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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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국 정치권의 화두는 ‘공정사회’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달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공정사회’란 화두를 후반기 국정운영의 아젠다로 내세우며 관심을 받게 됐다. 지난 달 있었던 인사청문회에서 김태호 총리후보자를 비롯해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도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공정사회란 화두를 스스로 무너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공정사회란 화두는 정치권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퍼져가는 분위기다. 특히 공정사회는 곧 ‘사정(司正 : 비뚤어진 것을 바로잡는다는 의미)’과 연결되면서 정치권과 재계에 때 아닌 사정 바람이 불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바로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소유로 수 백 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보복폭행 사건 이후로 또 다시 수사 기관의 소환조사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김 회장은 몇 년 전 베버리힐즈에도 비자금으로 호화 주택을 샀다는 의혹을 받아 이곳 한인사회에도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둘러싼 본국 사회의 분위기를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란 화두를 던진 이후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집권 후반기 대기업 사정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검찰의 첫 번 째 사정대상은 다름 아닌 국내 10대 기업인 한화그룹이었다. 검찰은 지난 4일 한화그룹의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7월경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한화그룹 관련 의혹 첩보를 넘겨받아 1개월 이상 내사해오다 최근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으로 금감원 첩보와 자체 내사자료를 모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첩보에는 한화증권이 비자금을 조성한 구체적 단서가 포함돼 있으며,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일부 참고인 조사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부인하던 지난 16일 서울 장교동 그룹 본사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승연 회장의 돈으로 보이는 수백억원을 전·현직 임직원 등의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 50~60개에 나눠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이 돈이 김 회장의 자산으로 분류돼 상당부분 주식에 투자돼 있고 그룹 내 회장 최측근들이 10∼20년 동안 관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 20일 <선데이저널>과의 통화에서 “문제의 차명계좌 50~60개가 김 회장의 비실명 상속재산이며, 13~14일 해당 계좌들을 검찰에 자진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0여개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김 회장의 개인재산일 뿐”이라며 “김 회장 개인이나 그룹 차원에서 로비용으로 조성한 불법 비자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계좌에 들어있는 돈 가운데 일부는 김 회장 친인척에 건네진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로 확인되면 한화 측은 상속재산 비실명화는 물론 불법증여에 따른 법적·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명유산, 삼성이 전수(?)

그러나 한화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를 두고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특히 김 회장의 차명계좌는 선친으로부터 받은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한화그룹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본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CJ그룹 이재현 회장 등 범삼성가 오너들 역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거액의 유산이 드러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현 정권 들어서 CJ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이 논란이 됐었다.

2008년 11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개인 자금을 둘러싼 살인청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이 회장이 그룹 재무팀을 통해 운용한 차명재산이 380억 원에 이른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지난 2006년 5월부터 작년 3월까지 그룹 전직 자금부장 출신인 이 아무개 씨가 조직폭력배 출신 박 아무개 씨와 거래한 내역을 추적한 결과 이 씨가 모두 380억 원을 집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CJ그룹과 이 회장이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한 것에 대해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기로 하고 국세청에 ‘조세포탈이 성립하는지 여부 및 정확한 포탈 세액을 확정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차명재산 논란이 불거지자 이재현 회장 측은 ‘선대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이라고 밝히며 관련 세금을 납부한 바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 씨에 대해서만 살인 미수 교사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하고 이 회장의 차명재산 등에 대한 부분은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현행법에서는 차명재산과 관련해 신고하지 않거나 탈세할 경우 증권거래법 위반이나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특히 이 씨가 운영하던 자금이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었던 만큼 그 규모를 꼭 파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해선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조세포탈 등은 국세청에서 고발이 들어오지 않으면 수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검찰에서는 수사진이 도중에 교체되는 등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혼선이 있었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7년 삼성특검에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고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차명재산을 찾아냈지만 상속세를 납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당시 수사와 달리 이번 한화그룹에 대한 수사는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범삼성가와 비교해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것은 당연한 일.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를 올해 하반기 재계와 정치권을 겨냥한 대대적 사정(司正) 수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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