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속 끓고 있지만 전례를 보면 송환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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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속 끓고 있지만
전례를 보면 송환 ‘첩첩산중’

옵티머스 투자사기 이혁진…한국검찰 범죄인인도 송환요청 ‘안팎’

이혁진한국검찰의 수사룰 받다 2018년 3월 문재인대통령의 베트남방문에 맞춰 해외로 도주, 샌프란시스코 체류가 확인된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가 추진된다. 이 씨는 횡령, 성범죄, 상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서도 인정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범죄인인도청구 요건은 되며, 송환대상자가 송환거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인 정치적 박해가능성과도 거리가 멀어 언젠가는 송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경준 전 BBK 대표이사의 송환에는 약 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차남 유혁기씨는 인터폴 적색수배뒤 미국체포까지만 6년 등이 걸린 것을 감안하며,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70억 원대의 횡령, 성범죄, 상해 혐의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1일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설립자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미사법공조협정에 의거, 이 씨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8년 3월 문재인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일정에 맞춰 베트남, 아랍에미레이트공화국 등을 거쳐 미국으로 도주할 당시 70억원대의 횡령, 성범죄, 상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었고, 이당시 수사관서가 수원지방검찰청이었기 때문에 수원지검이 이처럼 범죄인 인도청구를 추진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미주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혁진 씨 소재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중지자 발견보고 등 총영사관이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지만, 기소중지자가 발견됐음에도 한국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님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점에서 이 씨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범죄인 인도청구를 위해서는 한국의 범죄가 미국에서도 범죄로 인정돼야 한다. 현재 이씨가 받고 있는 혐의인 70억원 상당의 횡령, 성범죄, 상해 등은 모두 미국에서도 범죄로 인정되며, 최소 1년 이상의 실형선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씨는 범죄인 인도청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셈이다. 또 범죄인 인도청구대상자들이 송환거부를 주장하는 가장 큰 사유인 정치적 박해와 도 거리가 멀다. 현재 문재인대통령이 집권중이며, 이씨는 지난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아 서울 서초갑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기 때문에, 현 집권세력은 이 씨의 반대세력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송환거부도 사실상 힘들다는 점에서 송환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청구는 빨라도 2-3년, 길게는 6-7년도 걸린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환까지 최소 3년 김경준 유혁기 선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횡령혐의 등으로 고소한 김경준 전 BBK대표이사의 경우, 한국법무부가 2004년 1월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실제로 김 씨가 송환된 것은 약 4년만인 2007년 12월이었다. 또 아랍에미레이트항공 직원으로 근무하며 약 340억 원을 횡령한 뒤 미국으로 도주한 김진희씨도, 2017년 초 한국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김 씨의 소재가 이미 알려져 있었음에도 김 씨가 미국검찰에 체포된 것은 2017년 1월이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도 지난 2014년 5월 8일 한국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5월 15일 인터폴에 적색수배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유 씨가 체포된 것은 지난달 22일로, 인터폴수배에서 체포까지만 6년여가 걸렸다. 미국 법무부는 한국정부의 범죄인 인도청구를 받은 후 올해 2월 27일에야 연방법원에 유 씨 체포영장 등을 청구, 발부받은 뒤 5개월이 지나서야 체포했다.

유 씨는 체포 직후 유명형사변호사를 선임했고 연방법원은 유 씨가 송환에 반대한다면 이달 17일까지 연방검찰의 청구에 대한 기각요청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었다. 그러나 유 씨 측은 기각요청서 제출시한을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다음달 21일까지로 기각요청서 제출시한을 늦추어 달라’고 요청했고, 연방법원은 11일 이를 허용했다. 이처럼 변호사를 선임해 송환대상자의 권리를 주장하면, 인도요건이 충족돼도 모든 절차를 마치는 데만 2년 이상이 걸린다. 또 지난주 본보가 보도한 여선주씨 네티즌 손해배상소송에서 미국 페이스북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케이스도 연방법무부가 지난 2월하순 검찰에 지시를 내렸지만, 연방검찰은 5개월만인 지난달 22일에야 연방법원에 사실조회명령을 내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한국정부가 사법공조요청을 해도, 연방법무부가 이를 접수한 뒤 첫 번째 형식적 절차인 연방법원 소송을 제기하는 데만 5개월이 걸리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검찰이 이 씨의 송환을 준비해도 연방법무부에 보내는 시간, 연방법무부가 연방검찰에 이를 지시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연방검찰은 아무리 빨라도 올해 내 이씨의 소재지 관할 연방법원인 캘리포니아북부 연방법원에 범죄인 인도청구관련 소송도 제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이 씨 송환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정권 교체 시 정치적 박해 주장할 가능성도

현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기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이 씨에 대한 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 횡령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수원지검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엄격히 말해 이 씨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기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 씨는 수사본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지만, 이 씨가 지난 2017년 6월 옵티머스자산 대표이사로서 한국전파진흥원에서 748억 원의 나랏돈을 유치한 것은 마땅히 서울남부지검의 수사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 씨가 어떻게 그 큰돈을 유치할 수 있었는지는 마땅히 규명돼야 하며, 거액의 혈세가 사실상 큰 손실을 입었기 때문에 이 또한 명백한 옵티머스자산 사기사건 수사의 본류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씨는 어떻게 대처할까, 일단 한국정부가 범죄인 인도청구까지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면, 자진 귀국을 ‘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해야 한다. 이 씨가 순순히 수사에 응하려 했다면 해외로 도피하지 않았을 것임을 감안하면 자진 귀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씨는 돈이 있다면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 대처해야겠지만, 형편이 안 된다면 스스로 연방법원에 출석, 자신을 변호하기 보다는 다시 잠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변호사를 고용한다면, 한국에 송환될 경우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현 정권하에서는 미국 측이 그 같은 이유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씨는 2년 뒤 정권이 교체된다면 연방법원이 정치적 박해 주장을 검토할 여지도 있다. 이 씨는 송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간절히 기원해야 할 입장에 처한 것이다. <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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