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일 남은 대통령 선거… ‘무주공산’ 속 역대급 인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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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이재명…홍준표·원희룡·윤석열에서 80세 노인 김종인까지

누가 ‘육룡이 나르샤’ 일까

이낙연20대 대통령선거일(2022년 3월 9일)까지 약 520여일 남았다.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고 할 수 있지만, 올해가 지나면 내년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차로 접어들면서 사실상 대선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현재 차기 대선 구도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강 구도 속에 보수 야권 후보들이 5~6%대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낙연 대세론’에서 ‘이낙연-이재명 양강’으로 재편된 것도 불과 45일전(8월 15일)이다. 정치권에선 현재 지지율로 1년 5개월 뒤 차기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지난 대선 정국 흐름을 보더라도 1년 5개월이면 충분히 많은 변수가 발생했고, 실제 대권을 거머쥔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인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대선은 역대급 인물난을 보이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본국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강으로 불리는 이 대표와 이 지사 역시 과거 정치인들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지고, 야권에는 아예 이와 대적할 만한 인물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나이가 여든 살이 넘어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보수야당의 현실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추석 연휴를 전후로 본국 공영방송인 MBC와 KBS에서 각각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을 발표했다. MBC는 지난달 28일 차기 대선주사 선호도를 공개했는데, 이낙연 대표는 26.4%, 이재명 지사가 23.2%였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6.8%), 홍준표 무소속 의원(5.5%), 오세훈 전 서울시장(3.1%), 심상정 정의당 대표(2.3%),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1.8%),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1.7%), 원희룡 제주지사(1.7%),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0.9%),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0.8%), 김경수 경남지사(0.7%) 순이었다.

KBS도 지난달 30일 MBC 조사엔 포함된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김경수 지사를 제외한 10명에 대해 선호도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선 이재명 지사 26.2%, 이낙연 대표 21.6%였다. 이어 홍준표 의원(5.8%), 안철수 대표(4.6%), 오세훈 전 시장(3.5%), 황교안 전 대표(2.3%), 유승민 전 의원(1.9%), 원희룡 지사(1.6%), 심상정 대표(1.4%), 김부겸 전 의원(0.4%) 순으로 뒤를 이었다.

두 조사 모두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20%대 1·2위를 했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 조사에선 이낙연 대표가 모두 1위(MBC 50.9%, KBS 43.5%)를, 이재명 지사는 2위(MBC 30.3%, KBS 39.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후보를 모두 앞섰다. 두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도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엇갈렸는데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여당 쪽 변수는 김경수 지사의 출전 여부다. 친문 지지자들은 이낙연 대세론과 이재명 대망론이 박스권에서 경쟁하는 사이, ‘김경수 대안론’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명분은 친문 적자 찾기다. 전제조건은 재판 중인 드루킹 족쇄의 해제다. 당 내부에선 친문계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이 예정된 오는 11월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이후 치고 올라갔듯이, 김 지사도 재판 족쇄가 풀리면 ‘포스트 문재인’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보수 측 후보 1·2위가 제1야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마디로 야당은 인물난에 시달리며 아직까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아직 1년 반에 약간 못 미치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전이 불가능한 시간은 아니다.

존재감 상실한 야권 인물들

역대 대선에서 1년 6개월 전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한 정치인이 최종적으로 대권을 거머쥔 경우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그외 대선에서는 전망이 틀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2017년 대선은 12월에 치러졌을 것이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1년 6개월 전인 2016년 6월 한국갤럽 조사에선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이 이 때 처음 대선후보군에 이름이 포함되자 바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당시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선 출마엔 즉답을 피하면서 1위 후보로서의 신비감을 유지했다. 반 전 총장의 뒤를 이어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가 1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 박원순 서울시장 6%, 오세훈 전 서울시장 4%, 유승민 당시 무소속의원과 손학규 민주당 전 상임고문 각각 3%,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 순이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총장 임기를 마치고 2017년 1월 12월 귀국한지 3주 만인 2월 1일 대선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의 23만불 수수의혹, 경남기업 고 성완종 회장과 관련한 의혹, 본지의 반기문 조카 반주현 관련 스캔들이 반 전 총장을 낙마하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었던 2007년 대선과정에서 마찬가지다. 당내 후보 간 경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었는데, 대선 1년 6개월을 앞둔 2006년 6월 여론조사에서 1위는 고건 전 국무총리로 26.2%의 지지율을 보였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가 25.8%,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2%로 각각 2위와 3위였다. 하지만 2006년 추석 사흘 뒤인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보수·남성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계속 앞섰고, 경선·대선까지 승리했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권을 포기했다. 2001년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고, 1996년엔 박찬종 변호사가 신한국당 후보 1위를 기록했지만 신한국당 후보는 이회창 전 대법관이 됐고, 대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겼다. 이런 전례들만 보면 보수 야당이 차기 대선을 포기하긴 이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인김종인의 역설

문제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인물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1년 6개월 전에 지지율 1위에 오르지 못했던 대선주자군들도 대부분 20%를 넘기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상황이었다. 기사 서두에 언급했듯이 현재 보수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20%는 고사하고 10%도 넘기는 정치인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다보니 자꾸 윤석열 검찰총장 같은 사람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 총장은 여론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자 단박에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범야권 주자군 가운데 독보적인 1위로 떠올랐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윤석열 돌풍’에 대해 “야권 지지층이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운 윤석열 총장을 주목한 것”이라 해석했었다. 실제 지지층이 형성됐다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그의 지지율은 3% 이하로 곧바로 꺼졌다. 특히 윤 총장은 아내와 장모 등 가족 관련 약점이 많고, 지독한 검찰주의자라는 약점이 국민들에게 부각되면서 거품이 꺼진 측면이 있다.

결국 야권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마음 줄 후보 하나 찾기 어려운 정치 지형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의 이름이 갈수록 많이 언급되고 있다. 본지도 두 차례 정도 김종인 위원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기사를 썼지만, 실제 본국 정치권에선 이런 분위기들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라고 자칭하는 그가 보수 혁신에 성공한다면, 스스로 차기 주자로 뛸 수도 있는 것 아니냔 시각이다.

이런 시각에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본지가 그때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했지만, 그는 3년 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권력구조 개편(개헌) 완성을 위해 국회 180석이 넘는 통합 정부가 필요하다며, 2020년 4·15 총선까지 3년간 임기만 수행하는 ‘통합 대통령’ 역할을 자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극단화된 정치적 분열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소명을 찾았다.

그는 4·15 총선 이전에 출간한 정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당시 대선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책에서 “누군가 대통령이 되면 그 세력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박근혜의 비극은 되풀이 될 것이다. 그때 내 나이가 이미 팔십 가까이 되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을 부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마저 내려놓고 그렇게 나선 것은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온갖 좋은 말로 당시 대선출마 배경을 설명했지만, 결국 그의 권력욕을 좋은 말로 포장한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야기다. <선데이저널>이 본국 정치권 관계자들을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의 권력욕은 여전하다. 김 위원장의 노욕은 그의 행보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보수 정당의 원죄를 사죄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역에서 무릎을 꿇었고, 세월호 유가족과도 만났다. ‘약자와의 동행’을 앞세운 국민 통합의 정치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욕심을 부릴수록 보수야당의 주자들은 힘을 일어간다는 것이다. 정국을 주도하는 김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차기 주자군이 설 정치적 공간은 줄어들고, 다시 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그의 대권 출마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정권 교체 가능성을 입증한 뒤, 안정적인 당내 정치 기반까지 유지된다면 김 위원장의 ‘대권 행보’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도토리 키재기 잠룡들

김종인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인물들을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일단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3인방이 또 다시 출마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월 22일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홍카콜라’로 불리는 선명한 캐릭터로 정부·여당은 물론 친정인 국민의힘과도 각을 세웠다.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tv’ 구독자가 38만 명을 넘었고, ‘사이다 발언’을 패러디한 ‘홍카콜라 발언 영상’이 유튜브에서 수십만 조회 수를 넘겼다. 거침없는 언행 이면의 막말 이미지는 부담이다. 홍 의원 측은 국민의힘 입당 문제가 해결되면 지지율이 뛸 것으로 기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월 정계에 복귀하자마자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울시장 출마설에도 선을 그으며 현재까지는 오로지 대선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선 “3석 정당을 이끄는 안 대표가 대선을 완주하려면 우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야권 통합이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기존의 국민의힘 인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지난 대선 때 바른정당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5월 26일 “2022년 대선이 마지막 남은 정치 도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SNS에 글을 올리는 정도를 제외하곤 두문불출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회 인근에 계약한 사무실의 리모델링 작업이 마무리되는 10월 중순께 개소식과 자서전 출판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대선 출마자들 외엔 원희룡 제주지사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는 “야권 잠룡 중 유일하게 상처 입지 않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 보수 정치인들 대부분이 상처를 입었지만 중앙정치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던 그는 전쟁의 포화에서 비켜서 있었다. 그가 요즘은 “민주당에 선거에서 진 적 없다”며 중앙정치를 향해 다양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은 지지율이 뜨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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