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과 최순실 판결의 모순… 똑같은 사안이지만 ‘왜 다를까?’

이 뉴스를 공유하기

[뇌물 72억 원 판결]

李에겐 36억 인정하고 崔에겐 72억 전액인정

엇가린 판결 희비…‘누가 코 꿰었을까’

최순실국정농단주범 최순실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삼성의 승마관련 지원금 72억 원 전액이 뇌물로 인정됐다. 이재용 삼성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을 36억 원만 인정,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최순실 재판에서 인정된 72억 원이 적용된다면, 횡령액도 50억 원을 넘어 최소형량이 5년 이상이므로 이부회장 집행유예는 애당초 불가능했다. 최순실 1심 재판부는 안종범의 수첩에 대해 이재용항소심재판부와는 달리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반면, 경영권승계현안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명시적-묵시적 청탁은 인정하기 힘들다며 이재용항소심재판부와 판단을 같이 했다. 이재용 1심, 항소심과 최순실 1심판결을 비교하면 뇌물액수와 안종범수첩 증거능력에서는 이재용 1심과 최순심 1심재판부가 동일한 판단을 했고, 경영권승계와 청탁에 대해서는 이재용 항소심과 최순실1심재판부가 비슷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3일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는 뇌물, 직권남용, 범죄수익은닉, 증거인멸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순실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 원, 추징금 약 73억 원을 선고했다. 또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회장에게는 징역 2년6월, 추징금 70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며,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는 징역 6년, 벌금 1억 원, 핸드백 2개 몰수, 추징금 429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순실에게 적용된 19개 혐의에 대해 미얀마현지회사 지분수수와 관련한 알선수재, K스포츠재단 연구용역비 7억 원 갈취미수에 따른 사기미수혐의 등 2개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선고했으며, 나머지 17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최순실 판결은 공범관계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삼성부회장에 대한 판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빠르면 이달 말, 늦으면 한두 달 미뤄질 수 있으나 이전부회장은 이미 1심이 공판이 끝났기 때문에 최순실 판결과 이전부회장 판결 등 3개 판결을 비교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이전부회장이 불과 1주일 전 집행유예로 석방됐기 때문에 과연 최순실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72억 뇌물, 이재용 1심은 인정 2심은 불인정

먼저 최순실이 이전부회장으로 부터 받은 뇌물액수가 쟁점 중 쟁점이다.
최순실 재판부는 삼성이 승마와 관련해 지원한 72억 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는 이재용 1심재판부가 72억 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한 것과 동일하다. 반면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승마지원관련 용역대금 36억3천여만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비타나와 라우싱 등 말 2필의 구입대금 및 보험료는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쟁점이재용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인정된 72억 원 뇌물을 36억 원만 인정함으로써 횡령액이 5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어 양형기준이 1년6월에서 3년이 됨으로써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했었다. 횡령액이 50억 원이 넘으면 최소 징역5년에서 최대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함으로 집행유예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순실 재판부의 판결은 이재용항소심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를 무너뜨린 셈이다.

물론 각 재판부의 판단은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사 개인의 영역으로 ‘맞다, 틀리다’ 고 이분법적으로 몰아세울 수 없지만, 만약 최순실 재판부의 판결이 적용된다면 이재용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용 1심재판부도 승마지원관련 72억원 전액을 뇌물로 인정함으로써, 최순실 재판부와 견해를 같이 했다. 즉 이재용 승마지원과 관련한 3개 판결에서 2개 판결은 뇌물 72억 원을 인정한 반면, 이재용항소심재판부만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 72억 원과 36 억원이 2대1인 셈이다.

▲ 최순실 유무죄판단 도표

▲ 최순실 유무죄판단 도표

그 다음 쟁점은 안종범의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인정여부다. 최순실 재판부는 ‘단독면담에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수첩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의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는 이재용 1심재판부의 판단과 일치한다. 이재용 1심재판부역시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의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결했었다. 반면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원진술의 존재자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안종범의 수첩은 전문증거로서의 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재용 항소심재판부는 ‘대법원이 전문증거라도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했지만,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만 사용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안종범의 수첩은 대통령과 재벌의 대화내용과 대통령의 지시내용을 적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녹음이나 녹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 을 직시하면 사실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재용항소심재판부는 이를 부정한 것이다.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채택도 엇갈린 판단

경영권승계 등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느냐는 이재용의 청탁이나 뇌물제공의 결심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 최순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개별적 현안 해결이 추진됐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재판에서 특검이 주장한 삼성의 개별현황은 1)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2) 삼성 SDS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시장 사장 3)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합병 4) 삼성테크윈 등 4개 비핵심계열사 매각 5)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6) 엘리엇 등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방어강화 7)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처분 최소화 8)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계획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 9) 삼성바이오로직스상장, 투자유치 및 환경규제관련 지원 10) 메르스사태 및 삼성 서울병원에 대한 제재수위 경감추진이라고 밝혔다.

▲ 안종범 - 신동빈 유무죄판단 도표

▲ 안종범 – 신동빈 유무죄판단 도표

또 특검은 포괄적 현안은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즉 승계작업과,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는 이재용등이 부정한 청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내지 목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순실 재판부는 개별현안 중 2,3,4,5는 대통령 단독면담이전에 해결돼 종결된 사안이므로, 개별현안이라고 볼 수 없으며 나머지 현안도 ‘명시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도 증거만으로는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현안의 진행자체가 승계 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거나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해 특검이 주장하는 순서대로 개별현안이 추진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승계작업에도 명시적-묵시적 정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특검이 승계작업이 현안임을 충분하게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李 풀어주기 위해 뇌물액수 절반으로 줄여

이재용항소심 재판부도 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밝혔으나, 최순실 재판부처럼 이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었다. 항소심재판부는 ‘개별현안들이 이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일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 설사 승계 작업이 존재하더라도 이전부회장이 박전대통령에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 최순실 1심, 승마지원 73억원상당 전액 뇌물유죄

▲ 최순실 1심, 승마지원 73억원상당 전액 뇌물유죄

항소심재판부의 판결은 이전부회장이 언제 어디서 박대통령에게 어떻게 청탁했는지 그 명백한 증거를 대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중궁궐 내실에서 이뤄진 대화에서, 이를 경제수석이 기록했다고 주장하는 수첩마저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하듯, 동영상 증거를 갖다 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항소심 재판부의 양심이 그렇다면, 이전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순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이재용항소심 재판부와는 견해가 일치하고 이재용 1심 재판부와는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다. 1심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등 개별현안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은 없었지만, 이부회장과 박전대통령사이에는 포괄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결했다. 개별현안들이 이전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과정에 있었고, 이를 위해 뇌물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해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한 재판부가 2개, 존재했다는 재판부가 1개인 셈이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점은 최순실 재판부가 박전대통령과 최순실을 국정농단 주범임을 분명히 명시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사건의 주도니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 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악용,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게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 최순실 1심, 안종범수첩은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 증거능력 인정

▲ 최순실 1심, 안종범수첩은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 증거능력 인정

최순실재판부가 국정농단의 책임을 분명히 규정한 것은 박전대통령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전대통령은 최순실, 이재용 재판에서 국정농단의 주범, 최와의 경제공동체등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그 책임의 범위가 크다는 점에서 최순실보다 더한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최소 20년에서 최고 무기징역사이에서 형량이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풀려나자마자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 악재

이재용 삼성부회장에게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트리플 악재’가 생긴 셈이다.
검찰의 다스 수사가 삼성의 다스 미국소송비 대납의혹에 집중되고 있고,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거기다 최순실 재판부가 자신의 집행유예근거가 된 뇌물액수를 36억 원이 아닌 72억 원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이전부회장이 삼각파도를 헤쳐나갈 지, 대한민국은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본보 마감시간인 13일까지 최순실에 대한 선고공판은 끝났지만 판결문은 배포되지 않았고 판결 설명 자료만 배포됐으므로 최순실 판결은 판결 설명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임을 밝힌다. 통상 하루 뒤 변호인등이 판결문 입수가 가능하므로, 본보는 그 즉시 이를 입수, 판결문 전문을 검토한 뒤 주목할 내용이 있다면 추후 이를 보도할 예정임을 밝혀둔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선데이-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