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앞잡이…민주 앞잡이’도 모자라 ‘무당 앞잡이’까지
후안무치한 ‘김종인’ 뒤에
정윤회 무속인 ‘이세민’이 있다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도왔던 김종인씨가 이번에는 또 다시 미래통합당을 돕기 시작했다. 그것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말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이 과거 정윤회 씨가 세월호 7시간 동안 만났다고 한 역술인 이세민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국 한 취재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당 중역이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순 이 씨를 찾아가 김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가까운 미래통합당 소속 한 여성 의원이 후방 지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이 씨는 십 수 년을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합류 과정에서 이세민 씨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미래통합당 선거에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 씨는 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자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중 하나로 꼽혔던 정윤회 씨와도 아주 가까운 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 미래통합당에게는 김 위원장의 영입 과정에서 이 씨의 역할이 논란이 되면서 또 다시 국정농단의 악몽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역술인 이세민 씨는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들이 역술인을 조심스럽게 찾는 일은 다반사지만 이 씨는 그 중에서도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역술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씨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의 인연은 남다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아주 오래됐다고 한다. 모두에게 잊혀진 사실이지만 2017년 19대 대선 때 대선 후보로 출마선언까지 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김종인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것이 바로 이세민 씨다.
그런데 최근 김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황교안 대표와 다리를 놓은 것이 바로 이세민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 영입에는 황 대표의 삼고초려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에도 박·신 위원장과 함께 김 전 대표 자택을 방문해 설득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15일 김 전 대표를 만나 영입을 추진했지만 김 전 대표가 서울 강남을 등 일부 지역의 ‘공천 수정’을 요구하며 ‘김종인 카드’가 현실화하지 못했다. 한 달여 만에 김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부친 김병로선생 욕보이는 처신
황 대표와 일면식도 없던 김종인 위원장이 어떻게 미래통합당으로 영입될 수 있었을까. 본국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과 황 대표 사이에 다리를 놓은 인물은 이 씨를 비롯해 현재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중진 정치인과 재선 여성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 의원은 김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몇 년 전부터 언론에 소개된 인물이다. 본국 한 취재원의 이야기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당 중역이 지난 2월 말에서 3월 초순 이 씨를 찾아가 김 위원장의 합류 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는 최순실 전 남편 정윤회와도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이 씨가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도 정윤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얽히면서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정윤회씨가 “역술인과 점심을 함께했다”고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정 씨는 박 대통령과 7시간 동안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런 의혹들이 본국 조선일보와 일본 산케이신문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다. 그러자 정 씨는 산케이 지국장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석해 그 시간에 이세민 씨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씨 역시 검찰에 출석해 정 씨와 비슷한 증언을 했다. 검찰은 두 사람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산케이 지국장을 유죄로 판단한 증거로 사용했다. 이후 이 씨는 주변에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통화한다’, ‘정윤회씨는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한다’는 등 권력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세월호 7시간에 얽힌 이후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이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최모씨에게 “전직 차관급 인사, D조선업체 부사장 등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으니 D조선업체의 협력업체로 선정되도록 도와주겠다”며 그 대가로 9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씨는 이 씨를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씨는 주로 형사 합의금,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역술원 월세, 역술원 내 ‘명상실’ 공사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또 지인의 가족 명의를 빌려 여러 개의 계좌를 돌려가며 최씨에게 돈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로부터 받은 돈은 빌리거나 투자받은 것이 아니라 순수한 기부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직 차관급 인사와 D조선업체 부사장 등이 자신이 운영하는 역술원에 드나든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들에게 이권을 청탁한 적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법원은 이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독재정권 주구 ‘부끄러운 과거행적’
이 씨는 2017년 대선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가장 가깝게 그를 도왔던 인물이다. <선데이저널>은 추후 이 씨가 김 위원장을 지난 대선에서 어떻게 도왔는지를 보도할 예정이다. 어쨌든 두 사람이 가깝다는 것은 김종인 위원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진즉 알았을 가능성이 크단 의미이기도 하다. 정윤회가 이세민을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을 떠들었고, 이 씨가 이를 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김 위원장에게 전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김종인 위원장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치렀다. 그는 새누리당에 ‘경제민주화’라는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이식시켜 큰 효과를 봤다. 총선은 새누리당의 과반수 승리로, 대선은 박근혜의 당선으로 끝났다.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물론 김 위원장의 철새와 같은 처신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김종인은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의 손자이다. 김병로 선생은 항일독립운동가들에게 무료변론을 하는 등 원조 인권변호사이자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저항한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정권에서 정치권에 발을 담근 이래 신군부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고,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행 정치제도의 근간이 된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들었고,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권력에 기대 민정당 11대 전국구, 민정당 12대 전국구, 민자당 14대 전국구, 새천년민주당 17대 비례대표 등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 비례대표만 네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경제부총리 물망에 올랐다. 역대 정권마다 정부 요직에 올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참모, 안철수 의원의 정치 멘토 그리고 이번에는 문재인 대표의 선거 총책까지, 김 위원장의 갈지자 행보는 언급하기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지나온 삶의 궤적이 너무나 광범위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박근혜 – 문재인을 거쳐 이번에는 황교안과 함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코미디와 같은 일이다. 또한 그런 그가 지난 정권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 정윤회와 가깝다는 것 역시 황당무계한 일이다.
올드보이 김종인 영입은 통합당 걸림돌
철새와 같이 옮겨 다니며 권력을 누린 그의 정치인생도 이번 선거에서는 그 막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미래통합당 안팎에선 ‘김종인 효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통합당은 김 전 대표 영입을 통해 중도층 확장과 당력 결집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선 김 전 대표가 직전 총선에서 민주당 수장을 맡는 등 철새정치인, ‘정치 기술자’ 이미지가 강한 데다 선거 일정도 얼마 남지 않아 성과를 내는 구원투수가 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총선이 20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공천 작업이 사실상 끝난 상황이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김 전 대표가 올해 80세인 ‘올드보이’인 데다 문재인 정권이 탄생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 지난 10년간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다소 훼손된 이미지 등도 그의 등판이 파괴력을 보이는데 걸림돌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이미 공천이 끝난 만큼 김 전 대표의 영입 이후에도 공천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래통합당의 황교활 리스크
‘황교안 입 막아야 선거 이긴다’
사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영입’에 목을 밴 배경에는 황교안 대표의 옹색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황 대표는 뒤늦게 당 공천에 개입하면서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을 사실상 내쫓았다. 지난 25일엔 공관위를 건너뛰고 최고위가 일부 지역을 직접 공천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명단에 반발해 지도부와 공관위를 모두 교체하고 확정된 비례 명단을 수정했다. 지역구·비례대표 공천 모두 유례없는 월권을 행사했고 이 때문에 당내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최고위 결정으로 인천 연수을 공천에서 최종 배제된 민현주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황교안 대표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황 대표가 친황계로 분류되는 민의원 공천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고위가 보여준 것은 권력을 잡은 이의 사심과 야욕이었다”고 지적했다. 경기 의왕·과천에 공천됐다가 최고위 결정으로 후보 자격이 무산된 이윤정 전 여의도연구원 퓨처포럼 공동대표는 법원에 공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당 관계자는 “보수정당 사상 최악의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통합당 공천은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 대표 사천이 없었던 3무(無) 공천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천 잡음이 가라앉지 않자 황 대표가 상황 반전을 위해 ‘김종인 영입’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 김종인 위원장 영입이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황 대표의 가벼운 입이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n번방 가입이 단순한 호기심?
특히 최근 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 n번 방에 대한 황 대표의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황 대표는 1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n번방 참여 회원으로 추정되는 26만명의 신상을 전부 공개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n번방의 대표도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다만 전체적으로 오랫동안 n번방에 들락날락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가입자 중 범죄를 용인하고 남아있었거나 (범죄)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논란은 황 대표의 이날 발언이 사안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토대로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에 참여하려면 메신저를 설치하고, 특정 대화방을 찾아 들어가 운영진에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송금해야 ‘강제퇴장’ 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여 회원들이 단순 호기심 만으로 n번방을 찾을 수 있다는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n번방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고 호기심 차원의 참여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황교안 대표는 n번방 가입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고 끔찍한 범죄 가해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싶은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토론회 기조연설에서는 “최근 n번방 사건이 우리 국민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데, 절대적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직접적 가해자는 물론 영상 유포자, 돈을 주고 참여한 사람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차원의 구체적인 n번방 대책에 대해 “제출된 법안을 정리하고 차제에 특위를 만들어 특별대책을 만들겠다”며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히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별적 판단 논란일자 꼬리 내려
논란이 거세지자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은 법리적 차원에서 처벌의 양형은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일반론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n번방 사건의 26만명의 가해자 및 관련자 전원은 이런 일반적 잣대에도 해당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용서 받을 수도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이들 전원이 누구인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국민들 앞에 밝혀져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사건은 무관용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날 황 대표의 발언은 전날 통합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의 ‘희망으로 여는 뉴스쇼 미래’ 방송에서 진행자 박창훈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 끝나고 나면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는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파장이 컸다. 이 날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는데, 황 대표가 논란을 또 일으킨 것이다.
통합당에서는 황 대표가 연일 설화를 일으키자 “황 대표는 선거기간 동안 입을 다물고 있지 않은 한 이번 4.15 총선 승리는 물 건너갔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