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단독] 통일교 유니버설 발레재단 설립에서부터 폐교 결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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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년 9백만 달러 순수익 학교건물 평가만 천만달러상당에도 재정난 핑계
■ 지난해 11월 학부모에게 이메일 통해 5월 재정난 감당 안 돼 폐교통보
■ 2019년 부채 빼고 순자산 1073만 달러…워싱턴DC 천만 달러 건물보유
■ 통일교, 발레재단에 150만 달러 대여…통제권 사실상 통일교에 넘어가

지난해 5월 본보가 직원이 거액을 횡령, 기소됐다고 보도했던 통일교 산하 유니버설발레 재단이 오는 5일 마침내 키로프발레학교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2018년 이 직원이 150만 달러 상당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한데 이어 통일교의 무관심에 따른 재정난으로 더이상 학교를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재단의 세금보고서에 따르면 횡령 뒤에도 재단은 2018년과 2019년 적지 않은 흑자를 기록, 심각한 재정난을 겪지는 않았으며, 천만 달러 상당의 학교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과연 학교건물 등 남은 자산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통일교는 학교 폐교결정 직후인 지난해 말 발레 재단에 150만 달러를 빌려줬다며 담보를 설정한 것으로 드러나, 이 건물은 발레재단이 아닌 통일교의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90년 통일교 산하 유니버설발레재단이 워싱턴DC에 설립한 키로프발레아카데미, 그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발레리나의 산실역할을 했던 키로프아카데미가 오는 5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0년 전인 2012년 9월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목사가 타계한 뒤 부인 한학자여사와 자녀들 간에 주도권 장악을 위한 소송전이 계속되는 등 내부분란에 따라 키로프아카데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 지면서 결국 종말을 맞게 된 것이다.

▲ 통일교산하의 키로프발레아카데미 외경 -자산가치가 최소 1040만달러로 평가된다.

▲ 통일교산하의 키로프발레아카데미 외경 -자산가치가 최소 1040만달러로 평가된다.

키로프아카데미는 지난해 11월 학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키로프를 사랑하지만 재정난을 무시할 수 없다’라며 내년 5월 폐교를 통보했다. 특히 토마스 윌쉬 교장은 ‘예전과 같은 기금조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명확해 졌다. 우리는 최소한 1년이라도 더 운영하면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원활하게 다른 교육기관으로 이직하고 전학할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우리는 신중하게 폐교를 결정했으며,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 낸 성과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착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유니버설발레재단은 문선명 목사가 매우 아끼던 재단이지만, 사실상 그의 사망과 함께 통일교의 관심에서 밀려났다. 문 목사는 지난 1984년 5월 유니버설발레단을 설립한 뒤 통일교 2인자인 박보희 사장의 딸 박훈숙을 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로 임명했다. 그 뒤 박 씨와 결혼할 예정이던 문 목사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박 씨는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줄리아 문이라는 이름으로, 문 목사의 며느리가 된다.

▲ 유니버설발레재단은 지난해 12월 1일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로 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150만달러를 빌린뒤 유체동산담보까지 설정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 유니버설발레재단은 지난해 12월 1일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로 부터 부동산을 담보로 150만달러를 빌린뒤 유체동산담보까지 설정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문 목사가 며느리 위해 발레학교 설립

그로부터 6년 뒤인 1990년 자신의 아들을 위해 희생한 며느리를 위해 키로프아카데미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줄리아 문은 소피아 김의 횡령사건 적발 뒤 유니버설발레재단에서 손을 뗐고, 본보가 이 재단의 세금보고서 등을 확인한 결과 문 목사의 장녀인 타티아나 문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사장을 맡았고 그 이후에는 토마스 월시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가 이미 보도했듯이 유니버설발레재단은 2천 년대 초반 통일교 산하단체에서 80만 달러를 횡령, 2년간 복역했던 소피아 김[한국명 김수경]씨를 2018년 발레재단의 재무책임자로 임명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줄리아 문은 물론 박보희 씨 부부의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올해 61세로, 지난해 5월 6일 워싱턴DC연방법원에서 은행 사기혐의로 유죄를 시인했다.

소피아 김, 2018년 150만 달러 횡령이 발단

김씨는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150만 달러를 횡령한 사실을 인정했다. 키로프발레아카데미의 수표를 임의로 발급, 68차례에 걸쳐 37만 7200달러를 횡령했고, 은행카드로 ATM을 통해 197차례에 걸쳐 47만 9282달러를 빼냈다. 또 키로프발레아카데미 명의의 신용카드로 139회에 걸쳐 68만 1751달러를 횡령했다. 이 150만 달러 중 메릴랜드 주 옥슨힐 MGM카지노에서 인출한 돈만 106만 달러에 달했다. 카지노에 미쳐 발레학교 돈을 물 쓰듯 탕진했던 것이다. 김 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역시 통일교 산하의 한국문화자유재단에 근무하면서 80만 달러 상당을 횡령,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에서 블랙잭 카지노 게임으로 탕진한 뒤 10여년 만인 2013년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됐다. 연방교도소에서 2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2015년 1월 석방됐고, 줄리아 문은 김 씨의 횡령범죄가 드러난 뒤에도 ‘김 씨를 범죄자로 보지 않는다’는 등 김 씨를 옹호하다 2017년 9월 김 씨를 발레재단에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유니버설발레재단 2019년치 세금보고서 - 발레학교 부동산 가치는 약 1040만 달러에 달한다.

▲ 유니버설발레재단 2019년치 세금보고서 – 발레학교 부동산 가치는 약 1040만 달러에 달한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15일 횡령혐의로 42개월 실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며, 선고직후 유니버설발레재단은 키로프발레아카데미 폐교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돼, 횡령사건이 폐교의 방아쇠를 당겼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본보 확인결과 유니버설발레재단의 재정상황은 폐교를 결정할 만큼 적자에 시달린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본보는 유니버설발레재단이 비영리 재단이므로 세금보고서가 공개된다는 점에 착안,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19년 치 세금보고서를 통해 2018년과 2019년치 재정현황을 검토했고, 2년모두 연속 흑자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20년 11월 11일 연방국세청 IRS에 보고된 것이며, 아직 2020년 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가장 최신 보고서로 간주할 수 있다. 특히 유니버설발레재단이 소피아 김의 횡령사실을 알았던 때가 2018년 9월 임을 감안하면 이 세금보고서는 횡령에 따른 피해를 모두 반영한 보고서 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거뒀음은 키로프발레 아카데미가 재정난이 있었다 하더라도 폐교할 정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통일교내 헤게모니 싸움 과정에서 문선명 목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유니버설발레재단 2019년치 세금보고서-2020년 11월 11일 IRS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기준 순자산이 1073만달러에 달하며 2019년은 물론 횡령사건이 발생한 2018년에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 유니버설발레재단 2019년치 세금보고서-2020년 11월 11일 IRS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말기준 순자산이 1073만달러에 달하며 2019년은 물론 횡령사건이 발생한 2018년에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건물에 통일교 모기지 담보 설정

유니버설발레재단의 2019년 자산은 무려 1216만여 달러, 부채는 143만여 달러로, 순자산이 1073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자산 321만여 달러, 부채 129만여 달러, 순자산 192만여 달러와 비교, 자산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또 2019년 전체 수입은 1485만여 달러에 비용이 604만여 달러로, 880만여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8년 흑자 213만 3천여 달러보다 약 3배나 흑자폭이 늘어났다. 특히 소피아 김 횡령사건으로 150만 달러 피해를 입었음에도 2018년 흑자를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흑자가 이어졌다. 프로그램 수익, 즉 수업료는 2018년 328만여 달러에서 2019년에는 292만여 달러로 약 10% 정도 줄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용은 2018년 558만여 달러에서 2019년 604만여 달러로 약 50만 달러, 10%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기록하고 순자산이 늘어났던 것이다. 또 2019년 유니버설발레재단의 직원은 모두 107명이며, 임금을 받는 이사 등은 모두 6명으로, 2019년 이사장은 줄리아 문이 아니라,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총재의 딸인 타티아나 문이며, 문 씨는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약 15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수입과 자산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약 1030만 달러 상당의 부동산을 무상 증여 받았기 때문이다. 이 부동산은 워싱턴 DC의 4301하에우드로드 NE에 소재한 건물로, 키로프발레 아카데미가 학교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본보가 워싱턴DC 등기소 확인 결과, 유니버설문화 재단은 지난 2019년 7월 30일 이 건물을 유니버설발레재단에 무료로 기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건물은 당초 유니버설발레재단 소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버설 발레재단은 1986년 8월 19일 이 건물을 매입, 소유하다가 지난 2010년 7월 31일 유니버설문화재단에 무상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 산하 재단들 사이에서 건물 소유권을 주고받다 다시 원주인인 유니버설발레재단 소유가 된 것이다.

▲ 워싱턴DC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17일 유니버설문화재단이 세금 29만7천여달러를 내지 않았다며 키로프발레아카데미를 압류했고, 유니버설문화재단은 6월27일 세금을 모두 내고 압류를 푼 것으로 확인됐다.

▲ 워싱턴DC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17일 유니버설문화재단이 세금 29만7천여달러를 내지 않았다며 키로프발레아카데미를 압류했고, 유니버설문화재단은 6월27일 세금을 모두 내고 압류를 푼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년 이 건물을 문화재단에 무상 증여할 때 발레재단이사장으로서 매도 서류에 서명한 사람이 줄리아 문으로 확인됐다. 왜 2010년 당시 왜 발레재단이 문화재단에 이 건물을 무상증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워싱턴DC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17일 유니버설문화재단이 2010년 9월 9일 부과된 세금 13만 8천여 달러와 이자 등 모두 29만 7천여 달러의 세금을 내지않고 있다며 이 부동산을 압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유니버설문화재단은 약 4개월여 만에 세금을 모두 납부하고 2017년 6월 28일 압류를 푼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교, 며느리에 준 재산 회수하는 듯

흥미로운 점은 유니버설발레재단이 지난해 12월 1일 세계기독교통일신령연합, 즉 통일교재단으로 부터 150만 달러 모기지를 얻었다는 점이다. 발레재단이 학부모에게 폐교를 통보한 직후에 통일교 측이 돈을 빌려준 셈이다. 단돈 150만 달러지만 이 돈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유니버설발레재단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은 물론 부동산내 집기 등 유체동산에 대해서도 담보를 설정해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모기지 서류에 서명한 사람이 토마스 월시. 월시는 재단이사장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문선명 총재의 장녀인 타티아나 문이 이사장에서 물러나고, 토마스 월시로 교체됐음을 알 수 있다.

▲ 유니버설발레재단은 지난 2010년 7월 31일 키로프발레아카데미건물을 유니버설문화재단에 무상증여했으며, 발레재단을 대표해 줄리아 문[문훈숙]이사장이 서명했다.

▲ 유니버설발레재단은 지난 2010년 7월 31일 키로프발레아카데미건물을 유니버설문화재단에 무상증여했으며, 발레재단을 대표해 줄리아 문[문훈숙]이사장이 서명했다.

따라서 유니버설발레재단이 키로프발레아카데미를 폐교하더라도 남는 자산이 1070만 달러를 넘으며, 시가 1천만 달러에 달하는 학교건물은 누가 가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니버설발레재단이 2019년 이 부동산을 넘겨받았지만, 통일교에 담보가 설정됨으로써 이 돈을 갚기 전에는 이 부동산을 매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부동산의 실질적인 통제권이 발레재단이 아니라 통일교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문 목사 사망 뒤 문 목사의 장녀 등이 이사장으로서 유니버설발레재단을 장악했지만, 줄리아 문외에도 박보희 씨의 아들도 이사로서 재단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재단은 박보희 쪽 몫으로 여겨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목사가 숨지고 박보희 측과도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통일교 측이 며느리에게 준 재산을 다시 거둬들였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키로프발레아카데미는 재학생들에게 연간 약 6만 달러의 학비를 받는 사립학교였다. 학비만 받아도 운영을 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고, 학교건물등도 자체 건물이어서 모기지등에 따른 부담도 크지 않았다. 직원 횡령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직원이 유죄선고를 받자마자 폐교를 결정했지만, 실제 세금보고서를 보면 횡령을 회계장부에 반영하고도 적지 않은 흑자를 거둘 정도로 학교는 잘 운영됐다. 통일교의 키로프발레아카데미 폐교는 문선명목사의 흔적 지우기, 학교건물 되찾기 등이 목적이며, 이제 통일교도 문화 사업이라는 명분보다는 돈이라는 실리 찾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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