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취재] 유병언 차남 유혁기…송환 2라운드 공방전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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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때 미국에 왔으니 도주범 아니고…

공소시효 지났고 횡령범죄 입증 안됐다’

세월호세월호 참사 원흉 유병언 전 세모회장의 차남 유혁기씨가 연방법원의 한국송환 명령에 맞서, 결국 당초 예상대로 인신보호청원을 제기, 송환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유 씨 측은 송환명령 직후 불복 의사를 밝힌 뒤 지난 8월 중순 정식으로 인신보호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씨는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고 횡령죄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송환명령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연방검찰은 지난 13일 ‘유 씨에 대한 송환요청은 조약상 법적요건을 모두 충족했으며, 유 씨는 사실상 도주상태였다’며 인신보호청원을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유 씨 송환은 앞으로 1년 이상 지연될 것이 확실시 돼 내년 대선 이후에나 최종 송환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BBK김경준 사건과 같이 확대되지는 않아 보인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7월 2일 연방법원이 한국송환명령을 내린 뒤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할 것으로 추측됐던 유혁기씨가 20일 만인 지난 7월 20일 인신보호청원제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지난 8월 16일 인신보호청원서을 정식으로 제출, 송환명령의 번복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환명령은 항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신보호청원이 사실상 항소의 기능을 대신하며, 유 씨는 최후수단을 동원,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다. 유 씨 측은 55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인신보호청원서에서 첫째, 공소시효의 문제, 둘째, 횡령혐의 7건의 성립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으며, 특히 공소시효만료 문제에 대

▲유혁기

▲유혁기

한 판단을 행정부로 미루지 말고 사법부가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유 씨 측은 한국법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횡령액에 따라 최대 15년이지만, 미국법상 횡령죄 공소시효는 5년이며, 한미사법공조협정상 공소시효는 송환을 요청받은 국가의 법에 따라야 하므로 공소시효는 5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정부가 유 씨의 횡령범죄가 2008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실행됐다고 주장하므로, 공소시효는 범죄행위 종료일로 부터 5년인 2019년 3월 이미 만료됐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2020년 2월 송환을 요청한 것은 공소시효 만료 이후라는 것이다. 유 씨 측 변호사는 ‘한국정부가 지난 2014년 5월 8일 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공소시효가 정지 됐다고 주장하지만, 한국형사법상 체포영장발부로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송환 완강한 버티기 작전

▲유혁기씨는 지난 7월 20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고, 8월 16일 까지 청원이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혁기씨는 지난 7월 20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고, 8월 16일 까지 청원이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씨 측은 ‘한국정부가 공소시효정지를 주장한 것은 검찰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는 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법을 따라야지 검찰의 직무규정 등에 의거해 공소시효를 정지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체포영장과 무관하게 공소시효는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사법공조협정에 대한 연방 상원 심의과정에서 국무부는 답변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도주할 경우 만약 한국법이 공소시효 진행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미국 법 공소시효는 진행된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 측은 연방의회 의사록에서 이 답변을 찾아내서 한국에서도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이 문제에 대해 뉴욕남부연방법원 치안판사는 ‘국무부가 다뤄야 할 문제라고 판결했지만, 유 씨는 연방법무부와 연방국무부가 송환문제에 대해 각각 일정한 책임이 있으며, 법무부가 이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즉 행정부가 송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사법부 역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행정부에 미루지 말고, 스스로 판단을 내릴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또 한국에서 도주한 사람이라는 검찰주장에 대해, 1989년 고교입학 및 미시건대 진학을 위해 미국에 왔으며, 대학 졸업 뒤 전문직 취업비자를 취득했고 2002년 결혼을 했다고 밝혔다. 즉 한국검찰의 사법권집행을 모면하기 위해서 도주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유 씨는 한국에서의 재판기록 등을 모두 첨부해, 천해진 상표권 문제, 아해 상표권 문제, 온나라쇼핑 상표권문제, 세모 자문료 문제, 모레알 자문료문제, 천해지 자문료 문제, 천해지 사진매입 문제 등과 관련된 횡령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방검찰도 지난 9월 13일 치안판사의 송환명령이 적법하므로 이를 지지해 달라는 반박서류를 제출했다. 연방검찰은 공소시효 문제의 판단 등에 대해 ‘범죄인인도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법적인 역할은 범죄인인도의 법적 요건이 성립하는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며, 행정부가 범죄인인도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재량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사법공조협정상 시간경과 조항의 해석이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약체결 당사자인 국무부 장관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방검찰은 이같은 사실은 유씨측도 동의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송환요청이 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므로, 유씨는 국무부, 즉 행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환요청서 집행에 시간 너무 걸렸다’

▲연방검찰은 지난 9월 13일 유혁기씨에 대한 연방법원의 송환결정은 정당하므로, 인신보호청원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검찰은 지난 9월 13일 유혁기씨에 대한 연방법원의 송환결정은 정당하므로, 인신보호청원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같은 연방검찰의 주장을 입증하는 판례도 다수 제시됐다. 법원판례에 따르면 ‘법원의 기능은 인도절차의 합법성을 검토하는 것이며, 송환최종 결정은 행정부의 재량권에 속한다’고 돼 있다. 또 다른 판례 역시 ‘송환의 재량권 행사는 재판담당 치안판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무부 장관의 권한에 속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연방검찰은 또 유 씨가 도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후 상황을 보면 사실상 도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검찰은 ‘한국 정부가 2014년 유 씨에게 세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유 씨는 이를 거부했다. 또 유씨는 10여년 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매년 정기적으로, 특히 몇 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2014년 이후에는 단 한차례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도주상태였다는 것이다. 연방검찰 반박서류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지난 2014년 5월 8일 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약 보름만인 5월 20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 명의로 유 씨에 대한 송환요청서를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4년 6월 12일과 6월 30일, 2015년 4월 8일, 2017년 8월 2일, 2018년 2월 2일, 2018년 6월 10일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송환요청서 보충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주미한국대사관도 2014년 5월 28일 외교노트 형식으로 미국정부에 유 씨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으며, 2019년 9월 27일까지 지속적으로 보충자료 등을 외교노트 형식으로 국무부에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2019년 10월 1일 국무무가 법무부에 이를 통보했고, 법무부는 연방검찰을 통해 2020년 2월 27일 송환소송을 제기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같은 해 7월 22일 유 씨를 체포했다.

체포영장 발부 6년 만에 연방검찰에 체포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연방정부, 특히 사법권 집행 기능도 상당부분이 중단된 가운데 유 씨가 전격체포된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에 송환을 요청한지 5년이 훨씬 지나서야 연방법무부에 통보됐고, 그로부터 또 1년이 지나서야 유 씨가 체포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로부터 11개월 만에 추방명령이 내렸지만 유 씨가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함으로써 최소 1년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한다. 한국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미국정부에 송환필요성을 역설했다면 유 씨의 송환은 훨씬 빨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처럼 지연된 이유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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