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 2] 고통과 탄식 그리고 위기…적막감 감도는 LA코리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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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코리아타운… 핵폭탄 맞은 듯 초토화

비집고 나갈 ‘돌파구’가 없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코로나19에 코리아타운이 핵폭탄을 맞았다. 4‧29 폭동때가 미사일 폭격이라면 지금은 가히 핵폭탄급 피해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사태에 코리아타운은  숨통마저 거의 끊어질 절박한 상태다. 4‧29때는 마음대로사람 돌아 다닐 수가 있었다. 돌아다녀야 무엇이라도 할 터인데 아예 집밖 출입을 봉쇄했으니 ‘창살없는 감옥에서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며 타운 전체가 고통과 신음도 그리고 불만과 함께 분노도 치솟고 있다. 조만간 무언가 폭팔할 것만 같은 태풍전야처럼 적막한 코리아타운은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는 코리아타운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특별취재반>

지난 31일 걸어본 코리아타운 내 8가 거리 세라노에서 아드모어까지 한인 상가는 마치 철시한듯 약 90%이상 철문이 굳게 내려 있었다. LA에서 식당, 리커스토어, 마켓, 뷰티서플라이, 세탁소, 여행사 등은 미국 내 ‘한인 이민 1세대’를 대표하는 비즈니스들이다. 이들 비즈니스들이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전역으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이에 대응해 각 주와 시별로 식당 영업 중지나 모임 금지 등 고강도 조치가 잇따라 나오면서 LA한인타운도 고통과 신음 그리고 불만과 함께 분노도 치솟고 있다. 특히 3월 31일까지라던 행정 명령이 4월 말까지로 연기되면서 절망과 탄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령의 도시로 변한 LA한인타운

LA한인타운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다녀갔다는 ‘가짜 뉴스’로 몸살을 앓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LA 행정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LA시 전체의 식당과 유흥업소 영업 중단을 명령하면서 그야말로 핵폭탄을 맞은 기분이다. 긴급 행정명령이 발동한지 2주째인 1일 코리아타운 한인 상가들이 밀집한 베버리 3가, 6가, 윌셔, 8가, 올림픽 대로 그리고 피코 거리는 유령의 도시처럼 썰렁한 적막감이 나돌았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점심시간 임에도 사람과 차량의 모습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아예 문을 닫은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했다. 특히 지난 16일부터 식당과 카페, 바(주점)는 물론, 빵집, 미장원, 헬스 스파 등등은 영업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이곳은 더욱 황량해졌다. 10명 이상의 모임도 금지됐을 뿐만 아니라 아예 집밖에 나돌아 다니지 말라는 이상의 모임도 금지됐다.

다만 식당이나 커피숍 그리고 바의 테이크 아웃(포장 음식)과 배달 서비스는 허용됐지만 그 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 탓인지 타운 식당이나 카페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 버렸다. 평소 점심때면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인기 맛집들을 포함해 대부분 타운내 식당, 케이크집 커피점 들을 포함 많은 소매점들이 벌써 2주째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다만 일부 식당 출입문에는 ‘To Go only’ 안내장만 덜렁 붙어 있었다. 그러나 식당 안은 의자들이 테이블에 모두 올려진 채 인기척 조차 없었다. 인기를 끌었던 대형 한인 식당들은 “To Go”안하고 아예 영업을 중단한 곳이 많았다. 한 식당 대표는 “타운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처음이다. 4‧29때도 이러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대책도 없고 한마디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30년 비즈니스에 처음 당하는 재난”

1992년 LA 폭동사태의 악몽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재난에 졸지에 한달째 실직한 한 일식당 종업원 L씨는 “도대체 마켓에서 거리를 두고 서로 비켜 가고… 화장지를 두고 서로 싸워야 하는 광경에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4‧29폭동 때도 이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말했다. 그는 “더 한심한 것은 실직 수당을 타려해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해서 인터넷이 제대로 가동이 안되니… 한마디로 죽으라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다른 식당 대표는 “문제는 확진자가 게속 늘고 있어 과연 언제까지 문을 닫아야 하는지를 몰라 더욱 문제다.”라며 “2주까지는 버텼는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렌트비에… 솔직히 SBA 론을 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힘들고 어차피 갚아야 하는 돈인데 빗만 늘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영업 중단 조치 이후 LA 윌셔대로 주변에 밀집한 한인타운에는 인적이 뚝 끊겼고, 마스크를 쓴 채 포장 음식을 찾으러 온 손님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 코로나로 철시된 타운 8가길

▲ 코로나로 철시된 타운 8가길

윌셔대로 중심가에 위치한 한 상가타운의 경우 한인 식당 10곳 가운데 절반이 문을 굳게 닫았다. 일부 식당은 배달이나 포장 음식 주문을 받기 위해 가게 문을 열었으나 매출 급감으로 한숨만 크게 내쉬었다. 웨스턴 가의 한 일식 음식점 주인은 “전체 매출이 평소보다 80∼90% 줄었다”면서 “종업원 없이 솔직히 식구들이 나와서 근근히 꾸려 나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문제다”라면서 “무조건 식당 영업을 중단시키고 ‘To Go’만을 하라니 이런 답답하고 분통 터질일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타운의 한인 여행사들은 돈줄이 마르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을 문의하는 손님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LA에 진출한 기업들도 초유의 상황에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에 돌입했다. 한 지사 관계자는 지금 상태가 ‘최대 위기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본사도 기능이 안 돌아가 해외지사는 알아서 지탱하라는 분위기이다”고 전했다. 현재 재택 근무이지만 뾰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출장이나 방문도 사실상 올스톱이다.

임대료 인하를 요청에 얼마나 응할지…

이처럼 한인타운의 어려움이 갈수록 가중되자 LA 총영사관은 최근 LA와 인근 오렌지카운티, 샌디에이고 지역의 한인 상가 건물주들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것도 ‘함흥차다’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르면 재난과 같은 비상 시기에 이를 이용해 가격 인상을 시도할 수 없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재난 시기에 일부 한인마켓들이 생필품 가격을 올리고 있어 한인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이같은 부도덕한 상행위에 분노한 일부 한인들은 카톡 등 SNS를 통해 주정부 카운티 정부 등 소비자보호국 신고 전화제보(213-978-8100)와 온라인 신고 lacityattorney.org/
covid19을 알려주며 신고하기를 요청했다. 한 인터넷 댓글에는 “생필품 영수증을 카메라로 찍으시고 본인이 신고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신고하셔서 다음부터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벌받게 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댓글에는 “한인 마켓의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생필품, 먹거리 가격 담합을 모두 합심해서 막아냅시다”면서 “주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생산되는 한국 품종 쌀을 포함해, 한국산 라면, 인턴트 식료품을 수입 딜러들과 담합해서 노골적으로 값을 올려 놓고, 이 시국에 잘 안 팔리는 소주 막걸리 같은 건 세일 때리고, 꼭 필요한 건 가격을 다 올리고… 하는데 우리 소비자들이 뜨거운 맛을 보여 줍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31일 한인회관에 만난 한 1세 업주는 “SBA 융자 신청을 도와준다고 해서 한인회 도움으로 간신히 마쳤다”면서 “세탁소를 운영했는데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없어 문 닫았다”면서 “이런 상태로 얼마를 버틸 수 있을지… 도저히 감이 안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한마디 하겠다”면서 “지금 타운에 융자나 지원금을 타주겠다고 비용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설치고 있다”며 “그것도 수백 달러나 요구하고 어떤 브로커는 SBA가 나오면 몇 퍼센트를 달라고 해서 의심쩍어 한인회로 온 것이다”면서 “4‧29때는 타운의 전문직 단체들이나 비영리 단체들이 나서서 도와주곤 했는데 지금은 한인회 뿐이니 한심스럽다”며 개탄하기도 했다. 지금 LA한인회는 시당국으로부터 Essential Social Service 허가를 특별히 받아 봉사하는데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봉사하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봉사자는 “하루에 전화를 300통 이상을 받으니 목이 쉴 정도”라고 말하면서 “더 큰일은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해 한 시간에 4-5명 정도만 도울 수 있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주말 토요일까지 3명 이사까지 나와 봉사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한 세탁소 업주 말마따나 이럴때 전문직 단체나 커뮤니티를 돕는다는 단체가 한인회가 거의 유일하다니 문제다. 4‧29 당시는 한인회가 분쟁 상태여서 아무런 기능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일 복’이 터졌다. 미주 한인 이민사에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수난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마음 나누기’가 일어나 한가닥 위로감을 주기도 한다.

평통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음나누기
LA경찰국 히스패닉, 흑인 커뮤니티 지원

지난 31일 코리아타운에서 만난 에드워드 구 LA평통 회장은 한 타운 업소에서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었다. ‘어디로

▲ 코로나19 사태로 타운내 식당은 영업시간 변경해 주문을 받고 있으나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 코로나19 사태로 타운내 식당은 영업시간 변경해 주문을 받고 있으나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보내는 것인가’라고 기자가 묻자, 에드워드 구 회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우리 타운의 치안을 위해 애써주는 올림픽 경찰서 경관들에게 제공할 마스크를 포장하고 있다” 면서 “우리 모두가 어렵지만 서로가 마음을 나누면 이 재난을 극복하는데 힘이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평통 위원들이 스스로 조금씩 성금을 모았다”면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한인만이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는 라티노, 흑인, 방글라데시 등의 커뮤니티와도 더 좋은 이웃으로 지내고자 서로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로 협력하기 위해 금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로 위원들의 정성으로 성금을 모금하였으며, 고급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등을 구입해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일차적으로 코리아타운 치안에 힘쓰고 있는 올림픽 경찰서 경찰관들에 마스크를 지원했다. 지난 31일(화) 오후, 민주평통 LA평통 임원들이 타운내 올림픽경찰서를 방문하여 한인 커뮤니티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올림픽 경찰서(경찰서장 Captain Patricia Sandoval) 250여명의 경관들을 위한 $6,000상당의 LAPD용으로 특수 제작한 마스크를 전달하였다.

65세 이상 노인 150명 마스크 2장씩 무료 배부
반도델라, 주요기관에 KN95 마스크 2,500장 전달

한인기업 반도델라(대표 한승민)가 한인타운을 위해 마스크 2500장을 선사했다. 지난 31일 반도델라는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 센터(이사장 정문섭, 이하 시니어센터)에서 KN 95 마스크 2,500장 전달식을 진행했다. 이날 전달된 마스크는 시니어 센터와 LAPD 올림픽경찰서, LAPD 센추럴경찰서, 그리고 LA(LAFD station) #29 소방서 등 4 곳에 각 600장씩, 그리고 여성 전문 시설인 한미여성회 KAWA에 100장 등 모두 2,500장이 전달되었다. 한편 시니어센터 측은 1일(수) 오전 11시부터 센터 정문서 65세 이상 노인 선착순 150명에게 KN 95 마스크 2장씩 무료로 제공했다. 반도델라 한승민 대표는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여성, 경찰, 소방관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문섭 시니어센터 이사장은 “반도델라의 나눔 실천이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경찰과 소방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반도델라의 기부가 작은 불씨가 되어 한인 기업들 사이에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니어센터는 전달받은 마스크 총 600장 가운데 먼저 300장을 4월 1일 무료 배포한 후, 나머지 300장은 마스크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전문시설들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미주한인회장협회 코로나 퇴치 성금 6만불 모금
남문기 총회장 스스로 1만불 쾌척

지난 3월 초에 미주한인회장협회(회장 남문기)는 코로나 19 퇴치 성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이 성금 모금의 처음 5,000불을 기부를 약속했던 남문기 총회장은 성공적인 성금 모금 마무리에 대한 보답으로 5,000불을 추가하여 총 10,000불을 성금으로 기탁했다. 남 회장은 당초에 1만불을 기탁하려고 했으나 “성금을 내는 분들로 하여금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처음에는 5,000불을 기탁했다. 그는 성금 모금액이 당초에 예상은 2만불 정도로 예측했으나 실제 성금 모금액은 약 57,000불에 달했다. 이에 남문기회장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은 미주한인회장협회의 핵심 자산인 정회원인 미주지역의 전,현직 한인들이 발벗고 나선 결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문기 총회장은 지난 2월 중순에 미주한인회장협회 기금으로 3만불을 기탁했고 이번에 코로나 19 퇴치 성금 1만불과 같이 2만불의 후원금을 기탁함으로서 올해 현재까지 미주한인회장 협회에 총 6만불을 기탁했다.

남문기 회장은 “기부 문화를 일상화해서 습관이 되어야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어 더 좋은 한인사회를 만들수 있다”고 강조하였고 “부자들이 커뮤니티에 동참을 부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부에 참여할 떄도 있다”고 말했다. 남문기 총회장은 이미 뉴스타 부동산의 에이전트들과 같이 뉴스타 장학재단을 운영하여 평소 지역한인사회를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올해까지 벌써 20년째 하고 있다. 또한 그는 “뉴스타 부동산 그룹은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거래하면서 만들어진 기업” 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미주한인회장협회 대표로서 조직을 잘 키워서 후세에 넘겨주는 것이 본인의 소임”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친 간암 관련 수술과 이식에 투철한 정신력을 투병생활을 이어온 남 회장은 “오늘도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영광이기에 항상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고 면서 “4월 중순에 한국에 나가 간이식 수술 이후에 대해 검사하기 위해 한국에 곧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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