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코리아타운 심각한 구인난 개스값 인상과 겹쳐 곳곳서 이상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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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사람 구하지 못해 타운 상점마다 아우성

눈 부릅뜨고 찾아도
‘일할 사람이 없다’

■ 올 여름 일자리 3000만개, 올해 절반도 못 채워
■ 식당, 호텔, 서비스 업종 일손 부족에 혼란 가중
■ 임금 인상과도 맞물려 인력난에 가격 뛰고 파행
■ 코로나19 의 긴 사회적 거리두기 의외복병으로

코리아타운 8가와 웨스턴가 근처 한인 커피샵 B카페는 아침 나절은 주인이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직접 고객을 상대한다.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다. 그 옆집 식당은 문에“All positions wanted”(모든 일자리 사람 구함)에 구인 쪽지를 붙여논지 2달이 지나간다. 또 다른 근처 식당에는“주문 음식 30분 정도 소요되오니 양해 바랍니다”라는 쪽지가 붙어있다. 모두가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장사에도 영향이 끼치지만, 이 모든 일들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이미 식당들 메뉴 가격은 인상됐고, 종전에 받던 서비스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재난이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만 돌리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조만간 10달러대로 오른다는 개스값과 7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16달러로 오른다는 뉴스는와 전망은 모든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저녁이면 인적이 끊긴지 오래되고 대부분의 식당들은 종업원이 없이 일찍 문을 닫는다. 코로나로 촉발된 심각한 구인란이 어디까지 지속될지 업주들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특별취재반>

LA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Y씨는 요즘 여유작작하다. 요즘 이력서를 내면 즉각 연락이 온다. “일단 나오셔서 인터뷰 받으시라”고 한단다. 3년전에는 20여통을 보내도 한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는데 요즘 이력서 내면 즉각 연락이 와서 “우선 일부터 하세요”라고 한다는 것이다. 미국 유학생활 10년에 처음 보는 사태라는 것이다. Y씨는 지난달 한 세일즈 업체에서 일했는데 “재미가 없어 그만 두었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꾹 눌러 일 해야겠지만, 요즈음에는 널려 있는게 일자리라는 것이다. Y씨는 한국의 친구들에게도 “미국에 일자리 많다”고 했는데도 “한국 친구들 콧방귀 뀐다”면서 “그 친구들 ‘여기도 많다’면서 눈도 거뜰도 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Y씨는 “코로나가 세상을 바꾼다고 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타운의 이 같은 구인난은 비록 8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캘리포니아 전체 그리고 미국 전역 대도시에서 특히 보여지는 현상이다.

한편 각 지자체와 사업자들은 미 고용 최저 연령인 14세 중학생에게까지 각종 여름 일자리 스카 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통상 미 청소년 대학생들은 여름 아르바이트로 쏠쏠하게 용돈벌이를 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 부모님 차로 출퇴근하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 진다”며 출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은 지난해 말 코로나가 약간 주춤하면서 구인난이 주로 식당 및 여가, 호텔 등 대면 서비스업 에서 발생했는데 이같은 현상이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라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우선 임금 상승 압력에 따른 물가 부담이 따라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구인난이 발생했을가. 우선 코로나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한 고령층 조기 퇴직과 교육 기관 폐쇄로 보육 부담이 커진 여성의 노동 시장 참가율 저하 등이 구인난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기에 여름철 휴가철을 맞아 구인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말기에 접어들고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는 폭발하는 반면, 일하려는 사람은 극도로 적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직장을 그만둔 미국내 근로자 수백만 명이 앞으로도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LA등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구인난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도 진정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퍼드대와 시카고대, 멕시코 기술자치대(ITAM) 소속 학자들의 공동 연구를 인용해 코로나19 이후 무직 상태인 미국인 300만 명 가량이 노동시장에서 무기한 이탈할 전망이라고 지난 4월 16일자에 보도했다. 연구팀은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돼도 재취업 등을 꺼리는 경향을 ‘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명명하고 영속적인 사회현상으로 남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를 수행한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긴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 근로자 수 부족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긴 사회적 거리두기 경향이 강한 미국인의 상당수는 대졸 미만 학력에 저임금을 받아온 여성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원인으로는 건강 염려, 육아 문제 등이 지목됐다.

구인난 장기화에 업소들 개점휴업상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일시 해고 등이 급증하면서 2020년 3월과 4월 두 달간 미국의 경제활동 인구(취업자 및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는 820만 명 이상 급감했다. 2020년 4월 기준 경제활동 인구는 1억 5635만여 명이었다. 이후 일터로 복귀하는 미국인이 늘면서 지난달 경제활동인구는 1억 6440만여 명까지 불어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17만 4000명 정도 적은 숫자로 회복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앞으로 근로자 수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그동안 미 학계 및 정부는 경기부양 지원금이 종료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구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하지만 긴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하게 됐다. 극심한 구인 난 때문에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올려주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다시 상호 순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8.5%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 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5월 3~4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첬다. 현재로선 물가 안정이 시급한 연준이 6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75% 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 전망에 금융시장 불안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올해 초부터 임금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다. ‘레저 및 접객’ 등 저임금 일자리에서 그칠 줄 알았던 임금 상승이 중임금과 고임금 일자리까지 두루 확산하는 현상을 이어갔다. 전체 산업에서 ‘노동자 우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높은 물가를 잡으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가장 주목하는 경제 통계 중 하나도 임금이었다. 빠르게 오르는 임금은 물가를 밀어 올리는 원료인 탓이다. 연준의 발걸음을 주시하는 전 세계가 자연스레 미국 임금 추이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지난 2월 8일 연방노동부 통계국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비농업 분야 취업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31.6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지난해 11월(5.3%), 12월(4.9%)에 이어 높은 상승 폭을 올해 들어서도 이어간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임금 상승률이 2~3% 수준이었다. 애초 임금 상승은 코로나19에 직원을 구하기 힘든 저임금 대면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으나 점차 업종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12월 업종별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저임금, 중임금, 고임금 일자리를 구분해 따져보니, 전방위적 임금 상승 양상이 뚜렷했다. 저임금 일자리(평균 시급 10~20달러 중반) 중 레저·접객 업종의 시급은 지난 1월에 19.44달러로 1년 전에 견줘 무려 13% 상승했다. 중임금(평균 시급 20달러 후반~30달러 초반) 일자리로 분류되는 교육, 의료 업종과 내구재 생산업 임금도 같은 기간 각각 6.8%, 5.5% 올랐다. 비교적 고임금(평균 시급 30달러 중반 이상) 일자리인 전문가 비즈니스(6.9%), 금융(4.8%)에서도 높은 임금 상승이 나타났던 것이다.

‘긴 거리두기’가 인플레이션 유발

“구인난 미스터리”로 임금 상승이 장기화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 들의 일자리 수요는 커지고 있으나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지원 금이 줄면 서서히 구인난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초반 예측도 빗나가고 있다. 만 15살 이상 인구(생산 가능 인구) 중 취업자 및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 비중을 가리키는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1월 현재 62.2%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11월) 63.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구인난 미스터리’의 구조적 원인을 찾는 갖가지 분석도 쏟아지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연구보고서에서 미국 구인난 원인의 70%는 고령자 조기 은퇴와 여성 경제 참여 저하, 구인-구직자 눈높이 차이 등이며, 의외로 정부 소득 보전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고령층은 자산가격 상승 및 건강 우려로, 여성은 교육기관 휴교에 따른 보육 부담 증가 등으로 고용시장을 떠난 것이 구인난 원인의 ‘절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4일자에서 근로자 지원 접근 방식, 시장의 특수성, 코로나19 피해 정도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해 미국은 유럽·아시아와 달리 고용 유지를 하는 사업장을 간접 지원하기 보다는 해고된 노동자들을 직접 지원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은 원래도 고용시장 이탈과 복귀가 유연한 편이다. 이런 까닭에 코로나19 이후 고용의 이탈과 복귀 유연성이 한층 강화되고, 이 현상이 빠른 감염병 확산, 정부 지원금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미국만의 특이한 구인난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이와 함께 전 세계가 미국 구인난 및 임금 상승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해서다. 전 산업에서 오르는 시급은 ‘임금 상승→기업 가격 인상→물가 상승→임금 인상 요구’ 등으로 임금과 물가가 계속 서로 영향을 주는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임금 과 물가가 같이 오르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연준의 향후 긴축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임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중·남미 출신 난민 2만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자국 인력난 대응을 위해 중미 지역 농업 근로자 고용을 촉진하고 임시 취업 비자 발급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백악관은 10일 LA에서 폐막한 미주 정상회의에서 ‘이주 및 보호에 관한 로스앤젤레스(LA) 선언’ 채택에 앞서 각국과 협의한 논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난민 보호와 인도적 관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미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민 2만명을 수용할 방침이다. 이는 올해 기준으로 3배 증가한 수치다. 또 아이티와 쿠바 출신 미국 국민과 영주권자가 가족과 상봉할 수 있도록 임시체류를 허가하는 프로그램도 재개한다.

감염병 확산, 지원금이 구인난 원인

백악관 관계자는 “난민을 환영하는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약속을 반영한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농업 취업비자(H-2A) 프로그램에 따라 농업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6500만 달러(한화 약 832억원) 예산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농무부 차원에서 개발키로 했다. 올해 1만 1500개의 비농업 임시취업비자(H-2B)를 북부 중미 지역 국가와 아이티 국민에게 발급할 계획이다. 이외에 미국은 또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을 통해 3억 1400만 달러(약 4000억원) 자금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미국 외에 캐나다, 멕시코,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등 다른 국가들의 조치도 포함 돼 있다. 캐나다는 2028년까지 4000명의 미주 국가 난민을 수용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불법 이민이 발생 하는 근본 원인 대응 등을 위해 미주 국가에 2690만 달러(약 344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멕시코는 일시체류 노동 프로그램을 일부 확대키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주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LA에서 참석 정상들과 함께 공동체 안정과 지원, 합법적 이주 방안 확대, 인간적인 이주 관리, 위기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LA 선언’을 채택 했다. 이 선언에 서명한 20개국의 정부는 미주 지역 국가 내 불법 이주 문제 해결을 위해 일시적인 노동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이번 선언은 또 난민 정착과 이산 가족 결합을 비롯해 합법적인 이주 방법을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언으로 미주 지역에서의 이민 관리에 대한 접근법을 전환한다”며 “모두 가 공유하는 도전과 모든 국가에 미치는 책임을 인정하는 약속에 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불법 이주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언의 내용이 다소 모호할 뿐만 아니라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이 이번 선언에 동참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해당 국가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만큼 정상회의에 초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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