 3336억 원, 2021년 4149억 원, 2022년 4436억 원, 2023년 4689억 원, 2024년 4746억 원등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체육회 지원액은 2010년 이전만 해도 연 1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7년 이기흥 체육회장 취임직후 생활체육과의 통합으로 예산이 3배 가까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 회장은 지난 8년간 3조원 이상의 국민혈세를 주무르며,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특보나 자문위원으로 고용하고, 또 딸과 관계있는 사람을 특별 채용했으며, 선수촌 관리용역에도 의혹에 제기됐고, 자신과 치분이 있는 불교계인사 등에게 체육회예산으로 항저우, 파리 등에 관광을 시키는 등, 한마디로 국민혈세의 상당액을 ‘자기장사’에 유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문체부 감사로 끝날 일이 아니며, 사법부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만약 혈세에 피해를 끼쳤다면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 다행히도 이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리 집사람 통장에 수백억 원이 꽂혀있다’고 말했다.
이회장이 돈은 어느 정도 있는 만큼 이제 남은 숙제는 혈세낭비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1월 19일 이른바 고별편지를 보내고, 조기 사퇴할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 서한에서 ‘여러분과 함께 한 영광과 고노의 순간들, 저의 인생후반 25년은 참으로 행복하고 보람있는 순간들이었다. 이제 그 순간들을 회상하며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저의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14일 3선 도전에 실패한 뒤 닷새 만에 이별을 고한 것이다. 이 회장은 편지 말미에 ‘천론, 그 만상 모두가 이른 파도라더라’라며 어느 큰 스님의 글이라고 밝혔으나, 한자로 쓴 ‘천론’을 둘러싸고 ‘천륜이냐, 천론이냐’ 논란을 낳고 있다. ‘인과응보는 부처님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 불교계의 가장 큰 진리이니, 이 진리가 현세에서 어떻게 구현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