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5분전 한국 대선정국] 만신창이 한국 대선판 봉숭아학당 보다 못한 이유들

‘명낙대전’ 네거티브 이전투구 집안쌈박질에 환멸

‘비리세트’ 지지율 1위 尹의 침체에 잠룡들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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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트림’…대권주자들
‘대통령 깜’이 아니다

본국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후보들이 참여한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고, 국민의힘은 아예 토론회조차 시작되지 못하는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이명박근혜 정부 10년과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두 쪽으로 나뉜 대한민국을 회복시킬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다른 어느 대선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대선에 출마의사를 밝힌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투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인물난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후보와 관련한 이력들을 보면 한숨만 나오는 수준이다. 여당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김부선 스캔들과 형수 욕설논란, 음주운전 전과 등에 발목이 잡히며 지지율이 정체 상태고,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스폰서 논란과 처가 관련 의혹, 잇따른 설화로 인해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추격하는 주자들의 자질이 이들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다. 결국 현재 지지율 5위 안에 있는 주자 중에 다음 대통령이 나온단 얘긴데 과연 이들이 정권을 잡는 다해도 대한민국의 미래 동력이 만들어지고, 고질적 문제들이 치유될 것이란 희망은 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을 둘러싼 본국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둘1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간 이른바 ‘명낙대전’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은 당내 경선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거친 용어까지 써가며 상대방을 비방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미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른바 ‘명낙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양측 공방이 거세졌기 때문인데, 단순 정책검증이 아닌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평가다. 사실 이 지사에 대한 이 전 총리 측의 공세는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던 일이다. 그런데 윤 전 총장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국면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도 정체에 빠지고 계속해서 당내 공세에 시달리자 최근에는 공세모드로 전환했다.

특히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이 지사의 육성이 담긴 새로운 ‘형수 욕설 파일’이 공개된 것이 모드 전환의 도화선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친문계에게 민감한 이슈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끌어들여 대대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캠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8월 2일 논평에서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웠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과 이낙연 후보가 함께 촬영한 사진이 최근 공개된 것을 거론하며 “이낙연 후보는 최 전 총장과 어떤 사이인지 분명하게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 측이 최 전 총장을 끌어들인 것은 ‘이낙연=친문 대표’라는 등식이 허구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지사마저 공세모드로 전환하면서 후보 간 공방은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도달했다. 10회가 넘게 남은 토론회에서 벌어진 공방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검증 빙자 네거티브 ‘경선불복론’ 암시

지지자들 커뮤니티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서 두 주자 지지자들이 벌이는 싸움을 보면 TV 토론이나 언론을 통해 나타나는 공방은 점잖은 모양새다. 이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나를 고소하라’면서 상대방 여론전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실명을 거론할 정도로 공방이 거세다.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후보가 ‘혜경궁 김씨 논란’으로 송사까지 벌였던 일들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 측은 이번에 새로 공개된 형수 욕설 파일을 공개한 측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전해철 후보를 돕던 극렬 친문계 인사들이라고 보고 있다. 이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정치평론가이자 라디오 진행자 이동형씨는 지난 7월 2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 “지금 이낙연 지지한다는 곳에서 나온 온갖 흑색선전과 거짓 정보들은 드루킹이 김경수를 망쳤듯이, 정치권에서 하이에나처럼 빌빌거리는 인간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낙연 캠프는 이 인간들과 반드시 절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프라이즈 출신인 드루킹 잔당은 ‘노사모, 친노’ 운운하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다가 지금은 다 이낙연에 가 있다”며 “어디 있다 갑자기 나타나 ‘우린 문재인밖에 없다’ ‘문꿀오소리’ 하고 지껄이는 권○○, 윤○○, 김○○(방송에서는 실명공개) 같은 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후보 간 네거티브 전쟁이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어떤 내용이 검증이고 어디까지가 네거티브인지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공방은 거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측 캠프에서도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네거티브와 검증은 구별돼야 한다’며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 공세를 이어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네거티브 공세에서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경선 결과 불복 가능성까지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이 그 중심에 섰다. 설 의원은 8월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분의 32% 정도가 ‘이재명 후보로 합쳐지면 지지 못하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나는 무조건 원팀으로 간다. 그런데 3분의 1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실한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설 의원은 이재명 후보 역린으로 꼽히는 과거 ‘형수 욕설’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이들이 아마 이재명 후보의 (형과 형수에 대한) 욕설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후보의 인성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두고 급기야 ‘친일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황 내정자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면서 극성 지지층과 당내 주자들의 협공을 불러들였고, 이 지사 측도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황 내정자는 18일 자진사퇴 요구에 선을 그으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오로지 이낙연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낙연 캠프가 자신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워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과거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공격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극렬 문파들은 사람을 죽이려고 덤비는 악마들”이라고 쏘아붙였다. 황 내정자가 외곽에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이재명 캠프도 비상이 걸렸다. 당내 주자들이 지지층을 자극하는 황 내정자 발언을 문제 삼아 공세에 나선 데다 황 내정자 등판으로 이 지사의 존재나 공약이 다소 흐릿해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이 지사의 책임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무리한 내 사람 심기’로 비춰질 경우 여권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 지지율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만방자한 윤석열…존재감 없는 최재형둘2

윤석열–최재형이란 두 거물급 인사의 영입으로 분위기가 좋았던 국민의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단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기대만큼 올라가지 않아서 김이 빠진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잇따른 검증 공세와 실언으로 지지율을 계속 까먹고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이준석 당대표는 경선주자들과 갈등을 이어가면서 당이 극한 분열 상황까지 놓이고 있다. 분열의 씨앗은 결국 굴러온 돌인 윤 전 총장이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센놈에게 붙어야 사는 정치판의 특성상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상당수가 윤 전 총장 캠프에 가서 줄을 섰다.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국회의원 경험도 전혀 없는 일개 행정부 기관의 수장 밑에 가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준석 당대표가 소외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과 같은 기존 국민의힘 정치인들과 같은 진영을 꾸린 형국이다. 최근 본국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록 파문도 결국 윤 전 총장을 놓고 벌인 일전이었다. 표면적인 쟁점은 ‘저거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통화 발언에서 ‘저거’가 무엇을 지칭했는지다.

원 전 지사는 정리 대상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주장한 반면,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 곧 정리될 것이란 뜻이었다고 밝혀 진실 공방으로 흘렀다. 결국,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사이 신경전에 원 전 지사가 끼어 든 모양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충돌은 당내 전방위 권력투쟁으로 번졌다. 우선 대권 주자 사이에서 ‘이준석 대 반(反) 이준석’의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하태경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어느 나라 대통령이 사적 통화 내용을 왜곡해 뒤통수를 치나”라며 “원 전 지사는 대통령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이 대표를 엄호했다. 추가 입장문에서 “도지사까지 지낸 사람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라며 꼴불견, 분탕질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반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우리 당의 단합과 결속,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과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여러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통화를 녹취하는 것 자체가 정치에 있어 서로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에 각을 세웠다.

다만 핵심 당사자 중 하나인 윤 전 총장은 이번 논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의 대리인 격인 장제원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 우려를 경청하고 있다”며 “이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라고만 전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토론회 참여를 거부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한 경선 관리의 책임이 있는 이 대표가 매번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당대표 리스크가 현실화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갈등 양상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대표 측인 경선준비위원장 서병수 의원이 “왜 지도부를 흔드는 것인지 제발 자중해 달라”면서 “최고위원들은 똘똘 뭉쳐 대여 투쟁하고 캠프도 협력해 당내 권력 투쟁에 제발 좀 몰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자 곽상도·박대출 의원 등이 강력 반발했다. 서둘러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도 ‘지도부 흔들지 말라’, ‘누가 지도부를 흔들었느냐’ 등의 이야기와 함께 고성이 오갔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가 불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엇갈린 주장이 말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자연스레 소강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또 다른 공방을 불러오면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선주자들 간 힘겨루기가 더욱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래저래 본국의 대선은 또 다시 진흙탕 싸움 속으로 빠져 들고 있고, 이러는 사이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서도 보기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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