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IBK)의 이란불법송금 내막 한국과 미국 검찰 공소장이 다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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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정씨 1조948억원받아 1조703억원 송금 나머지 돈의 행방은?

증발 245억 못 밝힌 ‘속사정 있었나’

메인이란불법송금과 관련, 기업은행(IBK) 임직원의 뇌물수수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중개역할을 한 재미동포 케네스 정씨가 이란 측에서 받은 돈과 재송금한 돈의 차액이 무려 24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브로커 케네스 씨에 대한 한국법원 판결문을 전격입수, 분석한 결과 정씨가 송금 받은 돈은 1조948억여원이지만, 재송금한 돈은 1조703억원에 불과해 정씨의 커미션이 전체수령액의 2.3%에 달하며, 이중 일부가 기업은행 임직원의 뇌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검찰은 지난 2013년 1월 정씨를 구속기소했지만, 한국 판결문의 범죄사실에는 미국검찰이 정씨의 기소장에 적시한 기업은행 임직원 뇌물정황 등을 일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검찰은 2013년 8월 연방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관련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돼 한국검찰의 정씨 기소 후 기업은행 임직원 뇌물정황을 새로 밝혀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검찰도 정씨회사가 미국검찰이 압수한 이메일의 소유자와 주고받은 이메일 일부를 한국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한국검찰이 축소, 은폐수사를 했다는 의혹과 정황도 드러났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알라스카주 앵커리지거주 재미동포 케네스 정씨. 정씨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란 제제를 위반하고 지난 2011년 기업은행을 통해 1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정부자금을 이란이 지정하는 세계각국으로 송금, 최대 17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2월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호 참조)

심금내역이에 앞서 정씨는 지난 2013년 1월 한국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으며, 3심판결까지 끝났고, 2014년 7월 이미 형을 모두 살고 출소했지만, 2015년 다른 범죄로 기소돼 5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한국에서 복역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 2016년 12월 정씨를 기소했지만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정씨의 복역 뒤 미국으로 송환,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검찰 확보 이메일에 기업은행 뇌물 정황 담겨

본보는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 2014년 6월 정씨의 부당이득에 대한 몰수소송당시의 소송장과, 2016년 12월 정씨를 이란제재위반, 돈세탁등 4개 혐의로 공소를 제기할 당시의 기소장을 입수, 분석한 결과 기업은행 임직원들에 대한 5백만 달러대의 뇌물정황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본보는 과연 2013년 1월 정씨를 구속기소한 한국검찰은 기업은행 임직원 뇌물정황을 파악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씨의 한국법원 1,2,3심 판결문을 확보, 분석했다. 한국검찰의 공소장은 당사자 외에는 공개되지 않지만, 판결문에는 검찰의 공소장을 근거로 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기재되기 때문에, 판결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여다 본 것이다.

거래정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된 때는 2013년 1월 24일이다. 한국 검찰이 최장 20일간 구속수사한 뒤 기소할 수 있음을 감안, 이 기간을 충분히 활용했다고 가정하면 정씨는 2013년 1월 5일경 구속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법원은 2013년 6월 11일 1심판결, 2013년 11월 22일 2심판결, 2014년 5월 16일 3심판결을 내렸다. 한국법원은 정씨에게 1심에서 징역 2년, 추징금 57억여원, 2심에서 징역 1년6월, 추징금 57억여원이 선고했고, 3심은 정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본안재판 중 정씨는 1심판결 뒤인 2013년 7월 29일 보석을 신청했으나 2013년 11월 22일 기각결정이 내려졌고, 2014년 6월 12일 판결경정을 신청했으나 나흘 뒤 역시 기각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이들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을 확인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정씨는 2011년 2월7일부터 7월18일까지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를 통해 모두 46회에 걸쳐 1조948억여원을 수령했다. 또 2011년 2월 15일부터 7월 20일까지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기업은행을 통해 이란 측이 지정하는 세계 각국으로 모두 43회에 걸쳐 한화 1조703억여원을 불법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화로는 9억9154만달러에 달한다.

미국에 송금되지 않은 138억 뇌물로 간주

판결문의 범죄 사실은 검찰의 공소장을 근거로 작성된 것이므로 거의 대부분 공소장과 일치한다. 즉 한국검찰 수사결과 정씨는 1조948억여원을 송금 받아 1조703억여원을 송금하고 245억원은 송금하지 않은 것이다.
이란 중앙은행 수령액대비, 무려 2.3%에 달하는 거금이 정씨 측에 돌아간 것이다. 원화를 달러화나 유로화로 바꿔서 송금했기 때문에 송금수수료와 환차손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정말 거액의 커미션을 받은 셈이다. 정씨의 마지막 수령일자가 7월 18일, 마지막 송금일자가 7월 20일임을 감안하면 정씨는 마지막 수령액까지 송금을 마친 셈이다. 따라서 수령액과 송금액의 차이는 정씨 등의 몫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알라스카주 앵커리지거주 재미동포 케네스 정씨. 정씨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란 제제를 위반하고 지난 2011년 기업은행을 통해 1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정부자금을 이란이 지정하는 세계각국으로 송금, 최대 17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2월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 알라스카주 앵커리지거주 재미동포 케네스 정씨. 정씨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란 제제를 위반하고 지난 2011년 기업은행을 통해 10억 달러에 달하는 이란정부자금을 이란이 지정하는 세계각국으로 송금, 최대 170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2월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미연방검찰이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에는 정씨가 원활한 송금을 위해 기업은행 임직원에게 뇌물을 줬다며 이메일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245억원에서 정씨 몫과 송금수수료 등을 제외한 돈이 기업은행에 건너갔을 가능성을 한국법원 판결문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검찰은 이중 정씨가 미국의 자녀 등이 설립한 회사에서 미국으로 송금한 액수가 991만여 달러, 한화 107억여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245억원의 키미션 중 43.6%인 107억여원이 미국으로 갔고 56.4%인 138억여원은 미국으로 송금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무엇을 압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법원은 압수된 증 제1내지 43호를 몰수한다고 판결했다. 그리고 피고인으로 부터 57억3560만원을 추징했다. 추징은 몰수의 대상물의 전부나 일부를 몰수하기 불가능한 경우, 이를 대신해 그 가액의 납부를 명령하는 사법처분이다.

부당이득으로 몰수해야 하지만 이를 소비, 분실 또는 양도해등으로 몰수할 수 없을 때 추징을 하게 된다. 즉 최소 57억여원이상이 증발된 것이다. 미연방검찰 기소장에는 달러당 최소 3원에서 7원을 은행원에게 준다고 기재돼 있다. 지난주 본보가 보도한 5백만달러대 뇌물정황이 이를 통해서도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닌 것이다.

수령액 송금액 245억원 차이 엇갈리게 적시

한국 검찰은 정씨에 대해 외환거래법위반과 관세법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이 판결문에 제시된 범죄사실, 즉 검찰의 공소장에 기재된 것이 확실시되는 범죄사실에는 허술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범죄사실에는 정씨가 허위서류를 제출했다고만 적고 있다. 정씨가 허위서류를 제출, 은행에서 술술 속아 넘어 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 한국법원 판결문 - 정씨는 이란으로 부터 1조948억원을 수출대금조로 송금받았다.

▲ 한국법원 판결문 – 정씨는 이란으로 부터 1조948억원을 수출대금조로 송금받았다.

정씨가 기업은행 등 은행원들을 포섭했다거나,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검찰은 정씨의 수령액과 송금액이 245억원이나 차이가 나며, 정씨가 미국에 송금한 돈은 107억원 뿐이라고 명시하면서도 나머지 돈의 행방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이 같은 사건에서 중간에 돈이 비게 되면, 당연히 돈의 흐름과 행방을 추적하며, 특히 이처럼 허위서류 등이 나올 경우 이를 접수하는 측의 공모가 없었는지 수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한국검찰은 은행의 공모여부나 정씨 커미션 중 138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검찰이 기업은행의 뇌물수수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몰라서 수사를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방검찰은 정씨에 대한 기소장에서 지난 2013년 8월 28일 알라스카 연방법원 존 로버츠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따라 이란 측 회사인 오치데아사가 사용한 이메일 1만천개를 압수했다고 적고 있다.

▲ 한국법원 판결문 - 정씨는 이란측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1조703억원을 수출대금조로 송금받았다.

▲ 한국법원 판결문 – 정씨는 이란측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1조703억원을 수출대금조로 송금받았다.

연방검찰이 오치데아사 이메일을 압수한 시기는 한국검찰이 수사를 종결하고 기소한 2013년 1월 24일보다 7개월이 지난 시점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연방검찰이 한국검찰이 미처 압수하지 못한 이메일에서 뒤늦게 기업은행의 뇌물수수정황을 발견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오치데 아사 이메일에서 정씨가 ‘기업은행 직원 등에게 뇌물을 줘야한다’는 이메일과 오치데아사가 ‘이에 동의한다’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유석하부행장 등에 대한 술 접대, 은행 측이 우리가 위조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등 미국 검찰이 정씨기소장에 적시한 이메일이 바로 이 오치데아사의 이메일이다. 연방검찰이 2013년 8월말 오치데아사의 이메일을 압수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기업은행 뇌물수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뇌물죄 공소시효는 10년이다. 2011년부터 발생한 사건임을 감안하면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고, 한국검찰이 기존에 몰랐던 전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셈이므로, 당장 기업은행 뇌물정황에 대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재판부 ‘이란제재 특수한 상황’이유로 감형

반면 한국검찰이 어렴풋이나마 이 이메일의 존재를 알았다는 정황도 한국판결문에서 드러난다. 판결문에는 증거의 요지가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정씨 판결문 증거요지에는 검찰이 정씨 송금의 주체인 주식회사 앤코래의 이메일 사본을 제출했다고 적혀 있다.

특히 판결문 본문에는 오치데아[ORCHIDEA]사가 2011년 10월 11일 피고인, 즉, 정씨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적고 있다. 이 오치데아사가 바로 미 연방검찰이 이메일을 압수한 회사다. 연방검찰 기소장에는 이메일 주소가 명시된 반면 판결문에는 오치데아사의 이메일주소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이메일이라고 100%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검찰이 정씨와 오치데아사와의 이메일을 압수, 관세법 위반의 증거로 제시했음을 감안하면, 한국검찰도 기업은행 뇌물수수정황이 담긴 이메일을 압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국법원 판결문에는 오치데아사가 정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언급, 이 이메일이 검찰에 압수됐음을 밝혔으며, 미연방검찰에도 압수된 오치데아사 이메일에는 기업은행 뇌물수수 정황이 드러나 있다.

▲ 한국법원 판결문에는 오치데아사가 정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언급, 이 이메일이 검찰에 압수됐음을 밝혔으며, 미연방검찰에도 압수된 오치데아사 이메일에는 기업은행 뇌물수수 정황이 드러나 있다.

비록 연방검찰처럼 1만천개의 이메일은 아닐지라도 정씨의 이메일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므로 그 같은 개연성이 큰 것이다. 정씨와 오치데아사의 이메일이 모두 한글이 아닌 영어로 오갔음으로 혹시 실수로 기업은행 뇌물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혹시 이를 발견하고도 눈감았다면, 축소-은폐수사논란 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한국검찰과 미국검찰이 이란불법송금이라는 동일한 사건과 이에 가담한 케네스 정이라는 동일인을 두고 기소장이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동일사건, 동일인을 한국과 미국검찰이 모두 기소한 사건은 매우 드문 일이며, 이 희귀한 사건을 통해 한국검찰이 미처 알지 못했고, 그래서 영원히 묻힐 뻔한 기업은행 뇌물수수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검찰은 불법외환거래액수가 1조원이 넘지만 단순한 외환거래법위반과 관세법위반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미국검찰은 정씨를 제재명령위반, 돈세탁공모 등으로 기소함과 동시에 기업은행 뇌물 정황을 밝혀 기소장에 적시했다. 한국법원도 다소 야릇한 스탠스를 취했다.

오너십제재위반에 뇌물까지 챙겼다면 망신

한국법원은 1심 재판을 형사합의부가 아닌 형사단독재판부에 배당했다. 물론 최소형이 1년 미만이면 형사단독에 배정할 수 있다. 외환거래법위반은 기소도 유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정대로만 따지자 면 얼마든지 형사단독에 배정할 수 있지만, 사건의 규모를 보면 합의부에 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이처럼 뭔가 조금은 아리송한 사건의 마지막 가능성은 큰 사건에서 종종 등장하는 일, 국익을 위한 정치적 고려이다. 정씨의 형량을 6개월 줄인 2심재판부의 양형이유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심재판부는 ‘이사건의 발단은 이란제재라는 국제관계 특수성에 기인하고, 정씨의 거래행위로 대한민국이나 이란에 직접적인 피해가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형을 줄였다. 이란 등에서 석유를 수입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검찰수사와 재판에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너무 창피해서 기업은행 뇌물수수를 숨겼을 수도 있다. 미국은 물론 자유진영 대부분 국가가 이란제재에 동참하는 가운데 미국의 혈맹인 한국이 이란제재를 어긴 것도 창피한 일이다. 하물며 그같은 범법을 저지르면서 한국의 은행이 뇌물까지 챙긴 사실이 드러난다면 국제적 망신이다. 국가체면에 대한 정치적 고려속에서 기업은행 뇌물정황을 덮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한국검찰에 이어 미국검찰이 정씨를 기소했고 기업은행 뇌물정황을 명명백백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 만큼 망설일 것이 없다. 지금이라도 이 사건을 수사해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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