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제안 배경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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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main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했고 교황은 북한에서 초청장을 보내면 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밝혀 또 다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주요 뉴스로 떠올랐다. 교황은 문 대통령의 첫 방북 제안을 받은 지난 2018년“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후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G20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한 사실을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반가운 소식”이라고 화답했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 6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는 이날 교황 방북과 관련 해 “교황청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교황은 6월 12일에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힌 유 대주교는 “교황의 방북을 주선하는 일이 저에게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보당국도 교황의 방북을 위해 남모르게 작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가톨릭 외신이 보도했다. 로마에 소재한 CAN(Catholic News Agency)는 지난 7월 한국의 국정원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양 방문 작전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CAN보도에서 박지원 중앙정보국장은 지난 7월 5일 한국 목포시 산정동 성당에서 거행된 미사에서 축사를 통해 “알프레드 슈에렙 주한 교황대사와 김희종 광주 대주교와 그리고 내가 교황의 평양 방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 “초청장 보내주면 가겠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왼편)과 만나고 있다 .

▲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왼편)과 만나고 있다 .

이날 한국 천주교 평화방송 뉴스채널 온라인 미사 영상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신자들에게 “교황 이 평양을 방문하여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도록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CNA뉴스는 박 원장이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교황의 방북 가능성은 2018년 한국 정부 대변인이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교황의 평양 방문을 “매우 환영한다”고 말한데서 처음 제기됐다. 당시 한국 주교회의를 대신해 여러 차례 방북한 유 대주교는 2018년 로마에서 열린 세계주교 대의원회의 기자 브리핑에서 교황의 방북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내다 한국으로 망명한 이후 개신교 신자가 된 태영호 국민 의힘 의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이 아니라 북한의 종교 자유를 앞당기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교황의 방북을 지지 한다”고 밝혔다. 태영호 의원은 지금까지 북한은 종교 말살 정책을 펴왔다며 교황이 북한을 방문해 가톨릭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종교 의식, 이른바 미사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북한에서 종교 자유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나아가 교황이 방북해 북한 주민들에게 종교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과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버티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말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태 의원은 “북한 밖의 세상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새로운 희망과 소식을 알음알음 알게 되어 앞으로 북한에서 종교 자유의 불씨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안 가시는 것보다 가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초보적인 종교의 자유를 이제는 보장 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교황의 방북이 김정은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지 의심스럽다”며 “김정은이 무척 갖고 싶어 하는 지위와 위신, 관심을 주게 될 뿐” 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김정은이 교황을 정권 홍보에 활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교황은 도덕적, 종교적, 윤리적, 인권적 측면에서 위상이 있다”며 교황 방북이 북한 인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종교탄압국가

또한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교황은 과거에 인권침해 국가들을 방문했지만, (그 나라들은)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 이라며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보좌관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방문했던 폴란드와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VOA는 설명했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교황은 과거에 인권침해 국가들을 방문 했지만, (그 나라들은)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 이라며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보좌관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방문했던 폴란드와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VOA는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거의 전적으로 부인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은 종교인들을 적대계급으로 분리해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을 처형, 고문, 신체적으로 학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2001년부터 20년 연속 북한을 끔찍한 종교 탄압을 가하는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 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제 종교 자유의 날을 맞아 “종교 자유는 가장 깊은 가치의 표현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옹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교황은 과거에 인권침해 국가들을 방문 했지만, (그 나라들은) 북한처럼 신자들을 잔인하게 근절하지 않는 천주교 국가들” 이라며 “북한 정권 수준의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의 보좌관 들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방문했던 폴란드와 쿠바는 공산화 이전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에서 극심한 종교 탄압을 해온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VOA는 설명했다.

“한국의 대선과 맞물려 방북 결정 난제”

web7북한은 자선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에 의해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국가로 지속적으로 선정 되었다. 무신론 국가의 기독교인들은 체포되거나 노동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거나 어떤 경우에는 신앙 때문에 처형되기도 한다. 2014년 유엔 조사에서 사형, 노예화, 고문, 투옥, 강제 낙태, 고의로 장기간 기아 유발을 포함한 반인도적 범죄를 기록한 3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가 작성되었다.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렸고 동북아 기독교의 중심지로 여겨졌다. 대한주교회의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북한의 많은 사제들이 포로로 잡혀 죽거나 실종 되었다고 한다. 1988년 북한 공산정부가 창설한 대한천주교협회는 800여명의 회원을 등록했다. 이 협회는 바티칸에서 인정하지 않지만, 공산주의 당국의 엄격한 감독하에 북한에서 운영되는 3개의 국가 후원 교회 중 하나이다.

평양의 장충성당에서는 외국 신부가 공식 방문할 때 가끔 미사가 봉헌된다. 그러나 일요일에는 국가가 임명한 평신도 대신 말씀 전례를 거행하는 경우가 많다. 평양 천주교는 공석으로 1944년 3월 마지막 주교가 임명되었다. 북한에는 지역 천주교 성직자가 없다. 북한 내부에 종교의 자유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은 은둔국을 탈출한 후 천주교 신앙을 발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도모하기 위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 무엇을 하고 이후에 어떤 것을 이끌어낼지 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 역시 단순히 북한에 가는 것 보다 종교적으로 가장 ‘음지’인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황 북한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가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 이후 청와대는 두 사람 사이 오간 방북 관련 대화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방북을 제안하자, 교황이 “(북한이 초청하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언론 (조선일보)은 ‘교황청이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교황이 방북 의사를 언급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후 청와대가 ‘방북 외교’를 띄우려고 ‘오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 지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일 TBS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해당 보도에 대해 “참 이해 안 되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했지만, 빠진 경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궁금증은 남았다.

여기에 주교황청대사를 지낸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은 이날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교황과 문 대통령이 나눈 방북 대화가 왜 교황청의 공식 발표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는지에 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답은 ‘독대의 비밀’에 있었다. 교황과의 개별면담(private audience)은 배석자 없이 단둘이 이야기 하는 독대 형태로, 고해성사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한다. 언어적 문제가 있을 경우 통역이 불가피 하게 배석하지만, 통역은 면담이 끝나는 즉시 사라지는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개별 면담에 나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원칙적으로 바깥으로 나가거나, 공개해서는 안 되는 구조인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 비밀스러운 ‘개별 면담’으로 진행됐다. 이 사장은 “교황님이나 교황청은 교황님의 개별 면담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고해성사 내용을 사제가 발설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23일 이임 인사차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교황이 한국민과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친필 메시지를 작성하는 것을 이 대사가 지켜보는 장면이 언론에도 보도되었는데 이 메시지는 지난해 10월 27일 청와대에서 공개했다. 이 사장은 이 점을 상기시키며 방북 관련 내용이 교황청 공식 보도자료에 없다고 지적한 일부 언론을 향해 “교황청 외교 관행을 몰라서 나온 중대한 오류”라고 탄식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공개할 수 있었을까. 이 사장은 “면담자 측에서 교황청 측에 사전에 양해를 받아 면담시 대화 내용을 공개할 수는 있다”며 “문 대통령은 이 원칙에 따라 교황님 말씀 일부를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초청이 오면) 기꺼이 가겠다”는 교황의 발언은 이 같은 절차에 따라 청와대가 발표한 자료에는 들어가 있지만, 교황청의 자료에는 빠졌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제가 교황청 대사를 할 때에도 이 관행을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이 사장은 문 대통령이 앞서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을 방문했던 2018년 10월 주교황청대사로 재직하며 문 대통령 방문 일정을 뒷받침했다. 기자 출신인 이 사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당시 이 사장이 홍보수석,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이었다. 이 사장은 지난달 7일 코바코 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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