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29] 尹, 문재인을 노린다 노무현 사태의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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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 버릇 남 못줘’ 검사출신 尹 다른 사람 조지며 반등의 명분 골몰
■ 이종격투기 전문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총대매고 전정권 뒤져
■ 국세청·감사원 조사 후 고발하면 검찰 수사…윤석열식 전정권 보복
■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비용까지 감사착수…전현 정권 대충돌 임박

최근 본국 뉴스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공직 사회에 대한 감사 전반을 기획하는 인물로 공직사회의 저승사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한직으로 떠밀려났다가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참여한 후 감사원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그런 그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앓던 이 빼기 작업 최 일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을 몰아내는 데 일조하는가 하면, 지난 정부의 각종 사업에 대해 감사를 하면서 비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전직 대통령을 조사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우선은 망신주기, 두번 째는 검찰 고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서 한상률 국세청장이 했던 일을 유병호 총장이 맡고 있는 것이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한상률 사건 데자뷰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기획함으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가게 한 원인을 제공한 인물로 꼽힌다. 한 전 청장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1월 국세청장이 됐다. 전임 전군표 청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차장이던 그가 국세청장으로 영전했다. 문제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장직을 유지하기 위해 정권 실세들에 줄을대는 등 충성경쟁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난 정권 관련 비리들을 정권에 가져다 바치는 일도 했다. 역시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됐던 임채진 검찰총장 역시 비슷한 경우였다. 검찰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자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5월 말부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남경우 전 농협축산경제 대표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휴켐스가 박 회장에게 넘어갈 때의 의혹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경찰에서 넘어온 자료와 그동안 축적해둔 파일을 바탕으로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겉으로 볼 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먼저 칼을 빼든 것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한상률 청장이 이끄는 국세청이었다. 2008년 7월 말 국세청은 박 회장이 운영하는 신발 제조회사인 태광실업과 골프장을 운영하는 정산개발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회사는 경남 김해에 있는데 ‘국세청의 중수부’로 통하는 서울지방청 조사4국이 직접 칼을 빼들었다.

회사 관할은 부산지방국세청인데 서울에서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 직원들이 내려와 재계 서열 600위권의 지방 신발업체를 샅샅이 뒤진 데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세청은 10월 말에, 12월 5일까지로 조사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국세청은 2차 조사가 끝나기도 전인 11월 21일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는 박 회장이 해외에 유령 회사를 세워 거래하는 과정에서 200억 원대의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12월 12일 구속됐다. 넉 달간 진행된 먼지털이식 고강도 세무조사의 타깃은 마당발 인맥과 통 큰 로비로 유명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아니었다. 박 회장이 후원했다고 알려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었다.

국세청 고발로 급물살

국세청이 세무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박연차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며서 사건은 급속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갔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광재·서갑원·정상문 등의 소환조사와 구속으로 이어졌고, 노 전 대통령의 장남인 건호씨와 조카 사위인 연철호씨도 수차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노 전 대통령 부부도 소환조사를 받았고, 결국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까지 불러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도 동원됐다. 국정원은 소위 논두렁 시계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의 고액시계 수수 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등 검찰 수사를 후방 지원했다. 후에 이 시계 관련 일화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국정원, 국세청 등 이명박 정권 권력기관이 총 동원돼서 기획된 작품이었다는 분석이다.

당시 이를 기획한 것은 청와대 였다는 증언도 후에 나왔는데, 이는 광우병 파동으로 국정동력을 잃은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사정을 통해 반등을 노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도 비슷하다. 정권 출범 반년도 되지 않아 2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어떻게든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정책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이 상황을 돌파할 실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자기가 잘 하는 방식으로 난맥생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검찰, 금융감독원, 경찰 등 측근들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이 나서서 태양광 사업 및 가상화폐 관련 내용을 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것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코로나 19백신 수급 지연 등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주요 사안에 대해 정부 부처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인데다, 유가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검찰에 이미 고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사원이 이 사안에 대해 감사를 통해 정부 부처로 하여금 검찰 고발 등의 후속조치를 권고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 윤석열 대통령

궁지에 몰린 윤의 반격 시작

이미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까지 통보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서면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을 서면조사하려던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이 서면조사 통보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중간감사를 발표하는 방안을 거론 중이며,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감사원은 또 최근에는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감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최근 본국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에 4억 원 경비가 예비비로 단 사흘 만에 편성됐다. 감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느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한 번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 관련 감사가 이뤄질 경우 신구 권력 간 충돌이 또 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아닌 국세청과 감사원 등이 정해진 권한 내에서 세무조사나 감사를 한 후 이를 검찰에 넘기면 검찰이 이를 받아 수사에 돌입하는 것은 정권이 전정권 보복에 나설 때 쓰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국세청이나 감사원은 정해진 법률에 따라 업무를 해서 검찰에 넘겼다고 해명하고, 검찰은 고발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수사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한 후 먼지털이식 수사에 들어간다. 한상율 국세청장이 세무조사를 통해 박연차 회장은 검찰에 고발하고 이후 검찰이 박연차 수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이 사건 이후로 정치적 조사에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는 그 역할을 감사원이 맡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명박 정권의 한상율을 자처한 인물은 유병호 사무총장이다. 유 사무총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총무처와 정보통신부를 거쳐 1997년부터 감사원 근무를 시작했다. 공공기관감사국장, 국방감사단장, 감찰정보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지난 2020년엔 안팎의 논란 속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지난 1월 비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 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한 뒤 지난 6월 15일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오랜 기간 이종격투기를 배우는 등 만능 스포츠맨으로 알려져 있으며, 감사원 내에서 술을 먹고 부리는 ‘주사’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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