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3차 북핵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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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착수’ 및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라는 초강수의 핵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이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874호에 강력 반발하며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의 3개 대응조치를 선언함에 따라 한반도가 ‘핵위기’로 긴장 수위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발표, “유엔 안보리 1874호를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며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3가지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결의안 채택 15시간 만이다.
이로써 한반도에 ‘제3차 북핵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사 박희민 기자>



북한 외무성은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한다”며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또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한다”며 “현재 폐연료봉은 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고 말했다.
외무성은 이어 “미국과 추종세력이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단호히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성명은 특히 “이번 대결의 본질은 조미대결”이라며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됐다”고 6자회담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미국 정부 등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 당국은 안보리 결의후 북한 동향을 보고받고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정부는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 불포기 언급과 도발적 조치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엄중하게 다루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도 이날 NBC 방송에 출연,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실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캐나다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에 대해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려는 시도가 국제사회에서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결의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작업에 대한 증거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당국은 핵활동에 따른 대기분석용 특수정찰기인 WC-135W와 적외선 열감지 센서가 장착된 첩보위성, 인적정보망(HUMINT) 등을 총동원해 증거 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위기 고조


현재의 제3차 북핵 위기를 94년과 2002년의 1, 2차 북핵 위기 상황과 비교해보면 이번 상황은 더 선제적이고 복합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제1, 2차 북핵 위기의 발단이 된 ‘영변(플루토늄)+경수로(우라늄 농축)’라는 두 개의 카드를 한꺼번에 보여주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이번 북핵 위기는 후계구도 확립 및 2012년 ‘강성대국 완성’이라는 북한의 내부사정과도 맞물려 있어 1, 2차 북핵 위기 때보다 더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띠고 있다.
제3차 북핵 위기에 대한 진단은 최근 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정창현 ‘민족21’ 대표(국민대 겸임교수)는 지난 10일 북한은 최근 2차 핵실험을 통해 ‘핵 억제력 강화’ 노선을 실증하면서 “94년의 1차 북핵 위기, 2002년의 2차 북핵 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제3차 북핵 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날 민족21이 주최한 6.15공동선언 9주년 기념토론회 발표문에서 “북한은 6자회담이 ‘대북 압박의 장’이 됐다고 판단, 2012년까지 ‘강성대국 실현’이라는 새 판을 짜기 위해 이같은 3차 북핵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면서 “1, 2차 북핵 위기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지만 이번 3차 북핵 위기는 북한이 핵 자위력 강화를 주도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북한이 3차 북핵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북핵 문제는 2007년 북핵 ‘2.13 합의’ 이전 상황으로, 남북관계는 2000년 6.15공동선언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갔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재처리 작업을 시작한 순간 ‘2.13 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태가 이렇게 엄중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며 방관자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가 북미 갈등을 풀기 위한 적극적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던 제2차 북핵 위기 전개과정과 대비되고 있다.
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한국은 북미 협상의 훼방자였다. 반면에 클린턴 행정부의 유산(제네바 합의)을 해체하려는 부시 행정부 네오콘의 HEU 의혹 제기와 중유 공급 중단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영변 핵시설 재가동으로 맞선 2차 북핵 위기에서 김대중 정부는 북미협상의 파국을 막기 위한 조정자로서 역할을 다했다.
1, 2차 북핵 위기에서 한국 정부가 훼방자였건 조정자였건, 북핵 위기는 모두 북미 갈등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PSI 전면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13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회견에서는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PSI 전면참여 의미


PSI 전면참여는 북미 갈등의 산물인 핵 게임에 한국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북한을 뺀 5자회담 제안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한국은 6자회담을 부정하거나 원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은 13일 외무성 성명에서도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북미 대결”이라며 6자회담에는 복귀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앞장서 핵 게임에 참여하고 5자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나중에 북미 갈등이 군사적 갈등으로 폭발했을 때 한국이 개입하거나 조정할 역할공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남북한은 지난 노태우 정부 시절에 “탈냉전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서로 화해하고 교류협력하며 전쟁을 배격하고 평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채택했음에도 문민정부를 자처한 김영삼 정부로의 교체기에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를 결정함으로써 남북고위급회담이 파탄나고 남북관계의 ‘잃어버린 5년’이 시작된 바 있다.
그런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명박 정부가 북핵 위기의 갈등 주체가 북미에서 남북한으로 바뀌게 하는 어리석음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사진설명1 :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한 25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


사진설명2 : 지난 4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광명성 2호’를 탑재한 장거리 로켓이 발사되는 장면이 7일 오후 조성중앙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후계 김정운에 핵보유국 지위 넘겨주기 ‘속도전’












북한이 최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및 플루토늄 전량 핵무기 화 등 모든 카드를 쏟아내는 ‘조급증’을 보이고 있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대미 압박을 통해 북·미 직접 대화를 유도하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3남 정운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넘겨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올해 ‘강경 시나리오’는 2006년 제1차 핵실험 당시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다. 북한은 2006년에는 7월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핵실험은 3개월 뒤인 같은해 10월9일 감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같은해 7월15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결의안 1695호를 채택한지 2개월반 정도 지난 뒤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에는 ‘4·5 장거리 로켓 발사’, ‘5·25’ 제2차 핵실험, ‘6·13 우라늄 농축 개시 선언’ 등 매달 새로운 강경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벼랑끝 전술’을 통한 ‘총력전’이 북한의 전형적인 대외전략이라지만, 도발 간격과 수위 모두에서 2006년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전’ 양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급증’에 빠져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 구축이라는 북한 내부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본적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대한 ‘촉구성’ 시위라고만 보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는 항상 내부에서 보수화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최근 주민동원캠페인 ‘150일 전투’ 등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05∼2006년 미국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내 북한 자금 동결과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등에 대응,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배급제를 부활시키면서 반미주의를 고취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향후 시나리오는 당분간 ‘강경 기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서 ICBM 발사, 제3차 핵실험 등의 도발 뿐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국지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최대 관건은 1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이 모든 카드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행보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판단할 가능성이 있으며, 정상회담에서 핵우산 문제 등이 논의될 경우에는 개성공단 등 다음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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