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김치 전쟁’갈수록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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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김치’(Kimchi)가 한국이 원조라고 하는데…

중국만‘파오차이’가
국제적 표준이라고 우기고 있다

최근 CNN방송은 지난 8월 19일“김치의 새로운 중국 이름이 한중간 문화전쟁의 진원지가 되었다.”고 보도해 다시금 김치논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김치’ 는 이미 각각 세계 언론에서‘김치’(Kimchi)는 한국이 종주국’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와 영국의 세계적 방송인 BBC등은“김치가 한국인의 애용 식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오고 있다. 올림픽에서도‘김치’는 1984년 LA올림픽대회부터 처음으로 선수촌 식당에 선을 보였으며“Kimchi is stamina food”로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2013년 10월 23일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권고받고 같은 해 12월 5일 제8차 유네스코 무형 유산위원회에서 ‘김장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한국의 ‘김장 문화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한편 문화재청이 이를 두고 섣불리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고 홍보하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김치를 담그는 문화가 문화유산이 된 것이지 김치라는 음식 자체가 문화유산이 된 것은 아니라고 유네스코로부터 주의를 받은 것이다.

절임 발효 음식은 동일하나 한국이 원조

김치 전쟁 김장 담그기한국과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문제를 두고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지만, 가장 최근 벌어진 논쟁의 중심은 ‘발효된 배추’였다. 양국 간 논란은 지난해 말 중국이 ‘파오차이’에 대한 국제 표준을 취득하면서 불거졌다.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한 파오차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견해가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파오차이를 “중국이 이끄는 김치 산업의 국제적 표준”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국제표준화기구는 해당 표준이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에만 적용된다며 이 매체의 주장을 일축했고, 한국 농림부가 나서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네티즌들의 설전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월에 대대적으로 <중국이 김치를 자신들의 것이라고 또 거짓말? 몇몇 한국 인들은 그렇게 생각 중(Is China Laying Claim to Kimchi, Too? Some South Koreans Think So)>이라는 기사를 게재, 집중보도했다. 또한 기사 내에서는 2001년 FAO가 김치 정의를 발표했을 때를 집중, 당시 중국은 김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당시 중국에서는 김치가 생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 했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이 김치 공장을 짓기 위해 중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경이었고, 나중에는 중국 내에서 요리를 위한 현지 시장이 발전했다”라며 중국의 김치 원조국 주장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일본의 소금 절임(츠케모노), 독일의 양배추 절임 사워크 라우트 등 전 세계 다양한 절임 음식이 있으나 각기 고유한 방식과 맛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큰 틀인 절임 발효 음식은 동일하나 중국이 원조 국가라고 말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기재했다.

‘김장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지정

이 같은 한중 김치 전쟁에 대하여 영국의 세계적 방송인 BBC도 명쾌한 판정을 지난해 11월에 내렸다. “한중 김치전쟁서 한국 승리”라면서 “중국 언론 보도는 오보” (false reports)”라고 규정 해버렸다. BBC는 ‘김치가 한중 간 문화적 갈등을 일으켰다’는 제목의 지난해 11월 30일 기사에서 “중국이 김치 제조법에 대한 국제인증을 받았다는 ‘오보’를 한국이 일언지하에 일축했다”며 “이웃나라들 간에 문화적 충돌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28일 중국 쓰촨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 인가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은 이제 김치 종주 국이란 타이틀이 유명무실해졌다.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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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파오차이’가 김치 표준화라고 주장 했지만 영국 BBC가 “오보” 라고 판정 했다.

그러나 환구시보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ISO의 파오차이 국제인증 문서엔 “이 문서는 김치엔 적용되지 않는다(This document does not apply to kimchi)”는 문구가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치는 이미 2001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한국의 식품규격이 국제표준으로 정해졌고, 한국의 김장문화도 2013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한국의 ‘김치’도 중국에선 ‘파오차이’로 불린다는이유로 환구시보가 ISO의 인증 내용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이번 오보를 낸 것이라고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환구시보의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상에선 한중 양국 네티즌들 간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 지기도 했다. BBC는 “한국 김치 제조법의 2001년 국제표준 획득 때도 절임채소를 좋아하는 일본과 마찰이 있었다”면서 “한국은 김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중국 내 생산자들로부터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지만, 한국의 김치는 절임채소에 대한 중국의 엄격한 규제 때문에 거의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 정도면 중국도 ‘김치는 코리아가 원조’라고 해야 하는데 수긍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샤드를 배치할 때 ‘김치 수입을 막겠다’고 한 나라이다. 일본에서 가장 발행 부수가 많은 신문인 요미우리 신문에는 ‘김치는 한국이 종가’라는 글이 게재되었다. 심지어 요미우리가 (산케이신문만큼 강경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중도우파 성향이라 한국에 논조가 좋은 신문사가 아닌데도 한국을 옹호할 정도면 일본이 봐도 중국의 행태가 얼마나 한심해 보이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주 인도 한국문화원이 김장 문화와 김치를 홍보하기 위해 진행한 온라인 행사가 1주 만에 100만 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일찍부터 “김치는 한국이 종주국” 이라고 선언했고, 유럽위원회도 ‘김치는 한국 음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5가지 특정 음식 두고 국가들이‘원조 싸움’

한국과 중국은 김치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 왔는데 특정 음식을 두고 국가들이 ‘원조 싸움’ 을 벌인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영국의 BBC방송이 전하는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선 다섯 가지 음식 전쟁을 소개한다.

1) 남미의 ‘뜨거운 감자’

potato칠레와 페루는 서로가 감자 종주국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식 중 하나인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다. 남미를 침략한 스페인이 유럽 대륙의 감자를 처음 들여온 시기는 1530년대인데, 당시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남미 국가들이 세워지기 전이었다. 오랜 긴장 상태를 이어온 두 이웃 나라 페루와 칠레는 서로 자신이 ‘감자의 고향’이라고 주장한다. 칠레 측은 예술과 과학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왔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감자를 위한 송시’를 썼고, 칠레 농업부는 지난 2008년 “전 세계 감자의 99%가 칠레에서 재배되는 감자와 일부 유전적 연관성을 보인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칠레 측 주장에 격분한 페루 당국은 자국 전문가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엔 모든 감자 종의 선조 격인 ‘솔라넘 브레비쿠알레(Solanum brevicaule)’가 페루 영토에 위치한 티티 카카 호수 북쪽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 실려있다. 또 칠레와 페루는 두 나라 모두에서 생산되는 유명 술 ‘피스코’의 이름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2) 중동을 긴장시키는 ‘후머스’

hummus레바논과 이스라엘의 후머스 갈등은 기네스북에서도 계속된다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후머스. 이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중동 국가들은 한두 나라가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벌이는 논쟁은 차원이 다르다. 두 나라 모두 후머스는 자신의 전통 음식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2000여 년 전의 유대교 문서들도 후머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레바논 후머스 생산 업체들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2008년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불법적으로 후머스를 자신의 것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레바논 정부는 후머스를 레바논 것으로 인정해달라며 유럽연합에 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양국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유럽연합은 후머스가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전체를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후 양국의 ‘후머스 전쟁’의 새 격전지가 된 곳은 기네스북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가장 큰 후머스 한 접시를 놓고 큰 기록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기록은 1만 450kg로 2010년 5월 레바논 요리사들이 경신했다.

3) 아프리카 ‘졸로프 라이스’ 소동

졸로프 라이스졸로프 라이스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졸로프 라이스는 세네갈, 가나, 나이지리아, 잠비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다. 나라마다 요리법이 다양한데 모두 자기 나라의 방식을 최고로 여기고 있다. 의견이 분분한 졸로프 라이스 요리법을 둘러싼 오해 때문에 곤경에 처한 사람도 있다. 나이지리아 문화공보부 장관 라이 모하메드는 2017년 CNN과의 인터뷰 도중 어떤 나라의 졸로프 가 최고인지 묻는 말에 ‘세네갈’이라고 답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알고 보니 모하메드 장관은 사회자가 어떤 나라가 졸로프의 원조인지 묻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것이었다. 졸로프 라이스는 세네갈 인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월로프족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논란은 소셜미디어까지 번졌고 결국 나이지 리아의 예미 오신 바조 부통령이 나서 모하메드 장관을 두둔하고 나이지리아의 졸로프 라이스가 최고라고 공식 선언하는 것으로 상황이 일단락됐다.

4) 오바마가 시작한 터키·그리스 디저트 갈등

터키 바클라바 장인들의 바클라바 애착은 남다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의도치 않게 터키와 그리스 간의 갈등을 유발한 적이 있다. 두 국가는 양 국민 모두가 즐겨 먹는 음식의 기원을 두고 다툼을 벌여왔다. 한 예로 필로 페이스 트리와 견과류, 꿀로 만든 디저트인 바클라바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그리스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 만찬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요리를 담당한 그리스인 셰프 마리아 로이는 만찬 이후 오바마가 “바클라바를 아주 좋아했다”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터키 언론들은 오바마가 바클라바를 그리스 전통 음식으로 공개 홍보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비판했다.

5) 인도와 파키스탄 간 ‘쌀’벌한 논쟁

인도와 파키스탄은 세계 최대 바스마티 쌀 생산국이다.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최근엔 쌀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된 낱알이 길고 향내가 나는 쌀인 바스마티. 유럽연합이 수입하는 바스마티 쌀의 3분의 2를 공급하는 인도는 작년 10월, 바스마티 쌀의 지리적표시를 단독 부여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즉 인도에서 생산된 바스마티만 유럽 연합에서 바스마티 쌀로 불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 수입되는 바스마티 쌀의 3분의 1은 파키스탄에서 공급된다. 유럽연합 집행 기관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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