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고, 반포 580해
◼ 한글날 최초 기념식 거행은 일제식민시절 1926
◼ LA시의회, 한국어진흥재단 한글날 제정 기념식
◼ 한글의 독창성 과학적 우수성 세계가 공식 인정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올해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글 반포로는 580돌이다. 이 날을 맞아 오전 10시에서 LA시의회에서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유니스 이)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한다. 한글날 제정(특히 해외에서의 공식 지정)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단순히 한국의 기념일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한글날 지정의 특별한 의미는 세계 언어학적 가치의 인정이다. 한글은 인류 역사상 만든 사람 (세종대왕)과 반포 일(1446년), 그리고 창제 원리(훈민정음 해례본)가 명확히 기록된 유일한 문자 이다. 해외에서의 한글날 지정은 이러한 독창성과 과학적 우수성을 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캘리포니아주 등 해외에서의 한글날 지정은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 졌음을 증명한다. 미국 등 다문화 사회에서 한인 커뮤니티의 문화적 기여를 인정하고, 이민 자들의 정체성을 존중한다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한글날은 단순히 쉬는 날을 넘어, 우리가 매일 숨 쉬듯 사용하는 언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이어야 한다.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하기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평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신조어, 비속어, 과도한 외래어 사용을 줄이고, 올바른 맞춤법과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을 찾아 사용 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글의 역사와 원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애민 정신) 으로 한글을 만든 배경이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의 과학적 창제 원리를 아이들이나 후세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 한글의 예술성을 즐기는 문화를 키워야 하는 이유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글은 캘리포니아(손글씨) 예술, 한글 디자인 전시 등을 관람하거나 직접 체험하며 문자 자체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한국 문화 전파에 동참해야 한다. 주변의 외국인 친구나 이웃에게 한글의 우수성을 가볍게 소개해 보거나,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브랜드를 응원하는 등 일상 속에서 자부심을 지니는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한글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은 훈민정음 반포 480년 기념일인 1926년 11월 4일의 일로,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의 공동 주최로 식도원이라는 요릿집 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당시로서는 일본의 식민통치 아래서도 성대하게 열렸다. 조선왕조실록에 훈민정음 관련 기사가 1446년 9월 말일(29일)에 실렸기 때문에 11월 4일에 기념 식이 열렸다. 이때까지는 아직 한글이라는 명칭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가갸날’이라는 지금은 좀 생소한 명칭을 사용했으며 한글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28년의 일이다.
원래 날짜는 음력이고 현재 사용하는 달력은 양력일 때 흔히 나타나는 문제점인 날짜가 매년 바뀌는 문제는 한글날에도 존재했는데, 이에 대한 불편함이 제기되자 1931년에 음력 9월 29일의 날짜 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 1932년부터는 10월 29일에 행사를 치렀고, 1934년에 그레고리력으로 다시 환산하여 1945년까지 10월 28일에 행사를 치렀다.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고, 여기에 책이 발간된 때가 음력 9월 상순(1~10일)으로 기록 된게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상순의 마지막날인 9월 10일로 상정하고 음력 1446년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변환해 10월 9일을 기념하게 되었다. 단, 1940년에 훈민정음 원본이 발견되었 지만 바로 그 해에 날짜가 바뀌진 않았다. 1937년 중일전쟁이 터진 이후에는 탄압 때문에 한글날 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았고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 때문에 기념식을 주관할 사람들이 모조리 투옥되는 바람에 열리지 못하는 등의 말 못할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45년 8.15 광복 이후에는 10월 9일에 한글날 행사를 진행했으며, 1949년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처음 제정할 때부터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역사와 원리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글날은 한글을 널리 알리고자 선포한 날이며, 실제 한글이 최초로 민중에게 발표된 혹은 최종적 으로 완성된 날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글이 만들어진 날을 한글날로 삼기 위해 여러 노력이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정확한 한글의 창제 및 반포 일자는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에 훈민정음의 ‘세종 어제 서문’과 정인지의 축사 등이 언급된 기사는 1446년 음력 9월 29일이지만, 이는 9월에 일어난 일들을 한꺼번에 모아 마지막에 수록했기에 날짜가 이렇게 기록된 것이다. 기사 원문에도 “이 달 훈민정음이 만들어졌다”라는 내용을 분명히 적고 있으며, 9월 도중 있었다는 의미이지 9월 29일에 반포했다는 뜻이 아니다.
또한 이보다 3년 전인 1443년 12월 기사의 맨 마지막에도 “이 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다”라고 나와 있다. 국가에서 구체적인 공식 기록을 남길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한글 창제가 지극히 세종의 사적인 작업이었다는 증거이다. 정황상 1443년 12 월에 훈민정음 최초본을 완성한 다음 3년간 여러 테스트를 한 후에 1446년 9월에 공식적으로 반포했다고 보는게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그러다가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의 편찬 일자가 9월 상순으로 적혀 있는 것이 확인 되면서, 사실상 이날을 한글을 반포한 날로 정하기로 가정하였다. 9월 상순이면, 훈민정음을 ‘지었다’고 적은 1443년 12월이 아닌, 어제 서문과 공표를 진행한 1446년 9월일 것이며 해례본은 정황상 1446년 9월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면 10월 9일이 된다. 그래서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정한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무언가의 탄생일로 오해 받는 공휴일들은 제법 있다. 성탄절은 예수의 탄생일로, 석가탄신일은 부처의 탄생일로 여기는 경우가 그것으로, 실제로는 한글날과 마찬가지로 대상의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를 치르는 기념일인 것이지 실제의 탄생일이 그날인 것은 아니다.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한국어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해 온 언어이고, 한글은 약 500년 전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로 서로 다른 것이다. 따라서 한글날에 외래어를 쓰지 말자고 장려하는 행위는 비판 받아야 된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표음문자인 한글이 창제된 덕분에 외래어를 원활하게 문자로 쓸 수 있게 되었으므로, 한글로 마음껏 외래어를 표기 하는 것이 한글날의 의미에 더 부합한다.
한글은 문자이고 수천년 사용된 언어
이와 비슷한 식으로, 한글날이 되면 맞춤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이 올라오지만 이 역시 한국 어의 문제이다. 맞춤법은 문자가 아닌 ‘언어’에 대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설령 한글과 한국어를 동치에 둔다 하더라도, 엄밀히 따지면 한글 창제와 현대 한국어 맞춤법은 시기상 별 관련이 없어 여전히 문제가 된다. 현재 우리가 쓰는 맞춤법은 1933년에 확립되었는데, 한글이 창제된 지 약 500년 정도 지났을 때이다. 맞춤법만을 따질 경우는 주시경이나 조선어학회를 찾는 쪽이 좋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조선글날”이라고 하는 한글을 기념하는 날이 있으며 날짜는 1월 15일. 남북한의 날짜가 다른 건 남한은 상기에 나온 것처럼 반포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북한은 1443년 창제를 기준으로 삼아 실록에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기록이 나온 12월 말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영북한공사를 지냈던 태영호 의원에 의하면 조선글날은 푸대접 받아서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전에는 달력에라도 표시 됐지만 김정은 집권 후로는 이마저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탈북자들은 북한에는 한글날이 없다고 아는 경우도 있다. 한편 2019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국 50개주 처음으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했으며 당시 샤론 쿼크-실바 주하원 의원이 제기하여, 최석호 주하원의원과 미겔 산티아고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하여 주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정하는 결의안(ACR 109)을 실질적으로 주도하여 발의한 대표 발의자는 샤론 쿼크-실바(Sharon Quirk-Silva) 주하원의원이다. 캘리포니아주 의회의 공식 입법 기록에 따르면, 해당 결의안의 공식 명칭은 ‘ACR 109, Quirk-Silva’로 등록되어 있으며 샤론 쿼크-실바 의원이 주도(Lead Author)하였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의회 내 유일한 한국계였던 최석호 하원의원과 미겔 산티아고 하원의원은 공동 발의자(Co-authors)로 참여하여 결의안 통과를 적극 적으로 도왔다. 이 결의안이 제정되기까지의 구체적인 배경은 샤론 쿼크-실바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박동우 수석 보좌관이 한글날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교육자 출신인 샤론 쿼크-실바 의원이 이를 적극적 으로 수용하여 법안을 성안하고 의회에 대표로 발의했다.
한글날 제정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샤론 쿼크-실바 의원은 2019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으며, 2020년에는 한국 정부로부터 ‘한글 발전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였다. 최석호 하원의원과 미겔 산티아고 하원의원, 두 의원 모두 한글날 제정에 크게 기여 했으나, 입법 프로세스를 이끌고 대표로 발의하여 주도한 인물은 샤론 쿼크-실바 주하원의원이다. 한편 유엔(UN)이나 유네스코(UNE-SCO)가 공식적으로 문자가 없는 나라나 민족에게 한글 사용을 권장한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과정 에서 와전된 대표적인 인터넷 루머이자 사실무근인 내용이다.
가주 ‘한글날’ 제정은 샤론 쿼크-실바의 공적
유엔이 아프리카 등 문자가 없는 원주민에게 한글을 권했다는 소문은 공식 기록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은 특정 국가나 부족의 문자로 특정 언어를 지정하거나 권장하지 않는다. 간혹 “한국어가 유엔 공식 언어로 만장일치 채택되었다”는 메시지가 돌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가짜 뉴스다. 유엔의 공식 공용어는 여전히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의 6개 국어 뿐이다. 이러한 루머가 퍼지게 된 데에는 한글 및 한국어와 관련된 실제 국제적인 성과와 공적 사실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국제공개어 채택(2007년)이 와전됐다.
유엔 산하 전문 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본회의에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9번째 국제공개어(특허 공식 언어)로 채택되었다. 이 사실이 와전되어 ‘유엔 공식 언어 채택’ 또는 ‘유엔의 한글 권장’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다.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King Sejong Literacy Prize)도 한몫을 했다. 유네스코는 세계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상을 수여하는데, 이 상의 공식 명칭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제안과 지원으로 1989년에 제정되었다.
이 상의 존재가 ‘유네스코가 한글을 보급한다’는 오해로 이어졌다. 민간 학술 단체 차원의 한글 보급 사업은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려 노력한 것은 유엔이 아니라 국내의 민간 학회 및 학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 족이 고유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한글을 도입하여 교육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는 민간 단체 (훈민정음학회 등)의 제안과 교류로 이루어진 결과이지, 국제기구의 권고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 요약하자면,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과학적인 문자 체계로 극찬을 받고 있고 실제 특허 분야 등에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유엔이 글자 없는 나라에 한글 사용을 권장했다”는 것은 공적 사실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